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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야의 중국견문록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1년 8월
평점 :
한비야의 글은 쉽고 재미있어서 좋다. 전문적인 글쟁이의 글이 아니라 약간의 아마추어적인 느낌이 들면서도 생생한 경험에서 묻어나오는 재미, 시원하고 통쾌한 그녀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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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견문록이라는 제목을 보고 나는 그녀가 중국 곳곳을 걸어서 여행하면서 적은 기행문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녀의 중국행은 단순한 여행이 아닌 어학연수를 위한 것이었고, 1년만에 거의 중상급의 실력을 쌓은 뒤 귀국한다.
그녀의 말대로 그녀는 대단한 천재도 아니고, 언어에 천부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닐진데, 어찌 이런 일이?
우선 그녀는 배우고자 하는 언어에 그녀 자신을 풍덩 빠뜨린다.
그리고, 거침없이 휘젓고 다니며 언어와 사랑에 빠지고 지독하게 매달린다. 야~ 이런 열정이야 말로 그녀의 천부적인 재능이 아닐까?
그녀의 모습을 보며 우리 나라, 서울, 초등학교, 교사, 아내라는 (좀 있으면 엄마까지도 내 이름이 된다.) 것에 나를 한정하고 그 안에 안주하려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언어라는 것 역시 영어에 대해서는 필요성과 약간의 부담감을 느낄 뿐 사는 데 크게 불편하지 않아 배우려는 노력도 거의 전무하다.
우리 나라 밖의 세상은 내가 휴가차 즐기고픈 관광지이지 내 생활권이 아니니 그 짧은 시간 필요한 언어를 죽기살기로 배울 필요는 없질 않나.. 하는 게 나의 좁디좁은 소견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소시민적인 나의 마인드일 뿐 앞으로는 이런 마인드로는 곤란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보고 있는 지도에는 쬐끄만 우리나라를 한가운데 놓고 그 점에서 흐뭇하게 안주하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우리 나라를 지도 끄트머리에 놓고 그 이름조차 알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한 세상 태어나 그 작은 점에서 안달복달 사는 것보다는 그 점을 시작으로 하여 넓디넓은 세상으로 뻗어나가 우리 비야언니처럼 엑티브하게 살면 얼마나 좋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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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책을 읽어야 한다.
사고의 전환이 생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