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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삭 ㅣ 놀 청소년문학 10
시몬 스트레인저 지음, 손화수 옮김 / 놀 / 2011년 11월
평점 :
바르삭
시몬 스트레인저 지음
놀
우선 마음이 아프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처한 현실이라는 것이.
노르웨이의 중산층 가정의 소녀 에밀리에는 부모님과 남동생 세바스티안과 스페인 남서쪽에 위치한 카나리아제도 중 가장 비옥한 토양으로 알려진 '그린카나리아' 로 2주간의 휴가를 왔다. 원래는 통통했지만, 한 남학생의 한 마디에 충격을 받아 격한 다이어트와 꾸준한 운동으로 무섭게 살을 빼서, 2년정도의 시간이 흐른 지금은 16살의 에밀리에는 너무나도 마른 몸매이다.
먹고 사는 것이 너무나도 고달픈 18살의 사무엘은 가나에서 왔다. 목숨을 걸고, 불법 이민을 감행하고 작은 난파선에 몸을 싣고 꿈의 그리던 유럽으로 찾아온 것. 가나, 베닌, 아이보리 공화국, 세네갈, 말리, 토고, 기니비사우에서 모여든 사람들은 큰 돈을 지불하고 이 난파선에 몸을 싣는다. 유럽으로 건너가 불법 체류를 하면서 돈을 벌기 위해서.
사무엘이 타고 온 난파선에는 21명의 아프리카인 들이 타고 왔으나, 같이 타고온 여섯 명은 견디지 못하고 죽음을 맞고, 동승자들은 그 사체를 바다에 버릴 수 밖에 없다. 배의 연료인 음식은 떨어지고, 석유도 떨어지고, 음료도 바닥나고...... 그렇게 20여일이 흐른 후 다행히 그린카나리아 섬에 도착한 것이다.
에밀리에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이렇게 목숨을 걸고 찾아올 만한 곳인지를. 그들의 고향인 아프리카에서는 아무런 희망도, 삶의 가치도, 살아갈 일자리도 없었던 것. 지금 동남아시아의 많은 사람들이 대한민국으로 일자리를 찾아서 온다. 그들은 고국에서는 공부도 많이 한 고학력자들이지만, 여기에서 막노동을 해서 버는 수입이 더 낫기 때문에 머나먼 타국으로 돈을 벌려고 오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아무도 그들의 학력을 인정해 주지도 않는다. 그들의 가문을 알아주지도 않는다. 그저 외국인 노동자일 뿐이지만, 그래도 일자리를 찾아서, 돈을 찾아서 타국으로 찾아 온다. 그만큼 그들에게는 일자리가, 돈이 필요한 것이다.
하는 일이 어렵다고, 힘들게 일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불쌍하다!", "힘들겠다!" 고 안쓰러워 할 때마다, 나는 큰 소리로 '정말로 불쌍한 사람들은 일을 하고 싶은데, 열심히 일하고 싶은데,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주장하곤 한다. 남들보다 힘든 일을 하는 사람이, 보기에 힘들어 보이는 일을 하는 사람이 불쌍한 것이 결코 아니다. 세상에 쉬운 일은 하나도 없다. 쉬워보이는 일이 있을 뿐. 흔히들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허황된 꿈을 꾸기에 지금 내게 주어진 일이 힘들고, 어렵고, 하기 싫다고 말하는 것이다. 아프리카에서, 동남아시아에서 돈을 벌기 위해, 일자리를 찾아서, 불법체류를 감행하고 떠나는 사람들은 이미 인생의 막바지를 경험한 사람들이다. 100여년 전에 우리 나라의 가장들이 그러 했고, 지금의 아프리카 인들이 목숨을 건 드림을 감행하는 것이다. 함께 동승한 사람 중에서 절반이 죽어나갈 수도 있고, 아니 전부, 배와 함께 떠다니는 유령선이 될 수도 있지만, 그들은 실날같은 희망을 안고, 유럽으로 찾아간다. 경찰에 잡혀 다시 아프리카(물론 아프리카를 떠나기 전에 이미 그 꿈이 좌절될 수도 있지만)로 추방될 수도 있고, 운이 좋으면 불법 체류를 하면서 살아갈 수도 있다.
일자리와 식량의 불평등한 분배, 그리고 밀입국의 현실을 노루웨이의 한 소녀와 아프리카의 한 소년의 만남을 통해서 가슴 먹먹해지는 우정을 그려내고 있다.
2011.11.7. 두뽀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