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 - 두 개의 시체, 두 명의 살인자
정해연 지음 / 사막여우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1 인간은 누구나 환경에 종속된다...

 

내가 어릴적에 나중에 커서 뭐가 될까를 꽤나 고민한 적이 있었다. 물론 생겨먹기를 그리 생겨먹어 심각하게 고민하지는 못했다. 흔한거 부터 의사.... 생각해보니 매일매일 피터지고 찢어지고 어딘가가 부러진 사람들을 대해야한다.. 아픈 사람들을... 정신과인 경우는 더 하다..아우 끔찍하다 패스!!!, 그리고 판사, 검사? 흠... 맨날 흉악스러운 범인들을 상대해야한다. 아우 무서워라.. 싫어싫어... 패스!!!, 군인?? 맨날 총들고 남자들끼리 붙어서 죽이네 살리네 할텐데... 아우... 패스!!! 대통령? 남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고 무게잡는거 질색인데... 패스!!!

 

뭐 이러다보니 할게 없더라... 근데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고민하는 방식은 참 적절했다. 나의 생존을 위한 일터가 어디냐? 내가 하는 일이 무엇이냐?에 따라 내 삶의 방식이 상당부분 종속된다. 그런 관점에서 형사라는 직업은 꼭 필요하지만 하고 싶지는 않은 대표적인 직업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이런 것을 '필요악'이라고 불렀던가? 항상 수많은 끔직하고 황당한 사건들과 인간 말종들만 보고 생각하고 살아간다. 똑같은 인간인데 말이다.

 

구두에서 시작한 간섭은 그녀의 일상생활에까지 뻗쳐 나갔다. (중략) 그녀의 동창회며, 이런저런 모임까지 모두 나가지 못하게 했던 것은 조금 반성한다. 하지만 이 세상이 너무 거칠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녀가 집에 없는 것이 늘 불안했다. 집에 있어야 할 시간에 있지 않으면 경찰서에서 보아 왔던 숱한 꼴볼견의 사건들이 머리에 떠올랐다. p.235

 

장주호에게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이런 불안증세는 지저분하고 난잡한 세상사를 너무나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직업적 특성이다.  다른 직업이면 괜찮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특히 심한 직업군이 있는 것이다. 환경탓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 테이큰에서 이런 부분은 적절히 잘 드러난다. 영화 얘기는 하지 말자. 영화 리뷰 아니니까... 현도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어린시절 유명하지만 부도덕한 부모님과 살았던 부조리한 환경의 영향을 벗어나지 못하고 그 인과관계의 굴레안에 갖혀버린다. 그 결과로 사이코패스화 되어간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원래 타고나는 악함인지 악이 악인을 만들었는지 나도 모르겠다.

 

이책 더블은 이런 관점에서 인간들과 인간들이 어울려 만들어내는 사회에서 나타나는 왜곡의 결과물과 원인을 잘 드러내준다. 이런 관점에서 나는 작가의 시선과 그 고찰을 표현해낸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감탄했다.

 

 

#2 익숙한 정서, 익숙한 사회현상이 만들어내는 깊은 공감, 그리고 인물들과 사건들을 바라보는 내 마음은 애잔하다.

 

이 작품에 드러나는 인물들의 고민과 갈등, 전반적으로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를 노골적이지 않게 드러내는 방식이 참으로 좋다. 내가 보는 관점에서 이 작품은 단순한 스릴러 미스터리물이 아니다. 그저 본격 수사물도 아니다. 그것은 그저 외연에 지나지 않는다. 그릇보다 무엇을 담고 있는가가 나의 관심사다. 사회가 만들어내는 괴물 같은 인간, 그 인간들이 만들어내는 사회적 문제들. 돌고도는 우리가 속한 사회의 이슈와 문제를 할 수 있는 한 깊이 다룬 점이 참 좋았다. 그리고 다루는 문제와 방식이 나에게 지극히 익숙한 정서와 이미 체감하고 있는 사회현상들이라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비교하자면 아무리 훌륭한 일본문학작품(그것이 스릴러든 미스터리든 순수문학이든 간에)이라도 뭔가 완전히 공감할 수 없는 이질감이 존재한다. '알 것도 같은데 잘 모르겠다'는 생각 정도랄까? 내 입장에서는 그렇기에 더 흥미진진하고 속도감있고 완벽한 스토리와 서술이라 하더라도 뭔가 완벽하지 않은 느낌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우리 식으로 재해석된 작품이나 국내작가의 작품에 더 애정을 느낄 수 밖에 없다. 국내작가의 작품이 실망스럽다는 분들을 여럿봤는데 사람마다 바라보는 관점도 다르고 중요하게 보는 부분도 다르니 그런가보다 한다. 물론 국가적, 언어적, 문화적 장벽을 뛰어넘을만큼 훌륭한 작품들에 작가의 국적을 따지는 것은 바보짓이긴 하지만 말이다.

