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이라는 계절
김의경 지음 / 책나물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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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고 고단한 일상에서 시원하게 불어오는 한줄기 바람같은 글이다. 우리의 "생활"은 때로는 치열하고 때로는 여유롭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의 색이 선명한 이유는 우리가 생활하고 있는 배경이라서가 아닐까. 바쁜 일상에 웃고 울며 서러 함께하고 있기에. 김의경 소설가의 에세이에서 받은 인상은 아주 가까운 친구의 짧은 일기를 보는 기분이었다. 하나의 장면으로 포착되는 일상은 때로는 마음 아프고 때로는 유쾌하지만 그 시선만은 언제나 따스하다. 그는 자신의 일상의 경험에서 생생한 소설을 쓰는 작가다. 청춘파산이나 쇼룸 그리고 콜센터. 모두 자신의 경험이 묻어나있다. 어쩌면 그 경험을 숨기고 근사한 무언가를 쓰고 싶지 않았을까. 작가의 진실된 문장을 언제나 신뢰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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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공원은 늦봄의 향기로 가득했다. 아카시아를 비롯한 온갖 꽃향기가 놀이기구를 타는 우리의 폐를 더욱 팽팽히 부풀렸다. 우리는 식사를 한 뒤 나란히 벤치에 앉아 솜사탕을 먹으며 파산 면책을 받은 다음 다시 모여 같이 살 것을 약속하고 헤어졌다.
늦봄은 나에게 그런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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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과 회생으로 뿔뿔이 흩어져 사는 가족들이 오랜만에 놀이농산에서 만나서 하루를 보내는 글을 특히 잊을 수가 없다. 불우한 사정을 마냥 슬퍼하거나 좌절하지 않는 이유는 '생활'이라서가 아닐까. 생활의 장면에는 웃음이 있고 그 웃음의 이면에 상관없이 마주하면 웃음이 이어진다.
일상과 닮은 장면, 작가의 시선은 좀다 깊숙히 들어간다. 엄마와의 데이트, 친구와의 만남, 산책, 남편과의 대화. 너무나 익숙한 장면들이다. 하지만 생활의 온기사 그대로 담겨있다. 또한 작가에게만 있었던 황홀한 시간, 이를테면 신춘문예 당선전화와 같은 일화는 감동적이다. 콜센터 상담사로 일하며 수없이 많은 전화 중 받은 당선 통보 전화는 그녀에게 소설가라는 새로운 이름을 주기 때문이다. 이 작가를 통해 아주 가까이에서 삶의 온기를 전하는 글을 만날 수 있어 기쁜 독서경험이었다. 나의 생활이라는 계절에는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 일기를 이어서 써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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