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독신 아니에요, 지금은 강아지랑 살고 있어요 - 견생전반전 하나와 인생후반전 도도 씨의 괜찮은 일상
도도 시즈코 지음, 김수현 옮김 / 빌리버튼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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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일이다.

젊었을 때, 일본에서 공부를 하느라 몇년을 도쿄에서 살았던 적이 있다.

그때 일본은 고령화 사회를 넘어 초고령화 사회로 넘어갈려고 하던 때였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이 사는지 안사는지 조용하기만 한 동네에도

햇살 좋은 날이면 자그마하고 왜소한 일본의 할머니들이 챙모자를 쓰고

반려견 한마리를 끌고(끌리고 인가..? 암튼) 산책을 하는 모습을 종종..아니 자주

보게 된다.


깔끔하게 차려 입거나 혹시 아주 멋을 부린 할머니들이 저마다의

크고 작은 자신의 반려견과 함께

급할것 하나 없이 아주 천천히 느긋하게 햇살을 즐기며 산책하는 모습은

그 당시 나에겐 참 신선해 보였다.

나도 나이가 들면 저렇게 좀 우~~아하고,

느긋하게 노후의 시간을 즐기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던것 같다.


그리고 그 이후로 수십년(?)이 지난 지금..

일본의 소설가이자 에세이 작가인 도도 시즈코의 "저 독신 아니에요, 지금은 강아지랑 살고 있어요"

라는 에세이 집의 표지를 보는 순간..

' 아.. 이거 전에 도쿄의 공원에서 본 모습이잖아' 하며 반가운 마음마저

들었다.


도도 시즈코 작가는 예순 한살이다. 부모님도 세상을 떠나고 남편도 아이도 없이 혼자 지내고 있다.

그녀 곁에는 '하나'라는 강아지 한마리 뿐..

얼핏 상황만 들으면 참 왠지 사정없이 안쓰러워 지는 일이지만

작가는 오히려 혈혈단신 강아지와 함께 지내는 생활을 담백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누군가는 예순 한 살의 나이에 강아지 한 마리와 사는 나를 안쓰럽게 여길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하나와 함께 산책을 하는 그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

그녀의 소확행을 듣고 있자니 입가에 빙그레 미소가 지어지고 고개가  끄덕여진다.

남들의 시선이나 입방아가 뭔 대수랴..내가 행복하면 그만이지..

작가는 그녀 나름대로의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느끼고 누리고 있는 것이다.


겨울이면 지붕까지 눈이 덮이는 겨울 왕국인 삿뽀로에서 태어나

쭈~~욱 삿뽀로에서 살고 있는 작가가 길고 지루한 겨울동안

그녀가 좋아하는 책을 읽고, 소설을 쓰고, 에세이를 쓰고 그리고 단 하나뿐인 가족이며

식구인 강아지 한마리와 오손다손 살고 있는 이야기는

특출나게 화려하지도 스펜타클 하지도 않지만

따뜻한 아랫목에 앉아서 구수한 믹스커피 한잔을 놓고

우리 이웃의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재미지게 듣는 듯 하다.


솔직히 얘기하면 가족 없이 혼자.. 라는 부분이 좀 마음에 걸리지만

나 또한 내가 좋아하는 책을 잔뜩 쌓아놓고 과자 몇 봉지와

향기좋은 커피를 내려놓고 찬바람 부는 겨울에 따뜻한 거실 쇼파에서

읽고 싶은 책이나 실컷 읽으며 강아지의 복실복실한 등을 쓰다듬고 있으면

딱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나.. 라는 인간은 교묘하게도 이중성을 적절히 뿜뿜 하는 성격이라

그렇게 몇일 지내는 건 좋겠지만 매일 이렇게 지내야 한다면

아마 외롭다고 눈물을 짜고 있을지도 모른다.

가족들에게 치일때는 제발 혼자 조용히 살고 싶다고 소리치지만

정작 혼자 덩그러니 몇일 내버려져 있음 이렇게는 못살아 하면서

진저리를 치는 성격이다.. 참 애매하고 난해한 성격이다.


