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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수집광사건 ㅣ 동서 미스터리 북스 60
존 딕슨 카 지음, 김우종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평점 :
미스터리 소설은 언제나, '반전' - 3
- [모자수집광사건], 존 딕슨 카, 1933.
'본격파' 추리소설의 대가, 존 딕슨 카의 [화형법정](1937)을 읽고 다소 실망했으나, 이대로 그를 보낼 수가 없어 마을도서관의 <동서미스터리북스(DMB)> 서가를 뒤져서 딕슨 카의 소설 한 권을 더 찾아 대출했다.
미스터리 소설의 백미가 바로 '대반전'이라, 추리소설을 위한 가상의 설정에 기반한 '본격파'의 거장 존 딕슨 카의 신비주의적 '반전'에 다시 한 번 기대를 걸면서 말이다.
"런던 탑.
...
런던 탑은 궁전이며, 성채며, 그리고 감옥이었다. 찰스 스튜어트가 그 긴 망명 생활에서 왕좌에 복귀할 때까지 이곳은 국왕의 궁전이었으며, 오늘날도 왕실의 소유임에는 변함이 없다. 옛날 마상 시합이 열렸던 워털루 병영에서는 밤낮으로 나팔 소리가 울려 퍼지고, 근위 기병의 구두 소리가 높이 울려 온다. 푸른 잔디밭 나무 그늘에는 분수가 반짝이는 물을 뿜어 올리고 까마귀 떼들이 날아든다. 그러나 이 광장이야말로 그 옛날 눈을 가린 남녀들이 몇 단의 계단을 조용히 올라가서 단두대에 목을 바친 장소이다. 흐려서 추운 날에는 템스 강에서 연기 같은 안개가 피어오른다. 그 안개에 싸이게 되면 자동차 소리며 마차 소리도 멀리서 들리는 것같이 되고, 둥근 탑의 흉벽도 희미하게 꺼져 버린다. 강변을 오르내리는 배들의 기적 소리가 비명에 가까운 메아리를 남길 뿐이다."
- [모자수집광사건], <역적문의 시체>, 존 딕슨 카, 1933.
미국 출생이지만 유럽에서 주로 작품활동을 했던 존 딕슨 카(John Dickson Carr : 1906~1977)의 작품 배경은 주로 영국과 프랑스를 오고가는 유럽이다. [화형법정](1937)은 미국이 배경이긴 하나 [모자수집광사건](1934)의 배경은 딕슨 카 배우자의 고국인 영국이다.
대영제국 절대왕권에 의해 참수형을 당한 원혼들이 떠돌고 있을 것만 같은 '런던 탑'에서 시체가 발견된 '모자수집광' 살인사건은 영국 특유의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짙은 안개에 둘러싸인 채 신사 계층의 '모자(hat)를 훔친 미치광이(The Mad Hatter)'에 의해 저질러진 것으로 의심된다.
런던 경시청 주임경감 해드리는 애초에 이 기이한 모자 절도사건이 심상치 않다고 여겨 명탐정 기디언 펠 박사에게 도움을 요청하는데, 영국의 은퇴한 보수정치인 윌리엄 비튼 경의 모자들이 도난당하고 런던 탑에서 발견된 시체가 비튼 경의 조카이자 '모자수집광사건'을 대서특필한 신입 신문기자 필립 드리스콜로 밝혀지면서 용의자들은 역시 윌리엄 비튼 집안을 둘러싼 '밀실'과도 같은 '한정형' 살인사건으로 압축된다.
여기에 역시 존 딕슨 카답게 사건의 주요 매개로서 '신비주의'적 요소가 개입된다.
"'내가 발견한 그 원고(고본;稿本)는' 하고 윌리엄 경은 되풀이했다. '에드거 앨런 포의 원고요. 아직 한 번도 발표하지 않은 소설이지요. 나 자신과 감정한 사람, 그리고 포 외에는 아무도 듣지도 보지도 못한 작품이오. 어떻소, 믿을 수 없을 정도지요?'
그의 얼굴에는 광기에 가까운 기쁨이 넘쳐 흐르고 있었다. 그는 입을 다문 채 소리를 죽여 웃으며 뒷말을 이었다.
'자, 잘 들어 보시오. 그 고본은 포의 작품 가운데 세상에 알려진 어떤 작품보다도 초기에 쓴 것이라오. 이것도 유명한 이야기지만, [모르그 거리의 살인]의 원고만 햐도 쓰레기통 속에서 발견되었다고 하지 않소. 더구나 이것은 그것보다도 훨씬 높은 수준에 속하는 작품이오. 아주 멋진 걸작 바로 그것이지요. 나는 그것을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 [모자수집광사건], <고본(稿本)과 살인>, 존 딕슨 카, 1933.
