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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적게
도미니크 로로 지음, 이주영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9월
평점 :
품절

#1. 나의 기대를 이렇게 저버리다니...
솔직히 남들은 다 좋다는데 저혼자 이 책을 막 심하게 까는게 아닐까하는 두려움이 듭니다. 제목에서 눈치를 채셨겠지만 저는 이 책을 읽고 실망이 컸습니다. 이를테면 다들 재미지고 좋았다는 영화 설국열차를 보고 매우, 굉장히, 아주, 심하게 커다란 실망을 했던 것과 유사합니다. 설국열차는 적어도 제 기준에선 아주 졸작이었죠. 영화리뷰는 안하는 제가 뭐라도 좀 한마디 쓸까 하는 충동이 제법 많이 든 영화였습니다.(영화 리뷰 안한다고 책리뷰에다 우회상장하는 거 맞음) 할말이 무척 많은 영화였는데 가장 크게 실망한 부분은 뭐랄까? 현실을 비판하거나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다면 뒷칸에 타고 있던 사람들의 심정만 대변하려고 하지 말고 앞쪽 칸에 타고 있던 사람들로 대변되는 상류층 사람들이 실제로 현실세계에서 얼마나 뼈저리게 노력하고 열심히 사는지에 대한 고찰도 있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부분이었습죠. 영화에서는 파마나하고 사우나나 하고 약에 취해있는 골빈 사람들로 묘사되고 있더란 말입니다. 그리고 시간의 직진성에 대한 설정 탓에 잘가다가 마지막 문을 앞두고 뜬금없이 주인공과 송강호가 마주 앉아서 옛날 이야기나 하고 있더란 말입니다. 그게 그 상황에 할 이야기들입니까? 그 영화는 시간의 직진성 설정 때문에 회상신이 없죠. 그러다보니 할 수 없이 시점이 과거인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그저 마음도 안맞고 심지어 언어도 다르게 쓰는 두 사람이 가장 중요한 타이밍에 황당하게도 주저 앉아서 수다스럽게 '옛이야기 들어보아라~~' 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걸 설명 안하고 넘어가면 이야기가 설득력이 없어지거든...여튼 중요한 것은 제가 설국열차에 실망한 이유는 영화 자체가 재미있음에도 불구하고 제가 한껏 기대했던 부분을 전혀 충족시켜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 책 [지극히 적게]도 마찬가지 이유로 좀 읽다보니 매우 매우 심하게 실망한 책이었던 것이었던 것입니다. 저는 생소한 프랑스식 에세이가 어떨지 무척이나 설레고 기대를 했었단 말이지요. 막상 읽다보니 프랑스는 개뿔, 왜 일본이 들어가 있는거냔 말입니다.
#2. 큰 범주에서 본다면 일본식 자기계발서가 아닐까요?
이 책은 도미니크 로로 라는 독특한 느낌의 이름을 가진 여자분이 쓰신 책입니다. 이미 비스무리한 책으로 유명세를 얻으신 분인 듯 합니다. 이 책의 내용은 한마디로 "미니멀리즘 전도서"입니다. 미니멀리즘은 사전적 의미로 "되도록 소수의 단순한 요소로 최대 효과를 이루려는 사고방식"을 말합니다. 그리고 이 책도 이런 미니멀리즘 정신에 정확히 부합하는 내용들로 꽉꽉 채우고 있습니다. 여기에 일본식 디테일한 자기계발서 기법이 가미되어 있고, 선불교의 사상도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저자가 일본에서 오래 거주하셨고 일본 선불교에 정통했기 때문이겠지요.
이를테면 이런 느낌입니다.
Q : 이 책의 내용은 무엇입니까?
A : 아, 불필요하고 번잡한 것들을 다 걷어내고 가장 유용하고 꼭 필요한 것들만 사용하자는 것입니다.
Q : 네 그러니까 미니멀리즘을 실천하자는 것이군요.
A : 그렇습니다. 덜어낼수록 충만해지는 것입니다.
Q : 그 밖엔 어떤 내용이 있을까요?
A : 네, 가볍게 소유하고 소식하며 운동하는 습관을 갖자는 것입니다.
Q : 네 그러니까 미니멀리즘을 실천하자는 것이군요.
A : 네, 샴푸만 쓰고 올리브 오일로 두피 마사지를 하고 좋은 빗, 립스틱, 향수 등등을 좋은 것 하나만 쓰자는 것입니다.
Q : 네 그러니까 미니멀리즘을 실천하자는 것이군요.
A : 네, 말을 아끼고 진실한 친구 몇명만 있으면 된다는 것입니다.
Q : 네 그러니까 미니멀리즘을 실천하자는 것이군요.
A : 복잡한 감정에서 벗어나고 머리를 가볍게 하자는 것입니다.
Q : 네 그러니까 미니멀리즘을 실천하자는 것이군요.
#3. 새로울 것이 없는 내용에서 오는 식상함
제 개인적인 느낌일 수도 있지만 미니멀리즘이라는 관점에서 보지 않더라도 이 책에 언급되어 있는 내용들은(미용분야에 관련된 일부분 내용을 제외하고) 분명 어디선가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실제로 강연, 인터뷰, 책 혹은 설교 등에서 들어보았던 내용들이 많습니다.(거의 다라고 말하고 싶다) 심지어 맺음말에 등장하는 부분조차 어디선가 들어본 낯익은 이야기입니다.
"영혼의 무게는 약 1그램이라고 한다. 그러니 살아가면서 너무 많은 것을 소유하지 않도록 하자." p.258
제가 너무 아쉬웠던 것은 내용 자체가 좀 너무 식상하고 익숙한 내용들의 나열이라는 점입니다. 뒤통수를 똭 때리는 '아! 바로 이것이구나!'하는 맛이 전혀 없었다는 것입니다. 제가 좀 건방진 탓일 수도 있겠지만 시작은 매우 좋아서 '음~~~' 했다가 중언부언 같은 느낌에 '그래서? 그래서?' 하다가 '이게 다야?'하고는 끝나더란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챕터마다 담겨있는 내용 자체는 '미니멀리즘을 실천하자'로 귀결되기는 하지만 각각이 소중한 실천적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것은 삶의 지혜이자 행복의 첩경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류의 내용에 생소하시다면 아주 좋은 잠언서 내지는 지혜서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