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행복
김미원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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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불안을 기억하며 행복해진다.


김미원 작가님의 수필집 [불안한 행복] 표지에 적혀 있는 문구다.

나는 이 말을 몇일째 머리 속에 넣고 다녔다. 내가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들을 

곱씹어 보았다. 곧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이 말에 깊이 동조할 수 있었다.


몸이 피곤할때 나는 에세이를 찾아 읽는다.

다른 이들의 일상을 엿보고 함께 공감하는게 편안해서이다.

간혹 어설프게 자기의 자랑을 늘어놓거나 애써 글을 미화하고 치장하려는 작가들의 글을 읽을때도 있다. 마치 화장이나 옷 치장이 너무 과해서 오히려 천박해보이는 

사람처럼, 꾸며서 쓴 글도 나에게 마찬가지로 느껴진다. 

이런 책을 읽으면 오히려 피곤이 몰려온다.


김미원 작가의 [불안한 행복]을 읽다가 나는 핸드폰을 열고 인스타그램에다

글을 올렸다.

너무나 내 얘기 같은 중년들의 이야기라며 친구들에게 읽어보기를 권했다.



김미원 작가님의 글에는 어슬픔이나 호들갑은 전혀 없다.

진중하고 묵직하여 금속관에서 중저음을 토해내는 튜바의 음색같다.

오래 들어도 질리지 않은 악기소리처럼 작가의 글은 비슷한 나이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마음속에 깊은 울림이 되는 글들이라 생각한다.


특히 나이든 어머니, 돌아가신 아버지, 점점 육체가 쇠퇴해져가는 부모님의 이야기를 쓴 

'운다고 사랑이' '목소리를 읽고 나는 쓰네' 옥니, 곱슬머리 최여사'를 읽을 때는

그분들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에서, 돌아가시기 전의 나의 어머니, 아버지를 바라보던 

내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무수한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다 지우지 못한 그리움 한조각을 붙잡고 울컥거리며 

책장을 넘겼다.

그리고 사람 많은 전철 안에서 이 책을 읽지 않은걸 다행이라 생각했다. 




'불안한 행복''눈물, 그 인생의 함의''바람처럼 자유롭게'라는 글에서는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살고 있는 인생 선배의 이야기에 크게 공감했다.

차 한잔을 두고 이야기를 나누면 참 좋겠구나 라는 생각도 했다.


나이가 들고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짧다고 느껴지는 어느날부터

사람들은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애써 외면하는 사람도 있을거고,내일 찾아와도 이상하지 않을듯 여기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집을 나설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속옷을 제대로 갖춰입고 외출한다는 작가의 친구의 

이야기처럼, 어느날 갑자기 '그것'이 찾아왔을때 경황없이 허둥대지 않고

내 차례구나 하고 숙연하게 받아 들이겠다는 작가의 이야기에도 공감한다.


좋은 것은 아껴두고 싶고, 귀한 것은 서랍 속 깊숙한 곳에 넣어 두고 싶어지듯 

아.. 정말 행복해..라는 생각이 들때면 그 마음을 소중히 아껴두고 싶다.


나는 온몸의 솜털이 일어나서 흔들릴 정도의 행복감은 느낄때, 혹시나 이 행복 뒤에

얄궂은 불행이 시샘하듯 밀치고 들어올까봐 불안함을 느낄 때가 있다.

나의 행복은 불안함 위에 위태롭게 올려놓은 작은 조약돌이 아닐까 싶을때가

많았다.

작은 흔들림이나 바람에 또르르 굴러 떨어질까봐 불안한 마음에 

손에 꼭 쥐고 있던 작은 행복! 

작가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흔적들을 책 여기저기서 발견하면서 

그냥 조금 기뻤다.


이렇듯 이 책은 중년을 살아가는 이들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한편 한편 읽으면서 오늘 하루를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새록하게 들게 된다.

삶이 지루하다 싶은 분들에게 꼭 한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삶은 불안을 기억하며 행복해진다.


