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님전 시공 청소년 문학 50
박상률 지음 / 시공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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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박상률이 쓴 "개님전"은 작가의 고향인 진도를 배경으로 '진도개'를 통해 인생의 진리와 가치에 대한 작가의 애틋함과 애잔함이 잘 묻어나 있다.

판소리 문체로 전해지는 풍자와 해학,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는 이 책을 '지역 소설'이라고 불리는 이유를 알 수 있게 해준다.

 

개님...이라는 단어가 처음에 참 어색했다.

제목부터가 심상찮은 이 책을 처음 펼쳤을때 이 소설의 주인공이 개라는 사실에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의인화 소설이라니.. 아이들을 위한 동화도 아닌데..라는 멋적스러움은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이 아이들의 눈높에 맞춰 쓴 책이 아닌 어른들을 위한 소설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개의 눈을 통해 인간들의 이중적인 모습을 신랄하게 하게 비판하고 있으면서도

인간의 가장 친근한 동물인 개의 충성심을 느낄 수 있었던 책이였다.

특히 진도라는 지역의 특색과 그 곳의 풍습, 언어.민속등도 엿볼 수 있었는데

문화적인 면에서 소외되고 등한시 되었던 지역의 위상을 키웠다는 점에서 이 책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남도지방의 걸쭉한 사투리와 마치 판소리를 듣는 듯한 사설체 형식은 지금까지 내가 한번도 접해보지 못했던 독특한 형식이라 글을 읽는 재미가 쏠쏠했던 책이라 할 수 있다.

 

어찌보면 개의 인생이나 사람의 인생이나 별반 다를것도 없지 않나 싶다.

주인공인 황구와 그의 새끼들인 누렁이와 노랑이..

여느 시골집 앞마당에서 볼 수 있을듯한 친근한 개들이다.

주인 할아버지인 황씨 할아버지의 지극한 사랑을 받던 이들 개님들은 술에 취해 옷에 담배불이 붙은줄도 모르고 잠을 자던 할아버지를 살리기위해 찬바람이 부는 초겨울에 개울물에 뛰어들어 자신의 몸을 물로 적신후에 주인 할아버지의 몸에 자신들의 젖은 몸을 부벼서 할아버지의 목숨을 살려낸다.

 

자신의 생명의 은인들이라 생각하며 기특하게 여기시던 할아버지는 그 이후 시름시름 앓다가 이승을 하직하게 된다. 할아버지의 상여가 나가는날 가족같이 여기든 개들에게 할아버지의 큰 아들은 상복을 입힌다. 상복을 입고 상가집을 지키는 개님들..

지금까지 듣도보도 못한 상황이라 얼핏 이해가 가지 않지만 할아버지의 죽음을 슬퍼하며 상여나가는 길앞에서 덩실덩실 춤을 추는 노랑이의 모습에서 뭔지 모를 짠함이 느껴지며 코 끝이 찡해지는건 왜 일까?

어쩌면 머리 검은 짐승보다 더욱 의리있고 충직한 개들의 모습에서 부끄러움과 감동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독자인 나 또한 어렸을때 똥개라고 불리는 잡종을 키웠던 경험이 있고, 개라는 동물을 좋아하는 편이라서 그런지 유달리 개를 주제로 쓴 책에 애착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지금은 작고하신 아동문학작가인 정채봉 선생님이 쓴 책중에 제목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복날 어른들의 손에 이끌려 뒤산으로 끌려간 개의 이야기가 나온다.

밧줄에 묶여 나무에 매달린채 몽둥이 질을 당하는 그 개의 처절한 울음소리..

학교에서 돌아온 어린 주인공은 그 광경을 목격하게 되고 죽음의 순간에 눈이 마주친 그 개는 그 순간 평소 함께 뛰어놀던 그 소년에게 마지막 작별인사처럼 힘없이 꼬리를 흔든다...라는 구절에서

펑펑 울었던 기억이 있다.

