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디지털 치료제 - 따뜻한 첨단 치료제가 온다
김선현 지음 / 포르체 / 2022년 9월
평점 :
1. 디지털 치료제란 대관절 무엇인가?
포르체 출판사의 신간 <디지털 치료제 >는 상당히 낯설고 신선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 책입니다. 제목이 생소해서 오히려 관심을 끌게 된 케이스라 할 수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예사롭지 않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고, 그럼에도 그저 딥한 전문가 아닐까라는 생각 정도만 하면서 읽었습니다. 책을 다 읽고 호기심에 저자에 대해 좀 찾다 보니 그 유명한 [그림의 힘] 저자셨고 미술치료 관련 최고의 전문가 셨습니다. 저서도 무척 많고 한 분야 최고 권위자면서 현장에서 도움이 필요한 분들과 항상 함께 하는 행동가기도 하신 것 같습니다. 읽기에 재미있는 책이라 할 수는 없지만 의미가 큰 책입니다.
그런데 "디지털 치료제"가 대관절 무엇이란 말입니까? 이 생소한 용어는 복잡한 기기 없이 대부분 개인이 소유한 스마트폰으로 다운로드할 수 있는 앱 또는 앱의 형태로 배포되는 일종의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라고 이해하면 가장 쉬울 것 같습니다. 저자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스스로 통제하기 어려운 마음을 보듬어 주고, 위로해 주며, 건강한 방향으로 이끌어 줄 수 있는 도우미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정신 치료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디지털 치료제"라는 개념이 의미가 큰 이유는 각각의 기능에 맞는 별도의 기계장치를 구매할 필요가 없다는 점 때문입니다. 그저 원하는 앱을 다운로드해 설치하고 용도에 맞게 사용하면 되는 것입니다. 이보다 더 편리하고 접근성이 높은 방법이 없는 대다가 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별다른 비용 없이 사용이 가능합니다. 각자의 스마트폰을 맞춤형 개인 의료기기로 활용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획기적이고 대중적인 개념이라고 하겠습니다.
온라인 원격 진료조차도 진료를 해줄 의사가 시간을 낼 수 있어야 하고, 진료마다 의료비를 지불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 "디지털 치료제"가 더 일반화된다면 진정한 의료 민주화가 실현되는 환경을 맞이할 수도 있는 가능성이 커집니다. 우선은 정신적이고 정서적인 부분에 국한되겠지만 이 앱 환경을 잘 활용하면 다른 의료 분야에도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됩니다. 이제부터라도 우리가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는 분야입니다.
2. 디지털 치료제의 놀라운 효용
사실 이 책의 내용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디지털 치료제"라는 개념이 신기하고 호기심이 일기는 하지만 실제로 효용이 있느냐의 문제에 의문이 있었습니다. 대중적으로 크게 활용될 기술이라기보다는 특정 영역에서 적용될 이례적인 기술이라고 짐작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책 속 설명과 다양한 분야의 활용 예를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저의 판단이 선입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금세 알게 되었습니다.
이 기술은 매우 광범위하게 활용될 수 있고, 특정 이유로 어려움을 겪는 많은 분들에게 의미 있는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스마트폰과 약간의 자기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확장성도 커 보였습니다. 오프라인으로 유명 강사의 강의를 들으려면 정해진 시간에 강의 장소에 가 있어야 하지만 그 강사의 강의 영상을 다운로드해 각자의 스마트폰으로 볼 수만 있다면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벗어나 언제 어디서나 반복해서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디지털 치료제"는 그 형태 만으로도 효용이 매우 크다 하겠습니다. 특히 요즘처럼 본 투비 "포노 사피엔스"가 자라고 있는 스마트폰 만능 시대에는 더 의미가 큽니다. 저희 아이들은 밥 먹을 때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떼지 않습니다. 물을 뜨러 가면서도 한 손에는 스마트폰이 들려 있습니다. 저는 아이들을 야단치지 않습니다. 이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은 몸의 일부분과 같기 때문입니다. 다만 안전에 대한 주의는 주는 편입니다.