여담이지만 이 말에 딱 맞는 경험을 얘기해보고 싶다.


작년쯤인걸로 기억한다. 

늦게 잠이 드는 버릇때문에 꽤 깊는 밤, 겨우 잠이 들었다 싶었는데 딸아이가 

내 방으로 뛰쳐들어오며 나를 흔들어깨웠다. 우리 아파트에 불이 났다는 것이다.


방금 로그아웃한 컴퓨터에 전원 버튼을 눌러도 각종 프로그램들이 제대로 돌아가는데

몇 초 정도가 필요하듯 자다깨서 뭔 소린지 이해하기까지 나에게도 시간이 필요했다.

상황 파악을 마치고 이불을 박차고 베란다로 가서 아래를 내려보니 이미 십여대의 

소방차들의 경광등으로 요란했고, 잠자던 아들을 깨워서 현관문 밖으로 뛰쳐 나가자

불이난 우리집 위층에서부터 계단과 엘리베이트로 물이 쏟아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이제 죽었건가 싶었던 순간 아이들의 손을 꼭 잡고 불안에 떨던 그 순간, 

불을 끈 소방관들의 약간은 지친 모습으로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쉬며 집안으로 다시 들어섰다. 다행히 큰불은 아니었다.


잠옷 바람에 머리는 헝클어진 몰골이었지만 다행이야 하면서 씨익 웃으면

다들 각자의 방으로 들어간다.

놀란 마음에 쉬이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나와 달리, 아이들의 방에서는 금방 코고는

소리가 들렸다.


깊은 밤, 우리 가족을 지켜주는 작지만 안락한 집이 있고, 깊이 잠든 아이들 방을

기웃거리며 나는 비로소 깊은 안도감을 느끼며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한순간 한순간 행복이 왼쪽 뺨 언저리에서 속삭이는데 우리는 고개를 돌려 기껏 

먼데만 바라보며 한숨 짓고 있는 건 아닌지..

이 책을 읽으며 평범하게 보낸 하루의 행복을 곰곰 생각해본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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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편, 세상에서 가장 짧은 명작 읽기 2 하루 한 편, 세상에서 가장 짧은 명작 읽기 2
송정림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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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을 읽는 다는 것은 나에겐 의미 있는 행위이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그 시대의 생활상과 사고방식을 이해하는 글읽기는 

한편으로는 짜릿한 즐거움을 주지만 또 한편으로는 고된 인내를 요하는 일이기도 하다.

가령 100년도 더 전의 서양의 사상을 이해하고, 글의 흐름을 흐트러지지 않게 

읽기도 어려운 수 많은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기억하며 글을 읽어내려가는 것은 수월한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고전 읽기를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백컨대 나에게는 나의 지적 허영심을 채워줄 수 있는 도구라고 할까..

신문의 사회면을 부지런히 들춰가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에 뒤쳐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처럼

어딘가의 모임에서 소위 책 좀 읽었구나 하는 소리를 듣고 싶어서 일지 모르겠다.


이 문제에 대한 송정림 작가의 답변은 이러하다.

'살아가면서 숱하게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고 많은 고비의 순간을 맞닥뜨린다.

고난 앞에 움츠러들 때, 깊은 고뇌를 안고 살아가는 명작 소설 속 주인공들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내 고민은 한낱 먼지처럼 작게 스러지곤 한다'


명작속의 인물들의 고민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과 별반 차이가 없는것 같다.

삶은 100년 전이나 2021년을 살아가는 지금이나 우리들에게 늘상 녹녹하지 않은것 같다.





이 책에는 총 39편의 고전과 명작들이 소개되어 있다.

책 좀 읽었다고 자부하는 편인 나도 아직 읽어보지 못한 명작들이 제법 있다.

그리고 오래전에 읽긴 했지만 내용이 뭐더라..라고 가물거리는 작품들도 있다.

꽤나 두툼한 명작의 내용을 단 몇장에 요약해 놓았다.

마치 학창 시절 시험전날 요긴하게 보던 '동아 전과'같다.


