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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라이터 정철의 머리를 9하라 - 머리를 가지고 신나게 노는 9가지 방법
정철 지음 / 리더스북 / 2013년 4월
평점 :


#1. 내 머리 교체해야 합니까? 그런 겁니까?
세상엔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이 뒤섞여 살고 있다. 정말 일일이 나열 할 수도 없을 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말이다. 비슷한 부류로 묶어놓고 그들만 한그룹으로 모아놓고 대화를 나누어보자. 또 자기들끼리 맞아맞아 하며 모이기도 하고 말도 안된다며 핏대를 올리고 싸우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런 다양함이 겉으로 온전히 드러나지는 않는 것 같다. 동질화와 통일을 강요하는 사회 기조가 아직도 일부분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획일성이 미덕인 시대가 있지 않았던가? 장발단속에 통행금지에 뭐 일일이 예를 들지 않아도 여럿이 식당에만 가도 매뉴를 통일하라고 하지 않았던가?
언제부터인가 이런 획일성에 반기를 드는 독특하고 창의적이고 발랄한 것들에 대한 아이디어와 찬사가 나왔던거 같다. 그리고 이를 반영한 책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물론 이런 책들을 쓰려면 자신의 삶으로 본인의 창의적이고 남다름을 증명해내어야 한다. 그래야 설득력이 있을 테니까. 이 책의 저자 "카피라이터" 정철은 그런 면에서는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인 듯 하다. "듯 하다"라는 표현은 솔직히 이 양반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이 책 내용을 내맘대로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창의력을 이끌어내는 새로운 발상의 전환은 이렇게 하는 것이다. 나는 이렇게 했단다 야들아. 내가 총 9가지로 정리해서 알려주마"
무언가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잘 생각하지 않던 것을 강조하고 설득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약간의 임팩트를 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사람들이 '엉?' 하면서 눈을 똥그랗게 뜨고 주목해줄테니까. 그래서 인지 이 책은 초반부터 약간 오버스럽다 싶을 정도로 "이런거 몰랐지? 나는 진작부터 이랬는데?" 하는 뉘앙스가 느껴진다. 머리가 청빈하고 순수한 나는 이런 뉘앙스가 불편했다. 이 글 [머리를 9하라]는 다양한 사람들 중 한 극단에 있는 나와는 정말 궁합이 맞지 않는 책이었다.
#2. 이 양반 정철은 누구시길래 내 신경을 건드리시나?
늘 그렇듯이 나는 작가를 보고 책을 고르는 편인데 이 책은 취지가 좋아 받은 책이므로 모르는 작가였다. 업계에서 굉장히 유명하고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한데 모른다고 하니 좀 송구하다. 그래도 모르는건 모르는거... 사실 저자에 대한 이해없이 이 책을 읽다보니 '뭐야 이 잘난척은?' 하는 생각이 앞섰다. 남다른 창의력으로 카피라이터 사이에서도 특출난 작가의 대한 잠재적 질투였다고 해도 무방하다. 이 분 카피라이터로 훌륭한 결과물도 많을 분더러 이런 창의성을 기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만한 책도 많이 내었고 특히 강의를 많이 하는 분 같았다. 그냥 무난하게 읽었으면 굳이 이력을 찾아보지 않았으련만... 찾다보니 '어이쿠, 쉽게 이러니 저러니 할 양반은 아니구만'하는 생각이 들었다. 뭐 랄까? 나랑은 좀 안맞는 듯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아주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독보적인 존재랄까? 인정! 인정한다.
#3. 이 책을 읽어야 할 사람들은 따로 있겠군...
이 책은 '발상전환은 이렇게 하는 것이다' 라는 교과서적 책도 이론적 책도 아니다. 저자의 설명처럼 '발상전환의 경험서이자 결과보고서'이다. 그러니 자기자신의 경험과 노하우가 대방출되어 있다. 나처럼 '뭐 이렇게까지 해서 어디다 쓰려고?'하는 마음이 아니라면 누구나 감탄하며 읽을만한 책인 것이다. 특히 이 책을 읽어야 할 사람들은 딱딱하고 획일화된 교육 시스템 내에서 갑갑해하는 학생들과 카피라이터가 되고자 하는 꿈많은 젊은이들.. 그리고 창의력을 발휘해야만 하는 직군에 있는 분들 정도가 아닐까? 특히 자라나는 새싹인 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는 아주 훌륭한 자극이 되리라 생각한다.
#4. 허.... 내가 졌소.... You win!!!!
이 분이 나같은 사람이 있을 걸 안배라도 한 듯이 책을 접고 싶을 때 이런 카피를 던졌다

이 문구를 보고는 '허... 그래? 좀만 더 읽어볼까?' 하는 마음이 생겼다. 그리고 후반부까지도 뭐 크게 달라질 것이 없었다. 그러나다 마지막 챕터인 "영자"를 읽는 순간! 그야말로 훌륭한 추리소설을 읽다가 만나는 대반전과 같은 일이 일어났다. 거의 책의 마지막 부분까지도 이 책은 어쨌거나 "자기계발서"였다. 그러다가 갑자기 문체가 존대말로 바뀌면서 "결국은 사람입니다"가 나온다. 그리고 앞선 모든 창의력 기르기의 결과와 목표가 "사람"에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인생
친구가 있으세요?
그럼 됐습니다.
'위 글에 울림이 있고 공감이 있다면 당신은 사람을 향할 준비가 되었다'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수많은 사람들이 "친구"를 "돈"으로 바꿔서 살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웃기면서도 슬픈 현실이라고 말합니다. 조금만, 조금만 더 사람을 향합시다라고 당부하고 있습니다. '아.. 이분... 나랑 같은 과다'라며 놀랐습니다. 근데 심지어 훌륭하기까지 하다... 털썩... 내가 젖소... 음메에~~~~
그러고보니 한때 엄청 이슈가 되었던 "국민이 광고주인 카피라이터 정철의『나는 개새끼입니다』"라는 책을 쓰셨던 분이다. 흠.. 그렇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책의 약 90%는 '난 그냥 쏘쏘~~'하고 읽었지만 어쨌거나 이책... 반전있다. 이 10% 때문에 나는 이책을 훌륭하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살짝 욕하면서 읽어서 죄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