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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cm 첫 번째 이야기 - 매일 1cm만큼 찾아오는 일상의 크리에이티브한 변화 ㅣ 1cm 시리즈
김은주 글, 김재연 그림 / 허밍버드 / 201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1. 누구나 생각할 수는 있지만 임팩트 있게 표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아, 저는 사실 크리에이티브를 앞세운 카피라이터 들의 글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너무 멋지게 표현하려는 의도가 보여서 싫다'라는 것이 명분입니다만 사실은 그 표현력이 부러운 것이겠지요. 집에 버젓이 꽂혀 있는 1cm+도 그래서 그런지 읽지 않았습니다. '남들이 쉽게 좋다라고 이야기 하는 것 같아 읽지 않아야겠어.'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여튼 그러거나 말거나 그저 그런 이야기를 그럴 듯하게 표현해 놓고 삽화로 떼운 책이라는 선입관을 가지고 이 책을 접했는데, 결과적으로 그리 쉽게 볼 책은 아니었습니다. 작가와 일러스터님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띄웁니다.(이걸 읽기나 하겠냐만은...)
이 책을 한장 한장 넘기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놀라운 통찰이나 특별한 혜안이 보인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느껴지는 수많은 감정의 편린들을 캐치하고 그것을 정돈된 문장으로 표현해 내는 것, 그것이 바로 이 책의 힘이구나. 바로 훌륭한 언어적 능력이구나 하는 생각말입니다. 이는 작가로써, 카피라이터로써 훌륭한 자질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이 책에서와 같이 잘 정돈된 압축된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야 말로 카피라이터이기에 가능한 것이겠지요.
#2. 현대인들에게 잘 어울리는 감각있는 구성
아무래도 모바일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고도의 사고를 필요로 하거나 형이상학적 표현들이 난무하는 책은 곤욕스럽습니다. 지금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가벼운 것, 빨리 읽을 수 있는 것, 감각적인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이 책은 가볍고, 그러면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오래 곱씹지는 않아도 한번쯤 생각해 볼만한 생각꺼리가 풍성하게 제공됩니다. 그러면서도 여백이 많고 표현은 짧으며 적절한 일러스트가 가미되어 있어 매우 감각적입니다. 현대인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잘 맞는 책입니다. 실지로 크게 음미하지 않고 읽는다면 1시간 안에 다 읽을 정도의 분량입니다. 한편으로 과연 책을 이렇게 만들어 낸다고 책 안읽는 현대인들이 이 책을 집어들 일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기기도 했습니다.(실제로는 상당히 많이 팔린 모양입니다.)
내용적으로는 주요한 컨텐츠가 사랑, 여성(쇼핑), 일상의 여유, 성장 등 모든이가 공감할 만한 포괄적인 내용이라는 것이 이 책의 큰 강점입니다. 게다가 일러스트에는 반복적으로 나오는 캐릭터들로 채워져 있어 친근감을 더 합니다. 특히 여성들이 많이 좋아할 만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었던 것이 예상했던 그대로의 특징이었습니다. 때로는 위트있게, 때로는 진지하게 접근하는 이런 주제들에 대한 고찰이 상큼하고 통통 튀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상당히 안정적입니다.
#3. 또 다른 놀거리를 제공하는 워크북
이 책의 또 한가지 특색은 뭔가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워크북과 닮은 구석이 있다는 점입니다. 때로는 표를 채워 넣어보라고도 하고, 책을 접어보라고도 합니다. 심지어 그려넣으라고도 하지요. 실제로 그대로 할 독자가 얼마나 있을까 싶기는 하지만 상당히 인터랙티브한 요소를 포함하려 노력한 책입니다. '재미'는 사람들이 많은 대가를 지불하기에 서슴치 않는 대표적인 요소입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이 프린터보다 재료비 대비 훨씬 더 비싼 가격에 팔리는 이유는 여러요소가 있지만 결국은 사서 사용하는데 있어 구매자에게 얼마나 재미를 제공할 수 있느냐의 차이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책은 가격대비 무척이나 재미있는 상품이지만 그 재미를 느끼기까지 꽤나 노력이 필요한 부분도 있고, 재미가 즉각적이지 않는 단점도 있습니다.
이 책은 감각적이고 즉각적이면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재미를 제공하려는 노력이 곳곳에 보입니다. 물론 본인들이 재미있으려고 한 것 같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마찬가지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단적인 예로, 책 오른쪽 상단에 가끔 보이는 퇴근 일러스트가 무슨 의미로 그려놓았을지 무척 궁금했는데 후반부에 사다리에 활용되더군요. 그것을 보고 감탄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기발함이란 사실 약간의 차이에서 오는 거니까요. 이런 감각이 작가를 베스트셀러 작가에 올려놓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사랑받는 원동력이 된 듯 합니다.
생각보다 생각을 잘 표현하는 것,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