내가 살아 있을 동안 가족 같은 '하나'는 내가 보살필 것이다.

하나가 세상을 떠나고 내가 세상을 떠날 때는  아마 고독사가 되겠지..

고 쓴 부분을 읽을 때는 내 가슴 한 군데가 슬픔으로 찌릿찌릿해져 온다.


누구든 나이를 먹게 된다. 명석했던 두뇌도 둔해지게 되고 기억이 가물가물해진다.

빠릿 빠릿했던 몸도 구석구석 삐걱 거리기 시작하고

둔해진건지 귀찮아 진건지 몸 움직이는 것이 예전 같지 않게 된다.


사랑했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세상을 뜨게 되고 마음을 열고 얘기를 나눌

사람들도 줄어든다. 젊은이들은 늙은 사람을 예전 같이 존경하지 않을 것이며

상대도 안해주겠지..

가족이 있어도 어쩜 노년의 쓸쓸함을 채워주진 못할지도 모르겠다.


그때 내 곁에서 함께 늙어가고 함께 쇠퇴해져 갈 반려동물이 있다는 건

어찌보면 참 든든한 보험 같은 건지 모르겠다.

그런 의미로 본다면 작가의 생활을 그렇게 쓸쓸하게만 보지않아도 될듯 하다.

일면식도 없지만 삿뽀로에 강아지 한마리와 살고 있는 그녀가

이 겨울.. 따뜻하고 포근하게 그리고 건강하게 지내길 바란다.



​추신 : 나도 예순 한살때쯤 강아지 한마리를 키우고 있을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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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미식사전
박진환 지음 / 한국외식정보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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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방송에 케이블 방송까지 더해지면서 TV채널을 돌리면

수십개의 음식 프로그램과 마주치게 된다.

요리를 만드는 요리 프로그램에서 맛집 안내, 먹방 등등 질릴 정도로 많은 요리 프로그램이

채널을 독차지 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먹자 방송"(?)이 생존 하는거 보면 이런 프로그램들이

시청자들의 꾸준히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이리라.

먹는 것에 대한 관심, 그것도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음식이 아닌

영혼까지 팔아 넘겨도 아깝지 않을 만큼의 맛있는 음식을 찾기위해

다들 혈안이 되어 있는 것 같다.

도대체 음식 문화란 무엇이며,음식이 우리 주는 영향에 대해

곰곰 생각하게 되는 대목이다.

박진환 저자의 "미식사전"이라는 책은  음식과 음식 문화에 대한 지식과 상식을

넘치도록 담고 있어서 말 그대로 미식에 대한 백과 사전이나 다름없었다.


단체급식, 프랜차이즈 사업을 이끄는 회사의 대표이사 이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님이자

외식 칼럼리스트로 활동하는 박진환 저자가 미식 과학, 미식 인문학, 조리 과학의 3코스로 나누어

음식에 대해 알아두면 피가 되고 살이되는 상식들을 조목조목 집필해놓았다.

덕분에 음식에 대한 지식과 상식을 폭 넓게 머리속의 지식 창고에 담을 수 있으니

잘 기억해두어다가 슬쩍 슬쩍 써먹을 수 있겠다 싶어서

침침한 눈을 부릅뜨고 참 열심히 읽은 책이다.

뜬금 없는 얘기지만..

​나는 어렸을때 번데기를 무척 좋아했는데

어느 날 설 익은 번데기를 사먹고 정말 내장까지 다 개워낼듯 토하고 복통으로 데굴데굴

구른 다음 부턴 다시는 번데기를 먹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이렇게 음식을 먹은 후 구토나 복통 같은 불쾌함을 경험할 경우

다음부터 그 음식을 먹지 않게 되는 현상인 가르시아 효과라고 한다는 걸

이 책을 통해 알았다. (이런 어려운 이름이 있었구나..)


그리고 나에겐 장어 굽는 냄새가 맡으면 내가 아주 어릴 때의 일이 떠오르곤 한다.

낚시광인 아버지는 퇴직을 하시고 하루가 멀다하고 낚시를 다니셨고

밤새 낚으신 장어 수십마리의 내장을 따고 정리를 하는건 엄마의 몫이었다.

