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 : 쿠쉬룩 림LIM 젊은 작가 소설집 1
서윤빈 외 지음, 전청림 해설 / 열림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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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림원 출판사에서 젊은 작가 단편집1 로 출판되어진 책이 [림 쿠쉬룩]이다.

몇 권의 책들을 출판한 전적이 있는 작가들이기 때문에 신인 작가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파워풀한 에너지를 가진 작가들의 단편을 모아 출간하였다.


서윤빈, 서혜듬, 설재인, 육선민, 이혜오, 천선란, 최의택 7명의 젊은 작가들의

단편을 소개하고 있는 이 책에서 향후 한국문학계에서 주목해야하는 작가들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된다.

LIM은 한자어 숲을 나타내는 림에서 차용해온 단어이다.

이 세계에 그어진 구획을 담대하게 넘나드는 이야기들을 “기준과 경계 없이 한곳에” 모으기.

예측할 수 없이 얽히는 이야기의 숲.

소설을 매개로 우리가 따로 또 같이 존재하는 곳..이라는 뜻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젊은 작가들이 펼쳐놓는 이야기의 세계로 헤집고 들어가는 느낌이 들어서 참 좋았다.





한편

의 단편으로 그 작가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짧은 단편이 주는 강렬한 인상은 그 작가에 대한 깊은 호감과 궁금증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서혜듬 작가의 [영의 존재]라는 글이 참 와 닿았다.

학창 시절 결손 가정이었던 선주는 같은 처지의 영이에게 마음이 간다.

이와 내가 어떤 부분에서든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것이 좋았고, 우리가 연결된 교집합의 영역이 특별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런 공통점도 경제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영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어느 순간부터 선주에게는 점점 버거움으로 느껴지게 된다.

"나는 다른 애들이랑은 아무렇지 않게 사 먹을 수 있는 호떡이 눈치 보지 않고 쓸 수 있는 돈 천원이 영이와 있을 때는 큰 낭비라도 하는 듯 느껴지는 것이 싫었을 뿐이다. 평범하게 놀고 싶을 뿐인 내가 죄인이 된 것만 같았다."


영이의 결핍에 지겨워지기 시작하면서 점점 거리를 두게 되고, 단짝이었던

영이와 데면하게 지내게 된다. 결국 영이의 존재는 희미해졌고 부피마저 줄어 점점 작아졌다.

선주의 결혼 소식을 여고동창들을 통해 알리게 되자 생각지도 않게 영이에게서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레스토랑에 나와 있는 영이는 부피감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납작하게 눌린 평면의 도형 같은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그녀의 변한 모습에 선뜻 알아보지도 못한다.

" 나 많이 변했지?" 하는 영이의 미소는 힘겹게 느껴졌다.

나는 이 부분에서 어찌나 마음이 찡하던지 가슴이 아렸다.

어렸을때 함께 추억을 나누며 함께 웃고 함께 얘기했던 친구였는데..

세월을 정면으로 맞은듯한 작고 초라한 친구의 모습을 보는 선주의 마음은 어땠을까..

나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녀의 존재를 애써 잊고 멀리했것만 그런 선주를 친구라고 결혼식 축의금과 식사를 대접하고 황급히 자리는 떠나는 영이.

내가 버렸던 친구의 뒷모습을 보며 형언하기 힘든 만감이 교차하였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7편의 단편 중에 가장 내 마음을 흔들었던 서혜듬 작가의 [영의 존재]는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강한 임팩트를 남겨놓았다.


그외에 이혜오 작가의 [하나 빼기]도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어렸을때 친자매보다 더 친하게 지냈던 여학생들의 이야기.. 지나간 어린 시절의 추억이 잠시 떠올라 감명 깊게 읽었다.


또한 설재인 작가의 [이십프로]라는 단편도 남의 일 같지 않아서 집중하며 읽었다. 치열한 경쟁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나라의 학생들의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다. 작가가 한때 외국어 고등학교 수학선생님으로 재직했던 경험을 백프로 발휘하여 이 단편을 완성하지 않았을까라고 나는 생각한다.

