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되겠지 - 호기심과 편애로 만드는 특별한 세상
김중혁 지음 / 마음산책 / 2011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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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작가 딱 내 스타일이다.

 

   아시다시피 제가 책을 제대로 읽기 시작한 구력이 기껏 1년 남짓이다 보니 대부분 잘 아는 척한(그저 이래저래 주워들어서..) 작가의 작품을 제대로 읽은게 거의 없습니다. 김중혁 작가도 그중 한분인데, 이 양반에게 호감이 생긴건 이동진의 빨간책방을 들으면서 입니다. '이 양반이 누구지? 아, 좀비 썼던 작가구나~~'하면서 찾아보다 이 책 제목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찾아읽게 된 것이지요.

 

   소설이 아니라 에세이의 경우에는 제목에 저자의 철학이나 책의 색체가 잘 표현되어 있기 마련인데, 이 책의 경우는 제목만으로도 믿고 사보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저는 제 스타일을 아니까 이런 제목은 무조건 공감이 가게 되어 있는 그런... 읽고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는 책이란 말이지요. 이 책에는 저자의 성향과 기질과 스타일과 인생철학이 농담과 우스갯 소리에 얹혀져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그게 저에게 너무 잘 와닿고 공감이 되더라는 말입니다. 각잡고 진지하게 인생철학을 설파하는 스타일은 정말이지 딱 싫다보니(당장 그래 너 잘났다.. 라는 못난 반응부터 나오게 되는... ) 이런 즐거운 넉두리들이 정겨운 것이지요.

 

   퍼플제이님의 최근 글 때문에 생각이 나서 굳이 언급을 해보자면 김중혁작가님 스타일에 대해서 성격유형검사 방법 가운데 DISC 행동유형검사를 적용해볼 수 있습니다.  장황하게 DISC에 대해서 설명하려는 것은 아니고 정말 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인간의 행동유형을 크게 4가지 Factor로 나누어서 각 factor별 비중을 검사해서 성향을 파악하는 뭐 그런 테스트1가 되겠습니다. 이게 단순하면서도 명확하다보니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D는 Dominace 즉, 주도형입니다. 지배적이란 거죠. I는 Influence, 사교형입니다. 시끄럽고 재밌는것만 찾는 경향이... S는 Steadiness, 안정형입니다. C는 Conscientiousness 신중형입니다. 이 에세이만 봐서는 김중혁작가님은 일단 누가 뭐래도 I가 높게 나오실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리고 C도 높게 나오실 듯합니다. 저는 I가 높은 사람은 무조건 좋아합니다. 잘 맞기 때문에. 크크..

 

   저는 I가 극단적으로 높고 D와 C는 거의 없습니다. S도 비교적 높게 나오고요. 이렇게 조합하면 저의 행동유형이 딱 나옵니다. 어떤 모임에 가면 저는 심각한 주제와 상관없는 농담의 연속...(주로 헛소리라고 표현됩니다._)를 계속 하면서 이왕이면 재미있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끊임없이 노력합니다. 그리고 대체로 주도자나 목적에 매우 협조적이됩니다. 주도적이고 일방적이고 목적지향적인 D형인 사람을 보면 미칩니다. 데이터를 엄청 준비하고 껀껀이 따지고 드는 C형도 너무 힘들죠. 저는 무슨 일이건 "유도리"를 중시하니깐. 상황봐서 하는거...ㅋㅋ 여튼 중요한건 제가 김중혁 작가님 같은 스타일, 적어도 이런 글을 무척이나 좋아하고 잘 맞다는 것입니다. 좀 시간을 걸리겠지만 이분 작품도 다 읽어봐야 할 작품인 것으로^^

 

 

#2. 또 하나의 재미, 엉뚱발랄 카툰에 있다.

 

   저는 글을 잘 쓰는 것, 글을 재미있게 쓰는 것 더 나아가서 글을 쓰면서 살아간다는 것 자체에 한껏 로망과 부러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끔은 나는 왜 공대에 갔던가... 왜 전자공학하는 사람이 멋지다고 생각했던가(나한테 맞는지 안맞는지는 생각조차 안하고... 그거야 뭐 고민하는거 싫어해서 그런거지만서도..) 하는 후회 아닌 후회를 합니다. 인문학을 공부했다면 지금쯤 철학관을 차리고 개량 한복에 수염을 기르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막연히 공대를 가야 돈벌이가 된다는 생각만으로 그렇게 결정을 했던 것이죠. 지금에 와서야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뭔지를 생각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생각에 생각만 하고 있는 것이지요. 내가 뭘 좋아하는지도 이나이 먹도록 모르는데 말입니다.

