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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뒤바꾼 아이디어 100 ㅣ 100 IDEAS 시리즈 4
마이클 버드 지음, 김호경 옮김 / 시드포스트(SEEDPOST) / 2014년 7월
평점 :
품절

#1. 무엇이 예술을 뒤바꾸는가?
에..또.. 제가 어쩌다가 이런 책을 읽게 되었는지 신기합니다. 예술이니 미술이니 하는 것들은 저와는 솔직히 좀 딴나라 이야기 같아서 가까운 블로그 이웃들의 미술작품 소개나 전시회 소식 등을 접할 때마다 생소하고 신기한 마음이 여전한 상황인데 말입니다. 어쩌다가 미술과 일반 프로젝트 절차에 관한 반쯤 걸친 책 [프로세스를 디자인하라]를 읽으면서 미술 분야에도 흥미를 느끼고 '마냥 어려워만 할 것은 아닌가보다' 하는 생각을 하면서 다양한 체계와 사조와 관점들이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이 책 [예술을 뒤바꾼 아이디어 100]을 얼레벌레 읽게 되었는데 사실 이 책의 전체 내용을 하나 빠짐없이 소화하기는 상당히 힘들었습니다. 글씨체도 작고 양도 많을 뿐더라 곳곳에 산재해있는 생소한 용어와 표현들이 이 책을 읽는 저에게 과부하가 걸리는 현상을 겪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하루에 10개의 아이디어만 읽고 좀 있다가 다시 10개를 읽고, 이런식으로 읽어야겠다는 생각에 미치게 되었고, 그리하야 이 책을 다 읽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고, 마지막까지 읽을 때 즈음엔 책의 앞부분에서 무엇을 소개했는지 조차 가물거리는 상황에 닥쳤지요.
여튼 예술을 뒤바꾸는 아이디어란 도데체 어떤 것인가? 를 생각해보는 것이 이 책을 읽으면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수확이 아닐까 합니다. 예술사조를 바꿀만 한 아이디어는 기본적으로 신선해야하고 기존의 굳건한 사조를 깨서 변화시킬 만큼 임팩트가 있어야 합니다. 임팩트라는 것이 예술작품을 창조해내는 과정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일 수도 있고, 그 변화를 가져올 도구적인 것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변화를 느끼지도 못할 만큼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경우도 많이 있겠지만 말입니다. 저자는 이런 변화를 가져온 아이디어는 또 다른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생산해내는 촉매제 역할을 해서 체인 리액션으로 아이디어를 재생해 내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아이디어가 예술사조를 바꾸면 그 예술사조가 또 다른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며 그것 자체로 인식할 수 있는 새로운 사조를 만들어내곤 한다. (중략) 결국 예술사에 있어서 변천이란 공학에서의 신소재 개발이나 정치적 프로세스라기보다는 화학반응에 비유되는게 더 적합할 것이다." - 서문 중에서 -
결국 새로운 아이디어는 예술의 양상에 변화를 가져오고 그 변화의 아이디어가 또 다른 변화를 양산해 내어 발전되기도 하고 변종되기도 함으로써 더욱 세련되고 진일보한 예술사조를 형성한다는 말이되겠습니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예술에 더 낫고 더 좋은 것과 모자란 것으로 위계를 나눌 수 있는 것인지가 의문스럽기는 합니다.
#2. 이 책의 독특한 구성 "나열식"
저자 마이클 버드는 철학적 분석과 분류보다는 주요한 키워드를 제시하고 설명해주는 것이 더욱 적절할 뿐만 아니라 특히 미술사적 시각이 부족한 사람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말도 안되게 광범위한 미술사와 그 속에서 수없이 생기고 변하고 없어진 사건과 사조, 아이디어와 인물들을 모두 다루기에는 적절치 않다는 고민을 한 듯 합니다. 오히려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지나치게 정제하고 분류하기보다는 케이스 별로 나열하고, 각 아이디어를 잘 설명해주는 것이 미술사 입문에 더욱 효과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 책의 아이디어는 미술사에서 매우 중요한 역사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판단되는 것으로 간추렸다. 따라서 각각의 아이디어는 그 자체로 한 권의 책이 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하며 되도록 흥미로운 소재들만 골라서 담으려고 했다. (중략) 나의 의도는 미술사 입문자들에게 문을 열어주는 것이지 방 안에 가구를 빼곡하게 들여놓는 게 아니다." - 서문 중에서 -
정말 아이디어 하나 하나를 만나다보면 엄청 광범위한 아이디어도 있고 친숙한 아이디어도 있었습니다. 좀 난해한 아이디어도 등장하고 말입니다. 완전히 시대순으로 나열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100개의 아이디어를 잘 분류해서 비슷한 것끼리 묶어서 배열한 것도 아닙니다. 처음에는 '이거 도데체 무슨 기준으로 막 쏟아지는 거지?'하는 생각이 들만큼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튀어나왔습니다. 그리고 왜 종류별로 묶어서 소개하지 않았을까 의문이었습니다. 이를테면, 1부는 각 화풍의 종류 정밀화, 산수화, 누드화 등등 회화 종류를 설명하고, 2부는 종이, 튜브 물감, 플라스틱 등등 재료에 대해 설명하고 하는 형식이 일반적인 책의 구성이겠지요. 그런데 전혀 그렇지가 않습니다. 암각화가 나왔다가 동상이 등장했다가 프로파간다가 나오는가 하면 원근법을 설명하기도 하고 엉뚱해 보이는 예술인의 마을도 나옵니다. 그런데 처음에는 헤깔리는걸? 그랬는데 점점 다음 아이디어는 어떤 게 나올까? 하는 기대감을 갖게 하더군요. 이런 나열식 구성의 묘한 장점이 느껴졌습니다.
