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그들이 로마를 바꾸어 갈 때 - 로마 세계의 그리스도교화에 관하여 비아 제안들 시리즈
피터 브라운 지음, 양세규 옮김 / 비아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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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나, '혁명'이나...
- [마침내 그들이 로마를 바꾸어 갈 때], 피터 브라운, 1995.


"... 그들 대부분은 자신들이 '고대 후기'라는 시대 속에 살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 시대가 끝날 무렵에는 대부분 자신을 그리스도교인이라 여겼지만, 자신들의 후예들처럼 현재의 자신과 과거(이교 세계)의 경계를 명확하게 긋지는 않았습니다. 그들은 모호한 현재 안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것에 만족했습니다."
- [마침내 그들이 로마를 바꾸어 갈 때], <부록 : 배우는 삶>, 피터 브라운, 1995.


1.

이번 대선에서 쿠데타 내란 세력을 압도적으로 제압하고 민주당이 다시 집권하면 세상이 얼마나 바뀌게 될까,
사람들은 궁금해 한다.

거대 보수 양당이 반 세기 이상 지배한 우리의 정치사회 역사에서 집권당의 교체로 세상이 바뀌지 않았다는 사실은 종종 잊혀진다. 사람들은 스포츠 경기를 보듯 거대 양당을 응원하고 지지하며 개표 방송을 관람하지만, 지금껏 세상을 바꿔 온 건 대다수 사람들이었다는 사실에는 주목하지 않는다.

거대 양당 중 어느 정당이 집권하든, 정치를 스포츠 경기처럼 만드는 게 아니라 다수 민중들을 조직하고 스스로를 대표하게 만드는 진보정당이 언제나 필요한 이유다. 정치인 한 명의 개인기와 대표성으로 생래적 차이인 세대와 젠더를 갈라치기하면서 정치적 야욕을 채우려는 포퓰리스트들이 아무리 설쳐대도, 생물학적 차별이 아닌 사회적 계급 관계에 기초하여 다수의 불평등을 해소하려는 진보정당의 포퓰리즘은 항상 정당하다.


2.

"... 그(아우구스티누스)가 한 일은 '권위(Authority)'와 관련이 있습니다. 위와 같은 주장(그리스도교의 이분법적 '승리 서사')을 함으로써 아우구스티누스와 그의 동료 성직자들은 무엇이 '이교'이며 그 영향이 교회 생활 어디에 남아 있는지를 판단할 '권위', 권한을 자신들에게 돌렸습니다."
- [마침내 그들이 로마를 바꾸어 갈 때], <1. 그리스도교화 - 서사와 과정>, 피터 브라운, 1995.

보통 '혁명'은 단 번에 세상을 확 바꿔 버리는 것으로 인식된다. 프랑스 대혁명이나 소비에트 혁명 등 역사적 대혁명들은 그러한 단 칼의 '승리 서사'로 기록되었는데, '고대 후기' 로마 제국의 '그리스도교화' 과정 또한 그러하다.


'고대 후기(Late Antiquity)' 전문가인 영국 출신의 미국 역사가 피터 브라운(Peter Brown : 1935~)의 1995년 저작 [권위와 성자들(Authority and the Sacred)](1995)은 국역판 [마침내 그들이 로마를 바꾸어 갈 때](2025)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다. 개인적으로 최근 필리프 반덴베르크의 반가톨릭적 '이단'의 상상력을 담은 책 몇 권을 읽었던 탓도 있었지만 이 얇은 책을 선뜻 읽게 된 이유는 실은 국역판 제목에 끌려서였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느낀 것은 고대 로마 후기였던 4세기에 그리스도교가 공식화되었을 때, 고대 그리스나 이집트와 같이 다신교적 전통을 이어왔던 신앙을 패배시키고, 이후 중세 유럽의 유일교이자 '보편적 종교' 즉 '가톨릭'이 되었던 '그리스도교'가 단 번에 승리했다는 '혁명'적 서사가 알고 보면 거짓이었다는 사실이었다.

중세 그리스도교 신학의 교리적 원천이 되었던 아우구스티누스(354~430년)와 같은 신학자들은 고대 후기 로마 제국에서 전통적 이교를 단 칼에 척결한 그리스도교의 혁명적 '승리 서사'를 대표한다. 그러나 '고대 후기'는 물론 역시 '아우구스티누스' 전문가로 알려진 역사가 피터 브라운은 이 책에서 고대 후기 그리스도교가 '로마를 바꾸어 갈 때' 결코 단 번에 '혁명'적으로 바꾼 것이 아님을 증명하고자 한다.

고대 다신교를 믿던 다수 로마 민중들은 물론 신흥 그리스도교로 개종하지 않은 '배교자' 황제 등과 동떨어진 '혁명'은 없었다는 말이다. 피터 브라운은 "고대 후기 로마 제국의 가장 빛나는 성과는 기존의 전통을 버리지 않고 새로운 시대와 새로운 제국에 맞게 과감하게 바꾸고 조합해 권력의 상징 체계를 만들어낸 것'(같은책, <1장>)이라면서 고대 후기 로마 제국의 초기 그리스도교인들은 이교도적 전통과 문화를 배척하지 않고 현장에서 함께 하는 과정을 통해 서서히 민중 문화에 스며들어 궁극에는 '고대(antiquity)' 자체를 '만악의 어머니'로 만들어 갔다는 것이다. 그 고대 사회 대전환의 과정에서 그리스도교인들은 고대 후기 종교 '혁명'의 주도권을 철저히 독점하고자 했다.

이 책의 원제인 [권위와 성자들] 중 그 <1장>은 '권위(Authority)'에 관한 이야기다.


"... 예측불가능한 '폭력'은 고도의 통치체제에 입각한 사회에서 이루어지는 영속적이고 통제된 '폭력'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 '폭력'을 행사해야 한다면, 그 '폭력'은 반드시 전통적인 상류층이 독점해야 했습니다. 그들은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예측불가능한 외부자들의 손에 넘어가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습니다."
- [마침내 그들이 로마를 바꾸어 갈 때], <2. 불관용의 한계>, 피터 브라운, 1995.

흔히 고대 후기 로마 제국에서 그리스도교화의 '승리 서사'는 고대의 전통적 '이교'에 대한 단호한 '불관용'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피터 브라운은 이 책의 <2장. 불관용의 한계>에서 사실 당시 로마 제국의 관심은 '종교'나 '철학' 같은 형이상학이 아니라 '징세'라는 다분히 물질적이고 현실적인 사안에 있었으며, "종교 문제에서 (그리스도교의) 불관용 정책에 힘을 실어줄 여유는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같은책, <2장>)고 말한다. 

로마 제국의 광범위한 통치와 유지를 위해 필수적이었던 각 지역의 세금만 제대로 걷을 수 있다면 그리스도교 황제라 해도, 그의 대리인으로서 파견된 주교 조차도, 지역의 '이교도'들에게 '관용'을 베풀고 타협했다는 이야기다. 단, 이 '관용'의 주체는 여전히 그리스도교 권력자들이어야 했기에, 다수 그리스도교 신자들의 이교 신전 파괴 등의 '혁명'적 행위는 철저히 배제되었다.

이 책의 <2장>에서 말하는 '불관용의 한계'는 고대 후기 그리스도교의 단호한 '불관용'이 실은 그들의 '승리 서사'와 다르다는 점을 증명한다.


"... '성자들(the Sacred)'은 큰 어려움 없이 양보를 얻어낼 수 있었습니다. 원래라면 (고대 이교적) 신전을 파괴하고, 공적 제의를 강제로 폐지하는 등 거친 방식으로 진행되었을 전환 과정에서 '성자'는 지역 사람들의 자발성과 동의(헤게모니)를 끌어내는 요소가 되어 주었습니다... 이처럼 고대 후기 그리스도교 '성자들(the Sacred)'은 하늘과 땅의 간극을 연결하는 기도의 가교가 들어설 수 있는 상상 세계를 마련하는데 크게 이바지했습니다."
- [마침내 그들이 로마를 바꾸어 갈 때], <3. 거룩함의 중재자 - 고대 후기 그리스도교의 성자>, 피터 브라운, 1995.

고대 후기 "불관용의 한계"(같은책, <2장>)를 여실히 보여주는 종교적 타협의 현장과 달리, 아우구스티누스 같은 그리스도교의 주요 교부들은 여전히 이분법적 '승리 서사'를 주장했지만, 각 지역의 '이교도'인 민중들과 함께 했던 '성자들(the Sacred)'은 그럴 수가 없었다.

기둥 위에서 살아간 4~5세기의 시메온 같은 성자들과 각종 은둔 성자들은 하느님의 유일신 세계관만이 아닌 고대의 여러 신들이 각자 천상을 분할지배한다는 다신론적 '문두스' 세계관 및 지역의 이교적 주술과 마법, 치료법 등을 받아들여 민중들과 함께 했다. 피터 브라운이 말한 '성자들(the Sacred)'은 '성인(Saint.)'과는 다르다. 피터 브라운의 '성자들'은 '순교'나 '박해' 대신 '민중들'과 함께한 수도자 또는 각지의 은둔 신부 같은 이들이었다.

