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작은 새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고정아 옮김 / 올(사피엔스21)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천국의 작은 새

조이스 캐럴 오츠


 도저히 한 호흡으로 읽어낼 수 없을만 한 책이다. 길기도 하거니와, 마음을 놓을 수 없는 무겁고 어두운 주제이기 때문일까? 1983년 2월 뉴욕 스파타에서 일어난 한 살인사건. '조이 캐럴러'라는 허니스톤스라는 술집의 여급이 교살된 사건이 일어나고, 조이의 아들인 애런이 엄마의 사체를 발견한다. 주 용의자로 지목된 두사람, 조이와 내연 관계인 유부남 '에디 딜'과 조이의 남편 '덜레이 캐럴러'.

두 사람다 무죄를 주장하지만, 에디는 부인 루실과 아들 벤에게 신뢰를 상실하고, 접근금지명령을 받기에 이른다. 오직 딸인 '크리스타 딜' 만이 아버지의 무죄를 믿지만, 결국 사람들의 냉대를 견디지 못한 에디는 1987년 11월 크리스타를 통해 가족들과 대화를 시도하다, 경찰들의 총격전 끝에 사살되고, 애런의 아버지 덜레이도, 약물과 알코올에 중독되서 도망다니다 객사하기에 이른다.

그렇게 17년이 흐른 후에, 조이 크럴러와 같이 살던 '재키 덜루카'는 애런과 크리스타를 불러놓고, 조이 크럴러에게 제 삼의 남자 '앤턴 체바'가 있었으며, 그날 밤 그 앤턴이 재키 본인을 다른 곳으로 보내고, 조이를 교살하고 재키를 위협해서 본인의 이름을 거론하지 못하게 하였으며, 경찰과 검찰측까지도 입을 막았다는 사실을 자백한다.

애런과 크리스타는 조이의 죽음으로 인해 가정이 파괴되고, 주변의 냉대에 힘들어하면서, 긴 시간 동안을 내 아버지가 아니고 서로 상대의 아버지가 범인일 거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면서도 서로에 대한 애틋한 사랑의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서로를 그리워하고 있었던 것이다. 17년이 지난 후, 비로서 진실을 알게 된 두 사람은 격정정인 사랑을 확인하지만......

 세상은 진실이 중요한 것이 아닌 때도 있다. 이미 주변 사람들에게는 조이 캐럴러를 죽인 살인자가 누구인지 그 진실보다, 조이와 내연관계인 에드워드 딜의 사생활이나 별거중인 부인의 난잡한 생활에 격분한 덜레이 캐럴러가 어떤 식으로 대응했을까? 하는 식의 상상으로 관련자들을 단죄하는 것으로 만족해한다. 하물며 벤과 크리스타의 엄마인 루실조차도 오랜 시간 함께 살아온 남편의 진실보다는 가족을 배신하고 술집 여급과 바람을 피운 남편의 배신에 더 절망하고 있다. 이런 소용돌이에 직면한 크리스타와 애런은 끊임없이 방황하고, 물의를 일으키고, 그러면서 끝없는 좌절속에서 세월이 흘러간다. 진실은 결국 밝혀진다고 하지만, 17년의 세월이 흐르고, 용의자들은 이미 세상을 등지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다 잊혀진 지난 날의 사건일 뿐이다. 당사자들에게만 너무나 큰 멍울이고 도저히 씼을 수 없는 상처일 뿐이다.

긴 시간동안 이 책을 잡고 보냈다. 크리스타 딜의 장을 읽을 때는 덜레이 크럴러가 진범일 거라고 확신했고, 애런 크럴러의 장을 읽을 때도 에디 딜이 범인일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이미 에드워드 딜이 죽는 순간까지 본인의 무죄를 주장했으니까.

비로소 17년이 흐른 뒤에야 이 두 용의자가 아닌 제삼자가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비로소 하게 되었으니까.

조이스 캐럴 오츠는 특이한 방법으로 이 장편 소설을 써내려 간다. 생략된 문장이나 단어를 돋음로 크기(10폰트)를 줄이고 회색으로 처리해 눈에 띄게 표현한다. 이미 했던 말을 다시 거론할 때도 사용하는 방법이다. 마음 속으로 되뇌이는 말들은 바탕체, 10폰트로 줄이고 회색톤으로 처리한다. 옮긴이의 생각이 아니라, 조이스 캐럴 오츠의 주문이었을 것 같다. 역자 후기에 보면, 오츠는 치밀하고 정교하게 작품을 쓴다고 한다. 복잡한 구성과 세밀하고 강력하게 묘사한다고 전하고 있다.

2011.11.6. 두뽀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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