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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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올로 코엘료의 소설은 처음 접하는데 독특한 분위기가 물씬 풍겨난다.

300페이지가 채 되지도 않는 작은 책인데도 책장을 넘기면 흰 여백이 가득 묻어날 정도인 책..

그러나 사막에 부는 바람.. 모래처럼...

호흡을 가다듬기 위해서 여백은 필수적이다.

모든 금속을 금으로 바꾸길 원하는 연금술사는
허무맹랑한 꿈을 좇는 마법사와 다름없이 생각했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연금술사는 '자아의 신화'를 찾아
자신의 영혼을 들여다보아야 하고,
자신의 마음과 대화를 해야하며,
만물의 언어로 소통해야 한다.

영적인 세계에 대한 관심...

알라의 음성과 예수 그리스도가 공존하는 아프리카의 사막...

잠시 다른 세계에 손끝을 닿고 있던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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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의 결혼식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76
가스 윌리엄즈 글, 그림 | 강무환 옮김 / 시공주니어 / 199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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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토끼 두 마리가, 그러니까 하얀 토끼 한마리와 까만 토끼 한 마리가 커다란 숲 속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두 토끼는 하루 종일 둘이서 놀아도 좋기만 했습니다...

조금 있다가 까만 아기 토끼가 털썩 주저앉더니, 몹시 슬픈 표정을 지었습니다.

하얀 아기 토끼가 "왜 그래?"하고 물었습니다.

까만 아기 토끼가 "응 생각할 게 좀 있어서"하고 대답했습니다.

하얀 아기 토끼는 "뭘 그렇게 생각하는데?"하고 물었습니다.

까만 아기 토끼는 "그냥, 소원을 빌고 있는 거야."하고 대답했습니다.

하얀 아기 토끼가 " 네 소원이 뭔데?"하고 물었습니다.

까만 아기 토끼는 "너랑 영원히 함께 있는 것, 그게 내 소원이야."하고 대답했습니다.

...

아동문학과 교육 시간에 접한 책이다.

대학생의 마음에도 까만 토끼의 발언은 상당히 낭만적이어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는데 초등학교 2학년 아이들에게는 어떻게 다가올까?

책을 넘겨주며 읽어주었더니 아이들이 부끄러워하면서 얼굴을 감싸안던 모습이 생생하다.

"너희들도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까만 토끼처럼 말하는 거란다."
라고 남자아이들에게 훈계를 하기도 하고.

6학년 아이들에게 읽어주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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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책 (100쇄 기념판) 웅진 세계그림책 1
앤서니 브라운 글 그림, 허은미 옮김 / 웅진주니어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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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가사일에 전념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집안일이란 것이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다.

빨래하고, 밥하고, 청소하고,,,
빨래개고, 설겆이하고, 청소하고,,,

단순하면서도 반복적이고 표도 안난다는 것은 누구나 알 것이다.

그래서 일의 성취감도 떨어질 뿐더러 누구에게 인정을 받기 힘들고, 본인 스스로도 지루해지기 십상이라 습관화되지 않으면 힘이 든다.

여기에 남편과 아들 둘을 등에 업은 평범한 주부가 등장한다.

헤벌쩍 웃음진 남편이나 아들들이 왠지 밉살스럽게 여겨질만큼
부인의 얼굴은 무표정하다.

집에 와서 하는 일이라고는 "밥 줘~"라고 외치는 것이 전부인 이들은 아주 중요한 회사와 학교로 휑~하니 가 버리고
집안일.. 그야말로 모든 집안일은 피곳 부인의 몫이다.
너무나 당연한듯... 그렇게 집안일은 피곳 부인의 몫이다.

그러던 어느날,(이야기의 절정이 시작되려는 순간이다.)

그녀가 사라졌다.

아니, 정확히 표현하면
"너희들은 돼지야."라고 적힌 종이 쪽지 하나만 남기고
그녀는 가출을 했다.

어쩔 줄 몰라하는 남편과 아들들의 모습이 그려지지 않는가?

동화책답게 그때부터 남편과 아들들의 얼굴은 돼지로 둔갑이 되어 있고, 집안의 가구 하나하나가 돼지의 문양으로 바뀌면서 하늘에 떠 있는 달조차도 돼지얼굴이 된다.

