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엉뚱한 세금 이야기 - 세금은 인류의 역사를 어떻게 바꾸어 왔는가?
오무라 오지로 지음, 김지혜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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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피할 수 없는 필수적인 존재, 세금


평소에 그다지 의식하지 않았지만, 세금은 도무지 피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세금은 부정적인 인식이 먼저 들고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세금 폭탄"일 정도로 없었으면 하는 것들 중 하나입니다. 오죽하면 "인생에서 가장 확실한 것은 죽음과 세금뿐"이라는 말이 명언으로 세월을 넘어 회자되겠습니까? 그렇다면 세금은 정말 나쁘기만 한 것일까, 나오는 데로 내기만 해야 하는 것일까 의문이 생기게 됩니다.


공공의 조직과 시스템이 존재하고 유지되기 위해 세금은 필수불가결합니다. 세금을 어떻게 설계하고 구성해 효과적으로 징수하는가가 그 국가의 재정상태를 결정하며, 미래를 보장하기도 망치기도 합니다. 이런 세금은 운영하는 입장에서 필수불가결할 뿐 정작 세금을 내야 하는 입장에서는 그저 피하고 싶은 대상일 뿐입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세금에 대해 공부하거나 자세히 알아보는 사람은 사실 별로 없습니다. 복잡하기도 하고, 공부한다고 피할 수도 없는 것이기에 일반인들은 그저 세금이 징수되면 성실히 납부하는 정도로 국민의 의무를 다할 따름입니다. 재산이 무지하게 많은 재벌들이나 물려줄 것이 많은 부자들은 전문가를 동원해 세금을 적게 내려 안간힘을 쓰기도 하지만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 세금을 덜 내기 위해 따로 공부를 하신 분이 과연 몇이나 될지 의문입니다.


이 책 <세상을 바꾼 엉뚱한 세금 이야기>을 읽으면서 얻은 최고의 교훈은 적어도 세금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어떻게 징수되고 사용되는지 공부하고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우리 납세 주체들이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세금이 엉뚱하게 쓰일 확률이 더 높아집니다. 정부의 세금 정책을 확인하고 동의와 지지 또는 반대와 비판을 해야 하고 이를 통해 국민 전체가 원하는 방식으로 세금 정책이 세워지고 운영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세상을 바꾼 엉뚱한 세금 이야기>에는 일반적인 세금은 물론 생각지도 못했던 엉뚱하고 이상한 세금 이야기가 70가지나 수록되어 있습니다. 수많은 세금의 종류는 물론 세금이 등장한 이면의 역사 이야기를 읽어나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세금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이 생기고 나도 모르게 세금 정책에 대한 식견을 가지게 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2. 재정난 때문에 생긴 웃지 못할 세금의 역사

세금은 정부를 운영하고, 국가적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필요한 재원을 세금을 통해 확보합니다. 그렇다 보니 다양한 이유로 재정에 문제가 생기면 기상천외한 세금을 만들어 재정난을 해결하고자 합니다. 그 와중에 국민들이 참아줄만하면 다행이지만 도저히 정상적인 생활이 안될 정도로 세금 징수가 심해지면 그 반동으로 나라가 흔들리고 무너집니다.


이 책은 <세상을 바꾼 엉뚱한 세금 이야기>라는 책 제목 자체가 거대한 셀프 스포일러입니다. 제목의 아이러니인데, 이 제목 때문에 흥미가 생겨서 이 책을 선택하는 분들이 꽤 생길 테지만 한 편으로 제목이 이렇다 보니 뭔가 상당히 흥미로운 세금을 소개해도 이미 "엉뚱한" 세금이 등장할 것과 그 영향으로 세상이 바뀐다는 것을 인지하고 읽기 때문에 어지간해서는 놀라기가 힘들어집니다.


