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있었던곳정찬말하는나무..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다시 제목을 떠올려본다. 그들이 있었던 곳. '그들'로 불리는 사람들이 '해방광주'를 지키는 치열하고도 숭고한 모습. 역사책의 사진으로, 국가폭력의 참혹한 장면으로 기억되었는데 80년 5월의 광주를 깊고 넓게 들여다볼 수 있었다. 날짜와 시간별로 일지처럼기록되면서 사건을 상세하게 파악할 수 있었으며 동시에 그 안에 인물들과 사건들이 매우 생생하게 살아있었다. 뿐만아니라 마치 르포와 같이 객관적으로 역사를 다루면서 정치적 맥락까지도 상세하게 전달하여 5.18민주항쟁에 대한 심층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소설이었다. 역사적 비극에 대해 분노하고 희생자를 기리며 함께하는 마음은 중요하지만 그 구심점이 되는 것은 명백한 사실에 대한 기억과 이해에 있기 때문이다. 시민군이 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과 명령에 따라 그들에게 총을 겨누워야했던 군인들, 시민군의 편에서 진심으로 함께한 많은 이들과 정치적 이해에 따라 광주를 바라보는 이들. 광주항쟁의 가장 치열한 공간에서 생생하게 그려지는 인물들이 인상적이었다...광주항쟁위 지도부로 중심을 지키는 박태민, 희생을 기꺼이 여기며 시민군으로서 역할을 하는 김선욱, 폭력적인 계엄군이지만 끊임없이 내면갈등으로 다시 생각하는 강선우, 광주를 지키며 하느님의 마음을 전하는 신부 도예섭, 광주항쟁을 객관적으로 전달하는 외신기자 머턴. 이 책의 '그들' 중 하나가 이들이다. 이들의 시선과 목소리로 다시금 해방광주를 돌이켜볼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미덕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