솎아내지 않으면 내가 뿌리른 내릴 틈이 없는 냉정한 성적위주의 학교에서 학생들과 교사들이 받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잘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젊은 작가라는 표현이 어울릴지 모르겠지만, 새로이 등단하여 한국 문학계에

이름을 알리고 있는 작가들의 참신한 작품을 읽는 재미가 무척이나 쏠쏠했던 책이다.

종합 선물세트처럼 이러한 단편집은 한권의 책에 여러 작가들의 작품을 실어놓아서 색다른 맛의 과자를 먹듯, 색다른 소설을 한번에 읽게 되는 즐거움을 준다.

1편에 이어 향후 출판될 2편, 3편도 무척이나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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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프렌즈 도쿄 - 23’~24’ 최신판 베스트 프렌즈 시리즈 6
정꽃나래.정꽃보라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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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에서 두시간 정도면 갈 수 있는 곳.

일본은 훌쩍 떠나기에 참 가깝고 편한 나라였다.

코로나로 인한 입국제한으로 2년 넘게 일본입국 자체가 불가하다가 작년 10월말부터

입국제한이 풀리며서 주변의 지인들도 하나둘씩 벼르고 있던 일본 여행을 떠나기 시작하였다.

베스트 프렌즈 시리즈는 자유여행 선호자들에게는 여행계의 바이블과

마찬가지로

많은 여행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책인데 이번에 도쿄 최신판 '23~'24이 새로 나왔다.

코로나로 인해 오랫동안 발목 잡혀 있다가 떠나는 지금, 일본도 그동안 변화가 있었을 것이니

그 어떤때보다 지금 가장 필요한 책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을 쓴 저자 정꽃나래, 정꽃보라님은 이름에서 우리는 자매입니다..라고

말하고 있는것 같다.

쌍둥이 자매인 두 사람은 각각 조지대학, 메이지대학을 졸업하고 여행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

일본의 후쿠오카, 홋카이도, 도쿄, 오사카, 교토등 유명한 관광지에 대한 여행저서가 다수 있다.




목차를 보면 여행의 시작부터 어떻게 준비하고 무엇을 챙겨야하는지에 대한 설명부터

도쿄 지역의 지역구분, 맛집, 멋집, 관광명소등을 비교적 상세히 기재하고 있다.

일본을 처음 방문하는 여행객도 순서에 따라 여행계획을 세우고 항공권을 예약하고

탑승수속및 출국을 한다면 큰 문제없이 출국와 입국 수속을 마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코로나 이후 많이 달라진 입국 수속때문에 헷갈려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유의해서 읽어봐야할 부분이다.


도쿄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지하철등의 대중교통이 잘 발달되어 있고,

운행 시스템도 비슷하여 크게 어렵지 않게 원하는 목적지까지 이동할 수 있다.

그래도 사전에 준비해야 할 것들을 챙기고, 체크해야할 항목들을 살펴본다면

그만큼 여행도 수월해지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은 도쿄지역만을 특화화하여 소개하고 있는데 지역별로 14개 구역으로 나누어서

그 지역에서 빠트리지 말고 여행하면 좋을 핫한 지역만 골라서 소개하고 있다.

가령 신주쿠 지역을 방문하고자 한다면...

* 도쿄도청 -신주쿠의 랜드마크이자 45층에 무료 전망대가 있어서 관광객에게 인기가 많다.

* 카부키쵸 - 일본 제일의 유흥가, 일본의 밤문화를 느끼고 싶다면 방문해볼만하다

* 신주쿠토호빌딩- 신주쿠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한 고잘라헤드등 각종레스토랑과

대형영화관, 비지니스 호텔등이 있다.

* 신주쿠교앤 - 거대한 녹지 공원, 1906년 왕실정원으로 만들어졌으나 1949년

국민공원으로 운영

* 오모이데요코쵸 - 낮에는 평범한 골목이지만 밤이면 이자카야로 변하는 추억의 장소

노점과 포장마차에서 판매하는 닭꼬치, 곱창구이가 주메뉴

하루 일정으로 다 돌아볼 수 있을 정도의 장소들을 소개하고 있으며, 먹거리, 볼거리등을

빠짐없이 잘 분류하여 정리해두었다.

