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에서 -스티븐 킹

고도에서
스티븐 킹 지음, 진서희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11월

  스릴러의 대가인 스티븐 킹의 또다른 면모를 보여주는 책 <고도에서>를 만났다. 이전 작품과는 다른 '상냥함'으로 평가되는 이 책에서 그 상냥함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싶었다. 또, 리처드 메이슨이 쓴 <줄어드는 남자>를 오마주한 책이라 더욱 궁금해졌다.

고도에서

스티븐 킹

  매일 체중이 조금씩 주는 스콧은 스스로 문제점을 느껴 퇴직 의사인 이웃 밥을 찾아간다. 자신의 변화에 두려움을 느낀 그는 밥에게 솔직하게 털어놓고 고민을 상담한다. 거구인 사람이 겉모습은 그대로에 몸무게만 준다니 현실엔 있을 수 없는 일인 듯하다. 예전에 보았던 판타지 영화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에서 나왔던 여자아이가 생각이 났지만 그녀는 처음부터 그렇게 태어났지만 스콧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아무튼 그는 자신의 변화에 어떤 규칙을 찾고 몸이 가벼워짐을 느끼면서 두려움보다는 상쾌하다는 것, 그리고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세상의 아름다움을 본다. 우리는 왜 어떤 특수한 상황에 처해야만 평범에서 벗어나 숨어 있는 것들을 찾아내게 되는가. 참 아이러니하다. 그는 또다른 이웃인 디디와 미시를 다시보게 된다. 이 곳 역시 사회적 편견과 차별, 혐오가 둘러싸여 있다. 레즈비언 부부인 그들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하지만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무엇인가 바꾸어야 함을 느낀 그는 마라톤 대회에 출전하게 되고, 디디에게 특별함을 선사한다. 그 특별함으로 사람들의 편협한 시선에서, 디디 스스로 갖혀있던 생각 속에서 벗어나 좀 더 넓게 세상을 바라보고 포용하게 된다. 이런 변화들을 보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희망이 있다는 것, 누군가의 작은 노력이 생각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메세지를 전한다. 죽음과는 조금 다른 의미지만 스콧의 모습에는 용기가 담겨있고, 마지막까지 세상을 즐기려는 따뜻함이 있다. 그 따뜻함은 이웃들에게 번지듯이 펴져나가 서로 아껴주는 모습으로, 배려와 사랑으로 느껴지는데 이것이 바로 작가가 이야기하는 상냥함이 아닌가 혼자 생각해 본다.

 미시의 편지 속에서 이웃으로서, 친구로서의 사랑과 배려가 느껴져 감동적이다. 특히 이 편지를 가지고 떠나는 스콧은 스스로의 삶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선택을 하는 모습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찾을 수 있다. 한마디로 그는 용기있는 사람이다. 읽는 중간 그가 평범한 인간을 돌아왔으면, 이런 계기로 돌아오지 않을까 기대를 했으나 나의 기대를 저버리고 그는 하늘로 날아올랐다. 달리기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나는 디디와 스콧이 마라톤에서 느꼈다는 자유로움을 알지 못하기에 상상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모든 것을 두고 떠나는 그는 어떤 마음일지, 아직도 하늘, 아니 우주를 날아다니고 있을까 상상해본다.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는 이 책은 우리의 사회속에서 숨어 있는 아름다움과 따뜻함을 통해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 작가의 또다른 시선으로 이 주제들을 조금은 가볍고 편안하게 받아들이게끔 하는 것이다. 작은 계기로 인해 변화가 가능하고, 그것은 긍정적으로 우리를 이끌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서로에 대한 편견과 편협함 속에서 극복하는 것은 결코 어렵지 않고 마음을 열어 바라보면 이 세상은 아직 아름답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생각에 기대어 철학하기

생각에 기대어 철학하기 - 스스로 생각하기를 멈추지 마라
얀 드로스트 지음, 유동익 옮김 / 연금술사 / 2019년 11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인생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얀 드로스트의 책이다. 네덜란드의 알랭 드 보통이라 불린다고 하니 더욱 작가의 생각이 궁금해서 만나게 되었다.

