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스타 탐정 마환 - 평생도의 비밀
양시명 지음 / 몽실북스 / 2020년 8월
평점 :
절판


1. 한국적 소재와 매력적인 캐릭터가 훌륭한 소설

양수련 작가님의 장편소설 "바리스타 탐정 마환"은 한국의 전통 민화, 그 중에서도 "평생도'에 얽힌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엮어 낸 탐정 미스터리 소설입니다. 한국적 디자인의 표지부터 제목과 부제, 책 표면의 촉감까지 독자의 호기심을 충분히 자극하고도 남는 이 소설은 시작부터 결말까지 적당한 텐션을 유지하며 독자를 만족시키는 훌륭한 작품입니다.

사실 민화의 평생도라는 소재는 대부분 독자들에게 생소하기 때문에 흥미를 끌기가 어렵습니다. 그냥 평생도라면 그렇겠지만 이 소설에서는 원래 정상적이라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을 소재로 끌어들여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습니다. 성공한 양반이 아닌 최하층 "노비가 그린 평생도"라는 설정입니다. 소설 속으로 들어가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노비의 평생도라는 소재는 의외로 흥미를 마구 자극하게 되는 것입니다.

소설 속 주인공 마환은 탐정들의 클리셰를 따르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어쩌다 보니 다양한 사건에 휘말려 본의 아니게 탐정처럼 되어버린 그런 인물입니다. 이 작품 속에서도 마환은 결코 본인이 잘난 탐정이라는 태도를 보이지 않습니다. 사건을 의뢰하러 온 사람이 마환의 관심을 끄는 일을 맡겼기에 점점 휘말리는 구조로 짜여있습니다. 그렇기에 전혀 불편한 감정 없이 주인공에 감정이입을 하게 됩니다.

​여기에 독특한 혼령인 "할"의 존재까지 더해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듭니다. "할"이 그냥 미스터리한 존재로 그치지 않고 이 작품 속에서 중요한 사연까지 밝혀지기 때문에 중요한 인물입니다. 그뿐 아니라 다양한 주변 인물들이 서로 촘촘하게 연결되어 상호 관계가 조화롭습니다. 인물 한 명 한 명이 나름의 매력이 있고 개성이 살아있어 작품을 돋보이게 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2. 시간과 공간을 아우르는 촘촘한 구성이 돋보이는 소설

"바리스타 탐정 마환"은 일반적인 장르 소설과 결이 조금 다른 느낌이 있습니다. 장르소설의 특징을 잘 가지고 있으면서도 의외로 차분한 느낌이 특징적입니다. 사건을 중심으로 휘몰아 내달리는 장르소설이 아닙니다. 작품 속 각 인물의 상황과 사연과 관계를 따박따박 꼼꼼하게 풀어나가면서 점진적으로 진행해나갑니다. 이 과정이 직선적이지 않고 입체적입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인물 간의 사건과 각 인물의 감정, 욕망, 행동과 결과들이 산발적으로 드러나게 되는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각각 흘러 다니던 선들이 연결되어 하나의 훌륭하고 정교한 회화 같은 작품을 이룹니다.

100년 전이라는 과거 상황에 맞게 공간적으로도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한창 계급 제도가 무너지고 혼란스럽던 시기의 한국과 일본, 그리고 현재의 한국과 일본이 동시다발적으로 펼쳐지며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어쩌면 복잡해서 독자가 흥미를 잃을 위험도 있지만 이야기를 잘 풀어가며 강약 조절을 하고 있어 불편함 없이 따라갈 수 있었습니다.

이런 구조에서 평생도라는 소재와 이를 둘러싼 여러 인물들의 욕망과 사연, 과거와 현재, 한국과 일본이라는 여러 가지 요소를 균형감 좋게 잘 짜내고 있습니다. 작가의 타고난 센스가 좋은 건지, 그만큼 고민을 많이 하고 퇴고를 열심히 한 건지 알길은 없지만 결과물이 무척 훌륭합니다.

이 소설을 관통하는 주제의식은 "애끓는 부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장르소설에서 이런 방식으로 부모의 사랑을 주제의식으로 잡으면 상당히 부담스러운 경우가 많습니다. 독자 입장에서 지나친 감정 과잉을 받아내기 불편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제가 엄청 애정 하는 혼다 테쓰야의 "소울 케이지"에 등장하는 부성은 이해는 하나 공감은 어려운 지나친 감정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에 묘사되는 노비 말복의 부성은 충분히 공감이 갔습니다. 부성 뿐 아니라 아들의 입장도 이해가 되었습니다. 이와 동시에 주인공 마환과 마환이 아버지 사이의 관계에서 오는 갈등과 감정도 매우 충분히 지나치게 잘 공감되었습니다. 안타까움도 느끼면서 이야기에 끼어들게 되었습니다.

독특하고 개성 있는 한국적 탐정소설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꼭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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