이 정도면 초보자라도 쉽게 다닐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여행의 즐거움 중 빼놓을 수 있는 것이 음식이다.

일본은 한국인들의 입맛에 잘 맞고 음식이 맛있기로 유명해서 맛집에 대한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도쿄에서 이름난 식당들의 리스트와 영업시간, 주소, 주메뉴, 가격등 상당히 유용한

정보들이 많다.

움직이는 동선에 맞는 식당을 사전에 찾아볼 수 있어서 좋은것 같다.





요즘엔 다들 구글 맵을 켜고 길을 찾아다닌다.

하지만 나 같은 아날로그적인 사람에게는 종이로 된 지도가 더 안심이 되기도 한다.

대략적인 위치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지도도 실려 있어서 와이파이나 데이터가 안

터질경우 도움이 될것이다.

여행을 좋아하다보니 가이드 북을 몇권 가지고 있다.

가이드북은 여행을 다니며 들고 다니는 책이기 때문에 사실 부피가 나가는

무거운 책인 경우, 들고 돌아다닐 생각이 싹 없어진다.

또한 너무 많은 방대한 정보를 실어놓아도 눈에 잘 안 들어올뿐만 아니라

헷갈려서 보다가 던져버리기 십상인데 이 책은 슬림하고 가벼워서

들고다니며 보기에는 딱인 싸이즈와 무게다.

또한 이 책에서는 유용한 정보들만 딱딱 꼬집어서 올려두어서 특별히 선택하는데 어려움은

없겠다. 가령 초밥집을 소개하는 코너가 있다고 하면 , 여느책에서던 수많은 가게들의

이름과 가격정도를 빽빽하게 올려두었는데 사실 읽다가 그만 현타가 와서 포기하고

말았다. 선택의 여지가 너무 많으면 결정장애가 오기 마련인지라 한두군데 맛있고,

가격 착하고 평판 좋은데 올려두는 걸로 소임을 다하는 것..

이 책에서처럼 그 방법이 가장 현명한거 같다.

읽다보니 당장 떠나고 싶어지는 가이드북.

최신판이라 믿음도 가고, 설레임 꾹꾹 담아서 가이드북 옆구리에끼고

여행을 다녀오고 싶다.

당장 다다음주 도쿄로 여행을 가는 딸아이부터 좋아라 하면서 책을 팔랑거린다.

생각보다 꽤 유용하게 쓰일듯하다.




*본 포스팅은 문화충전과 제휴업체와의 협약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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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새롭게 경기도 - 과거와 미래가 만나는 도시로의 초대 경기별곡 3
운민 지음 / 작가와비평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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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의 여파로 해외여행을 몇년간 못하게 되었다.

그 기간 동안 여행에 목말라하던 사람들은 차박이라는 전에 없던 스타일로

사람들과 섞이지 않고 오롯히 그들만의 여행을 떠났다.

나도 그 대열에 합류하여 비교적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떠나보기도 하였지만

하루 정도 시간이 날때는 서울 근교의 경기도 일대를 드라이브 삼아 돌아다녀보기도 하였다.

다니면서 느낀 것은 가는 곳이 어디든지 사전에 미리 좀 알고 가는게

기억에도 남고 의미도 남는다는 사실이었다.


서울에서 가까운 고양, 부천, 의정부, 시흥, 안산, 양주, 동두천, 광주, 구리, 하남

광명, 성남..차가 막히지 않으면 집에서 1시간 남짓이면 갈 수 있는 곳인데

맛집이나 S

NS에서 소개하고 있는 유명하다는 까페를 찾아가는 정도로만 여겼던 것같다.

이 책은 서울의 위성도시로만 여겼던 경기도의 각 도시들의 매력과

숨겨진 명소, 역사적인 이야기는 물론 맛집에 대한 이야기까지 두루두루 소개하고 있다.


