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에도 말기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흥미로운 일곱가지의 기이한 이야기들


   최근 지속적인 인기몰이중인 [맏물 이야기]의 여파로 "에코인의 모시치" 대장을 주인공으로 한 또 다른 이야기인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그런데 이 "혼조 후카가와"라는 지역명이 영 입에 잘 붙지 않더군요. 도데체 여기는 어디인가? 옛날 지명은 분명한데 지금 일본의 어느 지역인가 궁금했습니다. 이래저래 찾아보니 "혼조 후카가와"라는 지역은 현제 도쿄의 변두리로 '스미다 구?' 정도 되나 봅니다. 그리고 이 지역이 1960년생 미야베 미유키 여사가 태어난 지역이라는 것을 알고나니 '아, 그래서 초반작에 해당하는 이 작품은 작가가 나고 자란 지역을 배경으로 하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 지역이나 옛날부터 전해내려오는 괴담 같은 것이 있기 마련인데 아무래도 섬나라인 일본은 특히 더 그런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은 혼조의 괴담 중 일곱가지의 미스터리에 해당하는 불가사의를 중심으로 에피소드가 진행됩니다. [맏물 이야기]에서는 사실 음식 미스터리라고 표방한 것에 비해 음식의 역할이 그저 사건의 문제를 푸는 단초나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하는 아주 단순한 역할 밖에 하지 않는 반면 혼조의 일곱가지 불가사의는 직접적으로 사건자체가 되기도 하고 사건을 해결하는데 핵심적인 내용이 됩니다. 한쪽으로만 잎이 나는 갈대라던가, 한밤중에 길을 걷는 사람을 뒤따라오는 등롱, 낙엽이 지지 않는 나무 등 불가사의의 내용들이 무시무시하거나 대단하지가 않고 말그대로 기이한 정도입니다. 이런 불가사의 현상에 덧입혀진 당시 시대를 살아가는 소시민들의 삶과 애환이야말로 소설을 끌고 나가는 원동력이 되는 것입니다.




#2. 외모는 대단치 않지만 참으로 훌륭한 이상적인 오갓피키 모시치의 위엄


   이 기이한 일곱가지의 이야기를 한 작품으로 엮어주는 것은 [맏물 이야기]로 이미 그 매력을 충분히 느낀 이 지역의 오갓피키 "모시치"의 존재입니다. 우리로 치면 파출소장 정도가 되려나 모르겠습니다. 가장 와닿는 것은 보안관 정도가 아닐까 싶어요. 어쨌거나 강력범죄가 발생하면 항상 나타나서 사건을 해결하고 범인을 잡는 주체이니 말입니다.


   이 "모시치"가 단지 사건을 파헤치고 범인을 잡는 형사나 경찰 정도의 역할만 했다면 그다지 매력이 없었을 것 같습니다. 모시치는 생긴 것에 비해서는 훨씬 마음 씀씀이가 따뜻하고 배려가 깊은 인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그의 행동을 보면 카리스마가 있고, 똑똑함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존중하는 굉장히 아이디얼한 이상적인 캐릭터입니다. "모시치"의 존재 만으로도 에도 시리즈의 특징인 사람중심의 이야기, 따뜻하고 애틋한 사람사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사실 어떻게 보면 범인을 찾는 과정은 허접하다 싶은 부분도 있습니다. 현대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함정수사를 사용해서 함정에 걸린 범인이 자백을 하도록 유도하고, 범법은 아니더라도 편법에 가까운 방식의 수사를 거침없이 사용하기도 합니다. 수사방법 자체가 특별할 것이 없는 옛날이야기이다보니 미스터리적 요소가 크게 작용하기 힘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대적인 한계를 감안하면 정말 능력있고 훌륭한 주인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실력과 인격이 동시에 갖추어진 캐릭터라니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겠죠. 중년의 아저씨인데도 막연한 호감이 가는 것은 어쩔수가 없습니다.




#3. 호러, 미스터리를 빙자한 전원일기형 사랑이야기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는 에시당초 범죄를 저지른 자에 대한 응징이라던가, 범행수법 등에 그다지 관심이 없습니다. 사회파 미스터리의 특성처럼 오히려 "누가 무엇때문에?", 혹은 "어쩌다가?"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것에 작가의 시선이 가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소재는 불가사의한 일곱가지 괴담이 등장하지만 괴담을 읽는다는 느낌보다는 등장인물의 과거라던가, 관계속에서 일어났던 숨겨진 이야기 등이 때로는 쓸쓸하게, 때로는 따스하게 나타납니다.


   살인도 있고, 피해를 입는 사람도 있지만 어쩌면 그런 사고는 이야기를 끌어내는 기본적인 설정으로 작용할 뿐, 오히려 당시 시대의 시대상을 묘사하는 부분의 비중이 큰편입니다. 시대상, 생활상이 사건을 풀어나가는데 이해가 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 자체를 묘사하는 것이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사람과 사람이 살아가는 과정에서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이 억울하게 당하는 이야기나 가슴에 맺혀 있던 응어리의 해소과정에서 발생하는 우발적인 범죄 등이 다루어 지는 것입니다.


   이 일곱가지 이야기속에 조금을 쓸쓸한 사람들의 아픔도 있고, 그저 그런 삶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리고 찬찬히 바라보면 의외로 그 속에 연애코드가 드러가 있는 사랑이야기로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읽고나면 뭔가 으스스한 기분이 아니라 살짝 가슴 따뜻한 느낌이 더 깊이 와 닿는 것이겠지요. 모시치 시리즈의 전편에 해당하는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는 기이한 괴담을 빙자한 사람사는 전원일기이자 따뜻한 애정이 넘치는 연애소설과도 같은 이야기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