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 전집 1 ㅣ 다시 읽는 우리 문학 2
이효석 지음 / 가람기획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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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알려진 이효석은 1907년 강원도 평창에서 태어났습니다.

경성제국대학을 졸업하고 경성 농업학교에서 교사로 재직하였습니다.

이때 가장 왕성한 집필 활동을 하였다고 해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메밀꽃 필 무렵'도

이 시기에 발표되었습니다.

​

특히 '메밀꽃 필 무렵'은 학교 교과서에도 실려서 국어 시간에 공부를 하였기에

80년대 중고등학교를 다녔던 분들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효석 작가라고 하면 왠지 모르게 내적 친밀감을 가지고 있는데,

가람기획에서 이효석 전집1, 2을 출판 하였다고 하여 무척 반가웠습니다.

​




책을 받고 엄청난 두께에 살짝 당황하였습니다.

이효석 작가가 남긴 단편 소설이 이렇게나 많은 줄 몰랐거든요.

이효석의 작품 세계를 크게 초기와 후기 문학으로 나누고 그 특징을 말한다면

초기 작품들은 대부분 사회 현실을 다루고 있고 후기로 넘어갈 수록 점차 인간의 감정과 욕망등 인간 내면의 본능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이효석 전집 1은 초기 작품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는데, 누구의 죄, 나는 말 못했다. 홍소등의 단편들을 살펴보면 1930년대의 일제 강점기때 일본에게 수탈당하여 가난이 되물림되는 조선인들의 비참한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비루한 삶을 살아가는 그 시대의 인간 군상들을 다룬 작품 속에서 아무리 발버둥쳐도 가난을 벗어 나지 못하는 사회상황을 비판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챌 수 있습니다.




일본의 식민지에서 살아가야하는 민초들의 암담한 현실과 그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내야 하는

희망없는 어두운 삶을 단편 소설 곳곳에서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효석 하면 떠오는 낭만적이고 서정적인 글과는 사뭇 다른 초기의 그의 작품을 읽어볼 수 있어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할 수 있었습니다.

가난을 막을 수 없었던 현실, 가난이 개개인의 잘못이 아닌 사회적인 문제라는 것을 알고 있는 지식인의 안타까운 항변이 묻어 있는 작품들을 읽으며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1930년대의 한국의 상황들을 그의 짧은 단편을 통해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내가 이효석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렇게 묵직한 울림에 비해 그는 비교적 담담하게 글을 써내려 간다는 점입니다. 지금 시대에 읽어도 그의 소설들은 어색하지 않다 것, (물론 옛날어투가 많긴 하지만)

결말을 통해 독자에게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되묻는 듯한 흐름 또한 이효석의 매력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농촌과 도시, 여자와 남자의 이야기들을 소재로 삼고, 다양한 시선으로 폭넓게 살펴보며,

비록 현실은 비루한 삶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낭만 한스푼을 넣은 그의 소설들이

한국의 근현대 문학이 한발 더 발전하고 진화할 수 있게 만들었지 않았나 싶습니다.

​

이효석 이라는 작가의 초기 작품에서 부터 후기 작품까지 모든 글들을 접해봄으로써

작가에 대해 깊이 있는 이해를 원하는 분들이라면 절대적으로 읽어보셔야 할 책이라 생각합니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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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연구 일지
조나탕 베르베르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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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을 읽자마자 '앗, 정말 그럴듯한데..'라고 무릎을 딱 쳤습니다.

'인공지능으로 하여금 완벽한 추리 소설을 쓰게한다' 라는 그 기발한 생각을 한 작가가 누구지 라는

궁금증이 발생하였습니다. 보통은 그 반대인데 말이죠.

​

조나탕 베르베르 1994년생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났습니다.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했지만, 이후 방향을 바꾸어 시청각 연출을 공부하였다고 해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작가로 활발하게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향후의 행보가 기대됩니다.





사실 쳇GPT가 우리 생활에 자리 잡기 시작한지 불과 얼마 되지 않았지만, 놀라운 정도로

실무에서 크게 활약하고 있죠.

저는 업무상 외국어 번역도 하고 있는데 숙련된 프로라도 3~4시간은 족히 걸릴 번역 업무도

몇십초면 뚝딱해내는 인공지능의 능력에 혀를 내두르게 됩니다.

그리고 그럴듯하게 가사를 입력하면 인공지능이 기가 막히게 작곡도 하고

인공지능으로 만들어진 가상의 가수가 노래도 불러줍니다.