생각에 기대어 철학하기

얀 드로스트

 <생각에 기대어 철학하기>는 6명의 철학가로부터 배우거나 깨닫게 된 내용을 담고 있으며, 각각의 철학가가 이야기 하는 있는 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우리에게 이야기 한다. 우리가 학창시절 사회나 역사 시간에 배웠던 에피쿠로스, 스토아학파, 아리스토텔레스, 스피노자, 사르트르, 푸코에 이르기까지 그들을 철학을 쉽게 만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먼저 작가가 서문에서 밝히고 있는 내용은 바로 '시페레 아우데'이다, 이는 스스로 사고하기를 주저하지 말라는 이야기로 우리는 항상 스스로 생각하기를 멈추지 말아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성주의자인 <에피쿠로스>는 인간의 두려움은 신으로 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따라서 신이 없다라 생각하면 두려움도 사라진다고 한다. 분별력과 지혜의 예방주사를 맞은 우리는 자족과 평정심으로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으며 최대의 행복, 결여가 없는 상태를 이야기하는 '영점 기준선'을 아는 것은 커다란 위안이며, 우리의 상태(행복)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영점 기준선'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우리는 행복할 수도 있고 불행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이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하게 되는 선택의 중요성을 의미하며 정신적 만족이 가장 큰 행복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자연적인 삶의 목적에 합당한 가난은 사실상 굉장한 부다. 만족을 모르는 부는 사실상 극심한 가난이다.-P59

 이성적 절제에 의해서만 행복을 추구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스토아 학파>는 개인적 지혜와 윤리적 삶을 중시했다. 이들은 세상은 합리적이다라고 말하며 합리적 원칙은 모든 것에 통용되기 때문에 모든 것은 하나라는 심파테이아를 주장했다. 여기에는 인과관계와 필연성이 담겨있다. 감정은 비 자연적인 것이며 자율은 환상이라고 말하는 것으로 보아 이성적 사고를 중시했음을 알 수 있다.

-이성이란 우리 모두 안에서 주도적으로 작용하는 원칙이며, 이 원칙은 평생 우리를 이끌어 갑니다. 풍부한 이해심으로 안내하는 힘이며 차갑고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따뜻하고 가까이 있는 겁니다.-

이는 이성을 또다른 측면으로 바라보는 그들의 관점을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고정된 틀을 깨부수는 역할을 해 준다.

 인간의 삶의 목적은 행복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은 뢔락과 도덕 사이의 균형을 잃지 않는 데서 온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으며 인간은 사회적 존재라고 말한다. 그가 말한 사회적 존재는 행복한 삶을 위해 서로 의지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기존의 사회적 존재와는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목적론적 세계관을 지녔던 그는 인간은 자유로운 존재이며 네가지 덕목인 지혜, 용기, 절제, 정의를 갖추어야 함을 이야기 한다. 특히나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는 생각의 도구인 중용을 강조하며 선한 삶을 찾아가기를 바란다. 우리는 목적을 가진 존재로 서로에게 선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가장 행복한 삶이라 이야기하는 그의 사상이 실천이 어려운 이상주의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의 세상이 너무 각박하다보니 과도한 경쟁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재 우리의 한계때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생각이 말이 된다는 것을 경계하라. 말이 행동이 된다는 것을 경계하라. 행동이 습관이 된다는 것을 경계하라. 습관이 성격이 된다는 것을 경계하라. 성격이 운명이 된다는 것을 경계하라. 우리가 생각하는 것이 우리가 되는 것이다.- p261

 계몽주의자 <스피노자>는 세상의 모든 것은 자연 안에서만 존재하고 자연의 본질적 법칙에 따라 생성된다는 범신론을 주장하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자체가 이성이며, 정신이고, 곧 신이다라는 말은 그의 일원론적 철학을 말한다. 이는 최상의 행복감을 의미하며 급진적 결정론자임을 보여주고 있는 부분이다. 인간은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지고 있다고 이야기는 부분에서 그는 인간은 자유의지가 없고 자유로운 필연으로 살아감을 의미하는데 이는 우리가 생각 없이 살아가고 있는 것을 경고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나 이해하는 것으로 시작하라. 탁월한 일은 드물고 어려운 법이다. 나만의 생각을 자유롭게 가져야 한다.-P363

