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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력 천재 잠자는 뇌를 깨워라 - 40일간 하루 20분, 쉽고 간단한 집중력 훈련법
개러스 무어 지음, 윤동준 옮김 / 미디어숲 / 2022년 8월
평점 :
1. 집중력에 집중한 신기한 책
미디어 숲에서 출간된 <집중력 천재 잠자는 뇌를 깨워라>는 정말 신기한 책입니다. 굳이 분류를 하자면 실용서라고 볼 수 있지만 단순히 뇌 트레이닝을 위한 문제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기본적인 생활 가운데 꼭 알아야 할 사회적 태도와 지식도 함께 전해주는 듀얼 액션 트레이닝 북이 아닐까 싶습니다. 계속 '이야.. 신기하다 신기해. 이런 책이 다 있다니!'하고 감탄하면서 읽었습니다.
사실 핵심적인 집중력 향상에 필요한 퍼즐? 문제?를 담은 책이었다면 스도쿠 책 같은 퍼즐북으로 분류가 되었을 텐데, 매 챕터마다 집중력과 관련된 다양한 이론을 소개하고 실천방향이나 태도까지 다루고 있어 매우 특별한 책이 되었습니다. 챕터를 넘길 때마다 집중력에 도움이 되는 조언이 먼저 나오면 '으음~~ 그렇지, 그렇지~~'하다가 바로 다음 페이지에 집중력 강화 훈련법이 등장하면서 문제를 풀어야 하다 보니 '아, 맞다. 문제 풀어야지..'하는 식으로 스위칭하는 느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이 책은 워크북 같은 성격을 띠고 있어서 매 챕터마다 머리를 써서 문제를 풀어야 하죠. 이런 경우 어떤 문제가 나오는지가 중요합니다. 초반에는 사각 퍼즐 같은 느낌의 문제들이 많이 등장해서 수학적 문제를 통해 머리를 쓰게 하는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갈수록 다양하고 독특한 문제들이 등장해서 지겨울 틈이 없었습니다.
집중력에 관한 조언도 매우 다양하게 이어집니다. 스트레스 관리, 운동, 새로운 도전, 휴식, 명상, 인간관계, 배우는 태도 등등 수많은 주옥같은 조언이 등장합니다. 어지간한 자기 계발서보다 더 내용이 좋은 것 같습니다. 어떤 부분에서는 너무 좋은 내용이고 조언이지만 이 내용을 집중력과 연결시키는 건 좀 비약이 아닌가 싶은 부분도 일부 있었습니다만, 큰 틀에서 집중력 향상과 이어진다는 논리가 무리는 아니라 납득이 되었습니다.
2. 집중력 문제에 집중할 필요가 있는 시대
책에서 등장하는 수많은 문제를 대하다 보니 도대체 왜 이렇게 두뇌를 괴롭게 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 리뷰를 쓰는 와중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스마트폰을 들었다 놨다 하는 저 자신만 봐도 "집중력의 문제에 집중할 필요가 있는 시대"가 맞겠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스마트폰을 달고 자라난 우리 아이들은 밥을 먹을 때도 스마트폰을 들고, 물을 뜨러 갈 때도 한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왔다 갔다 합니다. 그렇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무슨 일을 해도 스마트폰에 반쯤 정신을 빼앗기고 있다는 뜻이고, 좋게 말해 멀티태스킹을 잘 하는 시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멀티태스킹이란 실체가 아닙니다. 그저 그렇게 보이는 현상을 표현하는 것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한순간에 단 한 가지 일을 하는데 여러 가지 일을 바꿔가며 한다는 것이죠. 결국 한순간에는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해서 처리한다는 것이고, 이 과정에서 집중력이 부족하면 여러 가지 일을 하는데 뭐 하나도 제대로 되는 것이 없다는 말이죠.
그렇기에 한 번에 한 가지 일만 하던가,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해야만 한다면 순간순간 그 일에 집중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저 같은 경우는 뭔가에 몰입할 정도로 집중하는 경우가 드뭅니다. 저는 저의 뇌를 무척 소중하게 아끼고 사랑하기 때문에 뇌를 가능한 청정하게 비우고 맑고 깨끗하게 유지하고 싶어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지간하면 머리를 안 쓰려고 하죠. 짐승처럼 흘러가는 대로 행동하는 경우가 많고, 계획했던 일은 그때그때 최대한 융통성을 발휘해서 상황에 따라 바꿉니다.ㅋ
이런 저에게 두뇌 트레이닝은 상당히 괴로운 일입니다. 그렇기에 이 책에 등장하는 다양한 퍼즐과 수학적 문제 앞에 참으로 난감함이 앞섰습니다. 초반에 열심히 해보다가 어느 순간 문제를 구경만 하고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애초에 하루 약 20분씩 40일을 매일 하는 컨셉인데, 저만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어지간한 정성이 아니면 이걸 40일 꾸준히 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니 스스로 제대로 못 풀었다는 죄책감이 제법 덜어지고 뇌도 맑아지는군요.