그것도 어찌나 퀄러티가 높은지 감동 받을때도 있어요.

​

하루 반나절은 족히 걸릴 업무를 몇 초면 척척 완성해내는 인공지능의 놀라운 능력에 감탄을 하고 있지만

내심 이렇게 모든 것을 AI에게 맡겨버리면 인간의 사고능력은 점점 퇴화해 버리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와중에 AI인공지능이 완벽한 추리 소설을 써낸다라는

기발한 발상의 소설이 나타났네요.

조나탕 베르베르의 [등장인물 연구일지] 입니다.

​

노인 요양 병원의 개발자 토마는 인공 지능 〈이브39〉을 개발중입니다. 이브 39에게는 아주 특별한

솔루션이 주어져 있는데 바로 '완벽한 소설'을 써내야 한다는 거죠.

이브 39는 나름대로 열심히 구상하여 소설을 써냅니다만 개발자인 토마는 느낌표를 왕창씩 찍어내며

너의 소설은 진부하다, 설득력이 없다, 허술하다, 인간성이 없다, 하며 지적질을 해댑니다.

제대로 된 소설을 써내지 않으면 <이브 39>는 삭제 당하고 <이브 40>이 탄생하겠죠.

삭제당하는 실패한 프로그램이 되기가 싫었던 이브39는 인간성이 부족하다는 토마의 지적에

인간성을 장착하기 위해서는 직접 사람들을 만나봐야 한다며 요양병원의 노인들을 속이고

의사로 위장해서 노인들과 상담을 시작하게 된다.





AI인공지능이 사람을 속이고 사람행사를 하고, 인간의 생각과 심리를 파악하려 든다면..

생각해보면 참 무서운 일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쳇GPT의 등장으로 AI에게 완벽한 추리 소설을 쓰게 한다는 이야기도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느껴지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런 의구심과 불안의 마음을 안고 이 소설을 읽는다면 무섭도록 빠르게

소설속에 빠져들 수 있을 겁니다.

​

머지 않은 미래에 AI소설가의 신작에 열광하며 후속작을 기다리는 인간들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그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요.

불과 10여년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니 앞으로 10년 후에

AI와 공존해가는 우리의 삶이 어떻게 달라져 있을지 상상해 보는 것은

즐거움이자 두려움이기도 합니다.

​

그런 점에서 조나탕 베르베르의 [등장인물 연구일지] 의 소재는 참신하고 기발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만약 이 소설이 10년전에 나왔다면 SF공상과학 소설로 분류가 되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이소설은 너무 공감되는 이야기로 독자들의 관심을 끌어댕기고 있습니다.

(10년 후쯤에 혹시 이 책을 읽는다면 뭐야? 이 시대에 뒤떨어지는 소설은 .. 하고 실망할지도

모를 일이죠)

​

추리소설과 인공지능이 합쳐진 새롭고 신선한 소재의 미스터리 소설을 만나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됩니다.

평소 AI인공지능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소설 속에 깊이 빠져들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특별한 재미를 느껴볼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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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이 고요하길 바랍니다 - 108번의 비움으로 나를 다스리는 부처의 말 필사집 ㅣ 원명 스님의 필사집
원명 지음 / 오아시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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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인 원명 스님은 천년고찰인 봉은사의 주지스님으로 11년째 봉은사의 주지스님이자

봉은선원과 불교대학, 그리고 불교전문 대학원을 설립하여 세계적인 참선과 불교교육의

길을 열고 계십니다.

50년 수행하시며 느끼셨을 부처님의 가르침을

[내 마음이 고요하길 바랍니다]를 비롯하여 [부처는 이미 내 안에 있습니다]라는 필사책으로 함께 출간하셨어요.

[내 마음이 고요하길 바랍니다]는 108가지의 경전속의 이야기를 현대어로 풀어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불교에서 얘기하는 108번뇌를 떨쳐내는 의미이기도 하겠지요.

​

법구경, 숫타니파타, 잡아함경, 중아함경과 같은 고전 불교의 경전들은 그 말씀들이 지혜롭고

배울것이 많지만 워낙 오래전에 쓰여진 경전들이라 해석과 의미 전달이 용이하지 않다는

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원명 스님께서는 이러한 경전의 가르침을 현대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현대에 맞게 쓰셔서 많은 이들이 불교에 좀 더 가까워 질 수 있는 발판을 만드셨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현대인들은 알게 모르게 각자의 마음속에 말 못할 고민과 고통을 안고 살고 있습니다.

