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층집 - 어둠을 찢고 들려오는 의문의 소리
박성신 외 지음 / 북오션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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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층간 소음 그 미묘하고 애매한 문제에 대해...

 

살면서 누구나 해결하기 힘든 문제로 힘들어 보신 경험이 있으시리라 생각됩니다. 뾰족하게 답은 없고 문제는 지속될 때 우리는 미칠 것 같은 스트레스 상황에 빠지게 됩니다. 그 문제가 해결이 어렵다면 스트레스 지수는 높아지고, 일상이 흐트러지다 못해 망가지기까지 합니다.

 

   층간 소음은 이웃관계에서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대표적인 문제입니다. 코로나 이후로 집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더 부각되는 문제로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어려운 부분입니다. 층간 소음을 유발하는 태도도 문제지만 지나치게 민감하게 층간 소음에 반응하는 것 역시 문제를 더 크게 만드는 한 요소입니다.

 

이 문제는 누구도 쉽게 해결해 줄 수 없다는 점에서 더 답답합니다. 층간 소음이 어느 정도는 괜찮다는 객관적인 기준을 세우는 것 자체가 불가합니다. 시끄러움의 정도는 층간 소음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형편과 상황에 따라 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사를 가면 해결이 될 것 같지만 단독주택으로 가지 않는 이상 이사 후에도 어떤 이웃을 만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더 심각한 상황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층간 소음 문제는 건물의 내, 외부적 상황과 관련된 사람들이 누구인가에 따라 다양한 양상으로 발전합니다. 그렇기에 미스터리한 스토리로 풀어나가기 더없이 좋은 소재입니다. 북오션의 신간 [위층집]은 이런 층간 소음을 소재로 흥미로운 중, 단편 4 작품을 수록한 소설집입니다.

 

   개인적으로 둔감한 저는 층간 소음으로 너무 괴로워하는 분들을 보면 이해하기 좀 어렵기는 합니다만, 상상력을 조금 동원해 보면 어떤 기이한 이야기가 펼쳐져도 납득하게 될 것도 같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이 책의 수록 작품들을 하나하나 읽어보니 재미도 있고, 어떤 부분에서는 몸서리쳐지기도 했습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읽는 독자의 경험 유무나 개인적 성향에 따라 무척 다양한 반응을 하며 읽을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저 재미난 장르소설로 읽을 수도 있고, 완전히 공감하며 감정이입해서 읽을 수도 있는 독자 친화적인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2. 시작은 미약했으나, 나중은 참담하리라.

 

   개인적으로 층간 소음에 민감한 편이 아니라 이 소설의 이야기에 얼마나 공감할 수 있겠나? 하는 미적지근한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첫 작품부터 장난 아닌 이야기에 마음이 점점 무거워졌습니다. 그렇다고 불편해서 읽기 싫은 그런 종류의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크게 고민을 안 해봐서 그런지 예상이 안되는 신박한 사건이 발생하는 작품들의 흡입력은 대단했습니다.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으나 설마 이렇게까지 할까?라는 이중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신기한 소설들이었습니다.

 

   박성신 작가의 표제작 [위층집]은 주인공이 거동이 불편한 핸디캡을 줘 더 무섭게 읽은 추리이자 미스터리이자 공포이기도 한 소설이었습니다. 익숙한 추리 미스터리의 공식을 충실하게 밟으면서도 적당한 신선함을 잘 가미한 수작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박성신 작가님은 최근에 [장르소설 입문자를 위한 글쓰기]에서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 글쓰기 비법으로 만나 뵌 분인데 작품을 읽어보니 과연 비법을 알려주실 만큼 필력이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파멸 일기]로 유명하시고 학생들과 함께 호흡하는 교사이자 소설가인 윤자영 작가님의 이번 수록작 [카오스 아파트의 층간 소음 전쟁]은 가장 전형적이고 스탠더드 한 층간 소음 분쟁을 다루고 있습니다. 층간 소음 전쟁으로 온갖 활극이 펼쳐지다가 상상도 못한 이유 때문에 살인이 벌어지는데 여기에 다양한 인물이 얽히고설켜 복잡하면서도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가 완성되었습니다.

