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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알을 낳았대! - 3~8세 ㅣ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2
배빗 콜 글.그림, 고정아 옮김 / 보림 / 1996년 7월
평점 :
난 대충 언제쯤 임신과 출산에 대해서 알게 되었던 것일까?
정확히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6학년 때 다른 학교 양호선생님이 우리 학교에 오셔서 남자 아이들은 다 운동장에 내보낸 다음 뭔가 비밀스러운듯한 분위기 속에서 설명을 하셨을 때 알게 되었던 것 같다.
스키마의 형성.
그 다음부터는 기본적인 스키마를 왕성하게 발전시키기 위해 이런저런 자료?들을 접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탐구적이며 학구적인 태도에서 말이다.
나야 양호선생님이 해주시는 공식적인 교육과정 속에서 성교육을 받았다지만, 축구장에서 맥없이 골만 찼던 나의 친구들은 언제 어떻게 이 놀라운 생명의 시작을 알게 되었을지.. 뜬금없이 궁금해진다.
이후 중학교에서 이루어진 성교육도 역시 일반론적인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서 외국에서 만들어진듯한 만화비디오를 띡 틀어주면 우리는 대충대충 보면서 그러려니 했다.
물론 이 때에도 학생마다 간단한 내용이해능력에 현저한 차이가 있어서 비디오 감상 후 쉬는 시간에 침을 튀기며 서로를 가르치는 시간도 항상 있었고, 나는 미래의 교사답게 늘 뭔가를 말하는 입장이었고..
누가 얼마나 더 알았으랴만은 그 때엔 그래도 어설픈 무지 수준에선 완전 무지한 친구를 가르쳐야만 하는 책임감 비슷한 감정이 있었다.
고등학교에 들어와서는 비디오 수준의 성교육이 아니라 좀더 적극적인 성교육이 이루어졌다.
아무래도 그런 부분에 있어서 생각이 트이신 교련선생님(김보배 선생님.. 아, 너무 뵙고싶다.)은 전직 간호사답게 피임법에 대해 줄줄줄줄 설명해주시며 시험까지 보셨고, 좀더 성교육에 적극적이신 가정선생님은 직접 콘돔을 교실에 들고 오셔서 순진한 우리들에게 거의 충격적인 경험을 시켜주셨다.
아들만 셋을 낳으신 가정선생님은 큰아들이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부터 성교육을 시작하셨다는데, 우리가 민망스러워하는 단어들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사용하시면서 사실 그대로의 성교육을 자녀교육에 적용하고 계셨다.
가정선생님의 모습에 고무되었던 나는 당시 유치원에 다니고 있던 내막내동생을 대상으로 성교육을 시켜야겠다는 강렬한 책임감에 불타올랐다.(내가 뭘 얼마나 안다고.. 참...ㅡ.ㅡ;)
그러던 어느 날, 동생과 함께 tv를 보는데 '여자는 한달에 한번 마술에 걸린다'라는 말을 듣고는 동생이 나에게 물었다.
"누나, 왜 여자만 마술에 걸려? 남자는 마술에 걸리면 안돼?"
나는 옳다구나! 기회는 이때다 싶어서 동생을 앞에 두고 내가 하고자 했던 온갖 이야기를 쏟아부었다.
동생은 눈만 말똥말똥 굴리다가,,,
"누나, 너무 어려워."
그러더니 방에 들어가버렸다.
이후로, 동생이 말귀를 알아먹을만한 때가 되었을 때에는 '이젠 혼자 다 알겠지.'싶은 마음으로 더이상의 성교육을 하고자 하는 욕심을 버렸다.
나 역시 비밀스런 분위기에서 성교육을 받은 세대라 그런지
드러내놓고 무언가를 말하는 게 껄끄러운 게 사실이다.
...
이 책은 "아기는 어떻게 생겨요?"라고 묻는 아이들에게-아이들은 보통 6-7세가 되면 이쪽에 비상한 관심을 보인다.-, 또한 이 나이의 아이를 둔 부모님들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하고픈 책이다.
우리나라 부모님들은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
라는 말로 얼렁뚱땅 넘어가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영악하여 그런 말로는 납득하지 못할 뿐더러 올바른 성교육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스스로 차버리는 것과 같다.
책에서는 이처럼 말도 안되는 이야기-공룡이 아기를 데려다 준다, 붕어빵을 굽듯 아이를 굽는다. 화분에 씨앗을 심고 물을 주면 아기가 쑥쑥 자란다. 튜브에서 아기를 짜낸다 등등-로 아이가 생기는 과정을 설명하는 부모님을 너무나 똑똑한 아이들이 그림까지 그려가며 부모님들에게 설명을 한다.
그런 그림.. 배빗 콜의 일러스트는 너무나 훌륭하여 성관계하는 모습까지도 너무 귀엽고 동화답게 나와 있으니 부모님들은 민망해하지 않으시고 아이들과 함께 볼 수 있지 않을까.
이 땅의 모든 부모님들에게 추천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