인간들에게 잔인한 몽둥이 질을 당하면서도 증오보다는 인간에 대한 우정을 기억한채 죽어가는 개의 이야기는 나에겐 너무 큰 충격이였고 개고기를 먹지 않기로 평생 맹세를 했었다.

 

영특하고 영물이라고 불리는 진돗개에 대한 이야기..

인간보다 어쩜 더 나은 그 개님들의 이야기가 참 따뜻하게 느껴졌던 책이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같은 소설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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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다, 우리는 꽃필 수 있다 - 김별아, 공감과 치유의 산행 에세이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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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마디로 나에게 있어 작가 김별아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라는 표현이 딱맞을듯 싶다.

그동안 많은 작가의 글을 읽어왔지만 아쉽게도 작가 김별아와의 만남은 없었다.

작가와 나의 첫맞선을 '괜찮다,우리는 꽃필 수 있다'로 하게되었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첫만남이라는 것은 많은 설레임과 기대와 긴장을 하기 마련이다.잔뜩 기대를 하고 나간 맞선자리가 불편해서 가시방석 같을 수도 있고 지루해서 하품이 쩍쩍 나올 수도 있을것이다. 하지만 김별아 작가와의 맞선자리는 기대이상의 재미와 즐거움으로 시간가는 줄 몰랐던.. 그래서 애프터를 신청하고픈 그런 만남이였다.

 

우선 작가의 "글빨"에 반했고, 솔직함에 푹빠지고, 그리고 그 강인함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같은 말이라도 참 재미있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 다른 사람이 말하면 그냥 씨익 웃고 넘어갈 우스개소리도 웬지 이 사람이 말을하면 깔깔대면 배를 잡고 뒤로 넘어가게 만드는 말빨을 가진 사람이 있는데.. 작가 김별아는 말빨이 아닌 글빨로 독자를 잡았다 놓았다 당겼다 늦췄다

하는 강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작가가 이끄는대로 나는 그녀와 함께, 사계절의 백두대간을 함께 오르내렸다.

 

한때 나는 전업주부로 지낸적이 있었다.

둘째를 낳고 이런저런 여건상 아이들 육아문제 때문에 딱 3년을 일을 하지않고 전업주부로 지냈을때 지인의 꼬임에 빠져(?) 산악 동호회에 들게 되었다.

준비없이 가입한거라 우선 거금을 들여 등산화 한켤레를 사신고, 청바지에 파카를 입고 야유회 갈때나 매고 다니던 배낭하나 들춰매고 초라한 행색으로 겨울 시산제에 따라 나선게 나의 첫 등산이였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부터 나지만 그렇게 시작된 산과의 인연으로 참 열심히 산악회를 따라다니며 많은 산을 올랐다.

야간 산행도 하고, 12시간 마라톤 산행도 하고, 우중산행도 하고, 파릇한 봄, 쪄죽을것 같은 여름, 불타는듯한 가을, 순백의 겨울,, 4계절 오르는 산은 늘 다른 모습으로 나를 반겨주었고 산을 오를때의 마음보다 훨씬 더 커진 마음을 안고 산을 내려오는게 너무 좋아 한동안 참 열심히 산을 올랐는데 전업주부를 그만두고 취업을 하게 되면서 주말 산행조차 부담스러워 산을 찾지 못한지가 벌써 몇년째인지 모르겠다.

 

내 방 창문을 열면 저만치 북한산이 보이는데도 오르지도 못하고 주말이면 바쁘네 피곤하네 묻지도 않은 핑계를 대는 내가 참 한심스럽다 느낄때 "괜찮다,우리는 꽃필 수 있다"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백두대간을 총 40차에 걸려 나눠서 완주하면서 작가는 무슨 생각을 하며 산에 올랐을까..

1차부터 16차 산행에 대한 기록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책에 담았고, 17차부터 39차까지는 '괜찮다, 우리는 꽃필 수 있다'에 담고 있다.

말하자면 이 책은 산행후기 2편인 것이다.

