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제너레이션 - 좀비로부터 당신이 살아남는 법
정명섭 지음 / 네오픽션 / 2013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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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취향 테스트가 필요하다.

 

이 책은 어느책보다 취향을 확실히 타는 책이라 생각된다. 호불호가 확실히 갈린다는 말이다. 자 당신이 이 책을 좋아할지 싫어할지는 몇가지만 확인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1. 좀비가 나오는 영화,  이를테면 "28일 후", "28주 후",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 등을 재미있게 보았다면 OK

2. 좀비 이야기를 볼 때,  좀비들이 몰려오는 모습이 머리에 그려지고 긴박감이 느껴진다면 OK

3. 군대를 다녀왔거나(), 총기류 등 군용장비나 무기류 등에 익숙하거나 기본적인 상식이 있다면 OK

4. 도데체 좀비는 어디서 왜 생겼는지 기원이 궁금하시다면 OK

 

상상해보시라. 당신이 고층아파트 위에 갇혀 있고, 아래에는 바리케이트를 밀어내려고 바둥거리면서 당신에게 올라오려고 좀비들이 득씨글거리고 있다. 이제 곧 바리케이트를 넘어 올라올 기세다. 이 장면이 자연스럽게 상상이 되고 긴박감이 느껴진다면 이 책이 당신에게 잘맞을 가능성이 높다.

 

나는 약간 갸우뚱하면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막상 읽어보니 나에게는 아주 잘 맞았고 너무 재미지게 읽었다. 취향이 잘 맞았다는 얘긴가보다. 그러나 모두가 이 책을 재미지게 읽기는 어려울 듯 하다. 특히 3번 조건이 큰 걸림돌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내 맘대로 이 책에 대한 선호를 예측해보자면 이렇다.

 

일단, 남자만 좋아할 가능성이 높다(여기서부터 벌써 안습이다.. 통상 남자들이 책을 많이 안읽는거야 널리 알려진 사실이니까) 남자들이 책을 많이 안 읽기는 하지만 이 책의 경우는 의외로 읽어볼 기회만 된다면 재밌게 읽을 확률이 높다. 뭐.. 어차피 개개인의 취향차이에 갈리겠지만 말이다. 알아서들 하시라. 나는 재밌었다.

 

 

#2. 근데 실용서라고 해야되나? 소설이라고 해야되나?

 

이 책 장르가 좀 애매하다. 마냥 소설이라고 하기엔 대놓고 매뉴얼이다. 매뉴얼의 설정이 황당할 뿐이지, 설명하는 과정은 자못 진지하다는 말이다.  심지어 표지에 대놓고 "정명섭 기록"이라고 써놓았다. 기록이 뭔가? 지음도 아니고 기록이라니 말이다. 작가의 의도가 느껴지는 대목이 아닐까 싶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이 책의 설정은 "좀비가 나타났을 때, 그리하여 온통 좀비 세상이 된 좀비 아포칼립스 상황에 처했을때"에 살아 남는 법이다. 주인공이 이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무림과 그 과정에서 겪은 것들을 매뉴얼로 써나가는 것이 이야기의 뼈대로 스토리 반, 매뉴얼 반의 "양념반, 후라이드 반" 컨셉이다. 통상 긴박한 스토리 전개를 애정하는 독자들의 경우 매뉴얼 부분에서 털썩 쓰러질 것이다. 지루하다거나 공감이 안된다거나 뭐 이러저러한 이유로 말이다. 사실상 잘 따져보면 심지어 스토리보다 매뉴얼의 내용이 더 많다보니 그럴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어쨌거나 이 책은 이런 희안한 발상으로 쓰여진 책이라 희소성이 있다. 대중성이야 어떻든 나름 높이 평가할 만한 도전이랄까?

 

참, 본격적인 좀비 스토리를 원하는 분들은 작가의 또 다른 책 "폐쇄구역 서울"을 읽으시면 되시겠다. 그건 제대로 소설이란다. 이 좀비 제너레이션이 "그럭저럭 쏘쏘"였다는 소소님도 "폐쇄구역 서울"은 아주 재미지게 읽으셨다니 말이다. 나도 곧 읽어볼 예정이다.

 

 

#3. 좀비보다 더 좀비스러운 사람들로 둘러쌓인 우리들... 

