크르르르 - 제3-4 ZA 문학 공모전 수상 작품집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28
김민수 외 지음 / 황금가지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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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장르의 다양화에 기여하는 ZA 문학 공모전


   이 책 [크르르르]는 민음사 황금가지에서 주관하는 ZA 문학 공모전 수상작 5작품을 모은 작품집입니다. "ZA(Zombie Apocalypse) 문학 공모전"은 말그대로 좀비 아포칼립스 상황을 기본 대전제로 한 소설을 대상으로 출품받아 우수작을 뽑는 공모전입니다. 그렇다면 이 좀비 아포칼립스가 뭐냐? 무식하게 생각하면 "좀비가 창궐하는 대참사", 그럴듯하게 표현하면 "좀비 묵시록" 뭐 이런 식으로 옮길 수 있겠습니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좀비 아포칼립스는 "좀비가 발생해서 퍼져나간 결과로 사회가 붕괴되는 상황" 정도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통상 시작을 "나는 전설이다"로 보고 그 유명한 조지 로메로 감독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3부작"으로 유명해진 개념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생각나는 좀비 아포칼립스 관련 영화는 "새벽의 저주"나 "28일 후" 등이 있겠습니다. 근작으로는 "월드워 Z"가 있네요. 좀비가 급속도로 늘어나서 암울한 상황에 소수의 그룹이 생존을 위해 벌이는 투쟁이 주로 등장하고, 그 속에서 살아남은 인간들끼리의 갈등을 주요소재로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결은 조금 다르지만 "밀라 요요비치"가 주연했던 그 유명한 "레지던트 이블"시리즈도 떠오르네요.


   그런데 이런 좀비 아포칼립소 상황을 상상해보면 사실 우리나라에서 좀비가 나타나는 상황은 잘 상상이 안됩니다. 만약 한국에서 좀비가 창궐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이런 상상력을 채워줄 좋은 작품이 바로 이 작품 [크르르르]입니다. 호러나 SF의 무덤이나 마찬가지라고 하는 한국 출판계에서 이런류의 책을 꾸준히 내는데다가 신인작가들의 수상작을 출간하는데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메이져와 마이너의 경계가 무너져가고 있는 시대에 책분야에서만 장르소설이 유난히 대중화가 안되는 것 같아 아쉬운데 이런 공모전을 지속하고 있는 것 자체가 장르 다양화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2. 더욱 흥미로운 국내 좀비 아포칼립스 소설의 향연


   의외로 저는 좀비 소설을 좋아합니다. 현실에서 있을 수 없는 상황이지만 상상해볼 수 있는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있는 소재인데다가 극한 상황에서 나타나는 인간의 다양한 이면을 묘사하기 더없이 좋은 조건이니 말입니다. 그래서 좀비와 싸우는 스토리는 그냥저냥 쏘쏘입니다만 좀비에게 쫒기는 상황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끼리 갈등하는 장면은 무척 좋아하는 편입니다. 가장 적나라하게 표현해도 무리가 없는 상황일 수 밖에 없으니 말입니다.


   [크르르르]에 수록된 작품 다섯편은 하나같이 수상작다운 창의력과 독특함으로 읽는 내내 저의 기대를 만족해주었습니다.



[엘리베이터 액션]


   이 책의  표지 디자인을 결정한 첫 작품 [엘리베이 액션]은 초코바 하나때문에 엘리베이터에 갖혀서 오도가도 못하는 주인공의 속터지는 탈출기를 다룬 작품입니다. 그런데 사실 이런 류의 탈출스토리는 사실 좀비 소설이나 영화에서 상당히 흔한 스토리다보니 좀비물 애정자인 저에게는 적잖이 식상하기 좋은 내용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로 장르적 특성에 잘 맞도록 생생한 묘사가 특징적인 작품이었고 읽는 이로 하여금 가슴 졸이며 따라가게 만드는 쪼으는 맛이 괜찮은 작품이었습니다.



[장마]


   아, 이작품 너무 좋았습니다. 유일하게 중장편 정도의 길이였는데 분량이 충분한 만큼 짜임새가 좋고 탄탄한 스토리가 돋보이는 작품이었습니다. 비와 이상 바이러스를 연결시킨 설정이 상당히 좋았습니다. 이런 특정 상황을 가정한 설정하에 이야기를 긴장감있게 잘 전개시켰습니다. 이와 동시에 극한 상황에서의 인간심리를 바탕으로한 사이코패스 스릴러를 접목시킨 부분이 훌륭했습니다. 장마가 내리는 배경 가운데 노란 비웃을 입은 주인공이 거리를 걷는 장면을 떠올리면 영화로 제작되면 딱 좋을 작품이었습니다. 다만 너무 뻔한 마무리와 뭔가 수긍하기 힘든 부족한 마지막 장면처리가 옥의 티처럼 느껴졌습니다. 좀더 여운이 남는 결말이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하게 만드는 마무리였습니다.



[여름좀비]


   이 작품은 발상의 전환자체가 신선하고 좋았습니다. 보통 좀비 아포칼립소 상황은 암울하고 소수의 피해자집단이 근근히 버티는 쪽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이 작품의 경우는 무섭고 더러운 좀비가 느리고 불멸이라는 조건을 살아남은 인간이 이용한다는 설정입니다. 좀비를 살아남은 인간들이 풍족하게 살 수 있는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고 더 많은 에너지를 위해 좀비를 오히려 사냥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무척 흥미로운 전개였습니다.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 안타깝게도 후반부로 넘어가면서 감당 못할 일을 벌이고 마무리를 못하는 사람처럼 갑자기 이야기가 어정쩡한 상태로 끝나버려서 당황스러웠습니다.



[해피랜드]


   시어머니와 남편과 함께 대관람차에 오른 여주인공이 갑작스런 좀비 아포칼립스 상황에서 살아남는 이야기입니다. 이 작품이야말로 좀비 아포칼립소 상황은 그저 주인공들 사이의 갈등을 촉발시키는 원인 정도에 지나지 않습니다. 실제로 친해질 수 없는 시어머니와 시어머니를 두둔하는 남편과의 삼각관계에 대한 다양한 갈등 상황을 꼼꼼하게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집중하는 부분이 그렇다보니 아이러니하게도 좀비 소설치고는 가장 리얼리즘 넘치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 역시 캐릭터, 주제의식 모두 좋았으나 참으로 밑도 끝도 없는 갑작스런 마무리로 이야기를 깔끔하게 정리하지 못하고 적당히 끊은 것 같은 찜찜함이 가시지 않았습니다.



[좀비, 눈뜨다]


   좀비가 되어 무리와 인간을 사냥하던 주인공이 갑자기 인간으로 되돌아온다는 희한하고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를 구체화 시킨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이 가장 마음에 들었는데 완성도 높게 잘 마무리가 된 이야기 자체가 좋았습니다. 좀비 아포칼립스 상태와 의학적 추론 등이 설득력 있게 잘 표현되어 사실과 허구가 적절한 비율로 섞여있는 느낌이라 좋았습니다.

    


 

   아무래도 각 수상작들의 분량이 짧아서 그런지 전반적으로 결말부분이 아쉬움이 많이 남기는 했습니다만 읽는 재미가 충분한 즐거운 작품집이었습니다. '나는 전설이다'가 10만부나 팔려나갔다고 하는데 호러와 SF의 무덤인 우리나라에서 이 작품 [크르르르]는 과연 얼마나 팔리고 읽힐지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이너 문화를 지향하는 저같은 사람이 계속 읽을 수 있도록 공모전도 지속되고 국내 작품이 지속적으로 발간되고 사랑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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