 

작가의 말처럼 '누군가 삶을 대신 살아줄 수 없듯, 누구도 산을 대신 타줄 수는 없습니다.길 위에서는 어디로든 도망칠 수 없고, 오로지 온 몸으로 온몸을 밀어 나아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더우면 땀을 흘리고 추우면 몸을 떨며 걸었습니다. 비가 오면 맞고 바람이 불면 몸을 움추리고 걸었습니다. 다만 그 뿐이었습니다'

 

작가의 말처럼 산을 오르는 것은 어쩜 인생살이와도 같은 것 같다.

늘상 맑은 날만 계속 되는것이 아니라 비오는 날, 바람부는 날, 추운 날, 더운 날, 하루에도 몇번씩 날씨가 변덕을 부리듯 우리의 인생도 몇십번의 변덕과 요동을 치며 우리를 뒤흔들어 놓는다.

하지만 비 바람에, 추위에, 더위에 흔들리더라도 우리는 삶을 포기할 수 없다.

흔들리며 그렇게 그렇게 온몸으로 온몸을 밀어서 삶속으로 걸어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흔들리며 피는 꽃 _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새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새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책 속에 소개된 시처럼 그렇게 흔들리며 젖으며 우리는 인생을 살아간다.

산을 오르면 인생을 알게 된다는 그 누구의 말처럼 인생을 좀 더 알기 위해서 다시 산에 오르고 싶다.

신발장 깊숙히 먼지 묻은채 처박아 두었던 등산화를 꺼내신고 등산배낭을 메고 다시 산에 오르고 싶다는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면서 수십번도 더하게 되었다.

그저 바라는 보는 산이 아닌 산속을 걷고 있는 내 모습을 그려보게 만든 책이다.

작가처럼 대담하게 백두대간을 완주하겠다는 큰 꿈은 못꾸더라도 가까운 산에라도 오르며 일상에 지치고 찌든 주름진 내 모습에서 하나하나 주름을 곱게 펴고 싶다.

산에 대한 그리움이 물밀듯이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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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사랑은 - 사랑에 관한 짧은 노래
황주리 지음 / 예담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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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인 황주리는 화가다. 평단과 미술 시장에서 인정받는 몇 안되는 화가라는 평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그녀의 그림은 독특하고 그에 못지 않은 필력 또한 괄목할만 하다. <그리고 사랑은>은 황주리의 첫 그림소설이다.

 

짧고 간결하고 그러면서도 톡톡튀는 그녀의 글 솜씨는 오히려 작가로써의 재능이 더 뛰어나지 않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이 책은 사랑에 관한 아홉개의 짧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첫 번째 이야기인 "사랑에 관한 짧은 노래"는 한 여인과 한 남자의 지나온 사랑에 대해 담담하게 이야기하듯 들려주고 있다.

하지만 그 내용의 임펙트에 독자는 놀라움으로 시작할 수 밖에 없을것 같다.

정말 이런 사랑도 있을 수 있을까..충분히 있을 수 있겠지..하지만 놀라운 걸..

이런 마음으로 첫 소설을 읽게 되고 이러한 사랑에 대한 특이한 이야기들 아홉편을 읽으면서 소설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흔히 단편은 깊이가 약하다는 평들도 있지만 그녀의 소설은 그렇지 않다.

짧은 내용이지만 흡인력이 있어 쉽게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또한 소설 중간 중간에 삽인된 그림은 소설의 내용과 무관한듯 하지만 강렬한 색채와 감각적인 표현으로 독자의 시선을 순간순간 붙잡는다.

 

이 책에서는 심하게 사랑이라는 열병을 앓고 난 후의 깊은 흉터를 가진 사람들,

그리고 성에 대한 자유로운 사고를 가진 사람들, 상처받은 영혼의 소유자들, 그리고 외로운 이들이 이야기들이 있다. 어느 한구석 모자란듯, 넘치는듯한 그들의 이야기는 어쩌면 우리들의 자화상인질도 모르겠다.