간편한 복장에 큰 준비없이도 쇼파에서 벌떡 일어나 떠날 수 있는 여행.

의외로 가까운 곳에 사연과 의미가 깊은 곳이 많은데 아는만큼 보이는 법이라고

알고 가야 그곳이 더욱 새롭게 보이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의 저자인 운민(이민주)은 역사, 여행 전문 칼럼니스트다.

중국의 역사부터 동남아, 유럽까지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폭넓은 지식을 가지고 있고,

이 책에서도 저자의 역사적 지식을 아낌없이 담고 있다.


이 책이 보통의 여행 가이드북과는 사뭇 다르다.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가이드북과는 달리 저자의 시각으로 그 지역에 얽힌

역사적인 이야기를 위주로 저술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위치 안내라던가, 관람안내등과 같은 정보는 없다.

방문을 원하는 지역이라든가 박물관 등은 미리 인터넷을 통해서 알아보고 가야한다.


나는 이 책에 소개되어 있는 부천의 펄벅기념관을 꼭 들려보고 싶다.

내가 가장 감명깊게 읽은 책이 펄벅여사의 [대지]라는 소설이기도 하거니와

금발의 푸른 눈의 외국인이 왜 이곳에 '펄벅희망원'을 건립하고

전쟁고아를 비롯한 1500여명의 아동을 돌보았을까..

그녀가 한국을 '고상한 사람들이 사는 보석같은 나라'라고 극찬했다는 소설,

[갈대는 바람에 시달려도]를 손에 들고 수십년전 그곳에서 손수 아이들을 돌보았다는

펄벅 여사의 손길을 느껴보고 싶다.


내가 이용하는 4호선의 하행선 마지막 종점은 오이도이다.

섬인가 싶지만 매립으로 인해 더 이상 섬이 아니다.

한두번쯤 차로 휘리릭 지나간 적은 있는것 같은데 인상에 남는게 없는걸 보니

아무생각 없이 지나쳤던것 같다.

이곳에 가면 잘 정비된 선사유적공원을 산책할 수 있고, 최첨단의 전기시법을 갖추고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겸비한 오이도 박물관이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충분히 오이도를 여행하고픈 이유가 생긴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여행지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겠지만 반나절 정도면

충분한 휴식과 재미와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게 큰 매력으로 다가오는 책이다.

경기도를 이렇게 조목조목 알려주는 책도 없을듯하다.


아이들과 함께 한다면 교육적인 면에서도 한 몫할듯하다.

주말 나들이 장소를 검색하다 뻔하디 뻔한 곳에 살짝 신물이 났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가까운 곳부터 하나씩 짚어가며 여행하는 재미 또한 솔솔할듯 하다.

주말마다 뭔가 할일이 생긴것 같아서 설레이게 된다.





*본 포스팅은 문화충전과 제휴업체와의 협약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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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위의 진심
이민주 요리, 이지현 글 / 작가와비평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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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쓴 공동저자인 이민주님과 이지현님은 아이를 키우는 주부이다.

아이들을 위해 맛있는 음식을 해주고, 엄마의 사랑을 받고 자란 아이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는 걸보고 행복해하는 대한민국의 보통의 주부들이자 보통이상의 능력을 가진 엄마들이다.

요리를 소개하고 있는 이민주님은 한식, 일식, 중식, 양식조리사기능사, 바리스타

자격증까지 10여개의 요리 자격증을 취득한 베테랑 요리사이다.

이지현님은 시집과 에세이집을 낸 작가로써 음식과 삶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요리전문가의 요리와 작가의 글이 어우러져 세상에 하나뿐인 책이 탄생되었다.

나에게 음식은 늘 추억과 함께 한다.

어렸을 적 엄마가 해주었던 추어탕, 해물파전, 동태탕은 병약했던 나에겐

그 어떤 보약보다 더 효험있는 음식이었다.

이 책에는 간단한 요리법과 함께 그 요리에 얽힌 추억담이 함께 한다.

