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 츠나구 1 - 산 자와 죽은 자 단 한 번의 해후 사자 츠나구 1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오정화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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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저자 츠지무라 미즈키의 <사자 츠나구1>는 살아있는 사람과 이미 죽은 사람이 하룻밤 동안 만남을 가진다는 설정이 기본 토대인 소설입니다. 어찌 보면 식상한 느낌을 받기 좋은 설정입니다만, 다행히 설정을 매우 잘 활용한 수작입니다. 일본은 이런 식으로 죽은 사람이나 귀신, 악귀 등을 상당히 다양하게 활용해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한국인에게 이런 식의 설정은 다소 생소하기도 하고 무관심한 영역일 수가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소설의 설정이 먹히느냐인데, 만약 이 소설을 독자들이 선택하기만 한다면 상당히 즐겁게 즐길 만하다는 판단이 듭니다. 독자가 소설에 쉽게 빠져들 수 있도록 적절히 설계가 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처음의 생소함이 흥미로, 흥미가 재미로 바뀐 과정이 꽤나 즐거웠습니다.


사자(使者)는 사전적으로 "어떤 사명을 맡아서 심부름을 하는 사람" 또는 "죽은 사람의 혼을 저승으로 잡아가는 일을 맡았다는 저승의 귀신"이라고 합니다만, 이 소설에서는 정확히 첫 번째 의미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사명은 누군가가 자신을 찾아서 연락하고 죽은 사람 중에 만나고 싶은 사람에 대해 의뢰를 하면 죽은 사람에게 의사를 묻고 서로 만날 수 있도록 중개하는 역할을 말합니다.


이게 무작정 일어나면 죽음의 경계가 무너지는 것이나 마찬가지고 아무런 이야깃거리가 될 수가 없다 보니 "살아있는 동안 단 한 번, 죽음 이후에도 단 한 번 한 명만 만날 수 있다"라는 제한을 두고 있습니다. 이 제한이 소설의 긴장감을 주는 좋은 장치가 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사는 동안 단 한차례만 쓸 수 있는 기회라면 신중하게 사용할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이런 설정과 조건 만으로도 흥미를 유발하는 좋은 이야기라 생각됩니다.



첫 에피소드를 비교적 무난하게 시작하면서 이 소설 속 사자 츠나구의 존재, 만남이 이루어지는 과정, 그 속에 알아야 할 더 디테일한 규칙 등을 자연스럽게 설명합니다. 다음 에피소드로 들어가면 좀 더 본격적으로 등장인물 간의 이야기와 그들의 감정 문제를 깊이 터치합니다. 에피소드가 진행될수록 독자는 이 형식에 익숙해지고, 익숙해지는 만큼 저자는 캐릭터의 감정과 민감한 부분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기 용이합니다. 저자의 이런 구성이 상당히 세련되고 유효적절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각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인물뿐 아니라 사자 츠나구 당사자와 전대 츠나구인 할머니, 그리고 사고를 당했던 부모님과의 스토리 등이 섬세하게 이어지는데, 누구라도 공감할 만한 감정적인 부분을 매우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현대를 살아가는 한국인의 정서와 다소 차이가 있는 소설 속 정서의 문제도 그게 비단 일본인들의 통상적인 사고방식인지 알 수는 없지만 독자에게 생각할 문제로 작용하는 것도 장점입니다. 저자는 지나치게 신파로 빠지지 않으면서도 인간의 희로애락을 상당히 잘 다루고 있어 독자들에게 감정적 체험을 하기 좋도록 균형미 좋은 글을 써내고 있습니다.


신선하고 새로우면서 이국적이기도 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돋보이는 이 소설은, 일본 소설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반드시 즐겁게 읽으시리라 예상됩니다. 일본 소설을 그리 선호하지 않는 저도 즐겁게 읽을 수 있을 만큼 인류 공통의 감정을 잘 건드린 이 소설은 삶에 지친 현대인들이 위로와 감정의 정화를 느끼기 좋은 수준 높은 소설입니다. 금방 읽으실 수 있으니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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