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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삼킨 소년
트렌트 돌턴 지음, 이영아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저자인 트렌트 돌턴의 자전적 소설이라는 점과 내 어릴적 작은 소년 제제의 이야기와 닮았다는
점이 이 책을 읽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였다.
모든 아이들은 사랑받을 권리가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나는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의 제제를
잊을 수가 없다.
상처 입은 작은 새끼 고양이 같았던 제제처럼 이 소설의 주인공인 엘리 또한 힘겹고 버거운
유년시절을 보내게 된다. 13살이 된 엘리의 가족은 평범하지 않다.
친아빠와 이혼한 후 엄마는 라일이라는 새아빠를 만나게 되지만 새아빠는 마약판매상이다.
그런 새아빠의 영향으로 엄마는 마약에 빠져 결국 마약중독자가 되고 만다.
형이 하나 있는데 이름은 오거스트다. 형은 말을 하지 못한다. 아니 말은 할 수 있지만 어렸을때
친 아버지로부터 충격을 받은 후 입을 닫고 말을 하지 않는다.
엘리를 보살피는 70대의 노인 슬림 할아버지는 베이비시터다.
그런데 이 할아버지도 평범치않다. 바로 악명 높은 희대'택시기사 살인범'이며,
전설의 탈옥수이기 때문이다. 새 아빠와의 인연으로 엘리와 오거스트를 돌본다.
여기까지만 보더라도 참 대책없이 암울한 집구석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보호 받을 수 있는 '안락하고 포근한 가정'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마약판매상이었던 새 아빠는 어느날 집을 나가 버린다.
새 아빠도 미래가 보이는 않는 집구석에 환멸을 느꼈을 수도 있었겠지.
말못하는 형과 말썽쟁이 엘리, 부모의 사랑을 넘치도록 받아야하는 나이에
마약으로 휘청거리는 엄마를 살펴야 하는 두 형제의 상황이 저릿하도록 마음이 아파온다.
결국 새 아빠는 라일은 다시 집으로 돌아왔고, 마약에 쩔어 망가져가는 엄마를
방에 가두고 모질게 마약을 끊게 한다.
마약을 찾아 짐승처럼 울부짖는 엄마의 처참한 울음을 들어야만 했던 아이들..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나는 마약에 중독되어 피폐해져 버린 엄마를 생각하면
솔직히 부아가 좀 치민다.
최소한 엄마라면 그러면 안되는거라 생각했다.
엄마의 인생은 언제부터 이렇게 꼬이게 되었을까..
엄마 프랜시시도 학교를 다닐때는 변호사가 되기를 꿈꾸던 소녀였다.
부모의 이혼으로 엘시의 외할머니는 혼자서 아이들을 키우고 돌봐야만했다.
결국 맏딸이었던 프랜시시는 학교를 그만두고 돈을 벌어야만 했다. 그런 상황이 끔찍하게 싫었던
그녀는 집을 나와 버렸고 호텔에서 웨이터리스로 일했고, 어느날 강도를 피해 도망가다
만난 사람이 친 아빠 로버트였다.
로버트 또한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었다.(나중에 만난 아빠는 알콜중독에 공황장애까지 앓고 있었다)
아빠가 일으킨 자동차 사고 이후 엄마는 아빠와 이혼을 결심하였고,
이때의 충격으로 형인 오거스트는 실어증에 걸리고 말았던 것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엄마도 어쩌면 결손가정의 피해자란 생각이 들었다.
생계를 위해 학교를 그만두고 꿈을 포기당해야 했을때의 좌절,가출,결혼..
희망인줄 알았던 첫 남편도 결국 그녀의 울타리가 되어주질 못했고
이혼 후 만난 남자는 하필 마약판매상.
결국 마약 거래건으로 그 남자마저 사망하게 되고
그녀 또한 감옥행..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모든게 서투르고 엉망이다.
끝모를 불행이 그녀를 놓아주지 않는다.
가난이 대물림되고 불행이 되물림 되는 것은 그 고리를 끊어내지 못한 엄마의 잘못이
제일 크다는 생각을 어쩔 수 없이 하게 된다.
안락과 거리가 먼 환경, 이리보고 저리봐도 오거스트와 엘리를 돌봐줄 만한 어른은 한명도 없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주인공인 엘리는 씩씩하다.
항상 정의롭기를 원하고, 범죄 기사를 쓰는 기자가 되고 싶어한다.
나는 그의 꿈이 이루어지길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끝가는데 없을 정도로 절망과 어두운 현실 앞에서 엘리는 그의 부모들과 다르게
불행의 고리를 끊고 밝은 미래로 나아가길 바랬다.
무섭도록 아픈 성장기를 거친 소년 엘리..
저자의 저전적 소설이라고 하는데 픽션과 논픽션이 뒤섞여 있지만 부디 픽션이
차지하는 퍼센트가 많길 바랠뿐이다.
내가 엘리만한 나이에 이 소설을 읽었더라면 엘리의 성장통에 보다 많은 공감을
했을 것이다. 엘리보다 큰 애들을 둔 어른이 되어 읽은 이 소설에서
나는 일그러진 어른들의 군상에 더 눈이 간게 사실이다.
어른들이 어른으로써의 책임을 못했을때 아이들이 겪게 되는 결핍과 불안을
간과할 수 없었다. 비록 찟겨지고 너덜해진 가정이라도 가족은 그 어떤 경우에도
서로를 보살피고 보듬어야 한다는 가슴 뭉클함도 함께 느끼며 두툼한 한권의 책을
읽는 동안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책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