 

   김중혁 작가를 보면서 더욱 부러웠던건 글만 잘 쓰는 것이 아니라 그림도 잘 그리고 음악은 물론 잡학에 능통하다는 점입니다. 글 뿐아니라 그림도 같이 잘 그린다는 것은 자기 표현에 있어 상당한 시너지를 가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자신의 글에 자신의 그림으로 표현을 한다. 이것은 대단한 표현수단을 겸비하고 있다는 말이니까요. 하다못해 블로그를 하나 꾸미려고 해도 내가 그림솜씨가 있다면 남의 이미지 가져다 쓸일 없이 원하는 이미지를 내 마음에 쏙 들도록 그려서 꾸밀 수가 있겠지요. 사소한 모든 생활속에 적용될 수 있습니다. 표현의 한계를 극복한다는 점에서 재미난 카툰을 자신의 손으로 그려내는 저자의 모습은 참으로 부럽기만 합니다.

 

   내용이야 뭐 익히 예상할 만큼 엉뚱하고 재미있고 발랄합니다. 가끔은 '아, 이 아저씨 장난하시나? 이게 웃기냐? 이게 웃겨?'하는 마음이 속에서 불쑥 들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어찌되었건 이 양반의 엉뚱한 상상력은 빛이 납니다. 이런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있어야 재미난 글을 쓸 수 있는 것인가? 하며 또 한번 놀랍니다. 그림체가 아주 귀여운 것도 마음에 쏙 듭니다.

 

 

#3. 웃긴 척해도 진중함과 깊이는 베어난다.

 

   그저 재미있고 가볍고 웃기기만 해서는 사람들에게 깊은 공감을 주기 힘듭니다. 가벼운 웹툰이 많이 팔리지만 읽고나면 그저 재미있었다. 하고 말아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이 책은 다행히 진중함과 진지함도 겸비하고 있습니다. 책의 곳곳에 슬쩍 슬쩍 삶에서 고찰한 깊이있는 내용들을 심어두었습니다. 그걸 진지하게 서술하면 읽는 사람이 조금 질리게 되기도 하지만 적절하게 잘 섞어 흩뿌려 두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작가가 세상을 보는 관점과 가치관이 잘 드러나는 부분은 아무래도 후반부의 '손을 잡으면 우리가 된다' 파트입니다. 이 파트는 2009년 한겨레에 연재한 글이다보니 평소의 장난스러운 필체가 쏘옥 빠져있습니다. 그래서 진중함과 깊이가 더 잘 드러납니다. 벌써 꽤나 시간이 흘러버려 지금 시점에서는 철지난 이야기가 될 수도 있는 내용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작가가 이 세계와 그 당시 일어났던 사회현상들을 바라보고 해석하고 의미부여하는 패턴이 상당히 마음에 듭니다. 훌륭한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는 생각입니다.

 

 

#4. 뭐라도 되겠나?

 

   제가 가장 싫어하는 말 중에 하나가 "한명의 천재가 만명을 먹어살린다" 따위의 말들입니다. 천재가 훌륭한 아이디어와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실상 저 표현은 이렇게 바꾸어야 맞는 말입니다. "한명의 천재가 만명을 부려먹는다"로 말입니다. 저따위 소리를 늘어놓는 집단에 속해 있는 일은 적잖이 괴로운 일입니다. 저같은 사람은 휘휘 겉돌다가 튀어나와 버리게 되는 것이지요.

 

   이 책에서 계속 말해주는 바와 같이 좀 훌륭하지 않아도, 뛰어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모두가 훌륭하면 서로 잘났다고 싸우기만 할 뿐입니다. 각자의 역할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고 비록 역할이 조금 작더라도 충분히 배려하고 보상하는 지혜가 필요할 따름입니다. 훌륭한 것이 능력이 출중한 것과 동일시 될 때 문제가 발생합니다. "휼륭한 것 = 능력이 출중한 것 = 많은 일을 하는 것 = 많이 가지는 것"되어 버리면 수많은 나머지 덜 훌륭한 이들은 그저 입맛만 다시게 되는 것이죠. (내가 좀더 잘나서 많이 가지는 구조였다면 절대 이런소리 입밖에 안낸다..)

 

   느긋함을 인정하고 좀 모자람을 인정해주는 세상이 될 날이 오겠나? 싶습니다. 그런 날이 온다면 뭐가 되어도, 뭐라도 되어도 괜찮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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