읽다보면 아, 맞다. 주인공이 이때 이랬지..라며 잊고 있던 내용들이 스멀거리며 머리속에서

기어나오기도 하고 읽어보지 못한 명작들은 작가가 정성스럽게 요약해 놓은 내용의 폭 빠져서

읽어보고 싶어지기도 한다.


이 책은 작품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작가 소개도 실려있어서

작품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소개된 많은 작품들 중에는 금서가 된 도서들도 있다.

[분노의 포도], [개선문]이 대표적인 작품이며 그 시대의 아킬레스건을 너무 적나라하게

건드렸기 때문에 금서로 정해서 읽지 못하게 했던것 같다.

이주 소작농과 불법체류자들의 처참한 현실을 실랄하게 표현했다는 이유로 금서가 된 

두 소설은 [읽어보기 목록에 넣고] 찬찬히 읽어보고 싶어진다.


한 작품이 탄생하기까지 10여년 또는 60여년이 걸린 작품들도 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1925년에 집필을 시작하여 10년이 넘도록 집필되어진 대작이며

[파우스트]는 괴테가 24세에 쓰기 시작하여 82세에 완성한 대작이다.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이름의 괴테가 72세때 17세의 소녀와 사랑에 빠진 일은 

문학사적인 대 사건을 일으킨것도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한국판 '은교'였나보다.


자기 작품의 위대함에 눌려 더 이상 다른 작품을 발표하지 못했던 작가들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평생 한 작품만 남긴 작가로는 [앵무새 죽이기]를 집필한 하퍼 리,

그리고 [호밀밭의 파수꾼]을 집필한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얼마나 유명하고 대단하면 이 책을 집필하고 다른 작품을 써내려가지 못했을까.

궁금해서라도 이 책들을 찾아서 읽어보고 싶어진다.


많은 작품들 중에 반갑게도 내가 읽었던 명작들이 소개되어지면 살며서 흥분 상태가 된다.

단테의 [신곡],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펄벅의 [대지], [여자의 일생],[눈먼자들의 도시] 등등


특히 펄벅의 [대지]는 나의 최애 작품이기도 하다.

출퇴근 지하철에서 앉아서 또는 선채로 읽다가 책에 빠져 내릴 역을 놓친 경우가 

종종 있었다. 시간이 되면 다시 한번 완독을 하고 싶어진다.


이 책을 읽다보면 오래전 주말의 명화에서 흑백 영화로 봤던 영화도 소환되어진다.

잉글리드 버그만의 보석같이 투명하고 아름다운 눈을 잊을 수 없었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스칼렛 오하라의 얄밉도록 당차고 똘망똘망했던 표정이 압권이었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엔소니 퀸의 명연기가 돋보였던 [파리의 노트르담] 등등

영화로 봐서 내용은 쉽게 기억하고 있다면 책으로 읽으면서 영화에서는 미처 표현하지 못했던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세심하게 살펴보면 좋을 것 같다.


우리가 평생에 한번쯤은 읽어봐야할 명작들을 한편 한편 정성스럽게 소개하는 이 책은

명작읽기의 길라잡이 라고 해야 할듯 하다.

어떤 책을 읽어볼까 고민 하는 이들이 있다면 우선 이 책을 먼저 읽어보기를 권한다.


이 책을 읽다가 나의 버킷 리스트에 한가지를 더 하게 되었다.


불법 체류자의 신분으로 불법시술로 밥벌이를 하는 라비크.

그의 유일한 사치는 사과브랜디인 칼바도스를 마시는 것.

오래 전 도시의 이방인으로 고단한 삶을 살아갔을 그에게 

작은 사치였던 칼바도스를 파리에 가면 꼭 한잔 마셔보는 보고 싶다.

내 가방 속에는 [개선문]이 들어 있을 것이고 책 맨 뒤에 

'당신과 같은 사치를 부려봅니다'라고 적어넣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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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삼킨 소년
트렌트 돌턴 지음, 이영아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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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저자인 트렌트 돌턴의 자전적 소설이라는 점과 내 어릴적 작은 소년 제제의 이야기와 닮았다는 

점이 이 책을 읽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였다. 