 

이 책 속의 사랑 이야기들은 내 곁의 누군가, 내가 사랑했던 누군가, 나도 모르는 내 안의 누군가, 전혀 모르는 누군가, 손끝이라도 닿으면 할 수 없는 떨림이 잠자리 날개처럼 전해져 왔던, 하지만 그냥 모르는 남처럼 서로의 곁을 스쳐갔던 누군가,이 세상에 존재하고도 남을 내 상상 속의 누군가의 이야기, 세상의 모든 사랑 이야기들이다.

동시에 나와도 당신의 이야기와도 닮았을 우리들 상처의 사연들이다.(작가의 말중)

 

그렇다.. 작가의 말처럼 누군가의 사랑 이야기,, 전혀 모르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 같지만 알고보면 내 얘기 같기도 한 그런 사랑의 이야기들을 이 책은 담고있다. 그래서 일까.. 이 책에 빨려들어 무척이나 진지하게 읽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 할 수 있었다.

세상의 그 어떤 이야기보다 사랑에 관한 이야기는 해도해도 끝이 없는것 같다.

대부분의 문학작품들이 사랑에 대한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어느것 하나 비슷한 내용이 없는것은 사랑은 참으로 다양한 모양과 다양한 냄새와 다양한 깊이를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화가이며 글을 쓰는 작가 황주리가 들려주는 또 다른 사랑의 이야기

아홉편의 짧지만 강렬한 이야기..아직 끝나지 않은 사랑 이야기를 만나보기를 권한다.

 

이 세상에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마지마가 사람이 되기를 원하는 부류와

첫 번째 사람이 되기를 원하는 부류가 있다.

마지막 사람이 되기를 원하는 사람이 물론 더 착한 사람일 것이다.

그 사람과 영원하기를 바라는 마음, 버리지도 버림받지도 않으려는 애착(본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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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km - 열입곱 살 미치루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다
가타카와 요코 지음, 홍성민 옮김 / 작은씨앗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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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의 시놉시스를 읽었을때 놀랍게도 까맣게 잊고 있었던 나의 고등학교 시절의 '야간행군'생각이 떠올랐다.

중학교, 고등학교를 지방도시의 카톨릭 미션스쿨을 다녔던 나는 성당에서 주최하는 성경여름캠프에 어렵게 부모님의 허락을 받아 참가하게 되었다.

카톨릭 청년부의 단합과 성경 공부라는 의도였지만 내심 우리들은 남녀공학이 흔치 않았던 그 시절,

같은 또래의 남녀학생들이 공식적으로 허락받은 미팅정도를 생각하지 않았나 싶다.신나고 재미있는 캠프를 기대하며 캠프 몇주부터 다들 마음이 들떠있었던것 같다.

하지만 우리의 기대와는 너무나 다르게 캠프의 첫 시작은 성당에서부터 밤을 새워 걸어서 캠프지에 도착하는 것이였다. 정확하게 거리가 어느정도였는지는 기억이 안나지만 대락 40,50km는 족히 되지 않았나 싶다.

 

그래도 첫 시작은 즐겁고 흥겨웠다. 특별할것 없는 여느때의 여름방학과든 달리

친구들과 밤새워 얘기하면 걷는다게 얼마나 신났던지 처음엔 다를 재잘재잘 말도 많았었다.

하지만 밤이 깊어가고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행군에 다리는 아파오기 시작하면서 우리의 "즐거운 나들이"는 점점 고역으로 변해갔다.

 

다를 말수도 눈에띄게 줄어들었고 여기저기서 끙끙대는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들의 신부님과 수사님은 사랑과 포용은 커녕 우리에게 군인정신(?)을 부르짖으셨고 다리뼈들의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릴때쯤 뜬금없이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과 맨날 토닥토닥 싸우기만했던 동생이 갑자기..한없이 그리워졌다. 왜 군대를 간 다 큰 남자어른이 "지금 이 순간

제일 그리운 사람은 누구입니까?"라는 질문에 천편 일률적으로 "고향에 계신 부모님입니다"라고 대답하는지 그 이유가 납득이 되는 순간이였다.