 실존주의 사상가인<사르트르>는 인간을 창조적 존재로 이야기 하며 우리의 모든 행위는 새로운 시작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실존은 본질에 앞서며 모든 일은 이유없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항상 행동했기 때문이라 한다.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주장이 스스로를 인식하는 인식의 완전한 진리로 이야기 하고 있으며, 이는 우리 인간을 가치있게 보고 있다는 의미이다. "지옥은 다른 타인들이다'라는 구절은 모방송에서 드라마의 제목과도 비슷한데 외부에서 오는 불행을 의미하는 듯하다. 따라서 우리는 지금의 자유로운 자신에게 충실하며 우리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함을 이야기 한다. 인간은 독립적으로 살아야 하는 것은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행복은 내가 원하는 대로 평생 기다려주지 않는다. 너무 늦기 전에 시작해야 합니다.-p420

  구조주의 철학자이자 역사가인 <푸코>는 지식과 권력, 광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광기를 배제한 우리의 문명은 이성 혼자서 독백하는 것과 같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이는 때때로 소외된 비이성적인 사고가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의미로 생각된다. 그는 언어와 지식은 인간의 신체를 통제하는 데 실제로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으며, 권력은 지식을 통해 작동하며, 지식은 정치적이다라 말한다. 그가 바라보는 권력은 부정적인 단어가 아니며 우리가 그것을 인정함으로써 자유로의 전환이 가능하다는 독특한 생각을 이야기 한다.

작가가 바라 본 여섯 명의 철학자들의 주장을 만나고, 그 속에서 작가가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철학이 숨은 의미를 현재와 연관시키고 인간과 사회, 나아가서 우리 전체에게 전달하는 메세지는 우리가 행복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는 사고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각기 다른 주장 같지만 그 속에는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으며, 모두 행복이라는 공통점을 찾아가는 그들의 생각이 있다. 이 철학자들이 가진 인간관, 세계관, 윤리관을 통해 우리는 우리의 행복을 찾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그의 철학은 우리를 좀 더 지헤롭고 현명하게 인생을 즐길 수 있는 가이드가 되어주는 듯하다. 항상 생각하는 자세를 가지고 삶을 살아보는 것을 실천하기 시작하는 것은 어떨까. 지금이라고 천천히 한 걸음 내딛어 보기로 한다.

19호실로 가다-도리스 레싱

19호실로 가다 - 도리스 레싱 단편선
도리스 레싱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18년 7월

 워낙 궁금하던 책이라 만났다. 모 케이블 방송에서도 등장했었고, 작가 도레스 레싱에 대한 이야기도 지난해부터 많이 들었던 터라 그녀의 작품 세계가 궁금했다.

19호실로 가다

도리스 레싱

 제목을 보고 장편의 이야기인가 생각했으나 책을 펼쳐보니 11개의 단편이 실린 책이었다. 이 책은 1960년대 시기의 이야기들이라 그런지 억압된 여성들이 주인공들이다. 책을 읽다보니 관계에 대한 부분이 주를 이룬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편이기에 순서대로 읽지 않고 보고 싶은 순서대로 보니 첫 번째 읽은 단편은 가장 마지막에 실려있는 <19호실로 가다>이다. 소위 직업을 가지고 그에 대한 자부심을 가졌던 한 여자가 결혼 후 아이들을 낳고 그 육아에서 벗어나자 자신의 정체성을 잃고 고독을 찾는 이야기다. 한 아이를 가진 나도 일부 공감을 느끼기도 했는데 사랑하는 부부임에도 왜 서로의 솔직함을 드러내지 못하고 극단적인 결말로 끝이 나게 된다. 여기서 보면 여자로서의 정체성의 위기를 극복하지 못한 안타까움과 관계의 위기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 삶을 돌아보게 되면서 진솔한 대화와 이해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이렇게 고독의 시간을 보내기 시작하면서