결국 이 '성자들'은 고대 후기 로마 제국에 스며들어 다수 민중들의 '자발적 동의', 즉 '헤게모니'를 그리스도교의 '권위'에게가져다 주는 중요한 매개체가 되었다.

이 책의 원제 [권위와 성자들]에서 '성자들(the Sacred)'은 고대 후기 로마 제국에서 그리스도교의 '승리 서사'가 결코 '혁명'적이지 않았다는 역사적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피터 브라운의 책 [권위와 성자들(Authority and the Sacred)]의 국역판 제목 [마침내 그들이 로마를 바꾸어 갈 때]가 참으로 그럴 듯 하다는 생각은, 고대 후기  로마 제국의 그리스도교화 과정에서 언급되는 '승리 서사'의 허구성을 정확하게 은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혁명'은 다수의 힘과 함께 녹아들어 '마침내 바꾸어' 가는 과정이지, 단 한 번의 건곤일척 '승리 서사'가 아닌 것이다.


3.

그래서 이번 대선에서도 난 진보정당을 지지한다.

그 어떤 '혁명'적인 상황이나 인물이라도 단 한 번의 대선으로 '승리 서사'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거대 보수 양당은 다수 민중들의 의지를 독점하면서 집권 후에는 새로운 세상이나 사회 대전환으로부터 등을 돌려 왔다. 거대 양당의 유일한 목적은 장기적 정권 재창출 단 하나다. 그들은 서로를 적대하면서도 서로가 없으면 존재할 수 없는 상생 관계일 뿐이다.

그 와중에서 생래적으로 어찌할 수 없는 생물학적 세대나 젠더의 차이를 '혐오'와 차별의 더러운 전장으로 만들며 개인의 정치력을 확장하려는 청년 정치인은 그냥 젊은 파시스트일 뿐이다. 그 젊은이도 나이가 들 것이고 그렇게 늙은 정치인은 '태극기 부대' 못지 않게 위험하다.

노동의 현장에서 '불평등'과 사회적 차별을 철폐해야 하는 진보정치 세력은 이번 대선은 물론이고 우리 사회에서 항상 필수불가결한 정치적 조건이다. 
정치란 '현실'적이기도 하지만 미래를 보는 '이상'적 실천이기 때문이다.

'고대 후기'가 아닌 지금의 '헤게모니'는 소수가 아닌 다수가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류 역사에서 '종교'나 '혁명'이나,
거룩하고 위대한 단 한 번의 '승리 서사'는 없다.

***

- [마침내 그들이 로마를 바꾸어 갈 때 : 로마 세계의 그리스도화에 관하여(Authority and the Sacred : Aspects of the Christianisation of the Roman World)](1995), Peter Brown, 양세규 옮김, <비아>,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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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텐베르크의 가면 반덴베르크 역사스페셜 1
필리프 반덴베르크 지음, 최상안 옮김 / 한길사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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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술을 장악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할 것이다"
- [구텐베르크의 가면], 필리프 반덴베르크, 1998.


"Insignia Naturae Ratio Illustrat."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오로지 이성으로만 파악할 수 있다)


읽을 책이 없어 아버지 방에서 찾은 시오노 나나미의 [세 도시 이야기]를 읽다가 뒷부분 부록을 통해 출판사 <한길사>에서 발간한 책소개를 보았다. 그 속에서 역사 미스터리 추리물 작가로 보이는 독일의 작가 필리프 반덴베르크(Philipp Vandenberg : 1941~)를 발견하고는 바로 호기심이 일어 그의 책을 검색하게 되었다.

국내에서는 2000년도에 <한길사>에서 [미켈란젤로의 복수](1988)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진실](1993) 두 권, 2001년에 [파라오의 음모](1990)와 [구텐베르크의 가면](1998) 두 권, 총 네 권이 번역되어 있었고, 알라딘 서점에서는 그나마 2001년에 출판된 후자의 두 권은 품절이었다. 검색능력이 다소 미숙한 나는 사실 반덴베르크의 작품들이 각각 몇 년도에 발표되었는지 조차도 찾지를 못했는데, 어느 날 밤 동네 선배 이진 형과 술을 마시다가 내가 소개한 반덴베르크를 검색 천재 이진 형이 구글의 독일어 검색결과를 다시 한국어로 번역까지 하면서 찾아본 결과 그의 작품들이 발표된 연혁들을 비로소 알 수 있게 되었다. 당시에 이미 [미켈란젤로의 복수]를 읽고 있던 나는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미술 작품을 소재로 삼은 두 권을 구매하였고 이어서 읽어볼 예정이라 이진 형에게 추천했고, 형은 반덴베르크의 작품들 중 유독 [구텐베르크의 가면]이 끌린다고 했는데 나는 그 책은 절판되어 중고서점에서나 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이진 형은 5천원을 내게 주면서 배송비 포함 중고책으로 대신 구매해줄 것을 주문했다. 그렇게 중고 원가 1천7백원에 배송비 3천원 포함 4천7백원에 구입하고 3백원의 이문을 남긴 책이 필리프 반덴베르크의 [구텐베르크의 가면](1998)이었던 거다.

필리프 반덴베르크가 쓴 역사 미스터리 추리소설은 일관된 주제가 있다. 
바로 로마 바티칸 교황청으로 대표되는 견고한 가톨릭 보편종교의 체제에 계속 도전했던 잊혀진 기록들과 그 비밀결사 운동에 관한 이야기다. 가톨릭의 권위는 오랜 세월 이들을 '이단'으로 단죄하고 은폐시켰지만, 이들은 바티칸의 지하서고에서, 바티칸의 정통 경전이 전하지 않는 '외전'에서 끊임없이 암약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오래전 중근세에 교황청에 의해 '이단'으로 숙청당한 수많은 기사단과 어쩌면 지금도 아서 왕과 원탁의 기사들처럼 예수의 '성혈'과 '성배'를 찾으며 세계 권력의 배후로 활약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시온수도회와 프리메이슨, 영화 [검은 사제들]에서 퇴마신부가 소속된 장미십자회 등은 이미 잘 알려진 음모 단체고 반덴베르크가 배경으로 삼은 이름 모를 '이단' 조직들은 서구의 역사 속에서 천년의 왕국을 이어온 기독교의 권위가 강력했던 만큼 그에 저항한 수많은 '이단'들이 존재했음을 반증한다.
[미켈란젤로의 복수](1988)에서 '유대 카발라 신비교'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진실](1993)에서 단테와 다 빈치 등 시대의 천재들로 이어져 온 '오르페우스 기사단'으로 표현된 이 흐름은 [구텐베르크의 가면](1998)에서는 '보니 호미네스(Boni Homines:선한 의지를 가진 사람들)'라는 단체로 등장하고 있다.

'보니 호미네스'의 비밀 은어는 'Insignia Naturae Ratio Illustrat(인시그니아 나투라이 라티오 일루스트라트)'인데, 그 의미는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오로지 이성으로만 파악할 수 있다'는 뜻의 라틴어다. 가톨릭의 권위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이성(Ratio)으로 세계관을 구성해야 한다는 의미로 구텐베르크의 인쇄술과 함께 한 '르네상스'의 인문학 정신이다.

구텐베르크는 15세기 유럽에서 금속활자 인쇄술의 개발을 통해 최초로 [성경]을 대량 인쇄하여 보급함으로써 궁극에는 중세 가톨릭의 견고한 성채에 커다란 균열을 낸 종교개혁 또한 가능하게 했다. 

'구텐베르크'의 본명은 '요하네스 겐스플라이슈'로서 처음에는 교황의 대리인인 독일 마인츠 지역의 대주교로부터 라틴어 성경의 대량 인쇄를 의뢰받으며 스스로를 자신의 상속 지역인 '구텐베르크'의 장인으로 불러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그러나 종교개혁 시기에는 이런 금속활자 인쇄기술이 독일어는 물론 각국의 토착언어로 번역된 성경을 대량으로 인쇄하고 다수 민중들에게 보급하는 중요한 매개체가 된다.
구텐베르크의 금속 활자 인쇄술이 인류의 인문학적 문명사에서 '혁명'으로 불리는 이유다.

필리프 반덴베르크의 [구텐베르크의 가면]의 원제는 '거울 제조업자(Der Spiegelmacher)'다. 그러나 소설의 주인공은 '구텐베르크', 즉 '요하네스 겐스플라이슈'가 아니다. 주인공은 그의 거울 제조업 스승인 미헬 멜처인데, 나중에는 마인츠 대주교 성의 지하 감옥에 갇히게 되는 미헬 멜처가 자신의 제자 겐스플라이슈(구텐베르크)에 의해 배신 당하고 결국 금속 인쇄기술도 빼앗기고 마는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풀어내는 액자식 구성이다. 이러한 구성은 반덴베르크의 전작인 [미켈란젤로의 복수](1988)와 [레오나르도 다 빈치](1993)에서도 동일하게 채용된 서술방식이다.