 

몸이 고되고 말이 없어지면서 오히려 머리속은 맑아지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것 같다.

한 밤의 힘겨운 행군은 논두렁에서 울어대는 개구들의 울음소리가 동행해주었고, 별똥별들이 함께 해주었고 그리고 친구들의 격려가 있었기에 낙오하지 않고 새벽녘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우리들은 서로 얼싸안고 반쯤 울었고 부모님의 은혜를 부르라는 신부님의 명령(?)에 다들 목놓아 울었다.그리고 나의 18살의 아주 특별했던 추억하나가 만들어졌던 것이다.

 

이 책은 그러한 나의 경험담과 싱크로율 99%인 주인공 미치루의 얘기를 담은 책이다.

주인공인 미치루는 아버지 없이 엄마와 남동생과 함께 살고 있는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매사에 정확하고 똑부러지고 흐트럼없는 엄마는 혼자서 아버지의 몫까지 거뜬하게 해내는 커리어우먼이다. 그런 엄마가 뜻하지 않은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고 다리를 다쳐걷지도 못하게 되었다. 병원에 입원한 엄마는 평소 미치루가 알고 있던 엄마의 모습과는 너무 달랐다. 넋을 놓은듯 희망없는 눈동자는 미치루를 알수없는 불안으로 내몰았다.

 

이런 상황에 매사 엉뚱한 외삼촌은 평소 조카들에게 용돈한번 주지 않더니 뜬금없이 100km 걷기 대회에 거금 만이천엔의 참가비를 내고선 미치루의 허락도 없이 참가신청을한다. 이런 얼토당토 않은 대회따윈 절대 참석하지 않을거라 했던 미치루는 동생의 빈정거림에 욱해서 걷기대회에 심드렁하게 참석하게 된다.

화려한 스포츠 의상과 장비들을 갖춘 천5백명의 참가자중 초라한 행색을 한 미치루도 끼여있다.

 

모양새 안나는 학교 체육복에 낡은 운동화, 초등학교때 구입한 싸구려 배낭에다 일행 한명 없이 혈혈단신 출전한 사람은 미치루 혼자뿐인듯하다.

혼자 걷는 길은 의외로 힘겹다. 걸으면서 미치루는 생각한다.

"내가 100km를 완보하고 나면 어쩌면 엄마도 사고전의 활기찬 모습으로 되돌아 올지도 모른다"지쳐가는 자신을 채찍질하며 걸음을 내딛는 미치루..

100km미터를 구역마다 정해진 시간안에 도착해야지 기권처리가 되지 않기 때문에 매순간쳐지지 않도록 신경을 쓰면 걸을 수 밖에 없다.

미치루가 점점 지쳐갈때 무나카타 할아버지를 만나 얼마동안 같이 걷게 된다.

할아버지가 건네는 초콜렛 몇알과 몇마디 말은 지쳐가던 미치루에게 큰 힘이 되었다.할아버지에게 우비도 선물받고 30km 체크포인트에 도착해서 둘은 기념 사진도 함께 찍는다.

불과 몇분전에 만난 생면부지의 할아버지인데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람처럼..그렇게 가까워 질 수 있다는게 미치루는 의아할 정도다.

 

결승점에서 만나자라는 할아버지의 인사말과 함께 다시 혼자가 걷게되는 미치루.

8시간 반을 꼬박걸어 절반인 50km에 도달했을 무렵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할아버지한테서 받은 우비가 없었다면 낭패를 볼뻔했다.

운동화도 젖고, 바지도 젖고, 체온도 내려가 한발 디디는것이 여간 고통스럽지 않다.비틀거리며 걸으며 미치루는 자기어깨를 누르고 있는 현실이 너무 버거움을 느낀다.온몸에 붕대를 감고 병실에 누워있는 엄마, 철딱서니 없는 동생, 외삼촌은 어른이 되서자기 앞가림도 못하고, 엄마의 부재로 집안일은 온통 내차지이고..서러움에 복받쳐

그렇게 비오는 밤길을 미치루는 꺼이꺼이 울면서 혼자 걷는다.

