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나에게쓴편지카프카솔출판사우주서평단..카프카적이다, 라는 말은 어떤 인상을 남기는가. 나는 아직도 그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난해하고 불가해한 상황에서 낯선 기분에 사로잡힐 때, 카프카의 소설을 읽었을 때를 떠올린다. 길을 잃거나 돌아올 수 없는 상황을 망연자실 기다릴 때처럼. 어쩌면 그의 글은 수신자를 알 수 없는, 방향을 찾을 수 없는 목적지를 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정확한 대상에게 그리운 마음과 애정을 다해서 편지를 쓴다면 어떨까. 밀레나에게 쓴 편지는 카프카가 죽기 3년전 사랑했던 여인 밀레나 폴락에게 남긴 편지글들을 묶은 책이다. 어쩌면 이 책은 문학적 서사가 아닌 카프카 연구 사료에 가까울 것이지만 이또한 문학적이다. 그리고 카프카적이라는 말이 내 머릿속에서 영토를 넓히고 그 경계를 다시 만들어낸다. 밀레나를 생각하는 마음, 그럼에도 어딘가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태도로 자신의 생각을 전하는 모습을 편지글을 통해서 읽어내려갔다. 카프카의 편지만 이어지기 때문에 미치 대화를 궁금해하듯 밀레나의 답신이 궁금하기도 하였지만 카프카의 편지 내용이 대체로 구체적이라서 어느정도 그들의 감정선을 유추하며 읽을 수 있었다. 서로의 마음을 짐작하며 동시에 조심스러운 카프카를 확인한다는 것은 또한 특별했다...그대가 오해하고 있는 게 몇 가지 있소, 밀레나.첫째로, 내 병이 그렇게 심한 건 아니오. 잠만 조금 자고 나면 메란에 있을 때보다 훨씬 상태가 좋을 정도요. (145쪽)..하지만 그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 병세는 점점 심해지고 스스로 각혈만 멈추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그럼에도 그는 편지쓰기를 멈추지 않는다. 아마도 밀레나 역시 그를 염려하며 조심스럽게 쾌유를 빌었으리라 생각한다. 결국 그의 병환은 깊어지고 병의 습격으로 펜놀림하나 어려웠음를 고백한다. 그는 당신의 k라고 편지를 마무리한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면서 동시에 밀레나에게는 어떤 슬픔이 몰려왔을지 생각하게 된다. 그의 편지를 따라가면서 선명해진 밀레나가 과연 나의 상상대로인지도 궁금해진다. 이 책을 읽으며 카프카의 편지만큼 밀레나의 답신도 궁금했다. 나의 마음을 해소하듯 부록에서는 막스브로트에게 쓴 밀레나의 편지가 실렸다. 카프카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확인하면서 이 책이 '편지' 이상임을 느께게 되었다. 도서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