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국에서의 일 년
이창래 지음, 강동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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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국에서의일년
이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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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적인 시간이 일년이더라도 나로부터 아주 멀리 떠났던, 그래서 스스로 사라져버렸다고 느끼는 청년의 이야기다. 떠난다는 것은 돌아옴을 전제로 하겠지만 이 청년의 여정에는 그러한 약속은 없다. 제자리라는 것은 공간적으로는 존재할지언정 정서적으로, 그러니까 정체성의 영역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청년의 여정은 성장서사를 보여주지만 이 소설은 과연 그렇다고 볼 수 있을까. 섣불리 대답할 수 없을 때 '성장'이란 무엇인가, 다른 질문을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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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조롭고도 단조로운 일상을 살아가는 대학생 틸러가 우연히 성공한 중국인 사업가 퐁을 만나 여행에 동행하고 일련의 사건 속에서 세상에 대한 감각과 정신적 성장을 통해 특별한 서사가 펼쳐진다.
행운과도 같은 퐁과의 동행은 단순히 기회만이 아닌 난관을 만나기 한다. 동시에 화자인 틸러로부터 퐁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아들이 있는 연상의 연인 벨과의 이야기도 이어진다. 일반적인 연인과는 다른 관계이기 때문에 안정적인 연애서사와는 또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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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서사와 연애서사가 교차하는데도 이토록 낯선 느낌으로 방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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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의 인생이 그렇듯 내 인생도 어머니와 아버지의 이야기야.(19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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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로부터의 결핍. 그리고 언제나 거리를 유지하는 아버지와의 관계가 그 빈자리에 밸과, 퐁이 자리하는 것 아닐까 싶다.
한편으로는 주인공 틸러가 20대 초반의 인물이라기에는 너무 성숙한 분위기를 내고 있다는 점이 조금 낯설고 어색하기도 했다.
어쩌면 성숙한 '척하는 삶'을 가장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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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래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로 리뷰를 마무리한다. 이민을 경험한 그가 그려내는 디아스포라 문학은 경계인의 방황을 인상적으로 그려낸다.
또한 개인의 서사에 머무르지 않고 역사(특히 동아시아)와 엮어내는 소설의 힘이 느껴진다. 또한 깊이있는 사유가 담긴 밀도높은 문장이 몰입하게 한다. 그는 30년 동안 단 여섯편의 소설을 출간했다.
그의 인터뷰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소설을 쓰는 것의 온전한 자유에 대해서 말했었다. 하지만 자유로움이 강제된 자유라고 할 수 있다. 어둠에서 한발한발 나아가는 것. 그의 주인공들이 그러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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