모든 아이들은 사랑받을 권리가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나는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의 제제를

잊을 수가 없다.

상처 입은 작은 새끼 고양이 같았던 제제처럼 이 소설의 주인공인 엘리 또한 힘겹고 버거운 

유년시절을 보내게 된다. 13살이 된 엘리의 가족은 평범하지 않다.

친아빠와 이혼한 후 엄마는 라일이라는 새아빠를 만나게 되지만 새아빠는 마약판매상이다.

그런 새아빠의 영향으로 엄마는 마약에 빠져 결국 마약중독자가 되고 만다.

형이 하나 있는데 이름은 오거스트다. 형은 말을 하지 못한다. 아니 말은 할 수 있지만 어렸을때

친 아버지로부터 충격을 받은 후 입을 닫고 말을 하지 않는다.


엘리를 보살피는 70대의 노인 슬림 할아버지는 베이비시터다. 

그런데 이 할아버지도 평범치않다. 바로 악명 높은 희대'택시기사 살인범'이며,

전설의 탈옥수이기 때문이다. 새 아빠와의 인연으로 엘리와 오거스트를 돌본다.

여기까지만 보더라도 참 대책없이 암울한 집구석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보호 받을 수 있는 '안락하고 포근한 가정'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마약판매상이었던 새 아빠는 어느날 집을 나가 버린다.

새 아빠도 미래가 보이는 않는 집구석에 환멸을 느꼈을 수도 있었겠지.

말못하는 형과 말썽쟁이 엘리, 부모의 사랑을 넘치도록 받아야하는 나이에 

마약으로 휘청거리는 엄마를 살펴야 하는 두 형제의 상황이 저릿하도록 마음이 아파온다.


결국 새 아빠는 라일은 다시 집으로 돌아왔고, 마약에 쩔어 망가져가는 엄마를 

방에 가두고 모질게 마약을 끊게 한다.

마약을 찾아 짐승처럼 울부짖는 엄마의 처참한 울음을 들어야만 했던 아이들..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나는 마약에 중독되어 피폐해져 버린 엄마를 생각하면

솔직히 부아가 좀 치민다.

최소한 엄마라면 그러면 안되는거라 생각했다.

엄마의 인생은 언제부터 이렇게 꼬이게 되었을까..


엄마 프랜시시도 학교를 다닐때는 변호사가 되기를 꿈꾸던 소녀였다. 

부모의 이혼으로 엘시의 외할머니는 혼자서 아이들을 키우고 돌봐야만했다.

결국 맏딸이었던 프랜시시는 학교를 그만두고 돈을 벌어야만 했다. 그런 상황이 끔찍하게 싫었던

그녀는 집을 나와 버렸고 호텔에서 웨이터리스로 일했고, 어느날 강도를 피해 도망가다 

만난 사람이 친 아빠 로버트였다. 

로버트 또한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었다.(나중에 만난 아빠는 알콜중독에 공황장애까지 앓고 있었다)

아빠가 일으킨 자동차 사고 이후 엄마는 아빠와 이혼을 결심하였고, 

이때의 충격으로 형인 오거스트는 실어증에 걸리고 말았던 것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엄마도 어쩌면 결손가정의 피해자란 생각이 들었다.

생계를 위해 학교를 그만두고 꿈을 포기당해야 했을때의 좌절,가출,결혼..

희망인줄 알았던 첫 남편도 결국 그녀의 울타리가 되어주질 못했고

이혼 후 만난 남자는 하필 마약판매상.

결국 마약 거래건으로 그 남자마저 사망하게 되고

그녀 또한 감옥행..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모든게 서투르고 엉망이다. 

끝모를 불행이 그녀를 놓아주지 않는다.

가난이 대물림되고 불행이 되물림 되는 것은 그 고리를 끊어내지 못한 엄마의 잘못이 

제일 크다는 생각을 어쩔 수 없이 하게 된다. 