 

참, 그나저나.....미안하다. 등장인물 니놈들도 한놈도 공감은 못해주겠다. 재희!! 너도 마찬가지야!! 심약한 나는 정말 이 독한 것들에게 개인적인 공감은 못하겠다. 도진의 입장과 심리가 이해가 되더라는 분도 있었지만 나는 진짜 못하겠다. 잔인한 것들.... 쯧...

 

 

#3 잘 짜여진 이야기를 구성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나는 책을 읽을 때 그저 즐기는 독자의 입장에서 읽지 못한다. 늘 내가 작가라면 어땠을까? 이 부분을 쓸 때 작가는 어떤 고민을 했을까? 를 생각하게 된다. 늘 이래봤자 최근의 일이기는 하지만... 이 작품의 틀은 정말 잘 만들었다. 판을 잘 짰고 중간중간 하나씩 던져주는 밑밥들도 적절했다. 내가 이 작품 비슷한걸 쓰겠다고 하고 고민했다면 어땠을까를 생각하면 말이다. 작가의 입방에서 생각해보면 이런 결과물은 대단하다고 밖에... 세상에 훌륭한 소설들이 워낙 많지만 그렇다고 그것들과 비교해서 이 작품이 어딘가가 모자란다고 말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 작품 하나하나가 그 만의 특색이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이 작품만의 특색이 있고 나는 그것이 마음에 들었다. 사는 것이 바빠서 오랫동안 책을 한권도 읽지 않았다고 말한 오랜 친구에게 이 책을 선물하기로 마음먹었다.

 

 

#4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은 있었다. 

 

전혀 아쉬움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나더러 써보라면 이 비슷하게도 못쓰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잘썼다 못썼다 말하기가 참 부끄럽다. 그러므로 좀더 추가되었더라면 하는 부분만 살짝 언급하자면, 현도진의 도망과 장주호의 추격 스토리가 좀 더 길고 풍성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이 부분의 볼륨이 좀 부족하다보니 한껏 몰입하다가 뭔가 허망하게 종말로 달려가는 느낌이 조금 들 수 밖에 없다. 다독자들이라면 많이들 느끼지 않았을까? 추격전을 통해 무언가를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는 것쯤은 충분히 알고 있지만 읽는 독자입장에서는 좀 필요한 부분이랄까? 그리고 주요 인물이 몇 안되다보니 도데체 누가 범인이야???? 하는 궁금증이 좀 없었다. 너무 없었다. 어차피 너 아니면 너! 이런 정도니까 말이다. 이부분도 범인이 누구인지가 중요하지 않은 스토리라는 것도 알고 있지만 굳이 따지고 들자면 말이다.

 

개인적으로 정말 아쉬운게 선우신이라는 캐릭터다. 어찌 보면 사이코패스가 아닌 일반 생활인들이 가장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할 만한 캐릭터가 아닌가? 거꾸로 조연이 아니라 던져주는 메시지로만 따지자면 주연이라고 할 수도 있는 캐릭터인데... 마지막 이기적인 선택부분을 빼면 그저 사람좋고 착한 인물 정도라 아쉬웠다. 중반부터 양쪽의 상황을 좀더 빨리 깨닫고 돕기도 하고 방해도 하면서 끊임없이 저울질을 하고 갈등하는 설정이 들어갔다면 종국에 이기적인 선택을 하게되는 선우신의 내면이나 캐릭터가 더 살 수 있었을 듯 싶다. 그러나 그건 지나친 바램. 전체의 균형을 깰 수도 있어 작가의 판단에 토를 달고 싶지는 않다!(할말 다하고 아닌척하기... )

 

 

마지막으로 한줄 평을 하자면,

 

난 정말 재밌었다. 앞으로 작가를 존경하는 마음으로 지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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