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 과학, 어둠 속의 촛불 사이언스 클래식 38
칼 세이건 지음, 이상헌 옮김, 앤 드루얀 기획 / 사이언스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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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세이건의 마지막 저서인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은 과학에 대한 가장 극진한 사랑으로 유사과학과 미신을 방어하는 메시지가 담긴 역작이다. 평생을 과학자로 과학에 대한 애정으로부터 냉철한 분석력과 해박한 지식 그리고 시대감각에서 나오는 진심어린 조언까지 만날 수 있다. 600쪽이 훨씬 넘는 분량이며 미신, 외계인, 반과학, 유사과학 등 과학의 경계 너머에서 인류를 맹신하게 하는 '악령'들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해야할 것인지 말해준다. 그러나 하지말아야, 믿지 말아야한다는 당위가 아니라 문제제기를 통해 비판적 사고에 독자가 동참하는 방식으로 함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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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신이나 유사과학은 어떻게 삶에서 뿌리를 내리는 걸까. 과학이라는 막강한 무기 앞에서도 어떤 방식으로 살아남아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린다. 하지만 자의적 해석에서 상상으로 근거없는 믿음이 강화되는 과정은 놀랍지 않다. 일반적인 사고방식이기 때문이다. 미신은 너무 가까이에 있고 어쩌면 미신만이 신봉되는 세계에 발을 담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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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것이 그 대상만의 문제일까. 우리의 태도에 대한 비판적 태도가 먼저일 것이다. 책속에서 "우리는 많은 분야에서 우리 자신이 무지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대신, 우주와 같은 것들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는 식으로 말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말할 수 없는 경이인지 말할 수 있음에도 안일한 태도로 일관하는지 자문해볼 일이다.
칼세이건이 인용한 토머스 그레이의 시는 되새길만 하다. "무지가 축복인 곳에서 현명해지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네." 그렇다면 이곳은 무지가 축복인 곳인가? 매일같이 엄청난 정보가 쏟아지는 이때 축복은 아닐 것이다. 아는 것이 힘이라는 근대철학자 데카르트의 말을 생각해본 그렇다. 정보력이 중요한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믿을만한 것인가. 진짜라고 확신할 수 있는가.
그렇게 비판적인 태도로 문제를 제기해야만 "가장 소중한 것"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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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장인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은 이 책의 제목과 같은데 소크라테스의 다이몬부터 신령, 악령의 존재를 고대 철학에서부터 역사적으로 접근하며 마녀사냥에 집중해 언급한다. 마녀재판에는 잔인한 차별적 태도와 극악무도한 폭력을 보여주면서 비판적 사고를 이끄는 것에는 멈춤이 없다. 이 책은 악령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에 집중하며 UFO로 이어간다. 칼세이건의 통찰과 필력은 압도적인 분량에도 어디서나 빛난다. 그리고 대단히 해박하다는 것을 여러차례 확인한다. 코스모스를 읽을 때는 저자의 전문분야라는 생각을 했지만 이 책은 역사적 고찰과 인문학적 사유 그리고 정확한 전달력을 확인하게 한다. 그런점에서 가독성이 대단히 높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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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과학과 미신에 대한 책을 만나면 편한 마음으로 대상들과의 거리를 두고 바라볼 줄 알았다. 내가 과할 정도로 미신을 혐오하기 때문이다. 저자의 시각에서 '악령들'을 바라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으나 현실세계에서 유사과학 혹은 미신이라고 경계할 수 있는 비과학적 믿음들이 매우 가까이에 있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헛것을 본 것처럼 느껴질 때나 심령, 마술, 별자리로 풀이하는 상황들이 그렇다. 하지만 과학으로 이를 돌파하려는 자신감을 먼저 보이기 보다는 이들을 맹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나 과학의 책임의식을 비판적으로 다루며 독자의 생각을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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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장의 반과학은 과학이 받아온 공격이나 과학의 실수등을 다루며 과학자의 태도, 그리고 과학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자세를 말한다. 과학의 한계를 반성하고 데이터 찾기와 실험을 통해 진리에 접근하고자 하는 자세말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서 미신이나 유사과학에 대한 경계를 배울뿐만 아니라 '과학'에 대해 깊은 애정을 갖고 있는 저자 칼세이건에 감탄한다. 무언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방식이 방대한 분량의 책에서, 역사와 학문을 종횡무진하는 책에서 느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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