"제가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제 생각에 그걸 금지시키는 일은 소용이 없다고 사료되옵니다. 마인츠에서 인쇄를 금지시킨다 해도 쾰른이나 슈트라스부르크, 뉘른베르크 같은 다른 곳에서 인쇄할 것이므로 아무 소득이 없을 듯 하옵니다. 게다가 인쇄기술 자체는 책의 내용과 아무 상관이 없는 것입니다. 기술 자체가 나쁜 게 아니라, 그 기술을 사용하는 인간이 나쁜 것이죠. 대주교님, 1백 권이든 3백 권이든 원하시는 대로 저에게 [성서]를 인쇄하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 [구텐베르크의 가면], <마인츠 - 쓰라린 사랑의 고통>, 필리프 반덴베르크, 1998.


원래 독일 마인츠 지방에서 납과 주석 등을 가공하여 거울을 제작하는 장인이었던 미헬 멜츠는 우연히 빛을 반사하는 거울의 기능을 신의 성광을 비추는 마술이라 사람들이 믿게 만들며 유명해졌고, 미헬 멜처의 제자 요하네스 겐스플라이슈는 처음에는 스승을 사기꾼이라 비난하다가 어느날 갑자기 입장을 바꿔 함께 거울 제조업을 더 키워보자 꼬드기는데 결국 스승을 제끼고 마인츠의 거울 제조업 독점을 위해 멜처의 공장에 불을 지른다. 여차저차의 복잡한 사유로 딸 에디타와 함께 당시 비잔틴 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로 건너간 미헬 멜처는 동서양의 문명이 교차하는 그 곳에서 우연히 중국인들의 도기 활자를 이용한 인쇄기술을 배우게 되고 본인의 전공인 금속 가공 기술을 접목시켜 금속 활자를 통한 인쇄기술로 발전시킨다.

이 과정에서 교황을 암살하려던 에우게니우스 교황의 조카 체자레 다 모스토의 의뢰를 받아 면죄부 10만 장을 대량 인쇄하게 되는데, 그 당시 사람들은 필경사가 면죄부 한 장을 베껴 쓸 시간에 수백수천 장의 인쇄본을 찍는 미헬 멜처의 금속 활자 인쇄술을 '악마의 기술'이라 부르기도 한다. 

또 다른 사연을 안고 베네치아로 도주한 멜처에게 어느 날 황야의 '예언자'를 자칭하는 수도승이 한 명 나타나는데 그가 바로 '이단' 조직 '보니 호미네스'의 단장 풀허 폰 슈트라벤이었다. 여기서 다시 필리프 반덴베르크의 단골 소재인 '제5복음서'가 등장한다. 
제5차 십자군 원정 때 프리드리히 대왕 휘하의 십자군이 흑해 인근 동굴에서 '사해 문서'와 같은 구약의 기록을 발견했는데, 이것이 예수가 신이 아닌 인간이었다는 기록이었던 것이고, '예슈아'로 알려진 그 실존 인물 '예수'는 본인은 '예언자'이지 신이 아니라는 주장을 하면서 가짜 죽음 쇼까지 벌이고 도주한 후 몇 십 년을 더 살다 죽었다는 내용이었다. 나사렛의 예수 그리스도가 신이 아닌 인간에 불과했다는 이 '제5복음서'의 기사는 정통 가톨릭의 '4대 복음서(마가-마태-루가-요한복음)'에 정면 도전하는 것으로서 '이단' 조직 '보니 호미네스'는 '제5복음서'를 담은 이 새로운 [성경]을 대량 인쇄하여 수많은 민중들에게 보급하려는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멜처의 금속 인쇄술을 장악하고자 한다.

결말에서는 딸은 물론 면죄부 등과 결별한 미헬 멜처가 고향인 독일의 마인츠로 돌아와서 다시금 요하네스 겐스플라이슈와 동업하여 본인의 공장에서는 '제5복음서'를 비밀리에 인쇄하는 한편, 겐스플라이슈의 구텐베르크 공장에서는 마인츠 대주교의 주문을 받아 정통 [성경]을 대량 인쇄하는데, 결국 또 다시 겐스플하이슈의 배신으로 인하여 '제5복음서' 인쇄는 중단되고 인쇄술 일체를 겐스플라이슈에게 빼앗기게 된다. 그리고 미헬 멜처는 '이단'의 [성경]을 인쇄했다는 이유로 감금되는데 면죄부와 '이단' 성경 등의 대량 인쇄를 의뢰받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멜처는 '인쇄술은 인쇄술일 뿐이며, 책의 내용이나 의도와 무관한 기술에 불과할 뿐'이라는 순수한 과학기술적 주장을 견지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역시 위에 인용한 '인쇄술은 책의 내용과 무관하며 인쇄술 자체가 나쁜 게 아니라 그걸 나쁘게 이용하는 인간이 나쁘다'는 겐스플라이슈의 말은 스승이자 동업자인 미헬 멜처의 '제5복음서' 인쇄를 마인츠 대주교에게 밀고하며 인쇄술 독점을 꿈꾸던 그가 인쇄술이라는 '악마의 기술'을 아예 금지시키겠다는 대주교의 시대착오적인 주장에 대해 반박한 말이었다. 이미 인쇄술은 새로운 문명의 대세가 되었으니 그 기술의 진보는 누구도 막을 수 없으며 인쇄술 자체가 악한 것이 아니므로 이 신문명을 이용하여 가톨릭 성서의 대량 인쇄와 보급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청이었다. 물론 구텐베르크가 되고자 하는 겐스플라이슈의 의도는 금속 활자 인쇄술의 장악이었던 것이었고 가톨릭이라는 당대 최고 권위를 등에 업고 인쇄술 자체를 독점하겠다는 겐스플라이슈는 이 때부터 본인이 '구텐베르크의 장인'으로 승인받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인쇄술의 '창시자' 요하네스 '구텐베르크'가 된다.

한편, '이단'의 [성경]을 인쇄하던 그의 스승 미헬 멜처는 마인츠의 지하 감옥에 갇히면서 수십 년 후에 오래전의 이야기를 감방벽의 뚫린 구멍을 통해 건넌방 죄수에게 구술하게 되는데, 그 시점에는 이미 배신자 구텐베르크는 금속 활자 인쇄술의 '창시자'라는 명성을 남기고는 알콜중독으로 세상을 떠난 후였다. 

요하네스 구텐베르크라는 인쇄술의 대가는 먼저 가고, 실질적인 인쇄술의 창시자 미헬 멜처는 아무도 모르는 지하 감방에서 오래도록 살아남아 지난 이야기를 남기는데 이 기록은 '제5복음서'처럼 언제 누구에게 전해질지 알 수 없는 이야기가 된다.

그러거나 말거나,
15세기 중반 당시에는 그 주체가 요하네스 구텐베르크(겐스플라이슈)였든 미헬 멜처였든,
"인쇄술을 장악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필리프 반덴베르크의 소설 세 권을 읽어보니 '제5복음서'와 '이단'이라는 일관된 주제와 액자식 구성의 동일한 이야기 방식에 진부함이 없지 않았는데, 1998년작 [구텐베르크의 가면]은 주인공 미헬 멜처의 콘스탄티노플과 베네치아를 거친 마인츠로의 여행 과정에서 전개되는 딸 에디타에 대한 부녀지간 사랑과 아름다운 여인 시모네타 등과의 애정 행각 등은 지루함을 한층 배가시키는 군더더기 같은 점이 다소 있기도 했다. 한편, 소설의 주된 내용인 요하네스 구텐베르크(겐스플라이슈)의 배신과 인쇄술 독점과 장악 과정은 정작 마인츠를 다룬 마지막 장 일부에 불과하다.

그래도 오랜만에 발견한 내 취향저격 '이단' 역사소설가 필리프 반덴베르크를 알게 된 김에 우리나라에 소개된 마지막 한 권 [파라오의 음모](1990)는 중고로 구입하여 마지막으로 더 읽어보고자 한다.
그리고는 이제 반가웠던 나의 취향저격 작가 필리프 반덴베르크와 아쉬운 작별인사를 해야겠다.