집은 돼지우리가 되고,
그들은 돼지처럼 꿀꿀, 꽤꽥거리며 심술을 부린다.

그러던 어느날 밤, (위기가 찾아오는 순간이다.)
집에는 먹을 게 하나도 없었고
피곳 씨는 씩씩거리며 음식 찌꺼기라도 찾으려 한다.

그 때 바로 피곳 부인이 등장.

"제발, 돌아와 주세요!"

피곳 씨와 아들들이 간청한다.

결말은 뭐...
당연하게도 이들이 가사일을 분담하게 되고,
피곳 부인은 가사일 대신 자동차 수리를 하는 모습으로 끝이 난다.

작년 스카우트 베이스 활동으로 가족에 대해서 표현하는 학습지를 하기 전에 이 책을 읽어주곤 했다.

나 역시 가사일은 당연히 엄마의 몫이라고 생각하였으며
더하여 엄마의 희생은 우리 가족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고까지 여겨왔다.
우리들이 아무 거리낌없이 살아가기 위해선 엄마가 희생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묵인했다고 해야할까?

부모의 사랑은 내리사랑이라 하여 그분들이 힘들어하면서도 주시는 사랑을 따박따박 받아먹기만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내가 좀더 노력할 수 있는 부분을 등한시하여 그분들이 나를 위해 치루어야 하는 희생의 크기가 더 커지지는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고,, 그래서 마음이 싸해졌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느끼는 감정은 단순히 가사일은 가족 모두가 분담해야 한다는 수준이 아니라, 가족구성원 중 누구라도 다른 이들을 위해 전적으로 희생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내가 부모가 되었을 때에는 그것이 희생이 아니라 전적인 사랑이었고, 기쁨이고, 자아를 확인하는 방법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아직 부모됨을 몰라 이런 말을 하게 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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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알을 낳았대! - 3~8세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2
배빗 콜 글.그림, 고정아 옮김 / 보림 / 199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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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대충 언제쯤 임신과 출산에 대해서 알게 되었던 것일까?

정확히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6학년 때 다른 학교 양호선생님이 우리 학교에 오셔서 남자 아이들은 다 운동장에 내보낸 다음 뭔가 비밀스러운듯한 분위기 속에서 설명을 하셨을 때 알게 되었던 것 같다.

스키마의 형성.

그 다음부터는 기본적인 스키마를 왕성하게 발전시키기 위해 이런저런 자료?들을 접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탐구적이며 학구적인 태도에서 말이다.

나야 양호선생님이 해주시는 공식적인 교육과정 속에서 성교육을 받았다지만, 축구장에서 맥없이 골만 찼던 나의 친구들은 언제 어떻게 이 놀라운 생명의 시작을 알게 되었을지.. 뜬금없이 궁금해진다.

이후 중학교에서 이루어진 성교육도 역시 일반론적인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서 외국에서 만들어진듯한 만화비디오를 띡 틀어주면 우리는 대충대충 보면서 그러려니 했다.

물론 이 때에도 학생마다 간단한 내용이해능력에 현저한 차이가 있어서 비디오 감상 후 쉬는 시간에 침을 튀기며 서로를 가르치는 시간도 항상 있었고, 나는 미래의 교사답게 늘 뭔가를 말하는 입장이었고..

누가 얼마나 더 알았으랴만은 그 때엔 그래도 어설픈 무지 수준에선 완전 무지한 친구를 가르쳐야만 하는 책임감 비슷한 감정이 있었다.

고등학교에 들어와서는 비디오 수준의 성교육이 아니라 좀더 적극적인 성교육이 이루어졌다.

아무래도 그런 부분에 있어서 생각이 트이신 교련선생님(김보배 선생님.. 아, 너무 뵙고싶다.)은 전직 간호사답게 피임법에 대해 줄줄줄줄 설명해주시며 시험까지 보셨고, 좀더 성교육에 적극적이신 가정선생님은 직접 콘돔을 교실에 들고 오셔서 순진한 우리들에게 거의 충격적인 경험을 시켜주셨다.