여튼 좀 시도를 해보니 간단해 보이는 퍼즐도 머리를 써야 하고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답이 없을 것 같은 창의성을 요하는 문제를 만나면 한없이 괴로웠습니다. 세상에 쉬운 트레이닝은 없습니다. 그랬으면 트레이닝이라고 부르지도 않았겠지요. 몸은 편하지만 그렇기에 뇌를 사용한 집중력 트레이닝은 매우 힘들고 하기 싫었습니다.ㅋㅋ 특히 누가 꼭 해야 한다고 강제하지도 않고 의무도 아니다 보니 그냥 패스한 문제가 많았습니다. 결론적으로 매우 괴로운 트레이닝이 담긴 책입니다.
3. 잠자는 뇌를 최대한 활용하면?
이 책을 집필한 저자 개러스 무어는 이런 두뇌 퍼즐 같은 것의 강력한 덕후인 것 같습니다. 박사 학위는 머신러닝이라는 핫한 분야로 받으셨는데, 독자를 머신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듭니다. 문제가 너무 많아요.ㅋㅋ 이 양반이 두뇌 게임과 퍼즐을 직접 고안해 내고 스도쿠나 퍼즐 책을 이미 수십 권 출간하셨네요. 게다가 퍼즐 관련 사이트도 운영하고 세계 퍼즐 연맹의 이사를 맡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저자의 이력을 살펴보니 정말 범상치 않습니다. [뇌를 깨워라. 기억력을 향상시켜라. 집중력을 높여라.] 이런 유의 책을 이미 많이 쓰셨는데 그 시리즈의 일환인 책입니다. 그러니까 이 책을 뇌, 기억력, 집중력, 창의력, 사고력 등등의 큰 틀에서 받아들이시면 더 편히 읽으실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인간이 사용하는 뇌의 용량이 전체 10% 정도 밖에 안된다고 하는데, 잠시 동향을 살펴보니 꼭 뇌를 많이 쓰는 것이 더 나은 것이 아니라 평소는 최소한으로 사용해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필요시에 최대한 개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의견이 있네요. 평상시에 뇌가 많이 잠들어 있는 사람이 어쩌면 오히려 더 능력이 뛰어나다고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역설인지 궤변인지 헷갈리지만요.
여튼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영화와 소설로 유명한 <리미트리스>가 생각이 났습니다. 브래들리 쿠퍼의 연기가 매력적인 이 영화는 인간의 뇌 사용률을 인위적으로 높였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극적으로 잘 보여줘서 참고하시기 좋을 듯합니다. 스칼렛 요한슨이 매력적으로 등장하는 영화 <루시>도 뇌 활용도에 따른 인간의 변화를 흥미롭게 묘사한 영화입니다. 인간이 가진 잠재력을 너무 과대평가한다는 느낌도 있지만 극적인 설명이라는 면에서 훌륭한 영화입니다.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SF 소설이나 영화에서도 정말 자주 등장하는 문제가 바로 뇌 활용에 관한 문제입니다. 우선 기본적으로 현대인들이 무언가에 집중하기 어렵고 산만하기 때문에 뇌를 잘 활용하고 집중하는 문제는 반드시 필요하겠습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집중력을 발휘해 뇌 사용이 가속화되면 너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적어도 지금처럼 리뷰를 쓰면서도 뭘 써야 할지 명확하지 않고 흐리멍덩한 일은 없지 않겠습니까?
전반적인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다양한 조언과 더불에 뇌의 능력과 집중력을 향상시키는 훈련이 어떤지, 퍼즐과 문제는 어떤 형태인지 궁금하신 분이나 실제로 집중력에 문제가 발생해 고치고 개선되기를 기대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꼭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자기 계발서와 퍼즐 집의 이종 하이브리드 같은 이 책의 묘한 매력에 빠지실 수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