***

1. [구텐베르크의 가면(Der Spiegelmacher)](1998), Philipp Vandenberg, 최상안 옮김, <한길사>, 2001.
2. [미켈란젤로의 복수 - 시스티나 천장화의 비밀](1988), Philipp Vandenberg, 안인희 옮김, <한길사>, 2000.
3.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진실 - 제5복음서의 숨겨진 비밀](1993), Philipp Vandenberg, 안인희 옮김, <한길사>, 2000.
4. [파라오의 음모](1990), Philipp Vandenbeg, 박계수 옮김, <한길사>,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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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진실 - 제5복음서의 숨겨진 비밀 반덴베르크 역사스페셜 3
필리프 반덴베르크 지음, 안인희 옮김 / 한길사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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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바티칸에 잠복된 '폭탄'
- [미켈란젤로의 복수] /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진실], 필리프 반덴베르크, 1988~1993.


1.

"송형은 왜 종교 관련 책을 읽는 거요?"

동네에서 새벽까지 함께 술을 마시던 이진 선배가 물었을 때, 나는 바로 "이단" 때문이라 대답했다.

종교가 없는 내가 기독교 관련 책을 가끔 읽는 이유는, 수천년 동안 견고했던 지식의 성벽에 균열을 내는 온갖 의심과 기득권에 반하는 다른 지식에 관한 이야기에 끌렸기 때문이다. 중세의 밀교와 종교개혁, 근대의 과학과 유물론 등 가톨릭 기득권이 규정한 '이단'들은 바로 그 균열에 대한 이야기들이었다. 
세상 만물의 운동과 진화는 기득권에 도전하는 온갖 '이단'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그 연장선 상에서 최근 우연히 발견한 작가가 있었으니, 바로 독일 저널리스트 필리프 반덴베르크(Philipp Vandenberg : 1941~)다.

필리프 반덴베르크는 독문학과 미술사를 전공하다가 기자가 되었고 1973년에 [파라오의 저주]라는 소설로 작가가 되었다. 이후 저널리스트다운 현장조사와 문학 및 미술사 전공자다운 연구를 통해 많은 작품을 발표하며 기득권 주류 역사 속 이면의 이야기들을 썼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2000년도에 번역된 반덴베르크는 21세기 초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2003)가 인기를 끌기 전 20세기에 수많은 '이단'들이 있었음을 증명한다.

로마 바티칸 교황청으로 상징되는 정통 가톨릭의 권위에 균열을 내는 반덴베르크의 작품으로 [미켈란젤로의 복수](1988)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진실](1993)을 읽어보았다.


2.

"예언자들 중 가장 지식이 풍부한 '예레미아', 미켈란젤로의 얼굴을 하고 있는 예언자, 이 '예레미아'가 문자들의 열쇠일 것이 분명했다... 
'아불라피아(ABULAFIA)' 하고 옐리넥은 읽었다. 그렇다. '아불라피아'는 교회가 저주를 내리고 있는 카발라 추종자의 이름이었다. 카발라는 12세기 중반쯤에 서부지방에서 생겨나서 그곳으로부터 에스파냐로, 나중에 이탈리아로 전파되었고, 교회에 무서운 손상을 입혔던 유대 밀교였다."
- [미켈란젤로의 복수], <저주받은 이름>, 필리프 반덴베르크, 1988.

피렌체 출신 미켈란젤로가 교황 율리우스 2세의 부름을 받고 로마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와 제단화를 그렸을 때, 일찍이 열네살부터 붓 대신 끌을 잡기로 결심했던 미켈란젤로는 교황이 조각가인 본인에게 화가처럼 그림을 그리게 한 사실에 분노했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그는 신약성서를 그리라는 교황의 요청과 달리 시스티나 예배당의 천장에 창세기부터 아담과 이브의 창조와 추방, 노아의 대홍수 같은 구약성서 이야기를 중심으로 그렸고 둘레를 그리스식 남녀 예언자들로 장식했다. 일반적으로 이것이 미켈란젤로의 세속적인 '복수'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반덴베르크는 '미켈란젤로의 복수'라는 모티브에서 한 발 더 나아가 12세기 유대 밀교 카발라와 신비주의를 덧입혀 가톨릭 교리 전체에 도전하는 거대한 프로그램을 역추적하여 구성해 낸다. 16세기 초에 작업한 시스티나 천장화가 복원 완료된 것이 1989년인데 그 과정에서 '지식'의 예언자 '예레미아'로부터 시작하여 알파벳 여덟 글자가 그림 곳곳에서 발견된 것이다.

처음에는 'A-I-F-A-L-U-B-A'로 알려진 이 기호 배열의 해석을 위해 교황청에서는 교리 담당 옐리넥 추기경을 중심으로 하는 특별위원회를 조직하는데, 바티칸의 비밀서고를 검색하는 과정에서 조금씩 성서에 반하는 사실들이 드러난다.

연구 결과 동방의 예언자 '예레미아'는 본래 글을 우측에서 좌측으로 썼기에 문자의 배열은 뒤집어져야 했고, 그에 따라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에 숨겨져 있다가 복원 과정에서 발견된 '아이파루바(AIFALUBA)'는 사실 '아불라피아(ABULAFIA)'였으며, '아불라피아'는 13세기에 교황 니콜라우스 3세에 의해 화형당한 유대 카발라 신자였다는 것이다.

1978년도에 32일간 재위하고는 급사한 교황 요한 바오로 1세의 비밀유품에서 발견한 미켈란젤로의 문서들 속에서 카발라 신비주의자 '아불라피아'의 기록을 발견한 교리(이념) 담당 옐리넥 추기경은 그 내용의 폭발력을 감당하지 못하고 자살을 시도한다. 한편, 바티칸의 정치적 실세인 국무 추기경과 경제적 실세인 재정담당 추기경은 '아불라피아'와 미켈란젤로가 알고 있던 비밀을 덮고 가톨릭 권력의 유지를 위해 교황 요한 바오로 1세를 암살하기까지 한 바 있다. 믿거나 말거나 32일 교황인 요한 바오로 1세는 이 엄청난 '비밀'을 다루기 위해 종교회의를 소집한다는 발표 하루 전 선종했다는 것이다.
옐리넥 추기경이 안고 가려던 '폭탄'은 이미 바티칸이 2천년 동안 안고 있던 '진실'이었다.

"... 문서와 자기를 둘러싼 모든 것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하느님, 여기 씌어 있는 것이 사실일 리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그것은 니콜라우스 3세 교황이 감추고자 했던 바로 그 진실이었다. 그러니까 미켈란젤로가 카발라 추종자들에게서 들었던 바로 그 진실이었다. 그리고 교황청이 너무나도 두려워서 나치의 압력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던 바로 그 진실이었다. 그리고 교황 요한 바오로가 신앙문제 종교회의를 열 계획을 세우게 만든 바로 그 진실이었다."
- [미켈란젤로의 복수], <다 이루었도다>, 필리프 반덴베르크, 1988.

교황 요한 바오로 1세의 유품에서 나온 미켈란젤로의 유품에서는 카발라 교도 '아불라피아'의 기록이 발견된다. 아불라피아는 이 기사를 통해 역시 카발라 교도 시몬 벤 예루킴이 예수의 시체를 옮겨 자신의 무덤에 매장하였는데 카발라교에서 예수의 시체를 훔친 이유가 예수의 신격화를 사전에 방지하고자 함이었다는 사실을 전한다.

또한 이 '진실'은 나치의 손에도 들어갔고 결국 바티칸이 나치 전범들의 남미 이주를 지원하는 빌미가 되기도 했단다.

원제가 [시스티나의 음모]인 반덴베르크의 이야기 [미켈란젤로의 복수](1988)는 또 다른 소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진실](1993)로 이어진다.


3.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저서인)... [그림에 대하여]... 신적인 그림에 대한 암시... '그 모양은 독수리와 장미에 둘러싸인 곳, 가슴에는 비밀을 품고, 넉넉한 연단(녹을 방지하는 도료) 아래서 종려나무를 쓰러뜨릴 힘을 가진 것'이라고 되어 있어요. 미술사가들은 여러 세대가 지나도록 이 묘사가 뜻하는 수수께끼를 풀려고 애쓰다가 마지막에 이 그림이 사라졌다는 결론에 도달했지요... 사라졌다고 생각되던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그림은 실은 [장미원의 성모]였던 것이죠."
-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진실], <단테와 레오나르도 다 빈치>, 필리프 반덴베르크, 1993.

필리프 반덴베르크의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진실](1993)의 원제는 [제5복음서]다. 

내용은 전작 [미켈란젤로의 복수(시스티나의 음모)]와 이어지지 않는 표면적으로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미켈란젤로의 복수]는 옐리넥 추기경의 진실 추적이 액자식 구성처럼 예언자 '예레미아'를 자처하는 반신불구의 수도승의 이야기로서 전해지며, 화자인 '예레미아' 수사는 자살을 시도했지만 살아남아 진실 은폐를 위해 바티칸에 의해 감금된 옐리넥 추기경으로 암시된다. 
한편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진실(제5복음서)]은 전혀 이어지지 않는 다른 이야기로 전개되지만 그 소재와 주제는 동일하다.