바로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 : 1809~1849)의 미공개 작품으로 [모르그가(街)의 살인](1841)보다 먼저 씌어진 최초의 탐정소설의 초고본이 도난당한 것이다.
이 '고본(稿本)'은 윌리엄 비튼 경이 미국에 갔을 때 포가 집필하던 옛집에서 우연히 발견한 원고본으로 포의 천재탐정 오거스트 뒤팽이 처음 등장한 작품으로 소설 속에서 소개되고 있지만, 실제 이야기가 아닌 허구에 불과하다.
내가 읽기로는 그런 작품은 있을 법 하지 않은데, 뒤팽이 처음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진 [모르그가의 살인]의 서두에는 뒤팽의 등장을 알리는 사전 설명의 포석이 매우 지루할 정도로 길고 치밀하게 깔리고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제 정말 존 딕슨 카에게 이별을 고할 때가 왔다는 생각이 든 건, [모자수집광사건](1933)의 '반전'이 매우 석연치 않기 때문이었다.
포의 미공개 초고본을 도난당한 윌리엄 비튼 경의 동생 레스터 비튼의 부인 로라와 피살자 드리스콜의 부적절한 관계, 안개낀 런던의 도처에서 이들을 미행하는 여탐정 래킨 부인, 한편으로 고서적 수집가인 미국인 줄리어스 아버 등과의 얽힌 관계 속에서 '한정형' 또는 '폐쇄형' 설정으로 전형적인 '본격파' 추리소설의 전개는 익숙하고도 정겹다. 사실 내가 추리소설의 매력으로 꼽는 점이 바로 이 폐쇄적이고 고즈넉한 '한정형' 인물들간의 관계설정이다.
또한 그닥 친절하지 않은 서술로 결말을 공개하는 딕슨 카답게 '반전'은 어느 정도 예상되기도 한다.
포의 귀한 미공개 초고본의 도난이 살인사건과 연관되므로 당연히 살인자는 대놓고 고서적 수집가인 아버는 아닐테고, 살인자로 예상되던 레스터 비튼이 소설 후반부에 자살하게 되면서 소설의 '반전'은 정말 예상하지 못했던 인물이 살인자로 드러나는 결말로 치닫게 된다. 그러다 보니, 살인자의 자백으로 역추적되는 살인사건의 전모를 보면 억지스럽기까지 하다.
모든 걸 이미 다 알게 된 명탐정 정신과의사 기디언 펠 박시는 물론 해드리 경감까지 합세하여 살인자의 범죄행위를 눈감아 주고 '모자수집광 살인사건' 일체를 '미해결'로 결론짓는 과정과 이유 모두 매우 석연치 않다.
존 딕슨 카의 다른 작품들의 복잡한 '트릭'들과 '반전'들은 다소 억지스럽기는 해도, '본격파' 추리소설의 '고전'다운 면이 있었다.
그러나 [해골성](1931)과 [세 개의 관](1935) 사이에 발표된 [모자수집광사건](1933)의 마지막 '미해결 반전'을 온전히 이해하기는 나로서는 쉽지 않다.
내가 읽기엔,
[모자수집광사건]의 '반전'은,
'반전'이 아니다.
일찍이 존 딕슨 카의 데뷔(1930)로부터 약 10년 전인 1920년대에 영국의 추리소설가 길버트 체스터튼은 '추리소설'에 관한 어느 칼럼(<추리소설의 오류들>, 1920.8.28.)에서 말했다.
추리소설은 독자를 당황케 하는 것만을 목적으로 해서는 안되며, 그 결론은 단순하고 명료하게 설명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이다.
그리하여 이제 나는,
고전 추리소설의 나름대로 역사추적을 마무리하기 위해,
길버트 키스 체스터튼(Gilbert Keith Chesterton : 1874~1936)의 '브라운 신부(Father Brown) 시리즈'로 간다.
아서 코넌 도일(1859~1930)과 함께 영국 추리소설의 쌍두마차로 평가되는 길버트 체스터튼(1874~1936)의 '브라운 신부' 단편집에서 펼쳐지는 추리소설식 '반전'의 고전적 전형은 과연 어떤 형태일까.
궁금해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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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자수집광사건(The Mad Hatter Case)](1933), John Dickson Carr, 김우종 옮김, <동서문화사>, 1977~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