그 고민과 고통이 어디에서 오는건지를 알게되면 푸는 방법은 어쩜 간단할지도

모르겠네요.

원명스님께서 고통속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전하는 마음을 다스리는 글들을

한자 한자 가슴에 새길 수 있는 필사집으로 낸 것도 깊은 뜻이 있을 것입니다.

글을 눈으로 읽는 것고 한자씩 써내려가는 필사는 확실히 온도가 다를 수 밖에 없지요.

​



2500년전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의 가르침은 2025년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줍니다.

삶이 주는 괴로움과 고통의 근원을 '번뇌'라고 하는데 인간을 힘들게 하는 108가지의

번뇌는 탐욕과 분노와 무지라는 것을 알고, 마음속에서 번뇌를 들어냄으로써

무거운 마음이 훨씬 가벼워질 수 있을거라는 확신이 듭니다.

​

원명스님은 글의 마지막에 이런 말씀을 남기셨습니다.

"부초님의 말씀을 읽고, 쓰고, 되새기는 이 과정은 외부에서 새롭게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던 진리의 등불을 밝히는 행위입니다."

​

결국 모든 마음의 무게를 내려놓는 방법과 해답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속에 있다는 뜻인거지요.




하루의 끝자락에 차근히 한장씩, 또는 마음에 드는 페이지부터 차근히 필사를 해나가면서

내 마음속에 들끓고 있던 어지러운 마음들이 차분해 지는 것은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나를 되돌아보고, 남을 이해하고 가엽게 여기는 마음들이 모여 나를 사람답게 하고

흔들림없는 단단한 나로 만들어 갈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

이 책은 오늘 하루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겪는 정신적인 불안과 고통을 위로하는

원명스님식의 솔루션인것이죠. 의심없이 따라가다보면 필사의 끝에서 정신과 마음이

한결 맑아진 것을 알 수 있게 됩니다.

​

좋은 영화는 몇번을 봐도 감동이고, 좋은 음악은 몇번을 다시 들어도 지겹지 않듯이

좋은 글은 몇번을 읽어서 마음속에 깊이 넣어두어야겠죠.

필사를 끝내고 저는 처음부터 낭독을 해볼까 합니다.

눈으로 읽고 머리로 이해하고 필사를 통해 가슴에 새기고, 이제 낭독을 통해 입과 귀를 열어

마음을 다시 정화시켜 보고자 합니다.

​

인간관계로 마음이 어지러웠던 분들, 살아가는 일이 녹녹찮아서 한숨을 쉬는 분들,

복잡한 일을 해결 할 수 있는 열쇠는 우리의 마음에 있고, 그 마음을 여는 방법을

이 책에서 찾을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

남에게 해로운 행동을 하지 말라.

​

다른 사람의 허물을 찾아내기는 쉽지만

정작 자기 자신의 허물을 발견하기는 어렵습니다.

​

마치 곡식에서 쭉정이를 골라내듯

남의 허물은 사사건건 들추어내면서도

도박꾼이 자신의 나쁜 패를 숨기듯

자신의 허물은 감추는 법입니다.

​

나에게 원한을 품지 않은 사람이나

아무 잘못 없는 사람에게

원한을 품거나 해를 끼쳐서는 안 됩니다.

​

뿌려진 먼지가 바람을 거슬러

결국 자신에게 되돌아오듯

그 악행 또한 반드시 자신에게 돌아올 것입니다.

<법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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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 너머 한 시간
헤르만 헤세 지음, 신동화 옮김 / 엘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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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는 독일 출신 소설가로 1946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청소년 시기의 성장 소설로 잘 알려진 데미안을 비롯하여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유리알 유희등이

정말 문학사에 길이 남을 명작들을 발표하였습니다.

헤세의 작품 중 '자정 너머 한 시간'은 그의 첫 산문집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정 너머 한 시간'은단편, 중편들을 모아 출판한 책으로 헤세가 소설가이자 시인으로 크게 주목받기 전의 초기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어서 그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선물 같은 책이될듯 합니다.

​

이 책을 출판한 이는 오이겐 디더리히스라는 출판인으로 그는 헤르만 헤세의 원고를 읽고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솔직히 말해서 이 책이 상업적으로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은 거의 없지만, 그럼에도 나는 이 책의 문학적 가치를 확신합니다."

​

맞는 말인거 같습니다.