미국의 독일 출신 비교문학자 마르크 포시우스 교수가 프랑스 파리의 박물관에 진열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장미원의 성모]에 황산을 뿌린 이유는 성모의 목에 처음 그려진 여덟 보석의 목걸이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서였다. 
1999년에 히에로니무스 보쉬의 그림에 숨겨진 문자를 알리기 위해 염산을 뿌린 페터 뎀프의 [보쉬의 비밀]처럼 20세기에는 명화들에 대한 의심에 찬 테러들이 횡행했던 것 같다. 

아무튼, 미술사 전공자답게 반덴베르크는 전작의 미켈란젤로에 이어 이번에는 미켈란젤로의 르네상스 라이벌이었던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그림 속에 숨겨진 무서운 비밀을 다룬다.

아마도 첫번째 [암굴의 성모]로 추정되는 그림 [장미원의 성모] 속 성모 마리아의 목에 원래 그려진 목걸이는 루비와 자수정 등 8가지 보석으로 이루어졌는데 이 보석들의 첫 글자 배열은 또 하나의 이름을 지칭한다. 그 이름은 '바라바(Barabbas)'다. 성경에서는 빌라도 총독이  예수를 고발한 유대 랍비들에게 '나사렛 예수'와 폭도 '예수 바라바' 중 누구를 살릴 것인지 물었고 유대인들은 '복음서'에서 '강도' 또는 '폭도'로 부른 '바라바'를 살리고 '나사렛 예수'를 죽이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유대 이름 '예수'는 흔했지만 여기서 예수와 바라바 모두 '예수'였던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진실]에서도 이 '바라바'라는 역사속 유령같은 인물을 쫓아 바티칸의 대응 뿐만 아니라 유럽과 미국을 종횡무진하는 모험담까지 전개되지만, 오랜 '진실'을 담은 주제는 하나다.

"난외주석들에는 이 구절들이 나타난 여러 복음서의 장절들이 표시되어 있다고 보아야겠죠. 그러니까 '바라바(Barabbas)'는 이 '다섯번째 복음서'의 저자를 뜻하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이 사실만으로는 이 이름을 둘러싸고 있는 폭발력을 설명할 수 없을 것 같은데요... '바라바'라는 이름은 어떤 비밀스러운 의미를 감추고 있는게 분명해요. 그것은 일종의 '코드' 같아요. 오직 아는 사람들끼리만 이 말을 아는 거죠. 마치 놀라운 의미를 가진 비밀로 들어가는 열쇠 같은 것 말예요."
-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진실], <제5복음서>, 필리프 반덴베르크, 1993.

[신약성경]의 '4대 복음서'는 마가(마르코)-마태(매튜)-루가(루크)-요한(존)이라는 이름의 사람들이 쓴 예수의 생애인데, 마리아의 수태고지 및 예수의 수난과 처형, 그리고 부활을 전하는 기사들이다. 이들은 가톨릭 믿음을 공고히 하기 위해 예수를 하느님의 아들로서 신격화하는 사명을 담은 이야기들로서 예수 사후 수십년 지나서 씌어진 기록들이다.
그런데 단테는 물론 레오나르도 다 빈치로 이어지던 천재들의 신비로운 비밀결사 '기사단'은 '바라바'라는 예수와 동시대 인물의 기록을 담은 양피지 문서를 토대로 또 하나의 복음서인 '제5복음서'를 계승하면서 전승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이 '제5복음서'는 '4대 복음서'의 원본이다. 당대의 천재 단테 알리기에리의 [신곡]이 단테 사후 15년이나 지나서 첫 필사본이 나온 것이라든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성모 그림에 숨겨진 목걸이 등은 '제5복음서'의 저자이자 예수를 바로 옆에서 목격한 '바라바'의 존재와 그가 전하고자 했던 예수 이야기를 세상에 폭로하기 위함이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진실] 속 인물들의 모험을 통해 드러나는 충격적인 사실은, '제5복음서'의 저자인 '예수 바라바'는 '나사렛 예수'와 그의 아내 '막달라 마리아'의 '아들'이었다는 것인데, '바라바'가 '성혈'이자 '성배' 그 자체가 되는 이 '진실'은 가톨릭 권력의 상징인 바티칸이 2천년 간 은폐해야 했던 가장 무서운 잠복된 '폭탄'이기도 하다.

[제5복음서]를 통해 반덴베르크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다름아닌 '예수의 부활'은 거짓이며, 예수는 신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진실'이었던 것이다.

***

1. [미켈란젤로의 복수 - 시스티나 천장화의 비밀](1988), Philipp Vandenberg, 안인희 옮김, <한길사>, 2000.
2.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진실 - 제5복음서의 숨겨진 비밀](1993), Philipp Vandenberg, 안인희 옮김, <한길사>, 2000.
3. [보쉬의 비밀(Das Geheimnis des Hieronymus Bosch)](1999), Peter Dempf, 정지인 옮김, <생각의 나무>, 2006.
4. [성혈과 성배](1982), 헨리 링컨/마이클 베이전트/리처드 레이 지음, 이정임/정미나 옮김, <자음과모음>, 2005.
5. [그리스도교의 기원](1908), 칼 카우츠키 지음, 이승무 옮김, <동연>,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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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의 복수 - 시스티나 천장화의 비밀 반덴베르크 역사스페셜 4
필리프 반덴베르크 지음, 안인희 옮김 / 한길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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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바티칸에 잠복된 '폭탄'
- [미켈란젤로의 복수] /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진실], 필리프 반덴베르크, 1988~1993.


1.

"송형은 왜 종교 관련 책을 읽는 거요?"

동네에서 새벽까지 함께 술을 마시던 이진 선배가 물었을 때, 나는 바로 "이단" 때문이라 대답했다.

종교가 없는 내가 기독교 관련 책을 가끔 읽는 이유는, 수천년 동안 견고했던 지식의 성벽에 균열을 내는 온갖 의심과 기득권에 반하는 다른 지식에 관한 이야기에 끌렸기 때문이다. 중세의 밀교와 종교개혁, 근대의 과학과 유물론 등 가톨릭 기득권이 규정한 '이단'들은 바로 그 균열에 대한 이야기들이었다. 
세상 만물의 운동과 진화는 기득권에 도전하는 온갖 '이단'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그 연장선 상에서 최근 우연히 발견한 작가가 있었으니, 바로 독일 저널리스트 필리프 반덴베르크(Philipp Vandenberg : 1941~)다.

필리프 반덴베르크는 독문학과 미술사를 전공하다가 기자가 되었고 1973년에 [파라오의 저주]라는 소설로 작가가 되었다. 이후 저널리스트다운 현장조사와 문학 및 미술사 전공자다운 연구를 통해 많은 작품을 발표하며 기득권 주류 역사 속 이면의 이야기들을 썼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2000년도에 번역된 반덴베르크는 21세기 초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2003)가 인기를 끌기 전 20세기에 수많은 '이단'들이 있었음을 증명한다.

로마 바티칸 교황청으로 상징되는 정통 가톨릭의 권위에 균열을 내는 반덴베르크의 작품으로 [미켈란젤로의 복수](1988)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진실](1993)을 읽어보았다.


2.

"예언자들 중 가장 지식이 풍부한 '예레미아', 미켈란젤로의 얼굴을 하고 있는 예언자, 이 '예레미아'가 문자들의 열쇠일 것이 분명했다... 
'아불라피아(ABULAFIA)' 하고 옐리넥은 읽었다. 그렇다. '아불라피아'는 교회가 저주를 내리고 있는 카발라 추종자의 이름이었다. 카발라는 12세기 중반쯤에 서부지방에서 생겨나서 그곳으로부터 에스파냐로, 나중에 이탈리아로 전파되었고, 교회에 무서운 손상을 입혔던 유대 밀교였다."
- [미켈란젤로의 복수], <저주받은 이름>, 필리프 반덴베르크, 1988.

피렌체 출신 미켈란젤로가 교황 율리우스 2세의 부름을 받고 로마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와 제단화를 그렸을 때, 일찍이 열네살부터 붓 대신 끌을 잡기로 결심했던 미켈란젤로는 교황이 조각가인 본인에게 화가처럼 그림을 그리게 한 사실에 분노했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그는 신약성서를 그리라는 교황의 요청과 달리 시스티나 예배당의 천장에 창세기부터 아담과 이브의 창조와 추방, 노아의 대홍수 같은 구약성서 이야기를 중심으로 그렸고 둘레를 그리스식 남녀 예언자들로 장식했다. 일반적으로 이것이 미켈란젤로의 세속적인 '복수'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반덴베르크는 '미켈란젤로의 복수'라는 모티브에서 한 발 더 나아가 12세기 유대 밀교 카발라와 신비주의를 덧입혀 가톨릭 교리 전체에 도전하는 거대한 프로그램을 역추적하여 구성해 낸다. 16세기 초에 작업한 시스티나 천장화가 복원 완료된 것이 1989년인데 그 과정에서 '지식'의 예언자 '예레미아'로부터 시작하여 알파벳 여덟 글자가 그림 곳곳에서 발견된 것이다.