이런 스마트폰으로 뭐든 할 수 있고, 뭐든 하고 있는 시대에 "디지털 치료제"는 오히려 디지털 격차를 해소해 주는 면이 있습니다. 통상 첨단 기술이 인간 소외를 가속화시키게 되는데, "디지털 치료제"는 오히려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할 수 있고, 전통적 치료의 한계를 넘어서게 해 줍니다. "디지털 치료제"는 "아날로그 치료제"와 달라서 물성이 있는 "약"이 아닙니다. 그저 스마트폰 앱일 따름입니다.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언제 어디서나 치료행위와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입니다.
"디지털 치료제"는 왠지 기계적이고 차가울 것 같은 뉘앙스를 풍기지만 실상 오히려 인간적이고 따뜻한 면이 많다는 것이 의외입니다. 친절한 정신과 선생님처럼 우울증이나 코로나 블루 등을 치유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짜증을 내거나 몰아세우는 일도 없습니다. 진료 시간이 아니라고 진료를 거부하는 일도 없습니다. 내 마음을 언제나 들여다볼 수 있도록 관찰하고 도와줍니다. 불안함을 줄여 수면을 돕는가 하면 대화를 통해 외로움을 해소해 주기도 합니다.
또 하나의 큰 효용은 트라우마 치료에 있습니다. 고통의 순간을 잊지 못해 발생하는 트라우마 또는 혐오, 공포증 등도 비슷한 맥락에서 치료할 수 있습니다. 적어도 고통을 경감시키는데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합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효과적인 방식으로 트라우마 문제를 해소해 나갈 것이 확실시됩니다.
3. 디지털 치료제의 미래
"디지털 치료제"가 어디로 갈 것인지는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다만 트렌드의 흐름을 생각하면 크게 발전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개개인의 일상 속에서 건강을 실시간으로 체크하고 문제 발생 시 스스로 판단해 응급 상황을 알리는 스마트 워치 같은 기능들이 더욱 대중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만성 질환 치료와 건강 관리에도 활발히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스마트폰 앱이라는 본질은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다양하게 발전해 나갈 수 있습니다. 게임 중독 현상이 심한 아이들에게 게임의 형태로 제공되면 게임을 하면서 심리를 치료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암 환자들이 완치가 어려운 큰 이유 중 하나는 정신적으로 무너지거나 정서적으로 어려움을 겪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디지털 치료제"를 통한 치유가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슬프게도 오늘 제가 속한 회사의 선배 직원분이 자살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저보다 연배가 10년 정도 빠르신 분으로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가족과 떨어져 회사 생활을 해오셨다고 합니다. 사람이 혼자 오래 생활하는 일은 매우 위험합니다. 극단적인 선택을 막을 길이 없습니다. 저자는 자살의 문제에 있어 "디지털 치료제"가 큰 역할을 해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는 아직까지 기존에 익숙하지 않은 개념을 일반화, 상용화하는 부분에 있어서 상당히 보수적인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현재 "디지털 치료제"는 실제 개발되고 있는 방향과 달리 식약처에서 의료기기로 분류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것이 생각보다 큰 문제인 것이 의료기기로 분류되어 있으면 상용화되어 활용하기에 허가 부분에서 쉽지 않은 단계를 거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질병분류 문제는 물론 보험처리 여부,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의 문제, 제조 허가의 문제, 건강보험 적용 여부 처리 등 수많은 문제들을 해결해 내야 상용화가 가능합니다. 그럼에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분명 해결될 문제라 판단됩니다.
생소한 "디지털 치료제"에 대해 정리하고 싶은 분이나 "디지털 치료제"의 범주에 들어가는 다양한 예시의 서비스에 대해 알고 싶으신 분은 물론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이슈에 대해 다방면으로 폭넓은 시각을 갖기 원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익숙하지 않으신 독자분이시라면 새로운 분야에 대한 이해를 크게 높이실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