아직 무명이었던 그의 작품은 상업적으로 잘 팔릴만큼의 통속적인 재미라든가 해학은 없습니다만

이 책을 읽으면서 만약 내가 독일어를 알았더라면 그가 사용하는 말들이 얼마나 멋스럽고 아름답게 느껴질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자정 너머 한시간. 이 제목이 뜻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오로지 시간적인 관념에서 생각한다면 깊은 밤,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사색과 고독의 시간을

의미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헤세도 이 책의 서문에서 이렇게 이야기 하고 있네요

"자정 너머 한 시간의 산문 습작들에서 나는 자신을 위해 예술가의 꿈나라를, 미의 섬을 창조했고

그 시적 특징은 낮 세계의 풍파와 저속함에서 밤과 꿈과 아름다운 고독으로 물러나는 것이었다"

그런 의미라면 최소한 나와 헤세는 코드가 맞는 것 같습니다.

정말이지 그가 말한 습작들은 이 시간에 가장 잘 어울릴지는 작품들인듯 합니다.

​

첫번째 작품인 "섬 꿈"에서 주인공은 바다를 표류하다 어느 섬에 도착하게 되는데 그 섬에는

아름다운 여인들이 가득합니다.

그곳에서 환대를 받은 주인공은 무리의 여왕과 얘기를 나누게 되고

그의 오랜 기억속에까맣게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오르게 합니다.

"그녀가 이 말을 하는 동안, 내 눈앞에서 마치 영상처럼 나의 온 청춘이 정리되어 펼쳐졌고

학대당한 아이의 눈으로 슬피 나를 바라보았다"

​

그가 도착했던 그 섬은 삶에 지쳐 허우적거리다 찾은 천국이었을까요?

아니면 힘든 현실을 피해 도망간 피난처였을까요?

깊은 밤, 꿈 속에서 찾은 지친 삶의 피난처인 섬은 지친 심신을 치유받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는 힘을 얻는 곳인지도 모르겠네요.

작별이란 아무리 배워도 끝이 없는 예술이죠. 단신이 언젠가 돌아와 내게서 빛을 얻어 갈 걸

나는 알아요. 언제가 당신에게 더 이상 노가 필요

없을 때 말이예요

​

'말 없는 이와의 대화' 라는 단편 소설도 헤르만 헤세답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누군가와의 대화 형식으로 이루어진 이 이야기는.. 대화라기 보다는 화자의 독백같은 이야기는

도대체 누구를 앉혀놓고 이렇게 열심히 떠드는(?)거야..라는 1차원적인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아무런 대꾸도 없는 이를 향해 열심히 묻고 이야기하는 쪽은 한사람.

결국 이 작품은 이야기 하는 화자의 혼자만의 대화가 되지만 반응없는 '말 없는 이'의

존재에 대해 궁금증도 희미하게 하고는 말하는 이의 이야기에 빠지게 되죠.

​

누군가가 내 얘기를 듣는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채 묵묵히 듣고만 있다면 결국은

내가 내 뱉은 질문들에 대한 답은 내가 내게 마련인거죠.

어쩌면 헤르만 헤세도 같은 맥락으로 이 '말없는 이'의 존재를 앉혀놓은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듭니다.

어떤때는 성의없는 대답이나 추임새보다 그저 말없이 묵묵히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

위로가 되기도 하니까요.

​

나는 또 내 육신의 한 부분처럼 널 사랑하고, 동트는 날처럼 널 사랑하며

너 자신의 모상처럼, 나의 악마와 나의 섭리처럼 널

사랑해.

그런데 너는 날 어떻게 사랑하지?

​

"게르트루트 부인에게'라는 단편에서는 게르트루트 라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과 우정을

이야기합니다.

"잠든 나의 꿈속에서 자주 당신 몸의 형체가 보이고 당신의 고상한 손에서

마디가 섬세한 흰 손가락들이 그랜드 피아노와 건반에 놓인 것이 보여요"

밤의 시간은 어쩌면 가장 그리워하고 보고 싶어하는 이의 형상을 그려내고 맘껏

그리워하는 시간입니다.

​

'야상곡'또한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하루중 밤의 정서를 담아 작곡된 음악 장르를 야상곡이라 하듯

밤의 정서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는 단편 소설입니다.

밤의 산책같은 느낌의 이 글 또한 어둠이 주는 신비롭고 꿈 속을 걷고 있는 듯한 느낌의 글입니다.

