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엔젤리너스

호모 엔젤리너스
이명희 지음 / 네오휴먼 / 2009년 12월

항상 "나눔"은 나에게 방학 숙제같은 존재였다. 꼭 해야하는 방학숙제라는건 알고 있지만 아직 방학이 많이 남았으므로 그리고 방학을 더 즐기고픈 마음때문에 하루하루 미루게 되고 결국 방학 막바지에 어쩔수 없이 엄마나 아빠에게 등떠밀려 하게 되는 방학숙제.

나눔도 내게 그랬다. 사회의 일원으로써 혹은 인간된 도리로써 아니면 내 양심의 소리로써 꼭 해야 하며 나누어야 한다는건 알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어리니까 지금은 돈이 없으니까 시간이 없으니까, 아직 살아갈 날은 많을테니까 꼭 오늘이 아니여도 되겠지 등등 갖가지 이유들로 미루며 핑계를 대 왔다.

물론 방학숙제처럼 등떠밀려 억지로 하디 않아도 되지만 연마리나 특발한 날이되면 그 동안 못해왔던 나눔들을 보상이나 하려는듯이 나눔의 그 본질보다는 분위기에 혹은 일말의 죄책감 같은것으로 불우이웃 돕기 성금이나 내며 마음의 짐을 덜려 했었다.

그러고 나서도 항상 나눔은 내게 숙제 같은 존재로 남아 있었다. 마치 숙제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끙끙거리는 아이처럼...

그러던 중 "호모 엔젤리너스"란 책을 접하게 되었다. 호모 파베르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는 들어왔어도 호모 엔젤리너스라니...

저자는 호모 엔젤리너스라는 말을 천사같은 인류를 꿈꾸며 붙여본 이름이란다.

나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천사가 되어준 적이 있던가...

이 책은 저자의 나눔에 대한 생각들과 이 시대 "호모 엔젤리너스" 11명의 다양한 생각들과 나눔의 방식에 대해 인터뷰 형식으로 서술되어 있다.

인터뷰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눔에 대한 내 생각이 달라져 있었다.

나눔은 어렵고 시간이 많이 들고 돈도 들고 힘들거라는 내 생각들...나눔은 희생이라고 생각했던 내 선입견들이 이 책을 통해 깨졌다.

내가 가진 능력을 나누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아주 조금 나누는 일..그것만으로도 충분했는데 말이다.

이 책에서는 많은 나눔의 방법들이 나온다.

책을 잘 읽는 능력이 있는 사람은 "낭독봉사"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문화봉사" 노래를 잘하는 사람은 "노래봉사" 돈이 있는 사람은 "기부"를 통해서..그리고 디자이너 변호사 등 각자의 직업을 한껏 살려서 등 자신이 좋아하고 자신이 잘하는 일로 나눔을 실천하고 있었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흐르고 있는 "뜨거운 피"로도.....

나눔은 결코 어려운게 아니였다. 내 마음이 그것을 가로막고 있었을 뿐이지...

책을 덮고서도 내 마음속 깊이 남아있던 저자의 글귀..

"모든 것이 술술 풀려 나누고 또 나누고 싶은 그런 세상을 그려본다. 그리하여 마침내 고독한 호모사피엔스에서 호모 엔젤리너스로의 진화를 꿈꿔본다. 태초에 인간이 선악과조차 나누어 먹은 것처럼. 바보 같은 나눔이 될지라도."

이제 더 이상 미루지 않으니라 다짐한다.

나누고 싶은 마음은 있으니 방법을 몰랐거나 이런 저런 이유로 망설였던 모든 사람에게 강추하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