 

이 책을 읽으면서 끊임없이 드는 생각은 '아, 좀비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란 거다. 세상 어떤 귀신이나 괴물보다 사람이 더 무섭지 않나? 결국은 사람이 문제다. 이 매뉴얼에서도 끊임없이 좀비도 골치 아프지만 그 와중에 자기 살겠다고 다른 사람을 죽이고 물자를 빼앗는 "인간 약탈자"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 것을 주문한다. 

 

좀비사태가 터였을 때 좀비만큼이나 위험한 존재가 바로 약탈자들이다. 특히 좀비들이 오랫동안 활보하고 공권력이 무너진 상황에서는 인간들이 더 위험하다. p173

 

세상을 조금이나마 살아가다보니 그런 생각이 든다. 좀비라는 존재는 그나마 누가봐도 좀비다. 어떤 위장도 가식도 없다. 그저 본능적으로 사람을 공격할 뿐이다. 도구를 이용할 줄도 모르고 뛰어다니지도 못한다. 어쩌면 가장 정직한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사람은 교묘하게도 가면을 즐겨 쓴다. 도구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이용한다. 자신의 목적과 이득을 위해서 말이다. 누가 더 위험한지는 너무나 명확하다. 저자는 좀비라는 재미있는 소재에 대해서 다루고 있지만 에필로그 부분을 통해서 인간 본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도 잊지 않는다.

 

우리는 똑같이 탐욕스럽고, 집요했지.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았으며, 지극히 잔인한 점도 같았어. 어쩌면 우리와 너희들의 차이점은 아주 작거나 거의 없을지도 몰라. 인간의 내면이 가지고 있는 잔인한 본능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 어쩌면 너희, 좀비들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p198

 

 

#4. 좀비의 기원이라니?

 

사실 그동안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좀비를 다루었다.  그 때마다 궁금했던 것이 좀비라는 말은 어디에서 유래했으며 왜 좀비라는 존재가 등장했나? 하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일부러 찾아서 공부할 만한 건 아니었으니 그때 뿐이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좀비의 역사와 프리덤 워치"라는 제목으로 말미에 따로 노트가 등장했다. 이 부분에서 좀비의 유래와 역사, 특성, 역사속의 사례 등이 상세히 기술되어있다. 그리고 프리덤 워치라는 관련단체의 기원과 상황 들도 디테일하게 알려준다. 개인적으로는 이 노트 부분이 가장 유용했고 좋았다. 이제야 좀비는 뭐라고 어디가서 한마디라도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5. 아쉬운 게 없을리가...

 

읽으면서 좀 아쉬운 부분이 있었는데, 앞에서 언급한데로 양념 반 후라이드 반인데 후라이드가 좀 너무 많았달까? 그래서 책이 전반적으로 좀 싱겁다. 아니 좀 말랐다고 해야 맞겠다. 매뉴얼이라는 형식의 특성상 당연한 귀결이지만 즐거움을 위해 책을 선택하는 독자입장에서는 치명적인 부분일 수 있다. 나처럼 좀비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거나 좀비의 특성과 기원을 알게 되어 즐거웠다거나 하는 포인트가 아니라 완성된 스토리의 기승전결을 통해 즐거움을 누리기 원하는 독자에게는 재미가 반감되는 요소다. 중간에 무기를 설명하는 부분이 특히 좀 길어서 호흡이 약간 끊기는 느낌이 있었다.

 

후반부에 매뉴얼 내용이 중복되는 느낌도 아쉬움이다. 인구밀집도시지역과 도서지역, 섬지역, 해안지연 등으로 지역별로 반복되다보니 지형적인 차이 외에는 유사한 부분이 많아 중복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이는 흥미가 떨어지는 한 이유가 될 수 있다. 조금 줄이고 주인공의 스토리를 좀더 늘렸다면 보다 대중적으로 읽기 좋은 책이 되지 않았을까 한다.

 

사소하다면 사소한 문제지만 중간 중간에 오탈자도 심심찮게 보였다. 형용사나 부사 등이 빠진 경우도 있고, 특히 조사가 잘못 사용된 경우가 제법 있었다. 교정을 조금더 신경썼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나는 이제 좀비랑 좀더 친근해졌으니 작가의 또 다른 이야기 "폐쇄구역 서울"을 읽으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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