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다의 별 1 유다의 별 1
도진기 지음 / 황금가지 / 2014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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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반갑습니다. 도진기 작가님, 한국형 미스터리라 쏙쏙 와닿아요~~~
 
   도진기 작가님의 [유다의 별1,2]를 즐겁게 읽었습니다. 도진기 작가님은 이름도 특이하지만 이력이 워낙 독특해서 책을 몇권 사뒀지만 좀처럼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엘리트 출신에다 현재 부장판사로 재직 중이시라니 저도 모르게 '추리소설 쓰는거 뭐 취미로 쓰시것지, 저자가 탁월하고 유명하니 어느정도 팔리겠지...' 하는 선입관이 생겨버렸기 때문이었나 봅니다. 막상 작품을 대하고 보니 그 탁월함은 소설에도 그대로 적용되. 말할 것도 없이 너무 훌륭했습니다.
 
   늘 그렇듯이 훌륭한 작품을 만나면 작가의 다른 책을 찾아봅니다. 스믈스믈 장바구니에 담습니다. 오늘 안사면 품절이 될지도 모른다는 망상에 사로잡힙니다. 결재합니다. 집에 도착합니다. 잘 보관합니다. 먼지가 앉습니다.... 이 패턴이 도진기 작가님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듯 합니다. 전에 몇권 사둬서 "읽지는 않았지만 이분 작품이 집에 다 있다."라고 농담처럼 얘기했는데 사실은 훨씬 많이 쓰셨더군요. 이거참 의문입니다. 판사가 엄청 바쁜 직업 아니었나요? 이렇게 추리소설을 많이 쓰실 여유가 있으신가? 직업적 특성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왕성하게 작품을 쓰시는 것을 보니 얼마나 노력을 하시는 분인지, 얼마나 추리소설에 애착이 많으신 분인지 상상이 됩니다.
 
   한국형 미스터리의 최전방에 계신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합니다. 생소한 지명과 인명, 문화차이 때문에 은근히 스트레스 받으며 읽는 외국 소설에 비해서는 정말 쏙쏙 잘 이해되고 와닿는 것이 한국 미스터리의 최대 장점이 아닐까 합니다.
 
 
 
#2. 시기적절한 소재의 사용, 그리고 잘 표현된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
 
   돌이켜보면 언제나 늘 살기 힘들고 어려운 시기였지, '참 살기좋은 세상이야! 세상은 아름다워~~' 라고 생각한 적은 딱히 없었던 것 같네요. 규모가 엄청 크던 이전 직장에서 늘 '창사 최대의 위기다. 마른수건 쥐어짜기 경영이 필요하다'며 죽는 소리를 하는게 희한했었는데 원래 인간사가 그런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유다의 별]은 현실이 팍팍할 때 유행하는 사교(邪敎)를 소재로 한 점이  참 시기적절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침, 최근에 읽은 [통곡]에서도 사이비 종교에 서서히 빠져들어 파멸로 빠져드는 남자의 이야기를 대했기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인간의 심리를 교묘히 이용하는 악성 종교의 폐해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종교에 심취하기 시작해서 선량한 도의에서 서서히 종교지도자에 대한 맹목으로 변질되기 시작하는 종교성을 자각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이 소설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너무나 일상적으로 만나게 됩니다. 생각 할수록 종교적 맹신은 무서운 파괴력을 갖습니다.
 
   저자는 이러한 사이비 종교의 특징을 소재로 잘 활용했고, 작품속에 너무나 적나라하게 녹여내었습니다. 정말 과한 스토리이고 사람이 막 죽어 나가는데도 그 인물들의 상태를 고려하면 '그럴만도 하겠다'라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게다가 과거에 실존했던 "백백교"를 가져다 쓰므로써 더욱 실감나는 효과를 얻고 있습니다.
 
