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쳐버린 배 - 지구 끝의 남극 탐험 걸작 논픽션 24
줄리언 생크턴 지음, 최지수 옮김 / 글항아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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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탐사를 떠나기 전, 사령관 아드리앵 드 제를라슈의 담대한 마음과 시선에 이입한다. 도전정신과 모험심 그리고 항해에 대한 책임감까지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만큼 탁월한 묘사가 마치 영화보다 더욱 섬세하게 그려진다. 대단한 흡입력으로 책에 빠져들게 한다. 남극탐사라는 도전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만을 기대했으나 이 책은 독자의 예상을 넘어선다. 난관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목표를 이룰 것이다. 이런 단단한 믿음은 쉽게 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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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계속 가고 있었다. 불과 3주 전 원정대가 남극 대륙에 상륙한 이래로 밤은 몇 시간 정도 있었지만, 이제는 완전히 없어졌다. 곧 큰 추위가 올 것이고, 뚫고 나가기 힘든 해빙 덩어리로 수면을 얼어붙게 만들어, 경로에 있는 모든 걸 막고 모든 배가 충분히 갇힐 만큼 불행해질 것이다."(1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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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도에 없는 길에 들어서거나 혹은 꼼작하지 않은 배로 난감해하는 일들은 예상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의 마음속에서 일어난 일들은 이 책이 스릴러라고 불릴만큼 생생했고 또 섬뜩하기도 했다.
파도가 거세게 몰아칠 때는 물리적 위험을 걱정하지먼 물결이 잔잔할 때는 그들의 심리적 단조로움으로 영혼이 위태로워지는 것이다. 공간의 감각들이 정체성을 위협하는 것일까. 남극의 밤을 묘사하는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창백한 새벽이 태양을 낳아줄 수 없으리라는 걸 느꼈다" 태양은 아침으로, 하루의 시작으로 사람들을 자각할 수 있게 하는 힘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죽은 세상'속에서 존재도, 영혼도 부유하게 된다. 벨지카호는 암울한 항해를 이어간다. 질병과 고뇌 그리고 적대감에 사로잡힌 이들은 점점 지쳐간다. 그러한 모습을 통해 극단의 상황에 내몰린 인간의 어디까지 부서질 수 있는지를 확인한다. 동시에 논픽션이라는 사실을 재차 확인한다. 생생한 묘사와 흡입력있는 문장으로 나 역시 벨지카호에 승선한 느낌으로 읽어나갔지만 결국 그들과 같이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호기심보다 더욱 강렬하게 남은 것이 있었다. 그것은 위기에 내몰린 인간 존재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를 생각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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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의 환경을 지배하는 외부 힘이 아니라, 그런 환경을 그로 하여금 정복하게 만든 야망, 경쟁심, 인내, 그리고 거의 마조히즘에 가까운 끈질긴 투쟁과 같은 내부 힘의 흉포함이 일으킨 광기였다. 이러한 열정은 지리적 목표를 정복했다고 해서 없어지는 간단한 것이 아니다.(4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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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0년대 벨기에 원정대의 실화를 담은 이 책은 철저한 자료조사와 재구성을 통해 모험 스토리 그 이상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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