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나한테 어떻게 이래? - P355

비 온 후 말갛게 갠 하늘 같은 느낌. - P355

"사고소식 듣고, 맨 처음 떠오른 게 뭔지 아냐?"
커피였다고 했다. - P356

신유나. 너는 대체 누구냐. - P358

할머니가 텃밭 일을 할 때 쓰던 건초 수레였다. - P361

평범하지 않은 물건은 하단 수납장에 있었다. - P363

첫 번째 칸에 든 것은 통나무 도마와 거치대에 걸린 네 개의 칼이었다. - P363

길고 얇은칼, 짧은 칼, 회칼, 손도끼처럼 생긴 칼. - P363

유나는 저 도구로 뭘 했을까. 다른 것을 상상하기엔 도구들의목적이 지나치게 명확했다. - P364

칼은 해체, 찜기는 삶기, 민서기와 믹서기는 갈기. 해체와 삶기와 갈기는 같은 맥락 안에 위치할 수 있는 단어들이었다. - P364

뚜껑 클립에 각인된 S, J, Y라는 이니셜은, 그녀가 이제 막다른 길에 도착했다고 알려왔다. - P366

직각의 순간 - P366

현관 센서등 밑에 유나가 서 있었다. - P367

"교촌까지 내가 데려다줬어. 멀리서 네 차에 타는 것도 지켜봤고." - P369

유나의 목소리 끝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동요하고 있다는 표지였다. - P369

유나는 거듭 중얼거렸다. 초능력을 발휘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듣고 싶은 것만 들리고, 듣기 싫은 건 안 들리게 만드는 초능력. - P370

아득한 곳에서 유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둑년…. - P372

지유는 치즈버거를 싫어한다. 치즈스틱은 질색이다. 우유는 좋아하지 않는다. 엄마가 사 온 해피밀 세트엔 세 가지가 다 들어 있었다. - P373

원하는 대로 몸이 바뀔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그러면 작은 애벌레가 돼서 기어갈 텐데. 엄마의 눈에 띄지도 않고, 주의를 끌지도 않도록. - P376

정말로 노아가 있는지 돌아보고 싶은 마음. 후다닥 방으로 뛰어들고 싶은 마음. - P377

그래도 가위보다는 불안이 나을 것이다. 인형은 감출 수 있지만, 악몽은 막을 수 없으니까. 언제까지나 잠들지 않고 버틸 수는 없으니까. - P378

"너는 엄마 명령을 어기고, 엄마 물긴을 훔치고, 임마한테 거짓말을 했어. 만약 몰라서 그랬다면 한 번쯤 용서할 수도 있겠지." - P382

지유는 이미 두 가지 실수를 범했다. - P383

잘못을 빌 땐 울어서는 안된다. 우는 소리는 엄마의 화만 돋우는 짓이었다. 무엇을 잘못했는지, 왜 그런 일을 저질렀는지 솔직하게 설명해야 한다. - P383

두 번째 실수는 ‘그러지 말라‘고 엄마를 제지했다는 점이었다. 어떤 벌을 내릴지는 엄마가 결정할 일이었다. - P383

나아가, 돌이킬 수 없는 세 번째 실수를 저질렀다. 주제넘게도 자신이 받을 벌을 스스로 정한 것이었다. - P383

기억들이 되살아났다. 오래전 아빠와 싸울 때도 엄마는 저랬다.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악을 지르고, 아빠를 밀치고, 주먹질을 하고, 당하기만 하던 아빠가 엄마를 밀쳐내면.... - P386

엄마는 주방에 가서 물만 마시고 갈까. 아니면 아빠한테 그랬듯 칼을 가지고 갈까. - P388

"행복은 뺄셈이야. 완전해질 때까지,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가는 거." - P389

아내의 대학 시절 남자와 유학 시절 남자와 아버지와 전남편, 그리고 노아. - P390

행복은 가족의 무결로부터 출발한다고 믿는 아내의 신념, 머릿속에서 딸깍, 소리가 났다. 어긋나 있던 톱니바퀴가 착, 맞물리는 느낌이었다. - P390

처음부터 그와 아내가 그리는 가족이 완전히 달랐던 것이다. - P390

‘내 딸을 만지지 말라‘는 아내의 말은 실언이 아니었다. 너도 골로 보낼 수 있다는 암시이자 ‘밑밥 깔기‘의 일환이었다. - P393

참으로 교묘한 말장난이었다. 관점을 전복시키는 말이었다. 자신이 어디 있었는가‘에서 ‘그사이 넌 뭘 했느냐‘로. - P397

"이제부턴 그동안 준비해온 일을 시작할 거야."
러시아 투자 이민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 P400

그는 하마터면 물어볼 뻔했다. 노아는 새로운 시작을 위한 ‘정리‘ 항목 중 하나였는지. - P400

지유는 절망을 느꼈다. 왜 이모는 전화기를 꺼놨을까. 항상 켜놓겠다고 했으면서. - P406

지유는 아빠 인형과 《새로운 운명》을 선택했다. - P412

지유는 안도와 기쁨을 동시에 느꼈다. 자신은 용서받을 모양이었다. - P416

새들이 갈대밭을 차고 오르는 소리도, 되강오리 울음소리도, 눈바람만 웽웽 소리를 지르며 습지를 휘돌았다. - P420

엄마는 왜 혼자 반달늪에 왔을까. - P424

그간 그녀가 이겨내고자 시도해온 일은 모두 섀도복싱이었다. - P426

무려 30년 만에 듣는 언니라는 호칭이었다. 소름이 돋다 못해 머리털이 쭈뼛 섰다. - P427

"아까 나한테 칼 들이댈 때, 그 못생긴 뽕주둥이로 뭐라고 했어? 셈 잘하라고 했나?" - P429

유나에게 한 번 ‘제 것‘은 영원한 ‘제 것‘이었다. ‘제 것‘이 남의손에 넘어가는 일은 용납하지 않는다. 차라리 없애버릴지언정. ‘유나의 것‘이었던 남자들의 최후가 바로 그 증거였다. - P430

아무래도 유나는 역사에 길이 남을 짓을 저지른 모양이었다. 딸 옆에서 아빠를 죽이고, 아빠 옆에서 아들을 죽이는 짓. - P433

생각하지 않으면 상황을 해결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았다. - P435

안다고 여겼던 건 유나가 아니었다. 유나를 향한 자신의 감정이었다. - P437

바로 옆방 창가에서 오리 인형을 난자하던 여덟살짜리 여자아이. 그녀를 도둑년‘이라 부르던 어린 유나였다. - P440

올가미는 유나가 건넨 선택 조항으로 읽혔다. 스스로 죽든가, 좀 더 버텼다가 유나 손에 죽든가. - P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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