안락과 거리가 먼 환경, 이리보고 저리봐도 오거스트와 엘리를 돌봐줄 만한 어른은 한명도 없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주인공인 엘리는 씩씩하다.

항상 정의롭기를 원하고, 범죄 기사를 쓰는 기자가 되고 싶어한다. 

나는 그의 꿈이 이루어지길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끝가는데 없을 정도로 절망과 어두운 현실 앞에서 엘리는 그의 부모들과 다르게

불행의 고리를 끊고 밝은 미래로 나아가길 바랬다. 


무섭도록 아픈 성장기를 거친 소년 엘리..

저자의 저전적 소설이라고 하는데 픽션과 논픽션이 뒤섞여 있지만 부디 픽션이 

차지하는 퍼센트가 많길 바랠뿐이다. 


내가 엘리만한 나이에 이 소설을 읽었더라면 엘리의 성장통에 보다 많은 공감을

했을 것이다. 엘리보다 큰 애들을 둔 어른이 되어 읽은 이 소설에서 

나는 일그러진 어른들의 군상에 더 눈이 간게 사실이다.

어른들이 어른으로써의 책임을 못했을때 아이들이 겪게 되는 결핍과 불안을

간과할 수 없었다. 비록 찟겨지고 너덜해진 가정이라도 가족은 그 어떤 경우에도

서로를 보살피고 보듬어야 한다는 가슴 뭉클함도 함께 느끼며 두툼한 한권의 책을 

읽는 동안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책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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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야 1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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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노 게이고의 장편 소설은 첫장을 넘길때부터 아쉽다.

맛있는 건 음미하며 조금씩 아껴 먹고 싶고, 멋진 옷은 좋은 자리에 나갈때만 입고, 

좋은 작품은 천천히 머리속에서 그림을 그려가며 읽고 싶다.


히가시노의 작품들은 문맥이 간결하고 짤막짤막하여 읽기가 쉽다. 

그래서 한번 읽기 시작하면 좀처럼 중간에 끊기가 어렵다. 

아주 늦은 밤까지 읽어내려갈 때도 많고 주말에는 아예 작정을 하고 밤을 세워 읽기도 한다.

이번 작품 환야도 예외일 수 없었다.


이 작품이 언제 발표된 작품인지 궁금하여 야후재팬을 검색해보니 2004년 1월에 발표된 작품으로 

일본에서는 드라마화하여 방영되기도 하였다고 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들은 미스테리 추리를 좋아하는 일본인들의 입맛에도 잘 맞아서인지

유달리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되는 작품들이 많다.


환야1, 2는 거진 500페이지씩이나 되는 장편이지만 지루할 틈이 없다.

특히 이 작품은 1995년 한신.아와지 지진과 도쿄 사린가스 테러 사건과 같이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크고 작은 지진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일본이지만 1995년의 한신.아와지 지진은 

수평 지진이 아닌 수직 지진이었다. 수직지직은 쉽게 설명하면 건물이나 구조물들이 공중으로 

한번 솟아올랐다가 그대로 땅에 곤두박질 쳐졌다고 생각하면 된다. 

내진설계로 어지간한 지진에도 끄떡없는 일본의 건물들도 한신.아외지 지진에는 속수무책으로 

6,300명이 넘는 사망자와 어마어마한 재산 피해가 났다.

이 지진으로 나 또한 일본인 지인과의 소식이 끊겼다. 


한신.아와지 지진이 자연재해라면 도쿄 사린가스테러 사건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명백한 테러행위였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독가스인 사린 가스테러 사건으로 5,000여명이 눈과 코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졌고 12명이 사망을 했다. 이 사건으로 일본사회는 완전히 패닉 상태로 

빠졌고 사람들은 트라우마에 시달려야 했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을 안고 시작하는 소설은 그때의 상황을 아는 이들이라면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감을 의식하지 못하고 순식간에 소설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몰입감을 느끼게 된다.


한신.아와지 대지진이 일어나기 전날 밤, 미즈하라 마사야는 몇명의 아버지의 지인들과 고모부를 

모시고 조촐하게 집에서 장례식을 치르게 된다. 

