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는 종교인가?" 가끔 이런 질문을 해본다. 불교나 기독교는 당연히 종교다라고 말한다. 아마도 부처나 하나님과 같이 숭배해야할 존재가 분명하게 규정되어 있으며 그 목적에 맞게 지어진 사찰과 교회가 우리 눈앞에 서 있으니까. 그럼 유교는? 사뭇 애매하다. 공자나 맹자를 들자니 신적인 존재감이 약하고 그렇다고 우리 조상님이요라고 말하자니 조상이 사람이지 신이냐라고 하면 할말이 없다. 더구나 명절마다 집집에서 차려지는 제사상을 보면 분명 이는 '제사' 즉 예배의 형태를 지니고 있고 종묘에서는 일년에 몇 번씩 제례를 지내고 있어 왠지 종교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말이다 누가 "당신의 종교가 무엇입니까?"라고 물을 때 "유교"라고 말하는 사람을 보았는가? 아마 거의 보지 못했을 것이다. 유교는 단정컨데 종교가 아니다. 그럼 유교란 뭘까? 나는 철학의 한 사조라고 생각해왔다. 일반적인 종교와는 다르지만 종교만큼 한 사람의 사상을 지배하는 철학! 즉 사고의 방식이라는 말이다. ... 이렇게 주절주절 떠들게 된 것은 이 책의 표지를 접하면서였다. 유교에 대해서는 위와 같은 생각을 바탕으로 상식적 내용들만으로 그 위를 간신히 덮어놓고 있었다. 그러니 유교에 흥미랄 게 뭐가 있겠는가? 그런 내가 선물이라는 이름으로 묵직한 책 6권이 전해졌으니 어쩔 수 없이 최인호가 인도하는 유림으로 한 발자욱 들어설 수밖에. ... 그런데 조광조라고라? 유교라면 유교의 할아버지뻘 되는 공자부터 얘기해야 연장자에 대한 '예'가 아닐까 싶었는데 뜬금없이 조광조가 등장한다. 처음에는 작가가 조광조가 유배되었던 능성으로 향하면서 능성에서 그의 흔적을 더듬으며 그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그리고 2부에는 역사 속으로 되돌아가 기묘사화 당시의 상황들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3부에는 다시 현실 속 작가가 용인시에 위치한 조광조의 묘소로 찾아가 그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내리를 것으로 끝이 난다. 왜 과연 조광조가 1권에 등장했을까 궁금했다. 그런데 1권을 다 읽고 보니 조광조만큼 그에 대한 평가가 극명하게 달라지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책에 소개되었듯 그가 죽을 때 신었던 한 쪽은 검고, 한 쪽은 흰 태사신만큼이나 그에 대한 평가는 반반이다. 그것은 혼란스런 정국을 살아갔던 급진적인 개혁가이기에 보수파에게는 묵과할 수 없는 적이요, 개혁파에게는 진보의 선봉이라는 점과 맞물리며 혼란의 극치라 할 수 있는 오늘을 바라보게 한다. 아마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조광조와 같은 정치가가 나타난다면 우리 역시 그에 대한 상반된 평가를 하게 될 것이다. 갖바치의 예언처럼 아직 천년의 반밖에 지나지 않아 조광조의 정치철학이 옳은지 아닌지는 확인할 바 없지만 아직도 혼란 속에서 갈바를 모르는 시대를 살고 있다는 점은 안타깝기 그지없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