   그런가하면, 주요 인물들이 생동감이 넘치는 장점도 있습니다. 저는 특히 전형적이면서도 전형적이지 않은 변호사 "도진" 캐릭터가 무척 매력적이었습니다. 사회 엘리트 계층이라고 분류할 수 있는 변호사 신분인데도 행동이나 사고에 전혀 막힘이 없습니다. 더우기 범죄와 범죄자의 심리와 상당부분 동조하는 듯한 설정을 사용함으로써 작품중에 지나치게 추리력이 뛰어난 부분의 어색함을 어느정도 커버해줍니다. 사실 뭐 셜록홈즈도 아니고 어떻게 저렇게 지식도 뛰어나고 지능도 뛰어나고 감도 뛰어난건가? 하는 생각을 좀 할 정도로 우수한 DNA를 타고난 인물입니다. 가족도 딱히 없다보니 행동에 제약도 별로 없습니다. 이거야 말로 미스터리 소설에 가장 좋은 캐릭터 아니겠습니까? 사회성도 부족하고, 타인을 이해하는 배려도 딱히 없고, 정서적으로 도덕적인 제약에 묶여있는 스타일도 아니다보니 약간은 셜록홈즈과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저는 이 캐릭터가 무척 마음에 들어 전작 "어둠의 변호사"시리즈(붉은 집 살인사건, 라 트라비아타의 초상, 정신자살)를 꼭 찾아 읽어봐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고진과 파트너인 이유현은 고진과 상당히 상반된 인물입니다. 약간은 과묵하고 고지식하며, 실리보다 원칙을 중시하는 인물입니다. 고진보다는 상대적으로 추리능력도 떨어지고 특별히 신체적으로 탁월하지도 않지만 상대적으로 훨씬 신뢰가 가는 인물이라 작품의 중심을 잡기에 반드시 필요한 설정의 캐릭터입니다. 고진과 푸닥거리면서 좌충우돌 문제를 풀어나가는 모습이 믿음직스럽습니다. 두 주인공의 캐미가 볼만 합니다.
 
 
 
#3. 과유불급은 추리소설에도 유효하다...
 
   [유다의 별]은 소재도 좋고 캐릭터도 뛰어난데다가 이야기 전개도 무척 탄탄합니다. 전통적인 트릭도 등장해서 '저자가 고민을 많이 하셨구만"하고 감탄하게 됩니다. 제가 워낙 본격? 트릭을 활용하는 이야기를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탓도 있지만 그 트릭들이 기발하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딱딱 들어맞아 기묘하지만 만약 현실세계에서 저런 트릭을 실수없이 실행 하는게 가능할 것인가를 생각해보면 기발한 트릭의 연속은 확률적으로도 좀 짜고치는 고스톱 같은 느낌이 있었습니다.
 
   이야기가 너무나 흥미진진하게 흘러갔는데 말이죠.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유다의 별2]의 후반부 1/3정도는 삭제하고 결말을 좀더 단순하게 하는 것이 긴장감도 더 있고 쫀득하게 탄력있는 스토리가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반전을 그리 선호하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지만 "알고 보니 이거였다!"하고 일단락이 되었는데, 또 '아차, 다시 생각해보니 이걸 놓쳤다. 놀라운 일이다!'하고 하더니 '아차차, 번득 생각해보니 그걸 놓쳤네?' 이러면서 끝날 듯 끝날 듯 이어지는 이야기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계속 이어졌습니다. 대단원은 깔끔하게 한번에 마무리 해주셨다면 어땠을까요? 저는 후반부로 갈수록 '생각을 너무 많이 하셨구나, 너무 가셨어, 너무 가셨어, 욕심을 많이 내셨어.'하는 생각을 자꾸만 하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 전반적으로 과유불급이라는 뜻은 전혀 아닙니다. 너무 훌륭하고 재미있고 빠져드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러고보니 제가 사족처럼 이야기 끝에 뭔가가 더 붙어 있는 것을 무척 싫어하는 모양입니다. 이렇게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접하고도 "과유불급"이라고 표현하는 것을 보니 말입니다.
 
   훌륭한 한국 미스터리를 만나 기뻤습니다. 앞으로 작가님 책을 기회 될 때마다 읽어봐야겠습니다.
 
   참, 이분 책속에 캐릭터 스포를 자꾸 흘리시던데 그것은 이미 다음 이야기의 구상이 되어있으니 기대하라는 의미인지 그냥 습관이신지 모르겠습니다. 무슨 전래동화처럼 "고진은 이런 저런 거시기 때문에 훗날 거시기한 일을 당하게 된다"이런 표현이 나오더라구요. 작품 내에서 다뤄지는 이야기가 아니라면 셀프 스포는 자제해주셨으면 합니다. 다음 작품을 사서 확인하라는 뽐뿌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이런 셀프 캐릭터 스포는 무슨 의도인지 한번 물어보고 싶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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