버블 경제가 무너지고 일본의 사회가 급격하게 무너져내리던 시기, 아버지는 운영하던 

작은 공장의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빚만 잔뜩 남긴채 목을 매어 자살을 했다. 

아버지의 사망 보험금 중 대부분은 빚을 갚는데 쓰일것이다. 

그리고 남은 얼마간의 돈도 고모부가 내민 차용증대로 고모부에게 넘어가겠지.


아버지가 생전 고모부에게 빌린 돈이라고 하지만 고모부가 멋대로 주식에다 투자를 하면서 

생긴 빚이다. 그런데 장례식 다음날 일본지진 관측상 최대의 지진이 일어나고 

집과 공장이 무너져내렸다.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마사야는 건물 석가래 아래에 깔려있는 

고모부를 보게 되었고, 무슨 생각인지 아직 숨이 붙어 있는 고모부를 기와장으로 

내리쳐 살해해버린다. 그런데 그 모습을 지켜보는 이가 있었으니 신카이 미후유..

그녀는 지진으로 부모님을 모두 잃었다.



살아 남은 이들은 여진의 공포에 시달려가며 대피소에서 추위에 떨며 턱없이 부족한 

보급품과 배급된 비상식량으로 버티고 있다. 민심은 삽시간에 흉흉해져 여기저기서 약탈과

유부녀 겁탈이 일어나고 있었고 신카이 미후유도 괴한들에게 성폭행을 당하기 직전에

미즈하라 마사야에 의해 위험에서 벗어나게 된다.

둘 사이는 서로의 약점을 묵인해주고 도움을 주며 뭔가 모를 동질감으로 이어졌고 미후유는

마사야에게 함께 동경으로 떠나자고 제안한다.


미후유는 누가 봐도 눈이 번쩍 뜨이는 미인이다. 그녀는 동경 긴자의 유명한 보석상에 점원으로 

취업을 하게 되고, 나름 고속 승진을 한다.

미사야는 미후유의 도움으로 돌아가신 아버지의 공장과 비슷한 조그마한 금속제조 공장에 취업하여

넉넉하지는 않지만 하루하루 건조하지만 평온하게 지내게 된다.

간혹 미후유가 그의 집으로 찾아오고 둘은 육체적인 관계를 갖는 사이가 된다.



우리는 밤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어. 가령 사방이 낮처럼 밝아도,

그건 가짜 낮이야. 

그건 이제 단념해야 해. 

미후유는 성공에 대한 집착이 강했고 살인 사건을 묵인해준 그녀에 대한 고마움으로 

미사야는 철저히 그녀의 조력자로 그녀가 시키는 일을 묵묵히 수행한다.

그것이 어떠한 일이건 그는 그녀의 말을 따른다. 

그것이 살인이더라도, 원치 않은 여성과 관계를 가지는 일이더라도.. 

미후유, 그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미후유의 주변에서 스토커, 실종, 강도등의 일들이 일어난다. 

일련의 사건들은 그녀의 성공에 방해가 되는 인물들이 하나씩 제거 되는 과정이었다. 

그녀는 남자를 꼼짝하지 못하게 하는 팜므파탈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그녀의 미모에 홀려 그녀에게 다가가고 쓸모가 없어지면 

결국 그녀에 의해 처절하게 인생이 망가져버린 이들.


사건을 조사하던 형사 가토는 일련의 사건들의 공통 분모을 찾게 되고

결국 신카이 미후유를 주목하게 된다.

그녀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그녀 주변을 탐문하며 그녀를 서서히 그물속으로 몰아간다. 


그리고 늘 그랬지만 마지막 결말부분에서 독자들은 뒤통수 한대를 똬악 맞게 된다.

일이 이렇게 끝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순식간에 종료 버튼이 눌러져버렸다.

마지막 책장을 덮기가 힘들다. 

뭔가 뒷얘기가 더 있을것 같은데, 이렇게 끝나면 어쩌라구..

