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다, 우리는 꽃필 수 있다 - 김별아, 공감과 치유의 산행 에세이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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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마디로 나에게 있어 작가 김별아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라는 표현이 딱맞을듯 싶다.

그동안 많은 작가의 글을 읽어왔지만 아쉽게도 작가 김별아와의 만남은 없었다.

작가와 나의 첫맞선을 '괜찮다,우리는 꽃필 수 있다'로 하게되었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첫만남이라는 것은 많은 설레임과 기대와 긴장을 하기 마련이다.잔뜩 기대를 하고 나간 맞선자리가 불편해서 가시방석 같을 수도 있고 지루해서 하품이 쩍쩍 나올 수도 있을것이다. 하지만 김별아 작가와의 맞선자리는 기대이상의 재미와 즐거움으로 시간가는 줄 몰랐던.. 그래서 애프터를 신청하고픈 그런 만남이였다.

 

우선 작가의 "글빨"에 반했고, 솔직함에 푹빠지고, 그리고 그 강인함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같은 말이라도 참 재미있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 다른 사람이 말하면 그냥 씨익 웃고 넘어갈 우스개소리도 웬지 이 사람이 말을하면 깔깔대면 배를 잡고 뒤로 넘어가게 만드는 말빨을 가진 사람이 있는데.. 작가 김별아는 말빨이 아닌 글빨로 독자를 잡았다 놓았다 당겼다 늦췄다

하는 강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작가가 이끄는대로 나는 그녀와 함께, 사계절의 백두대간을 함께 오르내렸다.

 

한때 나는 전업주부로 지낸적이 있었다.

둘째를 낳고 이런저런 여건상 아이들 육아문제 때문에 딱 3년을 일을 하지않고 전업주부로 지냈을때 지인의 꼬임에 빠져(?) 산악 동호회에 들게 되었다.

준비없이 가입한거라 우선 거금을 들여 등산화 한켤레를 사신고, 청바지에 파카를 입고 야유회 갈때나 매고 다니던 배낭하나 들춰매고 초라한 행색으로 겨울 시산제에 따라 나선게 나의 첫 등산이였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부터 나지만 그렇게 시작된 산과의 인연으로 참 열심히 산악회를 따라다니며 많은 산을 올랐다.

야간 산행도 하고, 12시간 마라톤 산행도 하고, 우중산행도 하고, 파릇한 봄, 쪄죽을것 같은 여름, 불타는듯한 가을, 순백의 겨울,, 4계절 오르는 산은 늘 다른 모습으로 나를 반겨주었고 산을 오를때의 마음보다 훨씬 더 커진 마음을 안고 산을 내려오는게 너무 좋아 한동안 참 열심히 산을 올랐는데 전업주부를 그만두고 취업을 하게 되면서 주말 산행조차 부담스러워 산을 찾지 못한지가 벌써 몇년째인지 모르겠다.

 

내 방 창문을 열면 저만치 북한산이 보이는데도 오르지도 못하고 주말이면 바쁘네 피곤하네 묻지도 않은 핑계를 대는 내가 참 한심스럽다 느낄때 "괜찮다,우리는 꽃필 수 있다"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백두대간을 총 40차에 걸려 나눠서 완주하면서 작가는 무슨 생각을 하며 산에 올랐을까..

1차부터 16차 산행에 대한 기록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책에 담았고, 17차부터 39차까지는 '괜찮다, 우리는 꽃필 수 있다'에 담고 있다.

말하자면 이 책은 산행후기 2편인 것이다.

 

작가의 말처럼 '누군가 삶을 대신 살아줄 수 없듯, 누구도 산을 대신 타줄 수는 없습니다.길 위에서는 어디로든 도망칠 수 없고, 오로지 온 몸으로 온몸을 밀어 나아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더우면 땀을 흘리고 추우면 몸을 떨며 걸었습니다. 비가 오면 맞고 바람이 불면 몸을 움추리고 걸었습니다. 다만 그 뿐이었습니다'

 

작가의 말처럼 산을 오르는 것은 어쩜 인생살이와도 같은 것 같다.

늘상 맑은 날만 계속 되는것이 아니라 비오는 날, 바람부는 날, 추운 날, 더운 날, 하루에도 몇번씩 날씨가 변덕을 부리듯 우리의 인생도 몇십번의 변덕과 요동을 치며 우리를 뒤흔들어 놓는다.

하지만 비 바람에, 추위에, 더위에 흔들리더라도 우리는 삶을 포기할 수 없다.

흔들리며 그렇게 그렇게 온몸으로 온몸을 밀어서 삶속으로 걸어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흔들리며 피는 꽃 _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새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새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책 속에 소개된 시처럼 그렇게 흔들리며 젖으며 우리는 인생을 살아간다.

산을 오르면 인생을 알게 된다는 그 누구의 말처럼 인생을 좀 더 알기 위해서 다시 산에 오르고 싶다.

신발장 깊숙히 먼지 묻은채 처박아 두었던 등산화를 꺼내신고 등산배낭을 메고 다시 산에 오르고 싶다는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면서 수십번도 더하게 되었다.

그저 바라는 보는 산이 아닌 산속을 걷고 있는 내 모습을 그려보게 만든 책이다.

작가처럼 대담하게 백두대간을 완주하겠다는 큰 꿈은 못꾸더라도 가까운 산에라도 오르며 일상에 지치고 찌든 주름진 내 모습에서 하나하나 주름을 곱게 펴고 싶다.

산에 대한 그리움이 물밀듯이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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