처음에는 'A-I-F-A-L-U-B-A'로 알려진 이 기호 배열의 해석을 위해 교황청에서는 교리 담당 옐리넥 추기경을 중심으로 하는 특별위원회를 조직하는데, 바티칸의 비밀서고를 검색하는 과정에서 조금씩 성서에 반하는 사실들이 드러난다.

연구 결과 동방의 예언자 '예레미아'는 본래 글을 우측에서 좌측으로 썼기에 문자의 배열은 뒤집어져야 했고, 그에 따라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에 숨겨져 있다가 복원 과정에서 발견된 '아이파루바(AIFALUBA)'는 사실 '아불라피아(ABULAFIA)'였으며, '아불라피아'는 13세기에 교황 니콜라우스 3세에 의해 화형당한 유대 카발라 신자였다는 것이다.

1978년도에 32일간 재위하고는 급사한 교황 요한 바오로 1세의 비밀유품에서 발견한 미켈란젤로의 문서들 속에서 카발라 신비주의자 '아불라피아'의 기록을 발견한 교리(이념) 담당 옐리넥 추기경은 그 내용의 폭발력을 감당하지 못하고 자살을 시도한다. 한편, 바티칸의 정치적 실세인 국무 추기경과 경제적 실세인 재정담당 추기경은 '아불라피아'와 미켈란젤로가 알고 있던 비밀을 덮고 가톨릭 권력의 유지를 위해 교황 요한 바오로 1세를 암살하기까지 한 바 있다. 믿거나 말거나 32일 교황인 요한 바오로 1세는 이 엄청난 '비밀'을 다루기 위해 종교회의를 소집한다는 발표 하루 전 선종했다는 것이다.
옐리넥 추기경이 안고 가려던 '폭탄'은 이미 바티칸이 2천년 동안 안고 있던 '진실'이었다.

"... 문서와 자기를 둘러싼 모든 것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하느님, 여기 씌어 있는 것이 사실일 리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그것은 니콜라우스 3세 교황이 감추고자 했던 바로 그 진실이었다. 그러니까 미켈란젤로가 카발라 추종자들에게서 들었던 바로 그 진실이었다. 그리고 교황청이 너무나도 두려워서 나치의 압력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던 바로 그 진실이었다. 그리고 교황 요한 바오로가 신앙문제 종교회의를 열 계획을 세우게 만든 바로 그 진실이었다."
- [미켈란젤로의 복수], <다 이루었도다>, 필리프 반덴베르크, 1988.

교황 요한 바오로 1세의 유품에서 나온 미켈란젤로의 유품에서는 카발라 교도 '아불라피아'의 기록이 발견된다. 아불라피아는 이 기사를 통해 역시 카발라 교도 시몬 벤 예루킴이 예수의 시체를 옮겨 자신의 무덤에 매장하였는데 카발라교에서 예수의 시체를 훔친 이유가 예수의 신격화를 사전에 방지하고자 함이었다는 사실을 전한다.

또한 이 '진실'은 나치의 손에도 들어갔고 결국 바티칸이 나치 전범들의 남미 이주를 지원하는 빌미가 되기도 했단다.

원제가 [시스티나의 음모]인 반덴베르크의 이야기 [미켈란젤로의 복수](1988)는 또 다른 소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진실](1993)로 이어진다.


3.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저서인)... [그림에 대하여]... 신적인 그림에 대한 암시... '그 모양은 독수리와 장미에 둘러싸인 곳, 가슴에는 비밀을 품고, 넉넉한 연단(녹을 방지하는 도료) 아래서 종려나무를 쓰러뜨릴 힘을 가진 것'이라고 되어 있어요. 미술사가들은 여러 세대가 지나도록 이 묘사가 뜻하는 수수께끼를 풀려고 애쓰다가 마지막에 이 그림이 사라졌다는 결론에 도달했지요... 사라졌다고 생각되던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그림은 실은 [장미원의 성모]였던 것이죠."
-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진실], <단테와 레오나르도 다 빈치>, 필리프 반덴베르크, 1993.

필리프 반덴베르크의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진실](1993)의 원제는 [제5복음서]다. 

내용은 전작 [미켈란젤로의 복수(시스티나의 음모)]와 이어지지 않는 표면적으로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미켈란젤로의 복수]는 옐리넥 추기경의 진실 추적이 액자식 구성처럼 예언자 '예레미아'를 자처하는 반신불구의 수도승의 이야기로서 전해지며, 화자인 '예레미아' 수사는 자살을 시도했지만 살아남아 진실 은폐를 위해 바티칸에 의해 감금된 옐리넥 추기경으로 암시된다. 
한편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진실(제5복음서)]은 전혀 이어지지 않는 다른 이야기로 전개되지만 그 소재와 주제는 동일하다.

미국의 독일 출신 비교문학자 마르크 포시우스 교수가 프랑스 파리의 박물관에 진열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장미원의 성모]에 황산을 뿌린 이유는 성모의 목에 처음 그려진 여덟 보석의 목걸이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서였다. 
1999년에 히에로니무스 보쉬의 그림에 숨겨진 문자를 알리기 위해 염산을 뿌린 페터 뎀프의 [보쉬의 비밀]처럼 20세기에는 명화들에 대한 의심에 찬 테러들이 횡행했던 것 같다. 

아무튼, 미술사 전공자답게 반덴베르크는 전작의 미켈란젤로에 이어 이번에는 미켈란젤로의 르네상스 라이벌이었던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그림 속에 숨겨진 무서운 비밀을 다룬다.

아마도 첫번째 [암굴의 성모]로 추정되는 그림 [장미원의 성모] 속 성모 마리아의 목에 원래 그려진 목걸이는 루비와 자수정 등 8가지 보석으로 이루어졌는데 이 보석들의 첫 글자 배열은 또 하나의 이름을 지칭한다. 그 이름은 '바라바(Barabbas)'다. 성경에서는 빌라도 총독이  예수를 고발한 유대 랍비들에게 '나사렛 예수'와 폭도 '예수 바라바' 중 누구를 살릴 것인지 물었고 유대인들은 '복음서'에서 '강도' 또는 '폭도'로 부른 '바라바'를 살리고 '나사렛 예수'를 죽이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유대 이름 '예수'는 흔했지만 여기서 예수와 바라바 모두 '예수'였던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진실]에서도 이 '바라바'라는 역사속 유령같은 인물을 쫓아 바티칸의 대응 뿐만 아니라 유럽과 미국을 종횡무진하는 모험담까지 전개되지만, 오랜 '진실'을 담은 주제는 하나다.

"난외주석들에는 이 구절들이 나타난 여러 복음서의 장절들이 표시되어 있다고 보아야겠죠. 그러니까 '바라바(Barabbas)'는 이 '다섯번째 복음서'의 저자를 뜻하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이 사실만으로는 이 이름을 둘러싸고 있는 폭발력을 설명할 수 없을 것 같은데요... '바라바'라는 이름은 어떤 비밀스러운 의미를 감추고 있는게 분명해요. 그것은 일종의 '코드' 같아요. 오직 아는 사람들끼리만 이 말을 아는 거죠. 마치 놀라운 의미를 가진 비밀로 들어가는 열쇠 같은 것 말예요."
-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진실], <제5복음서>, 필리프 반덴베르크, 1993.

[신약성경]의 '4대 복음서'는 마가(마르코)-마태(매튜)-루가(루크)-요한(존)이라는 이름의 사람들이 쓴 예수의 생애인데, 마리아의 수태고지 및 예수의 수난과 처형, 그리고 부활을 전하는 기사들이다. 이들은 가톨릭 믿음을 공고히 하기 위해 예수를 하느님의 아들로서 신격화하는 사명을 담은 이야기들로서 예수 사후 수십년 지나서 씌어진 기록들이다.
그런데 단테는 물론 레오나르도 다 빈치로 이어지던 천재들의 신비로운 비밀결사 '기사단'은 '바라바'라는 예수와 동시대 인물의 기록을 담은 양피지 문서를 토대로 또 하나의 복음서인 '제5복음서'를 계승하면서 전승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이 '제5복음서'는 '4대 복음서'의 원본이다. 당대의 천재 단테 알리기에리의 [신곡]이 단테 사후 15년이나 지나서 첫 필사본이 나온 것이라든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성모 그림에 숨겨진 목걸이 등은 '제5복음서'의 저자이자 예수를 바로 옆에서 목격한 '바라바'의 존재와 그가 전하고자 했던 예수 이야기를 세상에 폭로하기 위함이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진실] 속 인물들의 모험을 통해 드러나는 충격적인 사실은, '제5복음서'의 저자인 '예수 바라바'는 '나사렛 예수'와 그의 아내 '막달라 마리아'의 '아들'이었다는 것인데, '바라바'가 '성혈'이자 '성배' 그 자체가 되는 이 '진실'은 가톨릭 권력의 상징인 바티칸이 2천년 간 은폐해야 했던 가장 무서운 잠복된 '폭탄'이기도 하다.

