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 시오랑을 읽는 오후
장석주 지음 / 현암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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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자유안에서 거닐다. 장자의 소요유를 말한다. 현대사회에서 소요유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세상을 깊은 통찰로 바라보며 걷고 쓰는 일상안에서 저자는 그야말로 자유로운 사람이다. 그는 걸으며 바라보고 생각하며 쓴다. 마치 삶에서 자연스러운 연결동작으로 존재를 증명하는 행위가 된다.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는 최소조건은 생각하며 읽고 쓰는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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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가장 자유롭고 깊은 통찰을 보여주는 기록이 된다. 500쪽이 넘는 에세이지만 벽돌책 격파의 부담이 없이 쉽게 넘어간다. 이 책의 차례를 보면 경이로운 날들, 침잠하는 날들, 기다리는 날들, 사랑하는 날들, 기도하는 날들, 귀기울이믄 날들로 이어지며 일상의 혹은 세태의 단상이 저자의 시선으로 진정성있게 그려진다. 청년시절의 기억을 소환하기도 하고 지금의 삶에서 혜안으로 얻는 지혜를 풀어내기도 한다. 주어진 일화들도 풍부하고 제시된 이야기들만으로도 해박한데 여기에 작가의 시선으로 삶에 대한 깊이있는 사유가 더하여 글 하나하나가 소중하다. 하지만 주옥같은 메시지들이 위에서 아래로 전달되기보다는 같이 걷고 생각하며 대화처럼 편하게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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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깊이있는 시인의 사유에 닿고 싶다면 읽어볼만한 책이다. 에밀시오랑의 책을 좋아해서 제목만으로 기대했는데 내가 예상한 것보다 더 풍요로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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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란 태어난 자가 겪는 전대미문의 사건이다.
암흑과 섬광이 뒤섞인 이 사건을 처음 겪으니 우리는 자주 시행착오나 실수를 저지른다. 인간으로 태어난 것은 우리 의지나 선택의 결과가 아니다. 이것은 우연일 뿐이다. 태어남이 우연의 지배 아래에서 일어난다면 죽음은 필연의 일이다.
- <에밀 시오랑을 읽는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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