어머니와 아내의 역할이 쉬우면서도 어려워졌다." -19호실로 가다

<최종 후보명단에서 하나 빼기>와 <옥상 위의 여자>는 비슷한 구조의 이야기로 여자에 대한 환상이 담겨있는 듯하다. 두 작품을 읽으면서 살짝 이해가 안되는 부분과 더불어 여자들의 행동, 남자들의 행동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런 반면 심리묘사는 리얼하게 되어 있어서 당시 사람들의 심리를 들여다 보게 되었다. 동양과 서양 문화의 차이, 관점이 차이 등도 잘 느낄 수 있었다.

<한 남자와 두 여자>는 산후우울증을 소재로 한 이야기로 임신과 출산 그 자체가 큰 일이며, 정체성과 관계의 측면 부분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되었답니다. <영국대 영국>, <남자와 남자>는 인물의 심리를 잘 그려내어 흥미를 이끌어낸 것 같다. 여기서도 남성 중심사회의 모습과 더불어 여성의 희생을 담고 있다.

 이 소설은 남성과 여성에 대한 모습이 극명하게 다르며, 성적자유, 억압, 불안에 대한 이야기를 전반적을 다루고 있어서 공감과 비공감을 오갔다. 일부는 시대가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는데, 이는 현재에도 같은 상황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말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정체성, 관계, 이해를 통해 진정한 나, 본질적인 나를 찾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다는 생각이다. 모든 관계에서 벗어나 나를 제대로 바라보는 시간을 조금이라고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

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
문은강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0월

표지그림이 인상깊은 이 책은 고복희라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녀의 외모에서 풍기는 모습은 무엇인가 딱 떨어진다라는 느낌이다. 그녀의 원드랜드 속으로 들어가 본다.

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

문은강

  우리나라 80년대의 모습을 배경으로 고복희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대학시절에 슬쩍 들렀다 현재의 고복희가 있는 캄보디아 프놈펜의 원더랜드다. 이곳은 고복희가 세운 호텔이다. 그녀는 무뚝뚝한 인물로 원칙을 중시하는 여자다. 그런 원더랜드에 한국인 방문자 박지우가 오면서 그녀의 조용한 생활은 변화하다. 아무생각도 없이 여행온 듯한 그녀가 한 달이라는 시간동안 원더랜드와 한인사회에 끼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무려 고복희를 변화하게 했으니 말이다. 복희의 눈에는 멍청이처럼 보였던 지우가 가끔 내뱉는 말들은 촌철살인이다. 우리나라의 6,70년대의 분위기와 비슷한 캄보디아에서 겪는 이야기들은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그리고 예나 지금이나 사기치고 당하고, 이기적인 우리네 모습이 씁쓸하다. 한인사회지만 서로 돕지 못하고 목적만을 중시하던 그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지우와 복희의 모습에 속이 뻥 뚫리는 느낌도 든다. 그만큼 우리 사회의 부조리는 그대로인 듯하다. 그녀의 과거가 궁금해질 즈음 이제는 레트로의 상징인 레코드 판의 등장은 과거로 돌아가기에 딱이다.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교육이 중요하다고 자식을 위해 무슨 일이던 하던 우리 부모들의 세대는 물론 시위로 힘들었던 혼란기에 학교를 다니게 되었던 고복희는 장영수를 만나 결혼을 하고 군산으로 간다. 그곳은 그녀에게 행복과 불행을 동시에 선사하는 곳이다. 

