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질수있는생각이수지비룡소..그림은 책에서 글을 도와준다고 생각했다. 그림책의 정체성은 그림에 있겠지만 일단 책의 범주에서 서사가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수지의 그림책을 처음봤던 10년전,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똑같은 책을 처음 읽었을 때에 비해서 두번째에 그리고 세번째에 시간이 더 많이 걸렸다. 그림 사이의 여백에도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천천히 알게되었다. 이수지의 그림책은 내 마음에 저울을 떠올리게 하는데 처음에는 개성 넘치는 예술작품같은 '그림'에 기울었다가 곧 서사를 발견하면'책'에 기울고 결국 '그림책'에서 평형을 찾는다. 그림책 작가로서 이수지는 독보적이다. .. 이수자 그림책에서 기발한 상상과 지극한 행복감에 빠져들다가도 의아한 지점들도 있다. 내 이해가 가 닿지 않은 것인지 너무 빨리 끝나는 느낌, 아이다운 순수에 교감하지 못해서인지 어딘가 단순한 생각만 머물 때가 간혹있다. 여러차례 보고 느끼며 결국 애정하게 되지만 거기에 도달하기 전에 여백이 허공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그래서 인지 그의 에세이를 간절히 기다렸다.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글이 없으면 독자의 이야기가 된다. 독자가 자기 목소리를 듣게 되는 것이다. 이미 이야기는 독자의 마음속에 있고, 그림책은 그저 그것을 꺼낼 수 있도록 열어주는 열쇠라고 생각했다.”글이 없는 자리에 글을 채우지 않고 독자에게 내어준 여백에 이야기를 만들게 하는 교감의 공간이 그의 책에 있다. 이수지 그림책의 아이들은 즐거운 놀이를 하고 있다. 파도와 놀기도하고, 그림자와 놀기도 한다. 독자는 그 공간에 초대된다. .."어린이들은 씩씩합니다. 생의 초반, 온몸으로 부딪히며 세상과 만나는 이 반짝이는 아이들에게 존경의 마음을 보냅니다. 어린이에게 그다지 다정하지 않은 이 현실에서, 그래도 그들에게 다가서서 말을 건넬 수 있는 그림책이 있다는 사실은 소중합니다."..그림책의 아이가 놀고 여백에 초대받은 독자가 노는 상상을 하는 사이 작가의 위치는 어디인지 생각해본다. 진심으로 아이들을 존중하는 마음에서 고민하며 그리는 작가의 마음이 느껴진다. 작가는 두 아이를 키우는 육아맘이기도 하다. 산과 바다라는 이름의 아이들은 이수지의 그림책에서 신나개 보는 아이들처럼 밝고 환하다. .."젖을 먹다 스르르 잠든 아기를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그 얼굴에서 배어 나오는 고요와 평화가 전류 흐르듯 가슴을 훑고 지나간다. "..들어가는 글의 첫대목에서 아이로부터 느끼는 행복이 느껴졌는데 뒤를 읽어볼수록 아이와 함께하며 작업하면서 힘든점과 보람된 부분도 솔직히 다뤄져 있어서 공감과 감동을 주었다. .."이제 막 몸이 생각에서 깨어나 손가락 끝으로 그림이 내려와서 이제는 그릴 수 있겠다 하는데 아이에게 전화가 와서 응 엄마 조금만 있다가 떠날게....." 라는 대목에서 아이도 소중하고 반갑지만 자신의 작업을 미뤄야하는 아쉬운 마음도 볼 수 있었다.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느낀 점들이나 앞으로 어떤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소중한 마음들도 글에 담겨있어서 반갑고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