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복하고 싶지 않아 마음틴틴 13
김혜정 외 지음 / 마음이음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극복하고싶지않아
김혜정
문이소
박영란
박하령
황유미
마음이음
.
.
다섯가지 장애이야기. 장애를 겪는 청소년 주인공이 등장하는 앤솔로지다. 장애인 주인공은 동정과 연민을 이끈다. 동화제목, 가방 들어주는 아이가 생각난다. 하지만 장애라는 조건이 인물의 전부를 대변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장애가 있을 뿐, 누구나 자신만의 다채로운 우주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배려는 차별이 되기도 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도움을 원하는 단순한 캐릭터가 결코 아니다. 그 사실을 가장 확실하게 보여준 작품은 첫번째 작품인 <금을 긋다>였다.
.
.
첫번째 단편인 <금을 긋다>는 장애를 겪는 해인이가 학교생활에서 맞닥뜨리는 장애의 불편을 넘어 역차별과 방어심리에 대해 심도깊은 심리묘사와 함께 다루는 작품이다. 장애에 대해서 공허한 응원이나 격려 또한 차별의 메시지가 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느끼며 동시에 섬세하고 생생하게 다뤄진 해인의 학교생활을 느껴볼 수 있었다. 동정과 우정 사이를 고민하는 해인이의 시선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지점이었다.
.
.
"금을 긋는 일은 학교에서도 계속되었다. 난 그들과 달라서 더 열심히 공부했고, 그들과 다르기 때문에 더 괜찮은 아이여야 했다."(책속에서)
.
.
<402호에 이사왔대>는 층간소음을 계기로 외계생명체를 우연히 만나게 된 이야기다. 기발한 발상이 돋보이고 다소 뻔뻔하게 인간과 외계생명체의 대화과 관계가 그려져서 신선했다. 계인(?)이와 베키의 만남은 황당하지만 마치 개그를 치듯 유쾌한 대사에 계속 따라 읽게 된다. 외계인을 생각하면 침공을 떠올리는 단순함을 깨버릴 수 있었다. 동시에 정소연의 <옆집의 영희씨>
도 생각났다. 식물인간이 되어 알아들을 수 없는 괴성만을 내지만 분명 고통과 슬픔의 감정이 전달되는 <준미의 사람>도 인상적안 작품이었다. 또한 병실에서 코끼리와 대화화는 상상을 통해 특별함을 자극한 <코끼리의 방식>도 잊을 수 없다.
.
.
표제작인 <극복하고 싶지 않아>는 이 엔솔로지의 기획의도에 아주 충실하며 동시에 독자에게 던지는 질문이 확실했다. 청각장애인인 지형이는 친구들과 힙합동아리 활동을 한다. 방송국 pd는 무대에 서는 장면을 찍고 싶다고 하고 방송을 준비하게 된다. 가사만 써서 주다가 힙합 동아리 아이들과 호흡을 맞춰 공연을 준비하는 것이 쉽지 않다. 지형이의 고민과 함께하는 것의 어려움을 현실적으로 그려내는 작품이라서 특히 기억에 남는다.
.
.
"놀림을 당하지는 않아도 언제나 눈치를 봐야 했다.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두 눈을 열심히 굴려도 지금처럼 다른 사람은 아는데 나만 모르는 것들은 늘어나기만 했다. 언제나 나만 엉뚱한 곳에 너무 많은 힘을 쏟고 있는 기분이었다." -극복하고 싶지 않아, 중에서
.
.
이 작품 뒤에 황유미 작가의 작가노트를 보면서 공감한 부분이 많았다. 비장애인으로서 장애인 서사를 써야할 때 어려움에 부딪혔지만 결국 "할 수 없음"에 대해서 극복할 수 없다는 선언이 자신의 정체성이됨을 인정하면서 가장 나다운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자기다움을 찾는 것, 이 앤솔로지는 장애인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태도에 건강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