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 - 예술 과학 철학, 그리고 인간
케네스 클라크 지음, 이연식 옮김 / 소요서가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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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
예술과학철학그리고인간
케네스클라크
이연식
소요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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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에 대해서 말한다는 것은 가능할까. 문명이란 사회의 여러 가지 기술적, 물질적인 측면의 발전에 의해 이루어진 결과물을 말하며 그 결과물에는 예술과 과학 그리고 역사적인 영향이 깊이 자리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명에 대해서 말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 방대한 범위와 이를 이해하는 탁월한 식견 그리고 전달력을 고려한다면 보통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영국의 미술사학자 케네스 클라크는 1969년에 진행한 BBC 다큐멘터리에서 예술을 통해 문명을 설명하는 시도를 해냈다. 그는 조각, 회화, 건축, 예술, 철학, 과학 등 다양한 분야를 전방위로 오가며 서양 문명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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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인 예술작품을 볼때 감탄하지만 그 자체의 예술성만으로는 이 작품을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에는 저자의 설명과 함께 작품이 소개되는데 저자의 설명이 단순히 작품을 향한 것이 아니다. 사실상 역사적 흐름에 대해서 말하고 이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작품이 실려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의 제목을 문명이라고 이름붙일 수 있는 것이다. 저자 역시 문명을 말하는데는 신중함을 보인다. 그는 존 러스킨의 표현을 빌어, 위대한 민족은 자신의 역사를 행동의 책, 언어의 책, 예술의 책에 담아 보인다고 했다. 따라서 저자의 시도는 예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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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사에서 종교적 차원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그는 '교회의 승리'라고 말하며 교회가 유럽의 정치, 사회, 그리고 예술에 얼마나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는지 보여준다. 기독교 신앙은 확고부동하지만 낭만주의 시대로 진입하면서 상상력과 환상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 잡는다. 이어서 르네상스의 인문주의는 인간을 중심으로 재구성하는 시기다. 과거 종교적 영향력이 장악했다면 이제는 인간이 전면으로 나오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주체적으로 사유하는 인간은 세계와 자신을 탐구하면서 변모하고 성장해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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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를 단행본으로 출간한 것이기 때문에 500쪽 가까이되는 상당한 분량에도 가독성이 좋다. 특히 다큐의 대본임을 감안해 저자의 해설이 친절하고 또 흥미롭다. 무엇보다도 해설에 등장한 작품은 대체로 책에 실려있기 때문에 이해를 높힌다. 마치 도록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실려있는 미술작품의 사진이 풍부한 것 또한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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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나 조각 혹은 건축을 설명하지만 그 작품의 배경을 비롯해 방대하게 이어지는 시선의 스펙트럼은 독자에게 예술에서 역사, 인문학, 과학 등으로 이어진다. 반면에 시대와 역사에 대해 설명하면서도 생생하게 시각적 자료로 제시되는 예술작품들이 생생하게 실려있는 점도 장점이다. 기독교 기반의 작품들이 주를 이루다가 전쟁이나 혁명과 관련된 작품들이 등장해서 그림만 보아도 대강의 서양역사를 조망할 수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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