"눈물은 좀처럼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어두운 밤길, 가끔식 자동차가 지나가는 좁은 길을

그렇게 펑펑 울면서 하염없이 걸었다. 빗속에 쉴곳도 마땅치 않아 기권하고 싶어도 도리가 없어 계속 걷는 수밖에 없었다 (본문중에서)"

우리네 고단한 인생처럼 미치루 또한 포기할 수도 없고 멈출 수도 없는 길을 걷고 또 걷는다.

 

60km체크포인트에 도착한 미치루는 더이상 걸음을 내딛을 수 없을만큼 지쳐있었다.이쯤해서 기권하고 기권버스에 오르면 더이상 걷지 않아도된다.따뜻한 차안에서 편히쉴수도 있다. 하지만 그때 미치루는 요이치라는 소년을 만나게된다.

소년과 함께 다시 걷기 시작한 미치루..

"사실 나는 몇번이나 기권하려 했었다.(중략)..신기하게도 그때마다 누군가가,

아닌 무언가가 나를 끊임없이 움직이게 했다. 나의 등을 밀어주었고, 나의 손을 잡아끌며 같이 걸어주었다. 그 덕분에 나는 지금도 이렇게 걷고 있는 것이다(본문중에서)"

 

마지막 8km를 남겨두고 있을때 미치루는 무나카타 할아버지를 다시 만나게 된다.

무척이나 지쳐있는 할아버지는 이쯤해서 포기해야할듯하다고 한다.

"할 수 있어요, 도착할 수 있어요,할아버지!"

미치루는 큰소리로 할아버지를 격려한다. 얼마전 할아버지한테서 격려를 받았던 미치루는어느새 걸어온 거리만큼 강해져있었다. 할아버지와 미치루 그리고 요이치 그 세명은 지친몸을 그렇게 서로 위로하며 100km미터 결승점에 도달한다.

미치루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린다.

"지금은 알 것 같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만큼 분명하게 알 것다. "축하합니다!"

라는 그 말 한마디가 얼마나 기분 좋은 말인지!

힘들때 "힘내!"라는 그 평범한 한마디가 얼마나 고마운 말인지를! 누군가에게

고마움을 느낄 때 갖게 되는 감사의 마음이 얼마나 깊고 따뜻한 것인지를!(본문중에서)

 

결승점에서 휠체어를 탄 엄마가 미치루를 기다리고 있다.

"장하다 장해, 우리 딸!"

"엄마는 네가 자랑스러워"

"나도 엄마 딸인게 자랑스러워!"

 

이야기는 이렇게 끝을 맺는다.

나는 이 소설을 펼쳐서 끝까지 단숨에 읽었다. 그녀와 함께 100km를 꼬박 함께 걸었다.

한 밤에 혼자걷는 미치루의 한발 뒤에서 격려하며 또 격려하며 함께 걸었다.

비속을 울며서 걷는 미치루의 뒤에서 나도 함께 울었다.

지치고 힘든 미치루의 등을 밀어주고 주저앉은 그녀의 팔을 잡고 일으켜 세우며 함께 걸었다. 17살 어린 소녀가 걷는 그 길이 왜 그렇게 내 마음을 흔들었는지 모르겠다.

 

나는 미치루보다 조금 어린 딸을 두고 있다.

여름방학이 시작되면 나는 이 책을 딸에게 선물하고자 한다. 내 딸이 이 책을 읽고 많은것을 느끼기를 원한다.

그리고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인생이란 이렇게 밤길을 혼자 걷는것 처럼 두렵기도 하고 비를 맞아 춥고 지치고 힘들기도 하지.