아들만 셋을 낳으신 가정선생님은 큰아들이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부터 성교육을 시작하셨다는데, 우리가 민망스러워하는 단어들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사용하시면서 사실 그대로의 성교육을 자녀교육에 적용하고 계셨다.

가정선생님의 모습에 고무되었던 나는 당시 유치원에 다니고 있던 내막내동생을 대상으로 성교육을 시켜야겠다는 강렬한 책임감에 불타올랐다.(내가 뭘 얼마나 안다고.. 참...ㅡ.ㅡ;)

그러던 어느 날, 동생과 함께 tv를 보는데 '여자는 한달에 한번 마술에 걸린다'라는 말을 듣고는 동생이 나에게 물었다.

"누나, 왜 여자만 마술에 걸려? 남자는 마술에 걸리면 안돼?"

나는 옳다구나! 기회는 이때다 싶어서 동생을 앞에 두고 내가 하고자 했던 온갖 이야기를 쏟아부었다.

동생은 눈만 말똥말똥 굴리다가,,,

"누나, 너무 어려워."

그러더니 방에 들어가버렸다.

이후로, 동생이 말귀를 알아먹을만한 때가 되었을 때에는 '이젠 혼자 다 알겠지.'싶은 마음으로 더이상의 성교육을 하고자 하는 욕심을 버렸다.

나 역시 비밀스런 분위기에서 성교육을 받은 세대라 그런지
드러내놓고 무언가를 말하는 게 껄끄러운 게 사실이다.

...

이 책은 "아기는 어떻게 생겨요?"라고 묻는 아이들에게-아이들은 보통 6-7세가 되면 이쪽에 비상한 관심을 보인다.-, 또한 이 나이의 아이를 둔 부모님들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하고픈 책이다.

우리나라 부모님들은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

라는 말로 얼렁뚱땅 넘어가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영악하여 그런 말로는 납득하지 못할 뿐더러 올바른 성교육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스스로 차버리는 것과 같다.

책에서는 이처럼 말도 안되는 이야기-공룡이 아기를 데려다 준다, 붕어빵을 굽듯 아이를 굽는다. 화분에 씨앗을 심고 물을 주면 아기가 쑥쑥 자란다. 튜브에서 아기를 짜낸다 등등-로 아이가 생기는 과정을 설명하는 부모님을 너무나 똑똑한 아이들이 그림까지 그려가며 부모님들에게 설명을 한다.

그런 그림.. 배빗 콜의 일러스트는 너무나 훌륭하여 성관계하는 모습까지도 너무 귀엽고 동화답게 나와 있으니 부모님들은 민망해하지 않으시고 아이들과 함께 볼 수 있지 않을까.

이 땅의 모든 부모님들에게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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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심은 사람
장지오노 지음, 김경온 옮김 / 두레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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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목일을 맞이하여 아이들에게 읽어줄만한 책이지만,
이 책이 단순히 '나무를 많이 심자'의 교훈만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내 삶에 있어 10년 이상의 끈기를 가지고 투자할만한 일은 어떤 것이 있을지 생각해본다.

부피에가 정성스럽게 도토리알을 골라 하루에 100알씩 심었다면 나의 도토리는 첫째 아이들일 것이기에 세심하게 교과를 연구하여 아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쳐야 할 것이며, 그가 나무를 위협하는 양들과 추위와 건조함으로부터 나무를 지켜야 했다면, 나는 아이들의 생활 전반을 살펴보며 도닥이고 감싸주고 자극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부피에처럼 희생을 담보로 이 일을 수행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자신이 없다. 그러기엔 나는 나의 희생으로 얻어질 우람한 너도밤나무와 떡갈나무 숲보다는 이미 울창해진 숲에 거하는데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내가 할 수 없다고 여기는 부분이기에 이 작품은 잔잔한 파장을 일으키며 다가오나보다. 그리고, 나는 할 수 없다 여기지만, 이미 기적과도 같은 일을 이룬 부피에를 보며 '혹시 나도?'란 기대를 가지면서 전적인 헌신이 아닐지라도 내 작은 삶에 충실하려는 마음의 동기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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