그래서 그런가 장어 냄새만 맡으면

수돗가 앞에서 장어 내장을 반나절도 넘게 지겹도록 따시던 엄마의 뒷모습과

일거리만 엄마에게 던져주시고 낮잠만 주무시던 아버지를

욕(?)하시던 엄마의 궁시렁 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이렇듯 냄새를 통해 과거의 일을 기억해내는현상을

프루스트 현상..이라고 한다는군. (이 이름도 꽤나 그럴듯 하다.)


대부분의 식재료는 조리과정을 통해 ‘갈색’으로 변화하게 되는데,

가열에 의한 갈색화의 원인이 되는 마이야르 반응..등등

누구나 경험이 있을 이러한 현상등에 ​이런 이름이 붙어져 있을 줄이야.


2코스 미식 인문학에서는 종교에 따른 금기 식품, 할랄 식품등에 대한 소개를 하고 있다.

특히 요즘 자주 접하게 되는 할랄 식품은 이슬람 교도가 먹을 수 있는 것으로 육류중에서는 단칼에

정맥을 끊은 방식으로 도축된 양,소, 닭고기식품이어야 하고, 돼지고기와 알코올 성분이 들어있으면

할랄 식품으로 인정 받지 못하여 먹지를 못한다. 하도 금기시된 음식들이 많고

조건이 까다롭다 보니 읽고 있는 사이에 질려버렸다.

이것 저것 암거나 내 맘대로 먹을 수 있는 무교가 제일 좋구나.. 하며

깨방정을  떨고 싶어진다.

음식이 종교와 문화에 어떻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는 부분이다.


그리고 한국, 중국, 일본의 젓가락 길이가 다른 이유는 오호라! 하면서 읽기도 하였다.

로마의 귀족들은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서 더 이상 못 먹을 때쯤이면

손가락을 넣어 먹은 것을 다 토하고 또 다시 음식을 탐닉하였다 하니

인간의 욕구 중에 식탐이 참 무섭구나 싶다.


3코스 조리 과학에서는 세계 별미 음식의 탄생과 일화를 알수 있었다.

가끔 인공적인 맛이라며 천대 받는 MSG의 탄생으로 인한 맛이 발전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인간이 살아가며 느끼는 여러가지 욕구 중에서 식욕이 워낙 막강 파워다 보니

​읽다보니 자연스럽게 공감이 되고 흥미가 돋궈지는 이야기들로 가득해서

인문지식 서적으로 지식에 못 마른 독자에게 꼭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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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의 발견 - 이근철의 고품격 컬처 수다
이근철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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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이근철 선생님은 25년간 영어선생님이자 언어문화를 연구한 전문가이다.

여행과 산책을 좋아하는 그가 갖가기 관심거리를 나름대로 묻고 찾아가며

공부를 하고 배우고 익힌 이야기들을 풀어놓았다.


아는 척, 배운 척 어디서든 있어보이는 인생&문화 이야기..라는 책띠의 소개대로다.

교양의 발견은 일상의 작지만 새로운 발견에 대한 이야기이다.

19개의 나라에 대한 소개를 하고 있는데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이근철 선생님은 타고난 말재주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각 단락으로 들어갈때마다 


'만일 여러분에게 지금 당장 한 나라의 황제가 될 기회가 주어진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라든가..

'만일 어떤 나라가 농산물이나 공산품 소비재를 비롯해 그 어떤 물건도 생산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게다가 태어나는 신생아가 한명도 없는데 해마다

인구가 거의 동일하다면 도대체 그 비밀은 무엇일까요?'

'인도 영화를 본 적이 있으신가요? 거의 모든 영화에 공통점이 하나 있는데 무엇일까요?'


이렇게 질문을 툭하고 던진다.

예상치 못한 질문을 받은 독자들은 잠시 생각을 하게 된다.

뭐지..? 거기가 어디지..?

궁금증은 답을 찾아 그 다음 문장으로 몰입하게 만든다.


이런 화법은 화자가 청자의 시선을 자기에게로 쏠리고 하고 관심을 유발시킴으로써

청자의 집중력을 끌어내는 방식으로 인기있는 강사들이 많이 하는 방법이다.

