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없는여자와 도시..짝 없는 여자가 도시를 걷는다. 명랑하고 쾌활하게 걸음을 이어간다. 시선은 군중 혹은 도시의 정물들을 향하고 있다. 장면을 포획하여 날렵한 비유로 대상을 꿰뚫어보고 지적인 사유의 문장이 리드미컬하게 따라붙는다. 걷기의 동행자는 때로 있거나 없거나. 이미 자신의 내면과 대화하는 작가에게 그것 중요치 않다. 걷기의 리듬은 작가의 기억을 복기한다. 도시의 거리에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의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작가는 떠오른 이야기로부터 머무른다. 그의 묘사는 유쾌하고 또한 날카롭다. 그의 소개는 농담처럼 시작하지만 그가 깊게 이해하는 만큼, 그런 시도를 하는 만큼 깊어지고 또 따뜻해진다. 작가의 지인들을 마음으로 가깝게 느끼게 되는 이유다...현자들은 산책을 통해 사유의 목적지로 향했다. 장자의 소요유나 고대 그리스의 소요학파를 떠올려본다. 하지만 걷는 동작의 리듬을 만드는 것은 배경인 듯하다. 자연을 천천히 거닐며 여유로운 분위기에서 깊은 생각에 당도하는 것이 아니다. 작가가 걷는 그곳은 가장 빠르게 변화하는 복잡한 도시 뉴욕이다. 도시산책자라는 생각에 맥락없이 보들레르가 떠올랐지만 나의 짐작처럼 산보객이라는 이름으로 보들레르가 등장한다. 그는 미래의 작가로 변신할 가능성을 산보객에서 찾는다. 그렇다면 작가 비비언고닉은 보들레르가 말한 산보객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 아닐까 싶다. 그는 짝 없는 상태는 외로움과 홀가분함을 동반하며 거리의 군중을 무심한 시선으로 관찰한다. 군중안에 있기에 물리적 거리는 가깝지만 심정적 거리는 멀거나 가깝게, 마치 배율을 조절하는 망원경같다. 그래서 그의 시선은 보편과 특수를 아우른다. 공감하며 밑줄 긋다가도 나의 생각이 미치지 못한 곳에서 감탄하게 된다. ..이 책의 부제를 달 수 있다면 "우정"이라는 단어를 넣고 싶다. 물론 레너드를 생각하는 이유도 있다. 하지만 그것만이 아니다. 이 책은 짝 없는 여자가 도시를 거닐며 거리의 사람들에 대해 솔직한 마음을 전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솔직함의 순도로 투명한 느낌을 준다. 그 관찰의 끝은 깊은 이해로 이어지고 그러한 시도의 결과는 우정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