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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
김중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3월
평점 :

#1. 재미있는 작가, 흥미로운 작품..
저는 김중혁 작가를 좋아합니다. 보통 어떤 작가를 좋아한다라고 하면 그 작가의 책을 대부분 탐독하고, 작가의 스타일을 꿰고 있어야겠지만 저는 그냥 김중혁 작가를 좋아합니다. '뭐라도 되겠지'하나 읽어보고서 그냥 이 사람 자체에 매력을 느꼈다고 해야겠습니다. 물론 책으로 엮여 나온 에세이에 담긴 작가의 말들이 온전히 작가의 아이덴티티를 있는 그대로 반영한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활자화 되면서 가공하게 되고, 가려서 드러내게 되기 때문입니다.
김중혁 작가의 에세이나 팟캐스트를 통한 이야기 말고 이 분이 써낸 소설이 어떨지 궁금했습니다. 뭘 읽어볼까 고민하던 차에 신작, 그것도 장편소설이 출간되었던 것이었던 것이었습니다. 당연히 사서 읽었습니다. 읽어보니 제가 반신반의 했던 의심이 싹 사라졌습니다. 재미있게 말을 잘하는 사람이 의외로 소설을 답답하게 쓸 수도 있다는 선입관을 가지고 불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기대보다 훨씬 작품이 좋았습니다.
#2. 관심을 끄는 제목짓기와 소재의 참신함...
디자인도 디자인이지만 책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 도데체 '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이라는 것이 뭔 의미일지 무척이나 궁금했습니다. 당신.. 그림자.. 월요일이라... 작품속에서 제목이 어떤 의미인지는 접어두고라도 일단 독자가 접할 때 관심을 유발하는 제목 네이밍은 대단한 장점입니다. 아, 물론 뭐야? 이따위 제목? 이라고 생각하실 분도 충분히 계시겠지만서도... ㅋㅋ
소재와 설정도 독특합니다. 그리고 소재와 설정을 풀어가는 흐름이나 방식이 상당히 재밌었습니다. 흡입력있는 전개가 무척이나 인상적이어서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고 조금의 지루함도 허용하지 않는 치밀한 구성이 돋보였습니다. 짜임새가 좋고 어색함이 없이 미려했습니다.
#3. 몰입하게 해주는 넘치는 가독성과 흥미진진한 이야기 전개, 그리고 입체적인 캐릭터의 멋진 조합
제가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가끔 좋은 작품을 몰입해서 읽을 때 내릴 곳을 놓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이 그랬습니다. 내릴 곳을 지나치고도 화가 나거나 기분나쁘지 않고 '아, 지나칠만 했구나.'하고 오히려 기분이 좋았습니다. 재미있게 집중해서 읽을 책을 만났다는 사실이 기뻤기 때문에 좋은 감정이 더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만큼 가독성이 좋았고, 읽을수록 뒷 이야기가 계속 궁금했습니다.
주인공은 물론 주변 조연과 악역까지 각각 그래야만 하고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들이 현실적으로 잘 그려져 있다보니 이 작품에 등장하는 여러 군상들의 각각의 사정과 각자 입장과 넘치는 욕망에 대해 어느정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어 더욱 입체적으로 이야기를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사건의 전개가 어떻게 이어질지 예측하기 어려운 것도 끝까지 흥미진진하게 해주는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사실 굉장한 반전은 없고 본격 미스터리라고 할만한 이야기도 아니지만 그만큼 잘 짜여졌고, 유쾌함과 쿨함, 그리고 진지함과 따뜻함이 함께 버무려져 있다보니 굉장히 잘 비벼진 찰진 비빔밥 맛이 나는 작품이었습니다.
#4.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재미있게 읽었는데 딱 결말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 되어버렸습니다. 마지막에 힘이 빠져버린 듯한 느낌이 든다고 해야할지... 일반적인 갈등이 해소되는 구조에서 약간은 벗어나 오히려 매우 현실적인 결말을 택함으로써 더욱 보여주는 것이 많고, 말하고 싶은 것이 선명하게 살아나는 느낌이기는 하지만 작가의 이런 선택이 그냥 손쉽게 접근해서 작품을 읽는 독자 입장에서는 화룡점정을 찍어야 할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시점에서 김이 약간 빠지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또 하나는 사족과 같은 에필로그 부분인데, 뭔가 더 말하고 싶은 것이 남았던지 작가가 숨가쁘게 전개되어 달려오던 전체 이야기의 결말을 흐릿하게 마무리하고 난 뒤 전혀 다른 짧은 설정과 뒷이야기를 삽입함으로써 이야기의 마무리를 깔끔하게 하고는 있는데 이것이 뭔가 조금은 생뚱 맞다고 해야할지, 영 어색했습니다. 95%의 콜라에 5%의 사이다로 마무리한 듯한 느낌이 들어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던 차에 책은 마지막장에 도달해버린 것입니다.
너무 흥미롭게 재미있게 읽어서 결말 부분의 아쉬움을 지나치게 강조한 느낌이 있습니다. 전체적으로는 정말 훌륭한 이야기 였습니다. 김중혁 작가는 장편소설도 너무 잘 쓰는 작가라는 것을 이 한편으로 확인했습니다. 사랑 이야기보다는 진한 남성적인 이야기가 전개된 이번 작품은 그래서 그런지 호불호가 조금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별로 재미없더라는 평가가 나올 가능성이 농후하기도 합니다. 저에게는 매우 잘 맞는 작품이었습니다. 앞으로 김중혁 작가의 작품은 모두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