[제5복음서]를 통해 반덴베르크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다름아닌 '예수의 부활'은 거짓이며, 예수는 신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진실'이었던 것이다.

***

1. [미켈란젤로의 복수 - 시스티나 천장화의 비밀](1988), Philipp Vandenberg, 안인희 옮김, <한길사>, 2000.
2.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진실 - 제5복음서의 숨겨진 비밀](1993), Philipp Vandenberg, 안인희 옮김, <한길사>, 2000.
3. [보쉬의 비밀(Das Geheimnis des Hieronymus Bosch)](1999), Peter Dempf, 정지인 옮김, <생각의 나무>, 2006.
4. [성혈과 성배](1982), 헨리 링컨/마이클 베이전트/리처드 레이 지음, 이정임/정미나 옮김, <자음과모음>, 2005.
5. [그리스도교의 기원](1908), 칼 카우츠키 지음, 이승무 옮김, <동연>,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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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빛 로마 시오노 나나미의 저작들 21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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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오노 나나미의 '세 도시 이야기'
- [주홍빛 베네치아] / [은빛 피렌체] / [황금빛 로마], 시오노 나나미, 1989~1992.


3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의 방에 들어갔던 건 다음에 읽을 책을 찾지 못해서였다. 

보수적인 아버지와 이념성향은 매우 달랐지만 나는 어릴적 아주 가끔 아버지의 책장에서 읽을 만한 책을 찾기도 했더랬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양정무 교수의 [난처한 미술이야기]도 최근에 아버지 방에서 뜻하지 않게 찾아낸 책이었다.

아니, 책보다는 그냥 오랫만에 아버지 생각이 났기 때문에 그 방에 들어갔을 수도 있다. 나는 여태 미루고 있는 아버지 일기 찾기를 해볼까 하다가 그만둔다. 그 방 어딘가에 있을 아버지의 오래된 일기는 돌아가신 아버지와 함께 좀더 내 마음에 담아두기로 생각하고 만다.

아버지가 말기 폐암 선고를 받기 얼마전 생애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큰 누나와 함께 유럽 여행을 보내드렸었다. 1970~80년대에 중동 산업역군으로 다녀오신 아버지는 여행을 좋아했고 호기심도 많은 편이었지만 경제적 형편이 좋지 않아 제대로 해외여행을 가보신 적이 없었는데, 여든이 넘어 가셨던 보름간의 유럽 여행에서도 아버지는 참으로 열심히 돌아다니셨단다. 그나마 내가 아들로서 했던 몇 안되는 효도행위였다.

아버지는 그 후로도 한참 동안 유럽 여행을 회상하셨고, 그 여행 전후로 구입하신 책이 양정무의 [난처한 미술이야기]와 시오노 나나미의 [세 도시 이야기]로 추정된다.

난 아버지와 함께 다니는 심정으로 한 손에 딱 들어오는 그 책들을 한 권씩 쥐고 지난 며칠간 출퇴근을 했다.


1. [주홍빛 베네치아], 시오노나나미, 1989.

"베네치아 공화국은 요즘의 공화국 치고는 강력한 공화국이다. 이 나라에서는 비상시에는 공화국 국회나 원로원에서의 일반 토의를 거치지 않고 권한을 위임받은 소수 위원들의 토의만으로 정책을 결정하는 방식을 택해왔다. 이런 제도의 필요성을 깨닫지 못한 공화국의 경우, 종래와 같은 정치체제를 지키려 들면 나라가 망해버릴테고, 국가의 멸망을 피하려면 정치체제 자체를 무너뜨려야 하는 진퇴양난의 벽에 부딪히게 마련이다."
- 니콜로 마키아벨리, [정략론]에서 인용, [주홍빛 피렌체], <10인 위원회>, 시오노 나나미, 1989.

[로마인 이야기]로 유명한 시오노 나나미는 1960년대에 홀로 이탈리아로 넘어가 어느 소속도 없이 독학하면서 고대 로마와 르네상스 유럽의 이야기를 소설 같은 작법으로 풀어냈다. 1980~1990년대를 거치며 씌어진 그녀의 작품은 철저한 역사적 고증에 기반한 '역사소설'로 분류된다고 하는데, 나는 [로마인 이야기]는 아직 읽어보지를 못했고, [십자군 이야기](2010-2011)를 통해 시오노 나나미의 필력은 잠시 구경해보았다.

베네치아와 피렌체, 그리고 로마를 돌아다니며 풀어내는 사오노 나나미의 [세 도시 이야기]는 아마도 1992년부터 집필을 시작한 [로마인 이야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한 편씩 발표한 그녀의 초기 '역사소설' 작품에 해당되는 것으로 보인다. 엄정한 역사 고증까지는 아닐테지만 주인공인 베네치아 귀족정치인 마르코 단돌로를 제외한 다른 등장인물들은 실제 역사 속 인물들이다. 각 권마다 등장하는 살인사건은 피렌체의 알렉산드로 대공 암살사건 빼고는 역사적 사실과 무관한 양념에 불과하지만 전체 이야기는 역사적 사실에 부합한다고 한다. 

주인공 마르코 단돌로는 베네치아 공화국의 핵심기관인 '10인 위원회'에 속한 주요 정치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16세기 르네상스 말기 정세 속 관망자에 불과하다. 그의 애인으로 나오는 로마 여인 올림피아는 16세기 베네치아 화가 티치아노 베첼리오의 그림에 나오는 고급 창녀 [우르비노의 비너스]의 모델로서 실제 인물처럼 설정되어 있기는 하나 역사 속 인물이라기 보다는 가상인물인 주인공 마르코 단돌로와 다른 역사적 실제인물들을 연결해주는 또 하나의 가상인물에 가깝다. 티치아노의 그림 속 여인은 [우르비노의 비너스](1538)로 되어 있지만 이후 300년 이상 지나 에두아르드 마네가 티치아노의 이 그림을 모태로 하여 그린 [올랭피아(올림피아)](1863)를 모티브로 이 이야기의 여주인공 '올림피아'가 탄생한 듯 하다.

시오노 나나미는 [주홍빛 베네치아](1989)에서 물의 도시이자 해양교역국 베네치아의 공화국 정치체제를 중심으로 16세기 르네상스 말기 지중해 지역 유럽과 서아시아 정세를 이야기한다. 당시는 유럽의 신성로마제국 황제이자 당대 최강대국 에스파냐 왕인 합스부르크가의 카를5세의 가톨릭 세계와 서아시아의 술탄 쉴레이만이 통치하던 오스만 투르크의 이슬람 세계가 충돌하던 시대였다. 이 틈바구니에서 해양교역과 무역으로 살아가던 물의 도시 베네치아는 왕이나 술탄이 없는 공화정을 유지하면서도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국익을 지키기 위한 소수 의결체제를 운영했는데 이것이 바로 '10인 위원회'였다. 오늘날의 중앙정보기관이자 국무회의급 기관인 10인위원회는 2천명 귀족국회(하원)와 2백명의 원로원(상원), 공화국의 최고통치자인 통령(대통령)보다 위에 있는 비공식 의결기관으로서 주인공 마르코 단돌로는 10인 위원회의 위원 자격으로 베네치아와 투르크의 협력관계를 위해 동분서주하지만 결국 그의 애인인 로마 출신 고급 창녀 올림피아가 에스파냐 왕 카를5세의 첩자로 드러나면서 공직에서 3년간 휴직을 명받는다. 마르코 단돌로가 휴직을 맞아 이웃국가 피렌체로 여행을 간 이야기가 '세 도시 이야기'의 두번째 이야기 [은빛 피렌체](1991)로 이어진다.

피렌체 출신 정치가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시오노 나나미는 물론 [세 도시 이야기]에서 작가의 분신과도 같은 주인공이자 구경꾼인 마르코 단돌로의 사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 정치사상가다. [군주론]과 함께 마키아벨리의 주요 저작이라는 [정략론]에서는 공화국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공화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정치적 절차는 참으로 완만한 것이 보통이다. 입법에서나 행정에서나 무엇이든 한 사람이 결정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고, 대개의 일은 다른 몇 사람과 공동으로 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그래서 이들의 의사를 통일시키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처럼 완만한 방법은 한시의 유예도 허용되지 않는 경우에는 대단히 위험해진다. 따라서 공화국은 이런 경우를 위해 (고대 로마의) 임시 독재집정관 같은 제도를 반드시 만들어두어야 한다."

집단의결이라는 공화국의 단점을 보완하는 '독재집정관' 제도는 베네치아에서는 '10인 위원회'였고, 18세기까지 굳건히 '공화정'을 유지한 [주홍빛 베네치아]는 전제정으로 변해간 이웃 '공화국' 피렌체와 달리 이런 제도를 통해 당분간 공화정을 지켜나간다.


