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의 복합 세이초 월드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경남 옮김 / 모비딕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1. 여행(답사)와 사진을 사랑한 작가의 성향이 그대로 묻어나는 뺑뺑이 미스터리의 완성판
 
   익히 알려진대로 마츠모토 세이초옹은 사십대에 데뷰를 한 이후로 정말 인간인가 싶을 만큼 다작을 해내었을 뿐만 아니라 그 와중에 엄청나게 돌아댕기고, 사진도 전문가 수준을 찍어 재끼면서 수집한 정보들을 작품에 충분히 녹여냅니다. 정말이지 이 양반의 인생여정을 살펴보면 볼수록 기이하기 까지 합니다. 왜냐면, 어지간하게 독한 사람이라도 이렇게까지 악착같이 할까 싶고, 그러면서도 이렇게까지 독자적일수 있을까 싶기도 하거든요. 세이초옹의 대단함은 이런저런 여건 속에 탄생한 것이지요.
 
   얼마나 "쒜리"돌아 댕겼는지 본인만 다니는 것이 아니라 많은 작품 속에 주인공들을 온 일본 전역으로 뺑뺑이를 돌리는데... 완전 얼차려 수준으로 이리저리 정신 못차리게 막 굴립니다. 이런 형국이다보니 이 작품 [D의 복합]뿐 아니라 다른 작품에도 초장에 도표라든가, 지도가 제공됩니다. 일본인이거나 일본지리나 문화, 교통수단에 정통한 사람이 아닌 다음에야 자꾸 어딜 돌아댕기는데 어디가 어딘지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이야기에 집중하기가 힘든 것이지요. 그나마 지도라도 그려주니 그거라도 뒤적거려 가면서 '아~~ 여기구나.... 아, 이번엔 여기로 갔단 말이네...' 하면서 더듬더듬 읽어가는 것이지요. 이 와중에 지도에 없는 지명들이 추가로 등장하면 마... 돌아버립니다.
 
   일본 미스터리류를 많이 읽으신 독자님들은 아마 저보다 더 편히 읽으실 수 있으시겠지만 사실 저만해도 세이초옹 작품의 스타일을 어느정도 이해도 하고 익숙해져있는데다가 "세이초빠" 혹은 설정상 "세이초광팬"인 것으로 되어 있다보니 그럭저럭 참을만 했습니다. 게다가 상당히 긍정적 마인드와 넘치는 호의를 가지고 접근을 하게 되다보니 "뭐? 좋잖아? 이게 매력이지?"라고 대범하게 말할 수 있는 정신승리의 경지까지 올랐던 것이었던 것입니다.
 
 
 
#2. 엎친데 덮친격이라니 지명도 인명도 헤깔리는데 일본 전통 민속설화까지 엮었더냐...
 
   이미 언급한데로 세이초옹의 정보수집능력과 분석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왜냐하면 흔한 전문가들처럼 어릴 때, 소위 공부를 한창해야할 시기에 배우고 익힌 지식들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한이 맺혔는지(한은 한국 고유의 정서이건만...) 전통 민속설화도 모티브만 따온 것이 아니라 너무 들입다 팠는지 작품에 막 때려넣습니다. 고추뿌리고 후추뿌리는 양념수준이 아니라 미스터리반 민속설화반인 것입니다.  
 
   저처럼 설정상 "세이초빠"가 아니고서야 어느 누가 "아~~~ 미스터리소설에 절반을 일본의 지명과 민속설화 이야기가 지속적으로 나오니 너무 행복해~~~"라고 반응하겠습니까? 솔직히 좀 과했습니다. 한 1/3 정도만 하고 말았어야지요. 아예 대놓고 '나... 민속설화까지 엄청 조사했다~~~'라고 광고하시는 느낌입니다.
 
   참, 이쯤에서 진지하게 짚고 넘어가자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는 참 재미있었습니다. '이런 식으로도 쓰는구나' 하고 감탄하기도 했고, '역시 세이초옹이야~~~, 신선해~~~' 하며 즐거워 했으니까요^^.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아... 이러니까 한국에서 뜨지를 않지...'하는 생각도 동시에 했습니다. 너무 색깔이 짙어요.

 

 

#3. 최고의 작품 Vs 최악의 작품
 
   이 작품은 중반을 넘을 때까지도 미스터리로써는 뭔가 형태가 안 잡힐만큼 진척이 더딥니다. 전반 이후로 급격히 진척이 되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 임팩트 있는 사건도 흡입력 넘치게 매력있는 주인공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이 작품의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무명작가 "이세"와 뭔가 종잡을 수 없는 태도를 일관하는 편집자 "하마나카"는 둘다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게 할만한 캐릭터적 매력은 사실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긴 이야기가 부드럽게 흘러가는 것을 보면 역시나 심심하게 끌고가는데는 타고난 세이초옹의 재능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 매력을 느끼기 시작하면 이런 이야기 전개가 조금도 심심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도 참 신기할 따름입니다.
 
   이 작품을 끌어나가는 주요한 키워드인 숫자 135와 35, 그리고 몇가지 사건의 단서들이 서서히 풀려나가기보다는 계속 미궁으로 미궁으로 들어가다가 '이거뭐 어쩌자는거지?' 정도까지 가야 막판에 한꺼번에 해소가 됩니다. 그렇게 결말이 풀어헤쳐지고나면 남는 반응은 두가지입니다.  '아~~~~ 이런 뒷이야기가 있어서 이렇게까지 이어졌던 거구나~~~'하는 반응과 '뭐 이래?'하는 반응이죠.
 
   그래서 좋게 표현하면 호불호가 갈릴 가능성이 극도로 높은 작품입니다. 세이초옹의 위엄에 눌려 무조껀 재밌다고 우기기는 조금 부담스러운 작품입니다. 세이초옹의 작품을 몇권 읽어보셨거나, 그의 작풍이 취향에 맞으시는 분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 만족하고 읽으신 여지가 많은 작품입니다. 하지만 익숙치 않으시거나 기대가 크신 상태로 읽으시다가는 중간을 넘기지 못하고 집어던질 가능성이 농후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분명 저에게는 무척이나 흥미롭고 매우 만족스럽게 읽힌 작품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고나니 불호쪽으로 손드실 분들이 꽤나 많겠구나 하는 걱정과 염려가 절로드는 작품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세이초옹이 작품이 제목 붙이는 재주도 엄청나시지만 "D의 복합" 이라는 표현이 있어보이는 것에 비해 본문에 언급되는 그 이유는 솔직히 억지스러웠습니다. 너무 갔다붙였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제목은 참 멋진데, 차라리 설명을 구차하게 안했으면 어떨까 싶습니다.
 
   또한 사회파 거장이라는 호칭답게 이 작품도 사회파의 색채가 강합니다. 결국은 왜 이런짓을 벌였느냐? 가 중요한 시사점이니까요. 이 작품의 결말에도 넌지시 나타나듯이 악한 짓을 저지른자는 그에 응당하는 벌을 반드시 받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또한 억울한 일로 인해 일생을 엉뚱한데다 쏟아붇는 사람들이 없는 세상에 되었음 좋겠습니다. 참, 일본은 신사가 참 많은 모양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