일단 미끼(?)를 던지면 십중 팔구 물게 되어있다.

덕분에 나도 미끼를 입에 물고 책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입술에 낚시바늘이 꿰어있는것도 모르고 말이다.


이렇게 시작한 이야기는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스위스, 바티칸시국, 포르투칼, 그리스, 쿠바, 인도를 지나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 발트3국, 스웨덴, 뉴질랜드. 칠레,

캐나다에까지 이른다.


각 나라의 역사와 문화, 경제등 미치 알지 못했던 잡다한 상식들이 쏟아져 나온다.

덕분에 읽는 내내 지루하지 않았고, 수십년전에 중학교때 고등학교때 배웠던

세계사 속의 지명과 단어들도 나와 살짝 흥분마저 하게 된다.


비록 세계사 점수를 후하게 받지는 못했지만 세계사를 가르쳤던 고등학교때의 선생님의

열정으로 그나마 깡그리 잊지 않고 가물거리며 기억들 속의 지명과 인물들의 이름이

머리속에서 소환되어 나오고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던

사건과 사건들의 상관 관계를 알게 되어 솔직히 속이 뻥뚫렸다.

아하... 맞아.. 그랬지.. 소환된 기억들을 내 머리속에서 짜맞추며

공부를 하듯 책을 읽어내려갔다. 솔솔찮게 재미있다.


그리고 각 나라를 대표하는 인물들의 소개와 그들이 했던 명언을 한마디씩 소개하고

친절하게 영어로 번역까지 해주셨다. 역시 영어 선생님!!


어디 역사와 명언 뿐이겠는가.. 소개된 나라의 음식, 음악, 사상, 철학등등

다방면에 걸쳐서 얇지만 넓은 지식을 골고루 나눠 받은 느낌이다.

포만감이 엄습한다.


나는 대체로 이런 류의 책을 좋아한다.

내가 미처 몰랐던 사건과 사실들에 대해 알려주고

알고는 있었지만 제대로 몰라서 어디가서도 자신있게 말하지 못하는 것들을

한번씩 짚어주고 넘어가는 친철한 책을 선호한다.

덕분에 천천히 완독을 하면서 이건 내걸로 만들어야지 하는 생각으로

머리속으로 정리를 해가며..가끔은 입술을 움직여 소리내어 읽어가며 책을 읽었다.


교양, 지식이 별거겠는가..

남들 아는거 보다 아주 조금 더 알면 유식해 보이는 법..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아주 최고의 책인듯 하다.


역사 학자나 전문가가 아닌이상 한가지 사실을 뿌리까지 파고들어갈 이유는 없다.

적당히 알고, 궁금하면 본인이 더 찾아보고 조사해보면 되는 법..

학생들을 공부하게 만드는 방법까지 알고 계시는 빠삭한 선생님에게

재미있고 머리속에 쏙쏙 들어오는 명강의를 들은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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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 가는 오직 한길
제민 지음 / 마음서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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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가 뭡니까?

가끔 그런 질문을 받을때마다 잠깐 고민하다가

"무교"입니다..라고 대답하곤 한다.

중고등학교때 카톨릭 미션 스쿨을 다녔고 그게 인연이 되어

세례를 받았지만 그 후 성당을 다니지 않았으니

교인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절에 다니며 부처님께 머리를 조아리고 절을

올리지도 않으니 딱히 불교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다만 나 스스로 생각컨데 불교는 동양사상에 근거하여

불교 사상에 많은 관심과 공감을 하는 것은 사실이다.

 

런 이유때문인지..

세상사에 흔들리며 피로감이 쌓여만 갈때

버석해진 내 마음에 촉촉함이 필요할때

그럴때 나는 가끔 수도자의 책을 읽곤 한다.

 

속세와 한발자욱 떨어진 그곳에서 자연속에서

마음의 수양을 하는 그런 생활에 사심을 듬뿍 뭍힌 부러움을

발라가면서..

 

하지만 세상에서 조금 벗어난 산 속이라고 해도 수행자로써의

고뇌와 힘겨움이 왜 없겠는가..