​

헤르만 헤세가 초기 작품에서 자주 등장하는 밤이라는 소재는 그 이후로도 헤세가 자주 작품에게

사용하는 중요한 소재입니다. 밤이 주는 고요와 사색의 자유로움, 그리고 고독과 두려움을

밤이라는 시간적 장치를 통해 마음껏 표현하였고, 그러한 작품들에 앞서 써내려간 작품들이

'자정 너머 한 시간'이라는 책에 고스란히 모여 있으니, 헤세의 팬들이라면 분명 반가울 책입니다.

​

분량은 많지 않으나 헤세의 작품들의 시작을 접할 수 있고, '상품성은 없으나 문학적인 가치는 확신한다'는

출판인의 말처럼 그의 문학적인 깊이를 이해하기에 좋은 책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오래도록 곱씹으며 생각하게 되는 책을 만나게 되어 반가운 마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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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채식주의
김윤선 지음 / 루미의 정원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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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류성 식도염이라는게 참 고약한 병이더군요.

약이 있긴 하지만 완치를 위한 약이 아니라, 증상이 심할때 완화하기 위한 약만 존재하고, 먹고, 마시는 것은 본인이 알아서 조심해야 하는지라 나 같이 식탐이 있는 사람들은 좀체 낫기가 쉽지 않은 병입니다.

역류성 식도염이란 나에게 반갑잖은 손님처럼 대면대면 동행해야하는 어줍잖은 관계라고나 할까요.

불판 위에서 구운 고기로 배불리 먹고 나면 영락없이 그날 밤은 밤새 쓰라린 속을 부여안고 침대위에서 뒤치락거리다 잠을 설치기 십상입니다.

​

그런데 희안하게 소박하게 식사를 하면 내가 역류성 식도염 같은게 있었는지를 까먹곤 하죠.

그 소박한 식사라는게 된장찌개, 나물, 해초무침, 야채 볶음 같은 늘 밥상머리에 올라오는 특별한거 하나 없는 반찬들입니다.

집 냉장고에서 굴러다니는 감자, 양파, 오이, 가지, 시금치, 콩나물, 애호박, 미역같은

재료로 만든 음식들이죠.

결국 내 쓰라린 속을 편안하게 해주는건 마블링이 블링블링한 값비싼 소고기가 아니라,

땅에서 자라난 채소들이었죠.

소위 말하는 풀떼기들의 위대함을 알아가는 나이가 된듯 합니다.

​

제가 이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저자인 김윤선님도 역류성 식도염으로

고생하셨다는 글을 읽으면서 입니다. 이분도 나처럼 쓰라린 속때문에 새벽에 일어나 잠못 이루는 밤이 많았다는 얘기에 급동질감을 느꼈기 때문이기도 하고, 완벽한 비건은 못되지만 비건에 대한 흥미와 관심이 많은 나에게 도움이 될거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

고양이집사이며, 요가시인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김윤선님은 왜 어떤 이유로 비건주의를 선택하셨는지, 어떻게 유지하고 있는지 솔직히 꽤 궁금해지더군요.



저자가 동물에게서 얻게 되는 고기를 비롯한 유제품들을 아예 피하고 오로지 채식으로 식사를 하게 된 것은 동물착취를 더 이상 외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2000년부터 채식주의자로 지냈고, 2009년부터는 완전한 채식주의자인 비건으로 생활방식을 바꾸었다고 하네요. 자신의 생활 패턴을 그것도 먹고 마시는 음식에 대한 패턴을 바꾸는 것은 참 쉽지 않은 일이죠.

​

직장 생활을 하거나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솔직히 완전한 비건이 되는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가끔 회식도 하고, 친구들을 만나거나, 지인들의 모임에 참석할라치면

대부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메뉴는 "고기"죠.

남의 살을 먹어야지 기운이 난다며, 불판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고기 한점에, 소주 한잔 기울이며 상사욕도 하고, 업무로 나를 괴롭힌 에이전시의 담당자를 씹어대며 한잔씩 보태는 술맛은 기가 찹니다.

직장인들의 樂이라고 해도 뭐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니까요.

이 얘기를 먼저 하는건 솔직히 비건으로 살아가기는 힘들다는 판단에 미리 연막탄을

터트리는 거와 같은 의미로 해석하시면 될듯합니다.





완벽한 비건은 못되더라고, 때때로 육식주의자가 되더라도, 내 일상의 많은 날들을 채식으로 채워보고 싶다는 생각에 읽기 시작한 책은 4부로 나뉘어져 채식주의가 주는 평화와 공존의 가치를 역설하고 있습니다.