두 저자의 조화로움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글을 읽으며 한껏 추억에 잠겼다가

오늘은 소개해준 이 요리를 해먹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나게 한다.





1부는 깊은 그리움의 맛

2부에서는 지극한 위로의 맛

3부에서는 건강한 희망의 맛

4부에서는 사랑의 화안한 맛

총 4부로 구성되어 있고 46가지의 요리와 에피소드가 이어진다.

특히 글을 쓴 이지현님은 남쪽 바닷가 마을에서 거주했던 추억을 한가득

풀어냈는데

나의 고향이기도 한 마산부근에서 지냈던듯하여 그 반가움이 배가 되었다.

여름날에는 물에 만 찬밥에 콩잎된장 장아찌만 있어도 밥을 먹었다. 지금 콩잎된장 장아찌는 귀한 음식이 되어

깻잎된장 장아찌만으로도 도시의 밥상은 호강을 한다.

내가 자란 경상도에는 콩잎장아찌를 즐겨먹었다.

나는 특히나 깻잎보다 콩잎을 좋아해서 처음 서울로 공부를 하러 왔을때

엄마가 보내주신 콩잎 장아찌를 도시락 반찬으로 학교에 가져간 적이 있었다.

서울 친구들은 콩잎 장아찌를 첨 보았는지 신기해하며 이렇게 말했다.

"너의 시골에서는 나뭇잎도 먹는구나"

그때의 충격이란..ㅎㅎ

책을 읽다 그때의 추억이 떠올라 피식 웃게 된다.

진동의 장어구이는 전혀 느끼하지 않아 별미다.

장어는 독 때문에 바짝 구워먹는 것이 맞았다.

장어의 제철은 여름부터 초가을까지로 봄이 되면 바다에서

해안으로 헤엄쳐 온 뒤 민물을 만나면 상류로

거슬러 올라간다.

내가 어렸을때 아버지는 취미인 낚시를 하러 자주 다니셨다.

특히 밤낚시를 하시고 그 다음날 추레한 모습으로 돌아오신 아버지의

아이스박스 안에는 뱀처럼 생긴 장어가 수십마리씩 들어있곤 했다.

밤을 새고 낚시를 하신 아버지는 그날 하루종일 주무셨고, 엄마는 수돗가에서 장어 내장을 따고 손질하시면서 궁시렁거리시곤 했다.

허구헌날 장어를 잡아오시니 우리집 냉동실에는 그 흔한 아이스크림 하나 들어갈 틈없이 수십마리의 장어들이 얼키고 설킨채 냉동되어 있어서 어린 나는

절대 냉동실을 열지 않았다.

그때 먹었던 장어탕과 장어구이 덕분에 이 나이 먹도록 큰 병없이

건강하게 지내는가 보다.

한권의 책이 어릴때의 추억과 그리움과 즐거움을 소환하여 읽는 내내 아련하였다.

딸 아이가 해외에서 유학을 하였을때 방학이라 오랫만에 집에 온 아이에게

뭐 먹고 싶은거 있냐고 물었다.

아이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집 근처 전골전문점에서 파는 만두 전골이랑, oo해장국 집에서 파는 선지해장국이랑 oo쌈밥집에서 파는 쌈밥이랑..."

엄마가 해준 음식은 하나도 생각이 안나는 모양새에 충격을 먹었던

기억이 있다.

아이들이 더 나이를 먹어 성인이 되었을때 우리 엄마가 해주는

소고기 미역국이 맛있다거나 된장찌개가 맛있다거나 하는 소리를 들을려면

나는 좀 더 분발해야겠다.

그리고 그 음식을 먹으며 엄마를 기억해주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본 포스팅은 문화충전과 제휴업체와의 협약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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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무래도 카레
사카타 아키코 지음, 이진숙 옮김 / 참돌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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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서 이것 저것 반찬하기 귀찮을때, 재료가 없을때,

후다닥해서 편하게 해서 먹을 수 있는 것이 일품 요리이다.