그대에세 가는 오직 한길.. 이라는 책을 쓰신 제민 스님의 첫 에세이를 접하면서

나의 부러움은 쉼표를 찍었다.

아.. 수행자라는 건 마냥 유유자적하는 생활을 할 수만은 없겠구나..하는

 

사연 없는 무덤 없다고 세상의 인연을 끊고 산속으로 들어가

출가를 하는 이유들 또한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제민 스님은 사업을 하겠다고 떠난 베트남에서 알거지가 되서

되돌아 온 후 면목이 없어 가족들과도 사업 자금을 빌려준 친구들과도 인연을 끊고

폐인처럼 살게 된다. 매일 눈을 뜨고 술을 마시고 ..

술을 마시고 잠이 들었다.

세상의 희망이라고는 1도 없었던 그 시기에 제민 스님은 불교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처음으로 마음의 평온을 찾게 된다.

그렇게 시작한 불교와의 인연..

 

스님이 걸어왔던 출가와 구도의 길을 하나씩 따라 걸으며

들려주시는 말씀을 읽어내려가다 보면

머리가 번쩍하는 깨우침보다 잔잔한 가르침을 느끼게 된다.

 

"기억의 상처로부터

벗어나는 건 누구에게나 힘든 일입니다. 

아무리 벗어나려고 해도

그 상처로 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건

아직도 과거의 기억을 두 손에 꼭 쥐고

놓아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는 이미 지나갔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지나간 슬픔이나 아픔에 집착하지 마세요.

그 또한 업이 됩니다.

지나간 일은 강물 위에 떠내려 보내야

오늘 이 순간이 행복해집니다"

 

이러한 말씀들은 제민 스님 스스로가 넘어지고 진흙탕을 딩굴다

다시 일어서며 얻은 깨달음을 그대로 담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중생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그래서 진솔한 그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되고

책을 읽는 내내 작은 위로와 격려를 받게 된다.

 

시름과 좌절이 찾아와 넘어질 지언정

다시 일어나서 세상을 향해 걸어가야 하는게 우리네 삶이다.

스님은 그렇게 힘겹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향기로운 차 한잔을 내밀며

따뜻한 조언과 격려를 해주시듯..

우리에게 이 책 한권을 내미신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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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 네 생각이 났어 - 영화 속 편지에 이어 써내려간 19통의 답장들
이하영 지음 / 플로베르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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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시, 해시, 묘시..같이 두시간 단위로 두리뭉실 시간을 나누던 옛날과 달리

현대인들은 매일 매순간 초 단위를 시간을 끊어 사는것 같다.

해가 뜨고 시간에 휘둘려 휘청거리다 보면 또 해가 진다.

우리를 주변엔 온통 기계화 되어 밥도 전기밥솥이 하고 청소도 로봇 청소기가 하고

빨래도 세탁기가 한다. 업무도 컴퓨터로 하고 지구 반대편의 거래처와 카톡으로 실시간으로

이야기를 나누며 진행을 할 수 있다.

모든것이 빠르고 편해졌는데 편해진만큼 시간이 단축 된 만큼 우리들은 왜 편해지지 않고

더 바쁘고 더 쫓기며 사는 걸까...


일상에 지쳐갈때 쯤이면 내 마음 속에서 아나로그적 감성이 올라온다.

수첩을 꺼내고 펜을 꺼내서 뭔가를 끄적끄적 하기 시작한다.

키보드로 타다닥...글자를 치는게 아니라

한자한자 글자를 적어가는 것..

틀리면 안되니까 정성들여 글을 써내려 가는것..


이쁘게 글씨를 쓰기위해서 내 손가락에 착 감기는 볼펜을 찾기 위해

문구점에서 수십자루의 펜을 잡았다 쥐었다 폈다 하면서 까달을 부린다.

그리고 그렇게 골라골라 딱 마음에 드는 펜을 사고서는

창가가 넓은 까페로 가서 아이스 까페라테를 한잔 시키고..

수첩을 꺼내 끄적거린다. 딱히 적을 것도 없건만 한참을 뒤적거리며

적는다.