단순히 늘어놓기만한 나열식이라면 좀 실망했을 수도 있는데 그 하나 하나의 요소들에 대한 설명이 아주 적확하고 충실해서 무척 좋았습니다. 두 페이지에 걸쳐 하나의 아이디어를 소개하는데 간단한 압축적인 설명문장 혹은 문구하나에 한 두문장의 정의와 핵심설명, 다음 페이지에 상세한 설명과 역사적 의의와 변천, 주요 작가와 작품소개, 현대에 와서의 의미 등으로 설명이 이어져서 하나의 아이템에 대한 이해를 개략적으로 할 수 있도록 충실히 도와줍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이 미술사 입문책으로 매우 유익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저같은 경우는 들어만 보았던 여러가지 용어들에 대해서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이 너무 많아서 무척 좋았습니다.
#3. 나무보다 숲을 보게 하는 개괄서의 유익
이 책을 통해서 미술사의 주요한 테마들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큰 틀에서 훑어 볼 수 있어서 무척 좋았습니다. 아는 척하기에 특별히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상식 차원에서 알아야할 기본적 소양을 쌓기에 좋습니다. 워낙 모르는게 많은데도 그 와중에 좀 알고 있던 것들이나 어디서든 본 적이 있는 작품이 등장할 때는 얼마나 반갑던지요.
제일 반가왔던 게 Idea NO.29 "Window of the world(세상으로 향한 창)" 설명이었습니다. 창문을 사용하여 회하에서 '그림 너머 다른 세계를 응시하고 있는 듯한 환상을 준다'는 내용인데 여기에 등장하는 예시 그림으로 일본의 "안도 히로시게"의 <아사쿠사 논밭>이 소개 되었습니다. 근데 이 "아도 히로시게"는 북스피어의 미야베미유키 에도시리즈 표지로 늘 사용되는 작품이거든요. 이 책에 소개된 <아사쿠사 논밭>은 바로 미미여사의 "그림자밟기" 표지로 사용되었던 그림입니다.

색감차이는 크게 나지만 같은 그림이 틀림이 없군요. 찾아서 꺼내놓고 비교해보니 무척 즐거웠습니다. 뭔가 신기하고 친숙한 걸 찾아내었을 때의 기쁨이 있더군요. 그 밖에도 흥미로운 아이디어들이 정말 많았는데 '프로파간다'나 '팝아트' 등 나름 친숙한 내용에 대한 정확한 정의와 소개는 아주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아이디어는 58번 "Dealing(딜러)" 였습니다. 예술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딜러에 대해서는 사실 그리 생각해봤던 개념은 아닌데 얼마전 '피카소'에 대한 책에서 딜러의 역할이 크다는 걸 어렴풋이 느끼기는 했습니다. 그러고보니 음악시장에서도 마찬가지지만 미술계에서도 미술품을 사고 팔고, 전시회에 관여하고 특정 작가의 명성이나 지명도에 큰 영향력을 행사했을 딜러의 역할을 중요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고 실제 작가의 실력외에 작가의 명성에 크게 관여를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단순한 미술적 기교에서 전반적인 흐름, 사조의 변화와 미술소재는 물론 기술의 변화까지 폭넓게 미술계 전체를 조망한 이 책은 그냥 편안하게 읽어 넘기기만 해도 시각을 넓혀주는 무척 효용이 큰 책입니다. 집에 두고 관심이 갈 때마다 꺼내 찾아 읽어도 좋을 법한 책이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