​

1부 : 식탁너머 생각들

2부 : 연민주의자들

3부 : 이토록 사소한 순간들

4부 : 직접 만들어본 비건요리 레시피

​

이중에 내가 읽으며 오잉~ 했던 부분이 2부의 연민주의자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의외로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인물들이 오래전부터 동물 학대를 안타까워하며, 그들의 살아갈 권리를 존중하고 있었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

피타고라스의 정의로 유명한 피타고라스의 이야기입니다.

그가 살아 있었을때 당시 관습으로 '위대한 발견'을 하게 되면 살아있는 소 100마리를죽여 제단에 바치는 기념의식을 올렸다고 해요.

그는 제물이 될 소들이 겪게 될 고통과 희생을 외면할 수 없어, 제자들과 함께 밀가루와 꿀을 개어 소모양의 케이크를 만들어 제단에 바쳤다고 합니다.

​

영화 '조커'에서 신들린 연기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호아킨 피닉스는 수상 소감에서 다음과 같이 연설합니다.

" 우리는 자원을 얻기 위해 자연을 약탈합니다. 마치 우리의 권리라도 되는 양, 소를 강제로 임신시켜

송아지가 태어나면 어미로부터 빼앗습니다. 그리고 송아지가 먹어야할 우유를 빼앗아 우리가 마시는 커피와 시리얼에 넣습니다.

사랑과 자비를 원칙으로 삼는다면 우린 모든 지각있는존재들과

환경에 이로운 변화된 체계를 창조하고 발전시키고 시행할 수 있는 겁니다."

모두가 그의 수상을 축하해주는 자리에서, 세계 많은 이들이 지켜보는 생방송에서

모든 이들이 알지만 불편해하고 외면하고 싶어하는 도축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그의 신념과 용기에 경의를 표하게 되네요.

​

세계 건축사의 위대한 인물 안토니 가우디는 평생 채식을 하며 검소하게 살았다고 해요.남루한 옷을 입고, 찬물로만 씻으며 사제와도 다를바 없는 미사와 묵상, 삼종기도,

고해성사를 하며 올곧게 살았습니다. 언제나처럼 새벽 미사를 나가던중 그가 짓던 성당 앞에서 큰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었는데 남루한 옷차림때문에 거지로 오해받아

택시 승차와 병원의 치료 거부를 받게 되고, 제때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위대한 인물이 거리에서 죽음을 맞이했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깝고 비통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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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에 다이애나 황태자비,레프 톨스토이, 레오나르도 다빈치, 폴 매카트니, 빈센트 반고흐, 틱낫한 스님 등등 우리가 알고 있는 분들이 가졌던 연민과 자비의 마음을 통해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들의 공존과 배려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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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에서 저자가 직접 해서 먹어본 비건 레시피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당근 하나만 넣어서 만든 김밥,

적양배추피클, 두부, 양상추, 비건 마요네즈를 넣어 만든 비건 샌드위치

각종 야채들의 잔치가 벌어진 잡채,

채소 듬뿍 물냉식 메밀,

브로콜리, 파프리카, 감자, 양배추를 쪄서 먹는 채소찜등

충분히 맛있고, 건강하고,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되는 바로 써먹을 수 있는 레시피들을

사진과 만드는 방법을 실어놓았습니다.

매일은 어렵더라고 일주일에 몇번은 따라서 해먹어보고 싶은 레시피들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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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비건을 실천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고기도 먹고, 계란이나 우유, 유제품도 먹을 것입니다.

하지만 전보다는 더욱 자주, 많이 채식을 하고자 합니다.

내 몸을 더욱 건강하게 만들어야할 의무가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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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집 근처의 마트로 장바구니를 가지고 장을 보러 다닌다고 합니다.

득달같이 현관앞까지 배송해주는 택배로 편하게 주문할 수 도 있지만

택배 비닐봉투의 남용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플라스틱을 덜 쓰기 위한 작지만 실천 가능한 일을 지속적으로 해나가고 있습니다.

우리은 지금 살고 있는 이 땅을 더 이상의 파괴와 오염없이 우리 자식세대에게

물려주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지구와 내가 함께 생존하고 잘 살기 위한 노력..간과해서는 안될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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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환경을 지키고 동물들의 삶의 권리등을 존중을 말하는 저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겠습니다.

역류성 식도염때문에 읽기 시작한 책이 어느새 나에게 환경과 동물들의 복지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들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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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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