길을 걷다 보면 오르막도 있고 내리막도 있단다. 걷다 보면 정말 힘들어 포기하고 싶을때도 있겠지만

너는 혼자가 아니다. 너에겐 함께 손잡고 걸어줄 가족이 있다는걸..

엄마는 네가 그걸 꼭 기억해주길 바래.

그러니 아무리 힘들더라도 포기하지 마라. 네 길을 꿋꿋하게 그렇게 걸어가야 한다.

나는 언제는 너를 응원할 것이며 네가 세상에 밀리지 않고 강해지길 바란다.

사랑한다.. 내 딸....!

 

그리고 미치루... 장하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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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청춘의 힐링캠프 - 언제라도 놀러오세요!
김정윤 외 지음, 안치용 / 위즈덤경향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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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스무명의 지식인들의 조언을 담은 책이다.
각 분야에서 소위 잘나가고 성공했다고 하는 정치인, 사업가, 작가, 시인, 지식인들이 20대 젊은 청춘들에게 들려주는 보석같이 빛나는 명언들을 접하면서 아.. 이래서 이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고 많은 이들의 귀감이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노동운동가인 하종강,코미디는 내운명이라고 말하는 김미화,노동운동가에서 정치인의 길을 걷고 있는 심상정,국가적인 보안 브랜드가 된 안철수..
 
이들은 20대 젊은 이들에게 조언한다.
옳은 일을 위해서 어떤 손해를 감수하고 있는가 자각하고 깨어있어라고 말한다.
옳지 않은 일에 분노하고 내 행동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으로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것이 젊음이라고 충고한다.
또한 자기 이유를 갖고 , 자신이 살고자 하는 방향을 찾는것,그리고 그 길을 흔들림 없이 힘차게 나아가는것 그래야 후회없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한다.
 
이들의 조언이 허투로 들리지 않은 것은 그들 또한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이다.
입에 발린 소리를 하지 않고 그들이 살아왔던 치열했던 시절, 그들이 몸으로 가슴으로 부딪히며 얻어낸 피같은 조언들을 쏟아낸다.
 


 
이기는 사람이 아니라 올바른 길을 걷는 사람이 옳다고 말하는 홍세화, 연세대 교수조한혜정
천상의 목소리, 세계적인 프리마돈나, 전설을 만들어가는 소프라노 조수미,
한국 홍보 전문가 서경덕 교수,감성적인 과학자 최재천 교수
 
이들은 각각 젊은이들에게 추천해 싶은 책으로 리영희 선생님의 "전환시대의 논리",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샬럿 브론테의 "제인에어" 김우중의 "세계는 넓고 할일은 많다"라는 책을 권하고 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책을 잘 읽지 않는다는 비판의 시각이 많다.
디지털 세대를 사는 젊은 사람들에게는 한장한장 침을 묻혀 넘기는 활자의 매력이 덜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책이야 말로 젊은이들에게 정말 좋은 스승이다.

 


 

 시민운동가면서 소셜 디자이너 박원순,'MBC뉴스데스크'를 이끌었던 엥커에서 국회의원으로 거듭난 신경민,스스로 B급 좌파라고 말하는 김규항,법률가 안경환,연기자 정보석
 
이들은 자신에게 부끄러운 순간이 있는가 라는 물음에 각각
매번 부끄럽다고 말한다. 사람에게 상처를 준일, 이러한 후회와 부끄러움이 모든 일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한다.
신경민 앵커는 기자로써 5공때 제대로된 기사를 쓰지못한것이 제일 부끄러웠다고 했다.
글을 쓰는 작가인 김규항은 서른 여덟 늦은 나이에 글을 쓰기 시작하여 처음엔 자존심 무시하고 자신까지도 객관화해서 글을 썼는데 이름이 알려지고 지식인 소리를 듣게 되자 허위적인 권위가 생겼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가 제일 자신에게 부끄러웠다고 한다.
법률가 안경환은 중학교 시절 급우을 돕기 위해 성적표 위조를 도운일이 있는데 나중에 그 일이 들통나서 그 친구는 학교를 떠났고 그때 친구를 돕고자 했는데 결국은 그 친구를 망치게 되었던 일이 가장 부끄럽게 그 일이 많은 교훈을 주었다고 한다.
연기자 정보석은 중국의 장지량 감독에게 잘보이기 위해서 인터넷으로 다운 받아서 본영화를 극장해서 봤다고 거짓말 한것이 제일 부끄러운 기억이라고 한다.
 
