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의 괴담회 - 전건우 공포 괴담집
전건우 지음 / 북오션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전건우표 괴담집

"금요일의 괴담회"는 전건우 작가 소설의 고향이자 근본이라 할 수 있는 단편 호러 소설집입니다. 지금의 전건우작가는 추리, 호러, SF, 미스터리, 아동, 청소년, 에세이, 웹 소설, 글쓰기 강좌까지 다방면을 아우르는 작가가 되었습니다만 그 뿌리는 누가 뭐래도 호러 소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릴 적부터 친구들에게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재미로 시작해, 괴담을 들려주는 방송에서 우승도 하면서 단편 소설집에 기고를 해나가기 시작하다가 "밤의 이야기꾼들"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본격적으로 호러 장르에 주목할 작가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생각해 보면 그전에도 호러소설을 쓰시는 필력 좋은 작가들이 상당히 있었습니다만, 당시 호러소설은 너무 일본식 잔인한 내용이 많아 저 같은 쫄보가 보기에는 지나치게 자극적이었습니다. 주요 독자층인 20~30대 여성 독자들이 읽기에 과했던 내용이 호러 소설의 외면으로 이어졌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같은 이유로 전건우 작가의 호러 소설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오며 전건우 작가를 대한민국 대표 호러소설 작가로 성장하며 동시에 다방면에서 작가적 역량을 드러낼 수 있는 발판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전건우 작가의 호러 소설이 살아남을 수 있었고 많은 독자의 관심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결국 큰 틀에서 장르 소설의 최고 미덕인 "잘 읽히는, 재미있는" 소설을 썼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2. 한국형 괴담을 읽는 즐거움


"금요일의 괴담회"는 전건우 작가의 괴담집을 꾸준히 읽어온 독자들에게는 상당히 반가운 책이 될 것입니다. 괴담이라는 것이 겨울밤 시골집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이불을 뒤집어쓰고 간식을 먹으면서 무서운 이야기를 서로 나누던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는 매개체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런 기억을 되살아나게 해주는 기회를 주는 이런 책은 늘 기대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동안 출간되었던 작품들이 즐거움을 충분히 선사해 주었기에 또 한 번 유사한 이야기라도 기쁘고 즐겁게 읽을 수 있는 것입니다. 이 책에 수록된 작품들도 전건우 작가 특유의 호러 소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읽으면서 무척 섬뜩해서 의외로 너무 무서운 이야기들이 담긴 거 아닌가 걱정을 하게 했던 첫 번째 작품 "조용한 집"을 시작으로 언젠가 뉴스에서 접했던 사이다 할머니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것 같은 1인칭 시점이 매력적이었던 두 번째 작품 "여우고개"를 지나 리디북스에서 온라인으로만 출간했던 작품집 [유령들]에 수록되어 읽으면서 반가웠던 세 번째 작품 "그 여름의 흉가"까지 다양한 매력과 이유로 괴담 읽기의 즐거움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이후의 많은 작품들도 과거부터 뿌리 깊게 내려오던 한국형 공포의 원형에서 출발해 변화한 시대상에 맞는 현대적 문물과 기술적 특징을 아울러 독자들이 공감을 이끌어내는 일상형 호러 소설이 17편이나 실려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그닥 무섭지 않기도 하고 공감이 크게 안되는 이야기도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만, 그 모든 반응은 독자 개인의 환경이나 경험의 정도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니 작품성과 무관하다 하겠습니다.


한국형 괴담의 가장 큰 즐거움은 한국 독자들이 늘 일상을 살아오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이며, 이야기를 따라 본인의 경험과 기억을 더하거나 비교해가며 읽을 수 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그렇기에 이야기가 너무 무섭게 쥐어짜낼 필요도 없고, 하나의 완결된 스토리일 필요도 없습니다. 뭔가 애매하게 끝나도 그 뒤의 스토리는 자연스럽게 독자의 머릿속에서 상상력을 자극하고 나만의 스토리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책을 읽고 나서도 뭔가 은은하게 계속되는 슴슴한 무서움이 스멀스멀 밀려오는 것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책 표지를 비교적 귀엽게 만든 것은 매우 효과적이고 기억에 남는 좋은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 잔인하고 무서운 이야기가 싫으신 분이나 무섭기만 하기보다는 적당한 강도의 무서움과 공감과 재미와 약간의 감동을 원하시는 독자라면 한 번쯤 선택해 보셔도 좋을 책이 아닐까 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