독자들은 한참을 애를 태울 수 밖에 없다. 예상이 벗어났을때 보이는 대다수의 일반적인 

반응일거고, 작가는 영리하게도 이 점을 그의 다른 작품에서도 아주 적절히 잘 써먹는다. 


이래서 히가시노 게이고를 이야기꾼이라고 하나보다.

그는 다른 작가에 비해 수 많은 다작을 남기고 있고 하나같이 호평을 받고 있다.

명실 상부한 일본의 대표적인 미스테리 작가의 자리에 앉을 수 있는 것은 

매 작품마다 보이는 치밀한 구성, 다양한 소재, 허를 찌르는 반전으로 독자들을 홀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홀린지 이미 오래된 독자다.


그가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엔지니어로 일을 했다는 이력 또한 신선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이렇게 대단한 이야기꾼이 기계만 다루다 자신의 재능을 영영 발견하지 못했다면 

우리 또한 책 읽는 재미를 그 만큼 못느끼고 살았지 않을까 싶다.

여러모로 억울할뻔 했다.


제목인 환야(幻夜)의 뜻이 궁금하여 찾아보았다.

幻 - 일체의 사상에는 실체성이 없고, 오직 가상[]을 나타내고 있음에 불과하다는 것.

즉 '환야'는 사방이 낮처럼 밝다 해도‘가짜’일 수밖에 없는..

현실 같지 않아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릴 허무한 밤을 뜻한다.


미즈하라 마사야의 마지막 말을 자꾸 되새김질 하게 된다.


비록 그녀와의 밤이 환상일지라도...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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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원으로 일주일 반찬 만들기 - 요리 초보도 쉽게 만드는 집밥 레시피
송혜영 지음 / 길벗 / 2020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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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는 우리의 일상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외출이 자유롭지 못하고, 늦은 시간에는 식당에서 식사도 할 수 없다.

아이들은 등교를 못한 채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되고, 재택 근무도 늘어났다.

자연스럽게 가족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주부들이 주방에서 머무는 시간도

늘어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하루 삼시세끼를 차려내야 하는 일은 전업주부들에게도 꽤나 버거운 일이다.

매끼 뭘 해서 먹을지 고민이 될뿐더러 식비 또한 만만치 않게 든다. 

궁여치책으로 블로거나 유튜브에서 뒤적거려보기도 한다.


그러다 '만원으로 일주일 반찬 만들기'라는 책을 발견하고는 눈이 번쩍 뜨였다.

주부라면 다들 공감하겠지만 요즘 장바구니 물가가 말이 아니게 올랐다.

만원 한장 가지고 마트를 가도 살만한게 별로 없다.

그런데 만원으로 일주일 반찬을 만들수 있다고? 뻥이 심한거 아냐? 하는 생각이 들었기에

더더욱 책이 궁금해졌다.





이 책의 저자는 유튜브에서 욜로리아로 활동중인 송혜영씨다. 

자취생들과 초보 주부에게 도움이 되고자 책을 내었다는 말처럼 이 책은 다른 요리책들과 

다른 특징이 있다.

그 특징이 바로 장점이 될것이다. 


1. 재료 구입이 수월하다 

수 많은 요리책을 뒤적거려본 적이 있는 나로써는 재료 구입의 용이점을 우선으로 꼽는다.

이름도 낯선 외국 재료나 구하기도 힘든 향신료들이 필요한 요리책은 나에겐 그냥 그림책이다.

자주 사용하지도 않을 낯설고 값비싼 재료 구매는 요리를 만들고자 하는 

의욕마저 꺾어놓기 십상이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동네 마트에서 누구나 쉽게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재료들이라는 점이다. 

재료 구입의 접근성이 좋으니 누구라도 팔을 걷어부치고

자~ 나도 한번 만들어볼까 하는 마음을 갖게 한다.


2. 저렴한 식재료

책 제목에서도 말했듯이 [만원으로!] 값비싼 식재료를 사용하지 않아도 

충분히 새롭고 다채로운 반찬을 만들 수 있다.