직장생활을 하는 직장맘들에게는 꽤나 유용한 팁인데, 사실 매번 하다보면

매너지즘에 빠지기 쉽다.

그 나물에 그 반찬 같아서 가족들에게서 불만섞인 투정이 세어나오기 일쑤이다.

이때 짜잔~ 하고 내 놓을 수 있는 요리를 찾다가 사카타 아키코라는 일본 요리연구가의

[오늘은 아무래도 카레]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사카타 아키코씨는 일본에서 요리 연구가로 활동중이다.

전문가의 비법을 담아 만든 가정 요리로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일본인들은 유달리 카레에 집착(?)한다고 해야할까..

일본에는 카레 전문점이 많이 있고, 한국에서 떡볶이의 맵기 정도를 정할 수 있듯

일본에서는 카레의 맵기도 손님이 정할 수 있다.

내가 아는 일본인은 아내가 카레에 진심이라서 커다란 냄비에 카레를 2박 3일 뭉근히

끓이는데 그 많은 카레를 다 먹어야 한다며, 근데 이게 정말 맛있다며 칭찬인지 불만인지..

토로한 적이 있었다.

한국 아내들은 오래 집을 비울때 곰탕을 끓이듯 일본 아내들은 집을 비울때 카레를

한 솥 해놓는것 같다.

그만큼 카레를 좋아하는 일본인 요리 전문가의 카레 요리책에는 어떤 특별한 카레가 소개

되어 있을지 기대 되는 마음으로 책을 펼쳐들었다.





이 책에는 총 62가지의 요리가 소개되어 있다.

정통 인도카레, 태국식 카레, 유럽식 카레, 일본 가정식 카레로 각 나라별로 즐겨먹는

카레 요리를 실려 있다.

우선 향신료 소개부터 살펴보니 단순 카레 가루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많은 향신료가

있다는 것에 놀라게 된다.

이름도 생소하고, 마트등에서 판매 되고 있는 것도 본적이 없는듯 하여 살짝 당황스럽지만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라는 생활 모토를 이번에도 발휘해 봐야 할 것 같다.





재료와 만드는 법이 소개되어 있다.

쿠민씨, 카다멈씨, 가람 마살라, 터머릭가루, 레드 칠리 파우더 등.. 없는 재료는

어쩔 수 없이 빼고

싫어하는 고수도 빼면 충분히 만들 수 있을 듯하다.







카레의 재료에 이런 것이 들어가도 되는가 싶을 정도의 새롭고 참신한 재료들을 더하면

전문가 뺨치는 카레가 완성될듯 싶다.

생각의 전환은 우리의 식탁을 풍성하게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이 책이 좋았던 점은 카레를 다른 요리에도 응용했다는 점이다.

남은 카레를 이용하여 볶음밥으로 만들거나 토스트, 우동으로 만들 수 있어서

질리지 않고 카레를 다양하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만드는 방법도 간단하여 피곤이 켜켜히 쌓인 주말에 후딱 만들어서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함께 곁들여서 먹으면 좋은 샐러드등도 소개되어 있어 만들어 두면 카레 요리가

아니더라고

피자나 덮밥등 일품 요리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듯 하다.

짜임새 있게 요목조목 잘 정리해서 소개한 요리책이다.


한국에서는 인스턴트 카레 가루를 많이 사용하여 뭘 넣어도 그 맛이 그맛인데..

각종 향신료을 더하거나 아주 조금 궁리를 하면 고급진 레스트랑에서 맛 볼 수 있는

카레 요리를 가정에서 재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정독을 하게 되었다.

소장만 해도 든든하고 기분 좋아지는 책이라고 해야할까..


얼마전 코로나 유사 증상으로 입맛도 밥맛도 없이 주구장창 죽만 먹다보니

속이 허해졌는데 입맛을 확 돌릴 수 있는 매콤한 카레를 오늘 저녁 당장 만들어보고 싶다.

요리의 세계는 끝이 없어서 도전하고픈 마음이 뿜뿜 생기게 만드는 요리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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