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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좌의 게임 1 ㅣ 얼음과 불의 노래 1
조지 R. R. 마틴 지음, 서계인 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1. 성인(Rated R) 판타지의 대작을 만나다.
미드로 먼저 만난 조지 R.R 마틴의 얼음과 불의 노래 1부 [왕좌의 게임]을 드디어 읽었습니다. 아직 왕좌의 게임 중에서도 1권을 읽었을 뿐이지만 딱 한권만 읽어봐도 견적이 딱 나옵니다. 제대로 된 성인 판타지입니다. 판타지가 사랑받기 힘든 척박한 문화인 국내에서 그나마 유명한 판타지는 대부분 영화화 되어 소개된 작품들입니다. 이들 중에 성인 판타지 왕좌의 게임과 정면으로 대비되는 시리즈는 해리포터 시리즈일 것입니다. 상대적으로 해리포터 시리즈는 완전 유아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솔직히 저는 좀 너무 애들 이야기 같아서 한 두편 보다가 접었습니다. 수많은 해리포터 팬들이 화를 내실지도 모르겠지만 그만큼 왕좌의 게임은 성인물이라고 해야할 만큼 강력합니다. 그리고, 대작이 그러하듯 훌륭합니다. 쉽게 "재미있다"라는 표현으로는 성에 차지 않습니다.
왕좌의 게임이 성인 판타지인 이유는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엄청 폭력적이다.
2) 성인들의 권력과 권모술수의 세계가 이야기의 주를 이룬다.
3) 애정하는 주인공이 처절하게 순식간에 죽어나간다.
: 이 충격은 내용의 폭력성보다 훨씬 큽니다. 주인공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인물이 급사할 때의 놀라움이란.. 물론 1편에선 거의 등장하지 않으니 이번 책의 리뷰 내용으로는 적합하지 않는 특징일 수도 있겠습니다.
4) 절대선도 절대악도 등장하지 않으며 교훈적이지도 개몽적이지도 않다.
#2. 조지 R.R 마틴
처음 이 작품을 접했을 때 엄청난 대작일 거라 예상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반지의 제왕, 호빗, 실마릴리온 등의 저자 J.R.R 톨킨, 나니어 연대기의 C.S 루이스, 해리포터 시리즈의 로앤 K. 롤링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판타지 작가들처럼 기본적으로 이름에 영어 약자가 한개 이상은 들어가 주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름이 길어서 그냥 줄인 표기이기는 하겠지만 말이죠. 일단 이름에서 벌써 와우, 판타지 좀 쓰겠구나 하는 느낌이 팍팍 들게 했다는 것입니다. 언듯 보면 톨킨이나 마틴이나 비슷하달까? ㅋㅋ심지어 R이 두개 더블 R이지 않습니까?
이 양반 궁금해서 찾아보니 SF, 호러, 판타지를 두루두루 막 쓰신 분이십니다. 재미있었던 것이 어린시절 지루한 동네에서 제대로된 문학작품은 접하지 못하고 허접한 책들을 읽다가 답답해서 자기자신의 이야기를 쓰게 된 케이스라는 점이었습니다. 내 아이가 훌륭한 판타지 작가가 되길 원한다면 엄청 지루한 동네에서 키우면서 다른 유명한 작가의 작품을 읽지 못하게 하란 충고까지 하고 있으니 웃기는 분이십니다.
대충 나이가 60대 중반 정도 된 것으로 보이는데 제발 벽에 똥칠할 때까지 건강히 살다가 이 시리즈는 종결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거나 배우자, 아이가 죽는 일이 아닌 다음에야 재미진 이야기가 중간에 끊기는 것만큼 고통스러운 일도 없으니 말입니다.
#3. 하나하나가 다 주인공인 입체적인 구성
아무래도 환타지 하면 특정한 영웅이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가는 경우나 한 주인공이 여러가지 사건을 겪으며 중요한 인물로 성장해가는 성장형 영웅소설이거나 그것도 아니면 특정한 세력이나 나라가 악의 세력을 어려운 여건에서도 이겨내는 이야기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왕좌의 게임에는 딱히 주인공이라고 할만한 인물이 없습니다. 다수의 주인공 체제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것이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여러 가문이나 세력이 각자 형편에 따라 제 각기 노력하고 투쟁하고 사랑하고 처신하기 때문입니다. 일방적으로 응원하기도 애매하고 미워하기도 애매한 그런 상황을 연출합니다. 그나마 1권에서는 스타크 가문이 가장 중심이 됩니다. 아직까지는 스타크가가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 전체를 이끌어 갈 듯도 한 느낌입니다.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방식이 여러 캐릭터를 순차적으로 돌아가며 설명도 하고 입장도 밝히면서 전체의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그러므로 한명 한명의 캐릭터가 다 중요하고 독특합니다. 게다가 특정 캐릭터가 더 선하거나 악하지만도 않습니다. 각자의 개성과 입장을 가진 특별한 존재들입니다.
#4. 환타지이기 보다는 중세 역사물과 같은 현실성 강한 서사
왕좌의 게임에는 엘프니 오크니 마법사니 하는 환타지의 중요 요소들이 전혀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저 이 이야기가 펼쳐지는 배경이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세계일 뿐입니다. 그 부분을 제외하면 그냥 역사물 같은 느낌입니다. 반지의 제왕처럼 약해 보이는 선이 절대악을 결국에는 물리친다는 선악구조도 아니고, 등장인물들이 힘을 모아 공통의 목적을 이루는 목적지향적인 이야기도 아닙니다. 그냥 철저히 리얼리티가 넘치는 약육강식, 다면적 인물들의 투쟁의 기록일뿐입니다. 제가 정말 대단하다라고 감탄하는 지점이 바로 이 지점인데, 이렇게 다채로운 관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도 되는 것인가 싶을 정도입니다. 그러다보니 사실 드라마를 접하지 않고 바로 이 책을 읽기 시작했으면 대혼란에 빠졌을 듯 합니다. 그나마 드라마를 보았던 기억이 있고 전체 스토리를 이미 이해하고 있는 상황에서 읽었기에 혼란없이 좀더 세세한 부분까지 빠뜨리지 않고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 The winter is comming, 겨울이 오고 있다...
이 한 문장으로 이 시리즈의 기대감을 고조시킵니다.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이 문장은 앞으로 이 작품이 점점 혼란속으로 빠져들거라는 예언과도 같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독자를 몰아붙일 대 서사를 준비하고 있으니 각오하라는 듯한 이야기로 들리면서 드라마에서도 그랬지만 책 속에서 이 문장을 만날 때마다 가슴이 설레였습니다. 겨울이 오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현실에서는 봄이 왔으면 좋겠는데 우리가 사는 세상은 갈수록 추운 겨울로 가고 있는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