 

남편인 장영수는 생각도 깊도 상상력도 있고 아내를 사랑했다. 불의에 참지 못하는 정의로운 인물로 복희의 마음을 첫 번째로 변화시킨 인물이다. 그가 말하는 겁쟁이, 상상력이 없는 인간은 이기적인 우리네 모습을 이야기 하는 듯하다. 그가 말하는 새로운 꿈은 세상을 변화기키는 용기를 갖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복희를 캄보디아로 가게 만든 인물이기도 하다. 복희는 변화를 시키기는 쉽지 않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어 원칙을 고수하는 인물이 되었던 것은 아닐까. 꿈이 없고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은지 몰랐던 지우 역시 한 달을 머물면서 스스로 재능을 발견하는 모습은 희망적이다. 하룻강아지 같은 박지우에 의해 조용히 마음의 문을 열고 무뚝뚝함에서 벗어나기도 할 수 있게 되고, 복희의 행동에 목사가 변화한다. 이런 모습은 우리에게 희망을 준다. 누군가 외치면 누군가 듣게 되고 행동하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은 아닐까. 겉모습은 이상할지언정 괜찮은 사람들을 많다는 사실을 보여줌으로써 사회를 좀 더 들여다 보게 해주는 이야기다.

고복희라는 인물을 통해 삶을 마주하고 원칙을 지키며 당당하게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며 살아가는 것도 멋진 일이라는 것을 배운다. 타인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원칙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다면 좀 더 행복해질 것 같다. 다양한 인물을 통해 무엇이 옳은지 보여주는 이 이야기 속에는 제목이 말하는 원더랜드는 특별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 수 있는 곳이 아닐가 한다. 독특한 인물처럼 느껴졌던 복희도 알고 보면 무뚝뚝하지만 정이 많은 인물인 것처럼 우리도 선입견과 편견을 버리고 세상을 바라보면 좋겠다.

사랑의 또다른 생각 [일생일대의 거래]

일생일대의 거래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1월

 프레드릭 베크만 책은 여러 권 만나왔는데 <일생일대의 거래>는 장편이 아닌 단편이다. 제목처럼 인생의 거래라 할 수 있는 이 이야기 속에서 죽음과 사랑을 만나본다.

일생일대의 거래

프레드릭베크만

 소위 잘 나갔던 한 남자이자 아버지이자 남편인 나는 암환자다. 그는 죽음이 드리워져서야 가족을 생각하게 된다. 병원에서 만난 한 여자아이는 그를 변화시킨다. 여자 아이와 그 엄마의 모습을 보며 아들을 생각한다. 또 매일 밤 장부를 들고 다니는 여자를 보면서 두려움을 느낀다. 죽음을 앞에두고서야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후회하지만 이미 늦었다는 것을 우리도 안다. 태어날 때부터 현재까지 자신이 살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인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돈을 많이 벌었지만 행복하지 않았던 삶 속에서 아들의 삶을 들여다 보며 자신과 다름을 느낀다. 죽음을 앞두고 매일 아들이 일하는 곳을 찾아가는 그에게서 부성애가 느껴진다. 강하게 키우길 원했던 아이는 다정한 아이로 자라고 그 다정함을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게 된다는 것을 느끼며 아들과의 추억을 회상한다. 우리는 왜 죽음을 앞두고서야 후회하게 되는가. 시간은 중요성 또한 뒤늦게 느끼게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앞만 보고 나아가는 것보다 가끔은 쉼표를 찍고 주위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면 그 역시 조금은 삶에서 행복을 느끼지 않았을까.

죽음을 죽음으로 맞바꿀 수는 없다. 목숨을 목숨으로만 맞바꿀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목숨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의 존재했다는 사실 조차 사라지는 것이라면 당신을 바꿀 수 있겠는가. 그것도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서. 작은 여자 아이를 위해서 아들에게 잊혀지는 존재가 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아들을 보면서 1초의 가치가 무엇인지 깨닫고 자신의 삶이 기억되지 않더라도 스스로 가치있게 살았음을 행복한 죽음으로 만드는 그에게서 용기를 만날 수 있다. 후회되는 삶이었지만 마지막은 누군가에게 행복을 주는 그를 보면서 작가 특유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후회되는 삶이지만 기적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용기와 사랑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이 책은 우리에게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가족은 우리를 변화시키는 존재임을 다시금 보여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