2. [은빛 피렌체], 시오노 나나미, 1991.

"아름다운 '프리마베라'와 '비너스의 탄생', 단테의 유려한 글과 보티첼리의 섬세한 삽화, 브루투스의 어두운 정열과 마키아벨리의 냉철한 리얼리즘. 이런 것들 가운데 어떤 것이 로렌치노의 본심일까. 아니면 그 모든 것일까."
- [은빛 피렌체], <프리마베라>, 시오노 나나미, 1991.

마르코 단돌로가 휴직기간에 여행간 피렌체는 겉으로는 공화정이었으나 신성로마제국 황제이자 에스파냐 왕 카를5세의 사위인 메디치가의 사생아 알렉산드로가 왕처럼 전제정치를 펼치다가 역시 메디치가의 방계혈족인 로렌치노에 의해 암살되는 이야기로 펼쳐진다.

메디치가는 그 선대인 15세기의 코시모부터 로렌초 일 마니피코까지의 지배자들이 르네상스 전성기 문명을 이끌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라파엘로 산치오 등 르네상스 전성기 예술가들의 활약은 메디치가 후원의 피렌체가 주무대였다.

알렉산드로 대공을 암살하게 되는 메디치가 귀족 로렌치노는 산드로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과 [프라마베라(봄)] 및 보티첼리의 삽화가 담긴 단테의 [신곡]과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근대 정치사상을 두루 갖춘 인물로 그려지나 그가 독재자를 암살한 배경은 역사적으로 알 수 없다.

로렌치노는 마르코 단돌로를 당대 피렌체 예술계의 거장 미켈란젤로와 만나게도 하는데, 소설 속 마르코는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를 그리는 현장을 직접 보기도 한다. 
나는 [천지창조] 등이 포함된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의 비밀을 담은 필리프 반덴베르크의 소설 [미켈란젤로의 복수]를 다음에 읽을 책으로 골랐는데, 이 또한 우연을 가장한 필연과도 같다는 생각을 한다.

후에 공화정을 완전 탈피하여 토스카나 공국이 된 피렌체는 로렌치노의 알렉산드로 대공 암살사건 이후 새롭게 대공이 된 코시모에 의해 다시금 전제정치를 강화하게 되는데 이 역설적인 일련의 과정은 르네상스 말기 귀족공화정의 필연적 몰락을 의미하는지도 모르겠다. 고대 로마 시대 브루투스의 공화주의적 열정이 독재자 카이사르를 죽였으나, 시대는 역설적으로 '공화국'이 아닌 '제국'을 불러왔던 것처럼.

피렌체의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정치학을 철학이나 윤리학 등으로부터 분리시킨 사상가로서 전제정이든 공화정이든 고정된 체제가 아닌 부국강병과 권력의 생존이라는 냉철한 리얼리즘에 입각하여 근대 정치사상을 정립했지만 당대의 현실 정치에서 실현시키지는 못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공자와 맹자, 마키아벨리나 마르크스 등의 모든 위대한 사상과 철학을 당장의 시대는 따라갈 '동력'을 갖지를 못하니, 그럼에도 선진사상들은 항상 나중이지만 새로운 시대를 열어간다.

[은빛의 피렌체]는 사라져 가지만, 르네상스 전성기와 함께했던 한 시대의 쇠퇴와 새 시대의 시작을 상징한다.


3. [황금빛 로마], 시오노 나나미, 1992.

"남을 배척하면서까지 자기 신앙을 지키려드는 광신의 시대가 다시 돌아오면, 고대 유적의 해체도 다시금 시작될 걸세. 꺼림칙한 기분 따위는 조금도 없이, 대낮에 당당히 하겠지. 지금은 고대 유물의 보호자 같은 교황과 추기경들은 고대 유적을 해체해서 전용하는 작업에 열중하게 되지 않을까.
로마 가톨릭 교회의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니까, 그래도 명분은 있네. 이렇게 닫힌 사회가 다시 한 번 열린 사회로 변할 때까지. 고대 유적은 인간과 비와 바람을 끈질기게 견뎌내겠지."
- [황금빛 로마], <아피아 가도>, 시오노 나나미, 1992.

마르코 단돌로가 피렌체에서 올림피아를 우연히 만난 건 시오노 나나미의 작위적 설정이기는 해도, 결국 로마로의 여정을 이끄는 촉매제였다. 베네치아에서 신성로마제국의 첩자 노릇을 하던 올림피아가 '10인 위원회'에게 베네치아의 이중첩자를 하겠다는 약조를 하고는 마르코보다 피렌체로 먼저 옮겨간 것인데, 피렌체에서 두 사람은 다시 만나게 되고 이제는 함께 올림피아의 고향이자 가톨릭의 중심지 로마로 옮겨간다.

16세기 로마는 베네치아나 피렌체와 다르다. 로마에는 어디를 가나 '고대'가 늘 함께 한다. 공직을 떠난 마르코 단돌로가 로마 지역 어디를 가나 항상 '고대'가 따라 다닌다. 로마에서의 모든 여정은 '고대로의 여행'인 것이다.

로마에서 마르코의 고대로의 여행을 안내하는 고대유적지 발굴인부 출신 엔초 노인은 학식이 아닌 세월의 흐름을 탄 경험을 담아 말한다. "로마인은 제국이 멸망하기 2백년 전부터 조금씩 죽기 시작했고 그들이 완전히 죽어버렸기 때문에 제국도 멸망한 것"([황금빛 로마], <고대로의 여행>)이라고. 
문명은 도시와 그 도시를 이루는 사람들이 만들어 왔고 그 사람들이 죽어가면서 그 문명은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문명은 언제나 그 전성기부터 쇠퇴하기 시작한다. 
모든 문명의 필연적 변화 과정이다.

마르코 단돌로와 올림피아, 베네치아와 피렌체 그리고 로마의 세 도시를 누비던 두 연인, 사오노 나나미의 '세 도시 이야기'의 주인공인 두 가상인물의 관계 또한 그렇다. 한창 무르익은 사랑의 절정에서 이미 쇠퇴의 기운을 내포한 채 비극적 이별로 막을 내린다.

공화정인지 왕정인지의 정치체제적 구분은 다수 민중의 인권과 민주적 시민권력이 등장한 근현대 정치사회부터 시작되었다. 마키아벨리의 16세기도, 더 거슬러 올라가 고대 로마에서도 '공화정'과 '왕정' 또는 '제국'은 그 구분이 모호했다. 고대 로마의 황제들은 진심이든 아니든 줄곧 '공화국'의 수호자를 자처했다. 
현대 정치에서 민중권력은 여전히 '공화국'일 수밖에 없다고 나는 생각하지만, 다수 민중의 권익을 위한 정치체제는 역시 고대로부터 흘러온 숱한 문명들의 참고가 필요하겠다.

모든 만물은 전성기와 함께 곧 쇠퇴할 운명이지만 과거로 표현되는 역사를 곳곳에 품고 있는 한, 늘 '르네상스(부흥)'를 가능하도록 해준다.

이것이 시오노 나나미가 지금으로부터 35년 전에 말하고자 했던 16세기 르네상스 말기의 [황금빛 로마]였다.

또한 그녀의 [세 도시 이야기]는 나하고는 정치사상이 달라도 너무 달랐던, 만년에는 '태극기 부대' 할아버지이기도 했던 나의 아버지가 남긴 작은 유산이기도 하다.

다시금,
[세 도시 이야기]를 아버지 방의 책장에 조용히 되돌려놓는다.

***

1. [주홍빛 베네치아](1989), 시오노 나나미, 김석희 옮김, <한길사>, 1998.
2. [은빛 피렌체](1991), 시오노 나나미, 김석희 옮김, <한길사>, 1998.
3. [황금빛 로마](1992), 시오노 나나미, 김석희 옮김, <한길사>, 1998.
4. [십자군 이야기 1~3](2010~2011), 시오노 나나미, 송태욱 옮김, <문학동네>, 2012.
5. [명화로 읽는 합스부르크 역사](2008), 나카노 교코, 이유라 옮김, <한경arte>, 2022.
6. [단테 '신곡' 강의](2002), 이마미치 도모노부, 이영미 옮김, <교유서가>, 2022.
7. [레오나르도 다빈치](2017), 월터 아이작슨, 신봉아 옮김, <북이십일 arte>, 2020.
8. [군주론](1513), 니콜로 마키아벨리, 박상훈 옮김, <후마니타스>, 2014.
9. [로마제국 쇠망사](1776~1788), 에드워드 기번 지음, 데로 손더스 편집, 황건 옮김, <까치>, 2010.
10. [미켈란젤로의 복수], 필리프 반덴베르크, 안인희 옮김, <한길사>,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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