행여 만들다 실패해도 본전 생각이 덜 드는 저렴한 식재료는 요리가 서툰 초보들에게

큰 매리트가 있고, 엥겔지수를 걱정하는 주부들의 시름도 들어준다.


3. 간단한 조리법

조리 방법이 까탈스럽지 않다. 각각의 요리는 조리과정을 담은 사진 6~4장 정도만 살펴보면

누구나 맛나게 만들수 있도록 했다.

복잡하고 까다로운 요리는 빼고, 칼질이 아직 어려운 자취생들도 쉽게 쉽게 만들 수 있는

간단하지만 맛있는 만드는 반찬들로 모아놓았다.

조리 과정이 복잡하고 까다로운 음식을 해야할때도 물론 있지만 이 책에 소개된 요리들은

요리하고자 하는 의지를 꺾이지 않고 도전 할 수 있는 용기를 준다.


4. 제철 장보기 정보

요즘 마트에 가면 사시사철 야채와 채소들을 팔고 있어 나조차도 도대체 언제 제철인지 잘 모를때가

있다. 제철에 나는 야채나 채소는 맛과 영양, 그리고 가격면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이 책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장보기 정보가 있다.

아무래도 철에 맞는 야채와 채소들을 구매하는 것이 식탁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만원으로 일주일 반찬 만들기에도 적합한 가격대를 맞출 수 있으므로 계절에 맞는 

장보기를 따라하다보면 식재료 구입도 한결 쉽고 저렴하고 맛과 식감도 보장될 수 있다.


5. 유튜브와의 연계

요리를 책으로 익혀도 충분하겠지만 아무래도 영상이 있다면 요리를 알아가는데

훨씬 도움이 될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유튜브 구독자 20만명을 보유하고 있는 

인기 유튜버이다. 잘 모르겠거나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저자의 유튜브를 참고로 해도 

좋을 것 같다. 






냉장고를 뒤져보니 마침 오이고추와 맛살이 있었다.

'오이고추 된장 무침'와 '와사비를 넣어 만든 맛살 샐러드'를 한번 만들어볼까 싶어서 

재료를 꺼내서 손질 해보았다.

주재료 외에 필요한 양념도 요리당 3~4가지 정도만 필요해서 준비하기도 쉽다.





오이고추 된장무침은 가끔해서 먹는데 식구들에게 그다지 인기가 없었다.

내가 평소 만드는 방법과 뭐가 틀리지?하고 살펴보니 양념에 올리고당이 들어간다. 

된장무침에 올리고 당을 넣어본 적은 없는데, 맛의 비교를 위해 오늘은 저자가 일러주는 대로 

올리고 당은 분량대로 첨가해보았다.

결과는 오호..평소와 조금 다르지만 꽤 괜찮은 맛이 났다. 

이래서 요리는 배워도 배워도 끝이 없나 보다.




게맛살과 양파를 넣어 만든 맛살 샐러드

와사비를 조금 넣었더니 매콤한 맛까지 더해져 맛살의 비릿맛을 거둬갔다.

마른 김과 함께 싸서 먹으면 정말 맛이 좋다.

아이들도 잘 어찌나 잘 먹든지 두고 먹을 정도도 안되고 한끼에 완판되었다.



요리를 하는 것이 즐거운 사람들도 있고 고역인 사람들도 있다.

나 같은 워킹맘들의 경우는 일과 가사에서 늘 허덕이기 마련이다.

조리하기 간단하지만 식구들의 젓가락이 분주해질 음식을 만드는 일은

늘 나에겐 숙제같은 거였는데 이 요리책을 접하고서는 요리하는 즐거움이 커졌다.

식탁이 풍성해졌고, 식탁에서의 가족들의 대화도 늘어났다. 

맛있다는 칭찬은 힘든 엄마들에겐 비타민과 같다. 


이 책을 주방 가장 잘 보이는곳에 두었다.

틈 날때마다 들여다보는 나의 요리 가이드이자 선생님이 되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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