나의 이러한 버릇은 아마 일기를 쓰고 편지를 많이 썼던 감수성 예민했던 학창시절의 그리움에서

시작된듯 하다. 글을 쓰고 있을때 뭔가 마음이 채워지는 듯한 그런 느낌

편지지를 채우고 일기장이 메꾸어질때 느꼈던 포만감

어쩜 그걸 다시 느껴보며 지친 몸과 허해진 마음에 영양제를 넣어주고 싶어서 일거다.


그래서 영화속 장면에서 주인공이 잉크를 묻혀서 .. 펜을 꾹꾹 눌러가며.. 연필심에 침을 묻혀가며..

한자한자 편지를 써내려 가는 장면이 나오면 나는 뜬금없이 가슴이 뭉클해진다.

동경하던 나의 아나로그 감성을 건드려 주는듯 해서 나는 그 영화가 어떤 장르인지

상관없이 그냥 좋아진다.


영화를 보다 네 생각이 났어.. 라는 책을 읽으면서

나는 작가의 이력과 소개글을 두어번이나 읽었다.

어떤 사람이기에 이렇게 글을 잘 쓰는 거지? 누군가의 필력이 질투날 정도로

부러웠던 적이 있었던가..


간혹 가수중에 말을 하듯 힘 안들이고 노래하는 가수들이 있는데

(나는 이런 창법을 쓰는 가수들에게 열광하는 경향이 있다)

이하영 작가는 조곤조곤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듯 글을 썼다.

(나는 이런 필력을 가진 작가에게 열광하는 경향이 있다)

울퉁불퉁 한데 없이 아주 매끈하게 미장을 한 것처럼.. 걸리는데 한군데 없는

글솜씨를 오랫만에 본듯 하다.


작가는 수년간 방송 작가로 일했던 이하영씨가

영화 속에서 편지가 나오는 장면을 보고

친구, 여동생, 선생님에게 그동안 못다했던 이야기를 편지로 써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로즈, 오네긴, 그을린 사랑, 그녀, 아가씨. 일 포스티노등 우리가 봤음직한 영화와

아직 내가 보지 못한 영화에 나왔던 편지들을 소개되고

영화의 줄거리와 그리고 중요한 소재로 작용하는 편지에 대한 내용..

그리고 작가가 지금껏 살면서 소식을 못 전했던 지인들에게 보내지는 편지로 이어진다

잘 지내니?로 시작하는 안부 편지와..

그때 미처 말하지 못했던 미안한 마음.. 고마운 마음등을 편지에 전한다.

읽고 있는 동안 마음이 저릿해진다.

나에게도 미처 내 마음을 전하지 못한 지인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어디에서 사는지 연락처도 없고 주소도 없어 소식을 전하지 못하고 있는..

뭔가 빚을 진듯한.. 뭔가를 꾸고 되돌려주지 못한듯한  마음이 남아 있는..


​편지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흔한 SNS에 흔적이라도 남기면 좋으련만

아직 미처 정리되지 못한 것은 내 마음이 아니라

내 용기일지 모르겠다.

키보드의 Ctrl+v 를 하면 붙여 넣기가 된다.

딸깍 딸깍 몇번에 같은 내용 수십번이 복사된다.

받는 이의 이름만 살짝 바꾸고 나서 엔터를 누르면 메세지는 순식간에 상대방에게 띠리링 날아간다.

빠르고 편리하다.

그런데 참... 멋대가리 없다.

반면 편지는 절차가 복잡하다. 편지지를 사고 글을 쓰고 우표를 붙여서 우체통에

넣거나 우체국까지 가야 한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귀찮다.

귀찮다는 이유로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우리는 전자와 쉽게 손을 잡는다.

하지만 장담컨대 후자의 경우가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고

관계의 깊음을 표시하는데 적격일 것이다.

오늘 나는 오랫동안 소식을 전하지 못한 너에게 몇자 적어보고 싶다.

잘 지내니?

나는 요즘 너무 잘지내고 있어.

하루하루 바쁘지만 무척 행복하게 보내고 있단다.

그러니 행여 내 걱정을 하거나 내 소식 궁금해 하지 않아도 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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