그럼에도 세금에 대한 역사적 지식이 전무하다 보니 이 책에서 소개하는 정말 엉뚱한 세금 이야기 중에서는 진심으로 깜짝 놀라거나, 너무 황당해서 어이없는 그런 내용들이 꽤나 있었습니다. 그 대단한 로스차일드 가문을 몰락에 가깝게 위축시킨 것이 상속세였다는 것이나, 가슴을 가리려면 내야 했다는 유방세, 수염을 기르려면 내야 했다는 수염세 같은 세금 이야기를 읽을 때는 정말 어이가 없었습니다. 흔히 잘 알려져 있지만 다시 생각해도 어이없는 창문세 같은 것도 세금이 국민들의 의식주에 미친 영향이 얼마나 큰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이 책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일본의 세금에 대해 지나치게 많이 등장한다는 점인데, 그도 그럴 것이 책의 저자가 일본인입니다. 세상의 중심이 일본은 아닐 텐데, 느낌상으로는 일본의 세금 소개가 거의 절반의 지분을 차지하는 것만 같습니다. 다섯 개의 파트 중에 한 파트는 아예 일본의 '황당한 세금' 타이틀로 일본의 세금만 다루고 있는데 그렇다고 다른 파트에 일본 이야기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저자의 한계라고 하면 한계일 수도 있는 것이 좀 더 다양한 전 세계의 세금 이야기를 다루어 주었더라면 더 흥미로웠을 거란 아쉬움이 좀 있었습니다.



3. 세계의 역사를 바꾼 핵심 요소, 세금

이 책에 소개된 여러 가지 세금들이 등장한 배경과 영향, 결과를 살펴보면 일반적으로 알려진 역사 이면에 세금 문제가 크게 작용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하여 그동안 생각 못 했던 역사를 움직이는 또 다른 하나의 축으로 세금을 염두에 두게 되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은 넓어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세상을 바꾼 세금 이야기도 흥미롭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와닿고 알게 되어 도움이 되었던 이야기는 히틀러가 벌였던 세금 개혁의 결과로 틀이 잡힌 "원천징수"에 관한 부분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역사 속에서 대중의 세금 부담을 늘리고 부자들의 세금을 감세해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반대의 정책을 수립했다가는 극심한 저항에 부딪혀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전 세계에 큰 타격을 안겨준 히틀러는 정작 대중의 세금 부담을 줄이고 부유층의 세금 부담을 늘리는 세금 제도 개혁을 추진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히틀러 자체가 대중의 지지로 정권을 잡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세금 개혁의 일환으로 원천징수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과거 1년에 한번 본인이 알아서 세금을 납부하는 방식에서 급여를 받을 때 회사가 애초에 세금을 공제하고 실수령액을 주는 방식으로 변경한 것입니다. 이는 개인의 세금 납부에 대한 저항을 줄이고 정부가 세금을 거둬들이기도 쉬워졌습니다. 급여 소득자인 제 입장에서는 저의 모든 소득이 정부와 회사의 정보 공유로 완전 발가벗겨져 속일 여지가 1도 없는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결국 세금에 있어 월급쟁이들만 봉이 되는 구조는 나치스에 의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하이 히틀러!! 이 나쁜놈...


히틀러의 정책과 달리 오늘날 많은 나라에서 부유층이 세금을 적게 내는 경우가 많은데, 저자는 일본과 미국의 부유층 세율과 세금을 비교해 일본은 미국 부유층 세금의 10% 밖에 안되는 금액을 내고 있어 상대적으로 부유층의 세금에 허점이 많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모르긴 해도 우리나라의 경우는 미국 부유층 세금과 비교하면 일본보다 크게 나을 것은 없을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저자는 책의 에필로그를 통해 세금 정책의 불만을 품은 국민들이 폭동 등의 시민혁명으로 저지하고 지켜냈던 이력과 그러지 못했던 일본을 비교하면서 민주주의 사회의 정착이 보다 나은 세금 정책을 세우는 큰 요소가 됨을 설명합니다. 국민이 세금을 직접 책정하고 세금 징수 과정이나 방법, 세금의 사용처도 엄격하게 감시하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변화해가는 연령층 구성과 경제 흐름 등을 고려한 세금 제도의 유연한 개정과 적용을 강조합니다.


역사 속에 등장했던 다양한 세금에 대해 다룬 이 책은 생각지도 못했던 엉뚱하고 기상천외한 세금을 대하는 즐거움이 가득해 읽는 재미가 넘치는 책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세금이 인류의 역사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쳐 왔는지 이해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키우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세금에 대해 아는 바가 딱히 없는 분들이나 독특한 시각과 정보를 얻고 싶으신 분들이시라면 이 책이 정말 딱 맞으실 것 같습니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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