사람이 살다보면 어찌 부끄러운 일들이 없겠는가..
정말 기억하기도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일들이 많을 것이다.
이들 또한 마찬가지로 부끄러웠던 순간들을 기억하며 얼굴을 붉힌다.
하지만 부끄러웠던 그 기억들도 사실은 세상을 살아가는데 많은 교훈이 된다.
다시는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자기 자신을 단련 시키면 되는 것이다.
젊음 또한 필연적으로 실수를 많이 하는 시기이다.
젊기 때문에 많은 실수와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자신의 부끄러운 실수를 덮을려고만 하지말고 그러한 실수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여유와 자기 자신에게 정확한 잣대를 들이댈 수 있는 바른 마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중요무형문화제 제 23호 가야금 산조및 병창 예능보유자인 명창 안숙선 교수,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김정욱 교수,한국의 정치현안과 노동문제에 대한 담론을 만들어가고 있는 손호철교수,등단 30년을 맞는 김용택 시인
 
이들에게 이 자리에 이르기까지 지켜온 삶의 원칙에 대해 물었다.
명창 안숙선 교수는 "자신이 할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보기에 명분이 있고 귀감이 되는 일을 해야한다고 말한다.
김정욱 교수는 탈무드에 나오는 네가지 덕목중에서 게미의 정직함을 삶에 대한 태도와 원칙으로 삼고, 어떤 일이든 정직하고 충실하게 본인의 직무를 수행하고자 한다고 말한다.
손호철 교수는 '자기 원칙에 충실하라'..무슨일을 하던 자기 자신을 상실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김용택 시인은 진지함, 진정성, 정직과 진실, 그리고 세상을 늘 새롭게 보는 신비함
그리고 새로운 세계의 창조가 자신의 삶에 대한 태도이자 원칙이라고 말한다.
 
같은 질문에 비슷한 대답들을 하고 있다.
삶의 원칙으로 정직과 성실,그리고 최선을 다할 것..
어째보면 가장 손쉬운 말인듯하지만 참 지켜가기 만만찮은 단어들이다.
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이러한 것들이야말로 자신의 삶을 흔들림없이 바르게 지탱해가는 힘이 되는 것이다. 기초가 튼튼하지 않는 건물은 조그만 충격에도 쓰러지고 만다.
우리의 삶도 이와 마찬가지지 않을까..기본이 없이 허울 좋은 외관에만 신경쓴다면 사상누각이 될 수 밖에 없다.
 
이 책은 각각의 명사에게 비슷한 질문을 하고 그들의 답변을 담은 인터뷰식으로 서술되어있다. 비슷한 질문에 각각의 명사들은 어떻게 답변하고 있는지 비교해가면서 읽는 재미도 있다. 교과서 적인 답변도 있지만 솔직담백한 답변들은 멀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인물들에게서 인간적이 면도 엿볼 수 있어 친근감마저 들었다.
 
현재 한국의 지식인들이며 그 분야의 최고라고 말해지는 20인이 젊은 청춘에게
보내는 당부와 희망의 메세지를 가슴에 담아야 할듯하다.
이제는 누구에게 조언을 해줘야 하는 나이가 되었다. 내 지나온 발자취가 내놓고
자랑할만한 것은 못되어지만 지금까지 보다 앞으로 더 똑바로 살아간다면 변변찮은 조언이라도 할 수 있는 자리까지 가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을 통해 자기 반성의 시간을 갖기도했다.
 
젊은 청춘들이 귀담아 들어야할 조언들이 책 구석구석에 빼곡히 박혀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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