 

   베테랑 양수련 작가님의 [소리 사이]는 층간 소음 문제를 살짝 비트는 이야기를 탄생시켰습니다. 오히려 적막을 견디지 못하는 주인공과 온라인에서 정체를 숨기고 활동하는 인물 때문에 발생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예상치 못한 관계 때문에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온라인 관계의 허무한 단면까지 고발하는 시사성 있는 이야기로 완성되었습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주요 설정인 온라인 상담녀의 이야기와 실체에 대한 스토리는 이미 읽은 적이 있어서 설마설마하면서 읽었는데 정확히 어디서 읽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무척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다양한 소설을 발표하고 계시는 김재희 작가님의 짧은 단편 [506호의 요상한 신음]은 층간 소음보다는 이웃집 소음을 소재로 삼은 소설입니다. 상대적으로 호러나 스릴러 같은 무서움을 유발하지는 않고 오히려 가볍게 읽을 수 있어 마무리 작품으로 나쁘지 않았습니다. 짧은 분량에 다양한 반전을 준비한 흥미로운 소설이었습니다. 다만, 설정이나 결말이 다소 무리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등장인물의 반응도 자연스럽지는 않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캐주얼한 소설로 읽으면 괜찮은데 아마도 앞의 세 작품과 결이 좀 달라서 연장선상에서 읽다 보니 그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던 것 같습니다.

 

 

 

3. 스트레스가 만연한 사회, 일상이 공포가 될 때...

 

   이 소설을 읽으면서 스트레스 사회가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타인에게 피해를 입는 것도 무서운 일이지만 [소리 사이]에 등장하는 주인공처럼 다수 속에 고립된 외로운 개인으로 존재할 때의 정서적 문제도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혼자라고도 하고,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라고도 합니다. 그만큼 어떤 영역에 있어서 균형감은 중요한 것 같습니다.

 

   결국 이 소설집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겪는 문제는 균형감을 잃었을 때 발생하는 문제들의 총체가 아닐까 싶습니다. 가까운 마을 사람들을 모두 알고 지내던 과거에는 이웃사촌 간 다양한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공동체에 오픈되어 어느 정도는 합의를 도출할 여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웃사촌의 역할을 관리사무소나 보안업체가 맡는 공포 사회가 되면서부터는 원만한 해결이 어렵게 되었습니다.

 

   같은 엘리베이터를 탄 남성이 잠재적 위협요소이자 범죄자로 보게 되는 안타까운 일상은 수많은 파생적인 문제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살아가는 중년 남성인 저도 다양한 스트레스에 노출됩니다. 아마도 이 소설집에 수록된 작품들을 읽다 보면 어느 부분에서건 독자들이 겪었던 일이 떠오르기도 하면서 다양한 감정과 기억과 분노를 소환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역시 여러 장면에서 공감하게 되실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로 받아들일 요소가 무척 많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소설을 통해 근본적인 우리 사회의 아이러니한 단면을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아파트를 세울 때 층간 소음을 충분히 고려한 구조적인 조치를 하지 않은 점, 이제야 층간 소음을 막을 수 있는 구조의 아파트를 세운다는 소식이 들리는 점도 의아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층간 소음 문제로 너무나 고통받음에도 불구하고 너 나 없이 다들 아파트 생활을 선호하는 부분도 아이러니합니다. 그렇다고 이 문제를 각자 그냥 더 조심하자라고 쉽게 말할 부분도 아닙니다.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 중에 공동 주택 방식이 주를 이루는 한국 사회의 특성에서 발생하는 미스터리하고 기상천외한 이야기가 재미는 물론 다양한 생각할 거리를 제공합니다. 층간 소음에 고통 당한 기억이 있으신 분들은 물론 상상도 못했던 일상의 공포와 호기심, 안타까움 등의 감정을 느끼고 싶으신 독자들이라면 누구나 즐겁게 읽으실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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