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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여우 발자국
조선희 지음 / 네오픽션 / 2011년 11월
평점 :
거기, 여우 발자국
조선희 지음
네오픽션
책을 들추면,
본 대로 믿을래? 들은 대로 믿을래?
보이는 대로 볼래? 아는 대로 볼래?
자, 이제 어느 쪽이 현실이고 어느 쪽이 환상인지 골라봐.
이라는 문구가 나온다. 처음에는 무슨 의미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는데, 진도가 나갈수록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된다. 한 장은 여자의 이야기, 한 장은 남자의 이야기가 반복되는 기법은 요즘 작가들이 흔히 사용하는 기법인 모양이다. 그러나 조선희작가의 이야기는 상당히 새롭다. 전혀 지루하지 않고, 계속 흥미를 유발한다. 책을 읽으면서, 어떤 결말이 나올지가 무척 궁금하다.
32세의 우태주는 2010년 현재의 인물인 듯 보이는데, 또다른 여주인공인 홍우필은 1979년의 인물로 그려진다. 맨발의 인물이 여우 발자국을 남긴다는 것부터가 기이한 상황이다. 그냥 그려려니 하고 읽다 보니 마지막 장에 이른다. "말도 안돼! 도대체 뭔 소리야?" 하고 흥분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소설은 허구이고, 그것이 현실이든, 상상 속의 세계이든, 거기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는 소리이다. 서른두 개의 창을 가진 건물, 후에 '거기 구멍 눈 뒤에'라는 카페가 되고 또, 이 이름은 홍우필이 읽게 되는 책의 제목이 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거야 뭐 아무려면 어떠랴? 그저 흥미롭게 읽을 수 있으면 되는 거지.
여우 발자국 
너구리 발자국
은 우태주가 윤원이라고 착각했던 남자가 남긴 발자국이고,
수달의 발자국
은 소정이 노라라고 착각했던 여자애가 남긴 발자국이고,
황새 발자국은 윤원이 동오 형으로 착각한 사람이 남긴 발자국이고,
살쾡이 발자국은 소정의 발자국?
카페 건물에 찍힌 여우 발자국은 우태주의 발자국?
우태주가 본 여우 발자국은 홍우필의 발자국인가?
홍우필이 녹음자 홍우필이 맞는 지, 책 속에 나오는 인물 홍우필이 맞는 지도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등장인물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없다. 그저 이야기 전개에 필요한 지나온 과거의 사건만 언급하고 있지만, 그것도 책을 읽는 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화이트 크리스마스에 읽는 새로운 장르의 이야기, 소공이 뒤엉키고, 등장인물이 서로 중복되는 재미도 있으니, 겨울이 결코 춥지만은 않다.
작가는 내게 묻는다 "어느 쪽이 현실이고 어느 쪽이 허구인지 골라내셨나요?
나는 그 어느 쪽도 현실이 아니라고 답하고 싶어진다. 그리고 어느 쪽이 현실인지는 그닥 중요한 것 같지도 않다. 어쩌면 녹음테이프를 빌려주는 1장과 20장 만이 현실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 녹음테이프와 책은? ㅎㅎㅎ 그건 작가님께 물어보시기를~
2011.12.24.
새로운 세계에 눈떠가는 두뽀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